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17)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17화
서문결과 아이들, 아니, 서문결과 아이돌들은 그날 예능을 위해 태어난 것처럼 너른 사극 촬영지를 활기차게 누볐다.
온라온과 반요한, 그리고 왕인 서문결로 이루어진 괴물팀 초기 멤버는 그동안은 사냥꾼을 불러 모으기만 하던 방울 소리를 살아 있는 동료의 위치를 알 수 있는 이정표로 삼아 팀원을 모았다.
지금은 인간들도 정보가 부족해 섣불리 접근하지 않아, 괴물들을 찾기에는 딱 좋은 타이밍이었다.
“너 내 동료가 돼라!”
“온라온 말투랑 표정 뭔데…….”
“내 말투가 뭐가 어때서!”
“이상해. 진짜 이상해.”
견성하가 합류하며 안타깝게 탈락한 강지우를 제외한 오르카 멤버들이 모두 모였다.
거기에 리프틴의 징샤오와 옥도윤을 포함한 다른 아이돌들에게도 상황을 설명하며 합류를 권했다.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는 엑스트라로 남지 않아도 되는 기회를 거절하는 이는 없었다.
그렇게 당장 되는대로 근처의 괴물들을 모아 놓고 보니 열 명이 조금 넘었다.
“더 없는 거 같죠?”
“네.”
그게 다였다.
복잡한 촬영지 어딘가에는 인간에게 들킬까 봐 나름의 은신처에서 꼼짝하지 않고 숨어 있는 괴물이 더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들을 포함해도 생존 괴물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예로부터 ‘캐치 미!’는 이상하게도 멤버들이 흩어지면 살고 뭉치면 죽는 이상한 법칙이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그게 반드시 맞는 말은 아니지만, 분량 확보를 위해서라도 초반부터 아예 따로 다니기로 한 오르카와 달리.
몇몇 그룹은 흩어지면 할 수 있는 게 더 없으리라는 두려움에 저들끼리 뭉쳐 다녔다.
그러나 추격전이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찬가지로 몰려다니던 왕팀 인간들에게 뭉텅이로 잡힌 탓에 괴물의 수는 초반부터 빠르게 줄어들었다.
“인간 입장에서는 뭉쳐 있으면 오히려 더 잡기 편하지. 괴물은 반격도 못 하는데.”
그런 안타까운 과거를 뒤로 하고 괴물들은 활동을 개시했다.
인간을 공격할 방도가 없을 때 괴물들이 몰려다니는 것은 고래 앞의 작은 물고기 떼나 다름없었지만, 서문결이라는 무기가 생긴 이제는 달랐다.
“인간에게 복수하자!”
행동 대장을 자처했지만, 사실은 앞잡이 정도의 포지션을 맡은 온라온이 서문결의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주창했다.
“복수하자! 복수하자! 복수하자!”
아이돌들이 주먹을 흔들며 따라 외쳤다.
현장에 있던 스태프가 보기에, 타도 인간을 외치는 괴물들 손에 활활 타오르는 횃불이라도 하나씩 들려줘야 할 것 같았다.
‘너는 농락당한 게 아니라 농락한 쪽 아닌가…….’
그 사이에서 온라온의 행적을 아는 반요한만이 미묘한 표정으로 생각했다.
어쨌거나 인간을 마주치면 도망치기 급급하던 괴물들은 여세를 몰아 거리를 당당히 활보했다.
그 모습을 발견한 ‘캐치 미!’ 멤버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당황했다.
‘쟤네 뭐야?’
뭔가 움직임이 있으리라는 예상은 했지만, 설마 저렇게까지 당당히 나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각성한 괴물들의 첫 번째 희생양은 이기준이었다.
이기준은 심상치 않은 괴물 패거리의 기세에 멍하니 있던 사이 서문결에게 인간의 상징인 허리의 금줄을 빼앗겼다.
탈락이었다.
– 이기준이 사냥당했습니다.
– 이기준이 사냥당했습니다.
“너희 뭔데?”
“괴물입니다!”
“잘생긴 괴물입니다!”
“예쁜 괴물입니다!”
“귀여운 괴물입니다!”
이기준이 헛웃음을 지으며 너도나도 자기 PR에 나선 아이돌 후배들을 바라볼 때였다.
“기준이 형, 진짜 죄송한데 옷 좀 벗어주세요!”
