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10)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10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이번에 아체대 잘 봤다, 실물이 더 낫다…… 하는 의례적인 말이 서로 간에 몇 마디 오간 뒤 본격적인 미팅이 시작됐다.
나야 예능 미팅은 텐 투 텐 때도 경험했고 작가로 보이는 제작진도 우리에게 무척 친절했기에 크게 마음에 걸릴 건 없었다.
“라온 씨야 말할 것도 없고, 다른 멤버분들은 잘 뛰어요?”
다만 이런 걸 계속 집요하게 물어보길래 ‘아, 촬영이 힘들겠구나’, 했다.
‘캐치 미!’는 프로그램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기본적으로 고정 출연진들이 잡고 잡히는 게 기본 구조인 예능이다.
당연히 포맷도 몸 쓰는 추격전의 비중이 높았다.
‘거기 출연진들도 캐치 미 촬영만 하면 사나흘은 삭신이 쑤신다고 하던데.’
다만 이번에는 많아야 열 명이 나오던 게스트가 이례적으로 수십 명씩이나 나온다.
우승팀인 흑팀만 해도 벌써 오십 명이 넘어갔다.
스케줄 조정 문제 때문에 일부는 불참한다고 하더라도 최소 마흔 명은 될 것이다.
거기에 MVP 그룹 상을 받은 우리와 세렌디피티까지 더하면…….
몇백 명이 모이는 아이돌 체육대회만큼은 아니더라도 혼잡할 현장 상황이 어렵지 않게 예상 갔다.
그런 상황에서 게스트들을 한 명 한 명 비중 있게 보여주기는 아무래도 어렵겠지.
과연 마이크가 인당 하나씩 지급되기는 할지 걱정되기까지 했다.
어쨌든 아이돌 체육대회처럼 눈에 띄는 활약을 하지 않는 한 캐치 미에서 괜찮은 분량을 얻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극소수를 제외하면 화면에 슥 지나가고 마는 일회성 엑스트라 정도의 포지션이 아이돌들에게 주어질 텐데.
그래서야 굳이 그렇게나 많은 사람을 불러온 이유가 없다.
과연 제작진이 어떤 식으로 이 대인원을 활용할지 궁금했다.
* * *
매일매일 팬 미팅 연습을 하면서 자잘한 스케줄을 해치우다 보니 시간은 하나둘 떨어지는 낙엽의 속도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약 한 달 동안 가입 신청을 받았던 에어리 공식 1기 모집도 어제부로 끝났다.
자료를 보니 1020 나이대 팬들이 가장 많았고, 당연히 여성 팬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남성 팬의 비율도 전체의 5%씩이나 되어 신기했다.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팬 미팅을 며칠 앞둔 어느 날.
반가을 대표와 시드의 모든 아티스트들이 한데 모여 있는 단체 메신저방에 오랜만에 공지 하나가 올라왔다.
반가을 대표님 [올해도 연금철이 돌아왔습니다.
2018 시드 캐럴에 참여할 아티스트는 작년과 같이 홍서람, 배세일, 장고, 투모로우, 권겨울, 유시원, 오르카(ORCA)입니다.
(중략)
지원할 사람이 있다면 10월 30일까지 가이드 녹음까지 완료한 파일을 아래 링크로 제출 바랍니다.
(링크)]
공지된 마감 기한은 팬 미팅, 캐치미 녹화, 광고 촬영 등으로 빡빡하게 잡힌 우리 스케줄을 생각해 보면 넉넉하기보다는 촉박했다.
하지만 매년 이맘때쯤부터 크리스마스 캐럴을 준비하는 것은 시드 엔터 전통이었으므로 더 일찍 알려주지 않았다고 하여 불공평하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기한을 얼마나 주든 애초에 최종 승자는 언제나 반가을 대표였다.
장고선배님 [대표님 올해는 물러나주셔야겠습니다]
반가을 대표님 [^^]
자칫 위험한 발언으로 들릴 수 있는 소속사 선배 가수 장고의 대담한 선전포고를 반가을 대표는 여유롭게 넘겼다.
