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11)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11화
공지 글에 따르면 첫 팬미팅은 그날 저녁, 서울 강변의 한 야외 공연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 공연장에 설치될 펜스 안쪽으로는 팬키트에 포함된 초대장을 보유한 공식 팬클럽 회원만 선착순으로 입장 가능하오니 입장하실 에어리 여러분은 반드시 초대장을 지참해 주시길 바랍니다.
심지어 선착순이란다.
– 아니 대체 누가 팬미팅을 당일에 공지해요
– 시드 소속 타가수분들이 그렇게 게릴라로 한 적 많아서 울애들도 똑같이 한 듯,, 근데 저희 애들은 아이돌인데요ㅠㅠㅠㅠㅠㅠ
– 요즘 일 좀 잘한다 싶었는데 알못이 또,,,,,
– 근데 우리 팬미팅 이름 에어리테일..인거지? 이름 넘 센스 있고 예뿌다ㅠㅠㅠㅠ
– 저 여기서 다른 공연 본 적 있는데 앞자리 시야 개좋음 가까우신 분들 빨리 달리세여 물론 저는 부산에 있습니다 흑
– (사진) 지인한테 받은 건데 벌써 자리 이만큼 찼대요 생각보다 넓긴 해도 금방 찰 것 같아서 가실 분 계시면 빨리 가셔야 할 듯 ㅠㅠㅠㅠㅠㅠ
사실 에어리들 사이에서도 초대장에 적힌 날 무언가 할 거라는 의견 자체는 지배적이었기에 시대를 착각한 듯한 시드의 기획에 새삼 어이없어할 뿐 가지 않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대망의 첫 팬미팅에 가지 않는다는 말도 안 되는 선택지는 없는 것이다.
– 엄마 제주에어리 울어요
┗ 광주에어리도 울어요ㅠ퓨ㅠㅠㅠㅠㅠ
– 지금 출발하면 버스 시간 땜에 빨라도 5시에 도착할 것 같은데 가면 내 자리 있긴해???? ㅠㅠㅠㅠㅠㅠㅠㅠ
거리와 시간 때문에 못 가는 안타까운 사람들이 있을 뿐…….
* * *
어느덧 팬미팅이 시작하기까지 대략 30분 정도만을 남겨둔 시각이 되었다.
[00:30:00] [00:29:59] [00:29:58]양쪽에 설치된 큼지막한 전광판에 떠오른 타이머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스피커에서는 피아노 버전으로 편곡한 오르카의 노래들이 잔잔히 흘러나왔다.
무대 뒤로는 한강이 유유하게 흐르고,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잎이 물결치는 소리가 들리고, 온화하면서도 감각적인 조명을 적소에 배치한 야외 공연장은 제법 운치 있는 분위기였다.
가을 날씨도 선선하니 공연하기 딱 좋았다.
공지가 뜨자마자 달려온 에어리들이 해가 지기 전부터 가장 앞줄부터 부지런히 채워주었고, 그렇게 몰린 인파를 보며 뭔가 하나 보다 싶은 행인들이 기웃거리며 그 뒤에 위치했다.
현장에 나가 있는 현장 스태프들이 사진 촬영이나 동영상 촬영은 다른 관객의 관람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가능하되, 플래시는 터뜨리면 안 된다는 말을 반복해서 공지하고 있었다.
또한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중계하는 것 역시 당연히 불가했다.
공식 팬클럽 회원들끼리 지정된 시간에 티켓팅을 해서 가는 보통 팬미팅과는 달리 팬이 아닌 사람도 원하면 마음대로 볼 수 있다는 점도 그렇고.
에어리테일은 통상적인 팬미팅보다는 마치 게릴라 콘서트에 더 가까운 형식이었다.
어쨌든 팬을 만나기만 하면 팬미팅이 아니냐고 한다면 반박할 말은 없다만.
운 좋게 앞자리를 차지한 에어리는 떨리는 마음으로 응원봉을 손에 꼭 쥐었다.
그리고 5시 반.