“뭐? 나 보고 지금 벗으라고? 여기서?!”
“아니이, 이상한 소리 하지 마시고 빨리요!”
“이상한 소리는 라온이 네가 먼저 했잖아!”
“제가 언제요!”
어쨌거나 이기준은 목숨뿐만 아니라 멋스러운 도포까지 온라온에게 탈탈 털렸다.
물론 이기준은 도포 안에 옷을 입을 만큼 입고 있었기에 해당 장면이 방송 심의에 걸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다.
“감사합니다! 잘 쓰겠습니다!”
“야 이 자식아! 어떻게 묵혜성한테 못된 것만 배워 와가지고!!”
“어, 저 묵 쌤 닮았어요? 칭찬 감사합니다!”
“아오~!”
괴물들은 상대를 한순간 방심케 하기 위해 이기준의 도포를 서문결에게 입혀놓았다.
이기준도 키가 제법 큰 편이라 다행히 서문결에게도 기장은 그럭저럭 맞았다.
온라온이 다시 한번 지붕 위에 올라가 근처에 인간이 없나 두리번두리번 살폈다.
“저쪽에, 신석우 선배님 계세요.”
신석우는 아까 온라온이 던진 가짜 보옥을 찾으러 간 ‘캐치 미!’ 멤버였다.
“좋아. 그쪽으로 가자.”
“다들 작전 기억하죠?”
“네!”
* * *
탁탁탁탁.
“와아아아아!”
“인간 잡아라!!”
어디선가 들려오는 여러 명이 내는 흙길 위를 내달리는 발소리와 고함에 보옥과 괴물을 찾아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던 신석우가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린 방향에서 서문결이 연한 녹색 도포를 휘날리며 뛰어오고 있었다.
“선배님 저 좀 도와, 헉… 주세요.”
도움을 요청하는 서문결의 뒤로 열 명쯤 되어 보이는 괴물들이 적당한 간격을 두고 가열하게 달려오고 있었다.
서문결이 이기준의 도포를 빼앗아 입은 것을 모르는 신석우의 눈에는 서문결을 저 괴물들이 쫓아온 것처럼 보였다.
“괴물이 너무 많아서 저 혼자서는…….”
서문결을 쫓아오던 괴물들이 서문결과 함께 서 있는 신석우를 발견하고 마치 겁을 먹은 것처럼 끼이익 급정지했다.
물론 다분히 의도적인 멈춤이었다.
“너희…!”
“헤헤. 안녕하세요, 선배님.”
“하하. 또 뵙습니다, 선배님.”
선두에서 얄밉도록 말갛게 웃는 온라온과 반요한을 알아본 신석우의 표정이 ‘쟤들을 잡아, 말아?’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이제 괴물도 인간 선배님 잡을 수 있다는 소식 못 들으셨어요?”
온갖 직종에 ‘선배님’을 붙이는 것은 가히 아이돌의 직업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들었는데, 그렇다고 내가 너희를 못 잡는 것도 아니지 않나?”
신석우가 위협적으로 웃었다.
“너희가 날 잡아보겠다고?”
“못 잡을 것도…….”
자신의 힘을 굳세게 믿고 입을 함부로 놀리는 견성하를 온라온이 막았다.
“야, 선배님 도발하지 마.”
프로 운동선수 출신 신석우는 견성하도 승리를 장담하기 힘든 상대였다.
괜히 도발하다가 견성하가 탈락하기라도 하면, 괴물 팀으로서는 엄청난 전력 손실이었다.
“요한이 형이랑 같이 제일 열심히 도발한 게 누군데…?”
“……가라, 성하몬!”
온라온의 빠른 태세 변환에 견성하가 어이없어했다.
그동안 신석우는 제 뒤에 얌전히 선 서문결을 바라보았다.
이 잘생긴 아이돌에게 어쩐지 미심쩍은 구석이 있던 것이다.
“저 왕팀입니다.”
지레 찔린 서문결이 먼저 말했다.
“아, 그랬나?”
일단 신석우 자신의 팀이 아닌 건 확실한데.
낮에 하도 많은 아이돌과 함께 촬영해서 상대 팀에 최종적으로 어떤 아이돌 게스트가 뽑혔는지 긴가민가했다.
정확히 괴물 팀이 생각한 계획대로였다.