작곡이 가능한 사내 아티스트들은 물론이고 외부의 숱한 작곡가들이 반가을 대표를 꺾고 말 그대로 한 번 터지기만 하면 대박인 연금을 차지하기 위해 매년 치열하게 도전하고 있지만.
노래를 부를 아티스트들끼리 시행하는 사내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매년 여지없이 반가을 대표의 곡이 뽑혔다는 것이다.
“듣기로 고모는 1년 365일 동안 시드 캐럴을 깎고, 깎고, 또 깎는다는 소문이 있어.”
아무래도 반가을 대표야말로 본인의 능력치가 탁월할뿐더러 소속 아티스트들의 음악적 능력과 특성을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을 테니 그럴 만도 했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반가을 대표가 연습실을 찾아왔다.
“얘들아, 톡방에 공지 올라간 거 봤지?”
“네. 봤습니다.”
“그거 너희랑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말고 한 번씩 도전해 봐.”
최종 보스가 저런 말을 하니 마치 교수가 미숙한 학생들을 놀리는 것 같아 우리 표정이 자연스레 미묘해졌다.
“왜 그런 표정들이야.”
지금 생각해 보니 작년 캐럴이었던 ‘Present’는 나로서는 감히 엄두도 못 낼 어마어마한 완성도를 가진 곡이었다.
내가 만든 곡이 평소 손재주는 괜찮으나 엊그제부터 뜨개질을 배우기 시작한 사람이 엉성하게 뜬 수세미라면, 반가을 대표의 곡은 이미 몇십 년은 뜨개질에만 매진한 장인의 섬세하면서도 꼼꼼하고 장대한 예술 작품이었다.
그만큼 짜임새나 완성도가 나와는 차원이 달랐다.
나를 흘긋 본 반가을 대표가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웃으며 말했다.
“완성도를 높이는 건 나나 다른 전문가가 나중에라도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어. 그건 창작의 영역이 아니니까. 하지만 멜로디와 화음 그 자체로 소리가 빛나는 곡을 써내는 건 숙련도와는 그다지 관계가 없거든. 오히려 이미 악상을 소진한 경험자보다는 아직 신선한 영감이 넘치는 초심자들이 더 잘하는 일이기도 하고.”
강지우가 손을 들었다.
“대표님, 좋은 말씀 감사한데 말 하나가 빠진 것 같습니다.”
“어떤 게?”
“그냥 초심자가 아니라 재능 있는 초심자여야 하지 않을까요! 저희 막내랑 결이처럼!”
어김없이 주접이 포함된 강지우의 말에 반가을 대표는 부정하지 않고 웃었다.
“그래도 아까 도전해 보라고 한 말은 진심이야. 이왕이면 너희 중 한 사람의 곡이 뽑혔으면 좋겠고.”
단순히 격려 차원의 말이 아닌, 그 안에서 어떤 뚜렷한 목적이 느껴졌다.
반가을 대표의 묘한 태도에 대해 더 자세한 설명을 해준 것은 그날 오후 우리를 작은 회의실로 부른 주열음 이사였다.
“이번에 너희 이미지를 실력파 쪽으로 잡기로 확실히 했어.”
이때의 실력이란 단순히 노래 잘 부르고 춤 잘 추고 라이브 잘하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는 듯한 뉘앙스였다.
“결이가 타이틀 작곡을 맡았던 저번 앨범에 이어서 이번에도 라온이 곡인 어게인으로 괜찮은 성적이 나왔잖아.”
멤버들이 저마다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이돌 체육대회 방송에서 수차례 흘러나온 응원가 버프를 좀 받았는지, 한차례 입소문을 탄 어게인은 여전히 음원 차트 상위권에 머무르고 있었다.
“멤버가 다섯 명인 그룹에 그 정도 수준으로 작곡이 가능한 사람이 하나인 것과 둘인 건 완전히 상황이 달라. 거기에 요한이도 부분적으로 참여하고 있고. 그러면 벌써 과반이 앨범 제작에 아이돌들이 일반적으로 관여하는 수준 이상으로 참여하고 있는 거지.”