노을이 달콤한 장밋빛으로 서서히 녹아내리며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처럼 환상적인 풍광을 연출할 때.
타이머의 초가 이제까지와는 달리 둥, 둥, 하는 소리를 내며 줄어들었다.
흥분한 에어리들이 자연히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5!”
“4!”
“3!”
“2!”
“1!”
환호와 함께 평화롭게 흐르던 음악이 멈추었다.
제 일을 마친 타이머는 사라지고, 대신 영상 하나가 재생되기 시작했다.
지금보다 수수하고 앳된 멤버들의 얼굴을 알아본 에어리들이 길게 앓는 소리를 내었다.
지금과는 달리 인사법도 잘 안 맞던 시절 멤버들의 데뷔 전 연습 영상이 짧게 교차하며 흘러나오고 있었다.
진지한 표정으로 열심히 연습하다가 쉬는 시간을 맞아 한곳에 뭉쳐 쉬는 꾸밈 없는 멤버들의 모습에 에어리들의 면면들이 흐뭇하게 풀어졌다.
팬들과 처음으로 대면한 데뷔 쇼케이스나 대중들도 모두 알 정도로 유명한 예능의 여러 장면이 시간순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쯤 가서는 일반 관객들도 화면 속 멤버들의 정체를 대부분 알아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 쟤 누군지 알아.”
“그럼 지금 여기서 공연하는 게 쟤네야?”
“엄마! 우리 이거 좀만 보고 가자.”
들떠가는 분위기 속에서 영상은 계속됐다.
조금이라도 부정적으로 비칠 여지가 있는 일들은 당연히 모두 제외됐다.
그리고 처음으로 음악 방송에서 1위를 한 날.
화면 속 멤버들이 울고 웃으며 첫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그 날의 벅찬 감정을 다시 떠올린 에어리들의 표정이 촉촉해졌다.
감격해서 숨을 헐떡이느라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고 울먹이는 멤버들의 모습은 아이돌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 대중들의 감성도 함께 자극했다.
이런 의미 있는 자리에서 되짚을 만한 뜻깊은 순간들을 알차게 모아둔 영상이 거의 끝나갔다.
[우리가 함께 만드는 이야기] [AIRY Tale]사각사각하는 효과음과 함께 요정의 마법이 깃든 깃펜이 새하얀 종이 위에 세련된 서체로 단어를 휘갈겼다.
[Chapter 1. The day I met you]“…….”
그로써 영상이 완전히 끝났다.
동시에 무대 옆에서 대기하던 오르카 멤버들이 몸을 낮추어 무대 위로 재빨리 올라갔다.
앞자리에 있던 에어리들의 입에서 비명 같은 환호성이 산발적으로 터졌다.
첫 곡은 ‘Dream’이었다.
원곡에서 마이너한 코드와 미묘한 부조화에서 오는 으스스함을 말끔히 거둬내 새로 편곡한 ‘Dream’은 행복하고 밝은 분위기만 산뜻하게 남아 편안하게 귀에 감겼다.
같은 곡이지만 새로운 느낌이라 에어리들은 응원법을 외치며 무대를 즐겁게 감상했다.
오르카를 잘 모르는 일반 관객들도 카페에서 자주 흘러나오던 이 노래가 얘네 노래였냐면서 귀를 쫑긋 세웠다.
– 예에에에에!
엔딩 포즈에서 멈췄던 멤버들이 잠시 뒤 몸을 바로 하며 무대 앞쪽으로 걸어 나왔다.
꾸민 듯 안 꾸민 듯, “나 가을!”이라고 외치는 것 같은 부드러운 톤의 의상을 조화롭게 차려입은 멤버들의 낭만적인 모습은 뭇 여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그렇다고 길거리에서 흔히 볼 법한 밋밋한 차림은 아니고 딱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아이돌 같은 아기자기한 느낌을 센스 있게 잘 살린 오늘 코디에 에어리들은 크게 만족했다.