그러나 신석우는 곧 의심스러운 점을 발견했다.
“근데 괴물 탈은 왜 쓰고 있어?”
“탈…… 멋있으라고 썼어요.”
“친구 이름이?”
“서문결입니다.”
아니, 저걸 저렇게 곧이곧대로 대답하면…!
순진하고 예의 바른 서문결의 답변에 지켜보던 온라온 외 9인이 탄식했다.
“그래 문결 씨, 좋은 시도였는데 연기 연습은 좀 더 해야겠다!”
다행히 공격을 대비하고 있던 서문결은 탈을 잡아채려는 신석우의 손을 피할 수 있었다.
그렇게 서문결의 어설픈 연기로 인해 기껏 준비한 위장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물론 진지하게 상대가 속아 넘어가길 바란 것이 아니라 되면 되는대로 좋고,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분량이 나오니 좋다는 생각으로 꾸민 일이었기에 작전 실패에 신경 쓰는 사람은 자신의 부족한 연기력을 자책하는 서문결 말고는 없었다.
“문결 아니고 결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서문결은 한 손으로는 자신의 탈을 지키고, 다른 손은 신석우의 금줄을 향해 쭉 뻗었다.
“!”
자리에 있던 오르카 멤버들은 감격했다.
“형…!”
서문결이 처음으로 다른 누군가에게 본인 입으로 제 이름을 올바르게 정정했다는 사실에.
얼마나 감격했냐면.
짝 짝 짝 짝.
감동한 얼굴로 기립 박수를 칠 정도로 감격했다.
“그렇습니다! 저희 형 이름은 결입니다! 문결 아니고 결! 서문! 결!”
“‘캐치 미!’ 제작진 여러분, 저희 오르카 분량을 다 편집해 버리셔도 좋으나 이 순간만은 꼭 내보내 주셨으면 합니다.”
“지금 이 방송을 보고 계시는 시청자 여러분, 세상에 서문이라는 성씨가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 주세요!”
사정을 아는 징샤오와 옥도윤도 웃겨 죽으려고 하면서 함께 박수를 보냈다.
짝 짝 짝 짝 짝…….
그러다 보니 다른 아이돌들도 기묘한 분위기에 휘말려 손뼉을 치고 있었다.
[괴물들의 강력한 정신 공격에 대상이 저항 의지를 잃습니다. 힘, 민첩, 의지 30% 감소 (대상: 서문결, 신석우)]‘결이 형은 우리 편이거든?’
피아를 가리지 않는 특수 효과에 온라온은 어이가 없었지만, 앞잡이…… 아니, 행동대장으로서 목소리를 높였다.
“인간에게 정신 공격이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계속합시다!”
이상한 표정을 한 괴물들이 계속 박수를 보내자 신석우는 정말로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 같았다.
‘캐치 미!’라는 방송을 몇 년 동안 해왔지만, 이런 정신없는 상황에 부닥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나마 오르카라는 그룹 안에서 생활하며 이런 해괴망측한 분위기에 어느 정도 면역이 되어 있는 서문결은 상대적으로 멀쩡했다.
귀가 붉어진 것을 보아 아예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닌 듯했지만…….
일단은 자신의 부족한 연기력을 만회하고자 신석우를 공격하는 데 집중했다.
“아리랑~ 아리랑~ 우리 왕은~”
“무운~결 아~니고오~ 결~이라네~”
이번 기회에 전 국민에게 서문결의 이름이 문결이 아닌 결이라는 사실을 알리려고 작정한 듯 서문결과 신석우를 원 모양으로 에워싸고 이상한 응원가까지 부르는 온라온과 아이돌들이었다.
‘이쯤 되면 광기 아닌가?’
그 모습을 카메라에 낱낱이 담던 신석우 담당 카메라 감독이 생각했다.
분투 끝에, 서문결은 골리앗 앞에 나선 다윗처럼 용맹히 싸워 신석우의 금줄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와아아아아!!”
“서문결! 서문결!”
“노 문결 예스 결!”
서문결은 뿌듯해했다.
‘이렇게 해야 예능 잘한다고 입소문 나는 거구나.’
먼저 데뷔하기는 했지만, 예능에는 익숙하지 않은 다른 선배 아이돌들이 잘못된 깨달음을 얻는 줄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