이렇게 들으니 새삼 멤버들의 앨범 참여도가 높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르게 판단하는 감이 없지는 않지만 그동안 지켜본바 이제는 오르카를 자체 제작 아이돌이라는 타이틀로 조금씩 밀어봐도 될 것 같고, 물론 우리 대표님 의견도 이와 같아.”
주열음 이사는 우리가 데뷔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전문가보다 잘할 게 아니라면 자체 제작은 꿈에도 생각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던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우리 능력을 인정하고 밀어주려 하는 것을 보니 격세지감이 들었다.
“앞으로 타이틀곡은 너희 곡을 무조건 우선으로 생각할 거야.”
“!”
이건 굉장히 파격적이면서도 실질적인 말이었다.
“궁극적으로는 타이틀곡뿐만 아니라 수록곡까지 믿고 듣는 아티스트로 이미지 메이킹 할 생각이니까 알아 둬.”
수많은 아이돌뿐만 아니라 가수들이 대중들이 믿고 듣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하기는 하지만, 사실 그것은 은퇴할 때까지 목표로만 남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초대형 팬덤을 가진 아이돌이 컴백기에 으레 보여주는 것처럼.
단순히 팬들의 힘을 빌려 차트에 수록곡들까지 줄을 세우는 광경 같은 것을 보자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우리 회사가 원래 아이돌 기획사가 아니잖아. 믿고 듣는 작곡가 반가을이 이끄는 집단, 싱어송라이터와 다양한 장르의 실력파 가수들이 의외로… 고루 포진한 회사, 아니면 캐럴 명가. 그런 쪽으로 오히려 더 유명하지.”
그건 그렇다.
“너희한테 그 이미지도 같이 씌워줄 생각이야.”
“그게 가능할까요?”
가장 먼저 의문을 품는 사람은 역시 반요한이다.
“사람들은 남자 아이돌 노래 잘 안 듣잖아요. 그게 제목도 모르는 수록곡이라면 더더욱.”
“그거 형 얘기야?”
내 말에 반요한이 말없이 웃었다.
“네 말이 맞아. 어렵지. 그러니까 목표인 거고.”
“그럼…….”
“그런데 나는 목표는 달성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실제로 그렇게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거야.”
진중한 침묵이 흘렀다.
“그러니까 성하랑 지우도 이번 기회에 작곡 제대로 배우는 게 어때? 한 곡을 쭉 뽑아낼 수준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제작 과정에서 전문적이고 생산적인 의견은 낼 수 있을 정도로. 물론 가만히 있어도 다른 애들이 잘해줄 테니 안 한다고 해도 상관은 없지만…….”
열성적인 것을 넘어 호전적으로까지 느껴지는 강지우와 견성하의 표정을 살핀 주열음 이사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미소했다.
“내가 보기에 너희는 가만히 앉아서 지켜볼 성격은 아닌 것 같네.”
그 말대로였다.
* * *
한편, 공식 팬클럽에 가입한 에어리들은 가입 특전으로 주어지는 팬키트를 하나둘씩 택배로 받았다.
택배를 열어본 에어리들은 예고했던 구성품이 아닌 카드 편지 한 장을 곧 발견했다.
카드는 엽서나 편지보다는 초대장에 가까운 모양새였고 과연 별다른 내용 없이 10월 모 일의 날짜와 시간만이 유려한 서체로 적혀 있었다.
– 이 편지 뭔지 아시는 분?
– 약간 초대장 같은데 뭐지
– 저때 라방 같은 거 하는 건가
– 아 뭔가 저날 시간 빼놔야 할 것 같은데..
– ㄹㅇ 빼박 뭐 있다
– 애들 요즘 조용히 뭐 준비하는 것 같던데 기대해도 되나요
– 인쇄 잘못된 거 아님??
여러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초대장에 적힌 날이 되었다.
정오가 되자 오르카 공식 SNS 계정에 공지가 올라왔다.
ORCA OFFICIAL [ORCA 1st 팬 미팅 ‘ORCA in AIRY Tale’ 안내 (링크)]
링크를 타고 들어간 에어리들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 우리 팬미팅한대요
┗ 헐 언제요?
┗ 오늘 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