비록 일을 빈말로도 잘한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앨범의 컨셉이나 질, 코디 같은 본업과 관련한 부분에서는 아직 팬들을 실망하게 한 적이 없는 시드였다.
– 저희 그럼 인사 먼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On and on ORCA!
– 안녕하세요, 오르카입니다!
나가는 굵직한 예능마다 몇 건씩 해내고 돌아온 덕분에 현재 오르카의 인지도는 웬만한 남자 아이돌보다 좋았다.
에어리들은 물론이고 섞여 있는 일반 관객들까지 기분이 좋아 보이는 멤버들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 오늘은 저희 미니 앨범 2집 타이틀곡인 ‘Dream’이라는 서정적이고 편안하고 스무스하고 달콤하고 몽환적이고 환상적이고 세련되고 듣기 좋고 귀에 착 감기고…….
– 지우 씨, 언제까지 말씀하실 거죠?
벌써 흥분해서 숨도 안 쉬고 끝도 없이 동생 자랑을 하려는 강지우를 반요한이 옆으로 슬쩍 밀어놓고, 대신 마이크를 든 온라온이 웃으며 진행을 이어갔다.
합이 잘 맞는 콩트 같은 상황에 지켜보던 사람들이 가볍게 웃었다.
– 아무튼 저희 멤버 결이 형이 작곡하고 요한이 형이 편곡에도 참여한, 정말 이 시간에 듣기 딱 좋은 Dream이라는 곡으로 저희의 첫 번째 팬미팅, 에어리테일을 시작해 보았습니다.
옆에 있던 멤버들이 크게 박수 치는 시늉을 하자 관객들이 흔쾌히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 사실 저희가 오늘 이 팬미팅 공지를 되게 당황스럽다고 느끼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갑작스럽게 해서.
– 공지한 지 하루도 안 됐어요.
– 하루가 뭐예요. 12시간도 안 됐죠.
– 그래서 저희가 여러분이 많이 못 오시면 어떡하나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말을 멈춘 견성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른 멤버들의 시선도 비슷한 궤적을 그렸다.
에어리들만 스태프에게 예의 초대장을 보여주고 입장할 수 있는 앞자리는 당연히 선착순으로 몇 시간 전에 꽉 찼고, 그 뒤편으로도 넓게 에어리와 일반 행인들이 뒤섞인 인파가 바글바글 모여 있었다.
그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서.
– 이렇게 많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감사해요…!
– 근처를 지나가다 뭐 하나보다 하면서 우연히 들리신 분도 있겠지만, 사실 오늘 이 공연이 저희 오르카의 첫! 팬미팅이거든요.
관객이 호응하는 소리를 냈다.
– 그냥 한번 뭐 하나 와보신 분들도 오늘 공연 끝나고 돌아가실 때는 저희 팬이 되셨으면 한다는 소소한 바람이 있습니다.
– 저희 진짜 후회 없는 시간 되도록 열심히 준비했으니까요, 여러분도 함께 즐겨주시면 정말정말 감사하겠습니다.
– 자, 잔잔한 곡으로 시작을 했으니 이제부터는 힘을 조금 더 내봐야겠죠!
– 사실 오르카 하면 에너지, 에너지 하면 오르카 아닙니까~!!!
견성하에게 쭉 끌려갔다가 죽지도 않고 또 돌아온 강지우가 목소리를 높였다.
목청이 어찌나 좋은지 강지우가 마이크를 입에서 꽤 멀리 떨어뜨려 놓았음에도 소리가 우렁우렁 울려와 강지우의 성량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 관객들이 방심하다가 깜짝 놀라 무대 쪽을 올려다보았다.
– 지우 씨… 시작하자마자 근처 주민분들에게 항의받고 싶은 게 아니라면 조금 더 볼륨 조절을 하시는 게.
– 아이, 그게 아니라 이렇게 여러분 보니까 너무 좋아가지구.
– 저도 좋은데 가만히 있잖아요.
– 자자, 싸우지 마시고.
– 그러면, 어디 한번 지금부터 달려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