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18)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18화
괴물의 왕이 잡혔다는 소식은 없고 왕팀과 백성팀 인간들이 사냥당했다는 방송만 간격을 두고 울려 퍼지자 남은 인간들도 슬슬 위기의식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지금, 발목에 방울이 없는 애가 괴물의 왕이라…….”
– 신석우가 사냥당했습니다!
– 신석우가 사냥당했습니다!
“석우 형까지? 환장하겠네.”
남은 인간들은 최선을 다했지만, 괴물들은 인간을 직접적으로 탈락시키지만 않으면 된다는 규칙의 허점을 노렸다.
신석우를 탈락시킨 뒤로 견성하와 징샤오가 상대를 붙잡아 제압하고 서문결이 줄을 빼앗는 작전을 쓰는 괴물들 앞에서는 제아무리 힘이 센 ‘캐치 미!’ 멤버든 고경윤이든 속수무책이었다.
“샤오 너…….”
“지오 형 쏘리!”
아무튼 괴물 측 아이돌들은 몸과 머리, 양쪽을 다 써가며 최선을 다했다.
상황을 지켜보던 PD를 비롯한 제작진이 얘네 왜 이렇게 열심히 하느냐고 생각할 만큼 열심이었다.
“오늘은 오히려 게스트들이 더 돋보이는데요?”
“그러게. 생각보다 잘하네.”
‘일부러 온라온 씨한테 진짜 보옥을 맡긴 거긴 한데, 이렇게까지 잘할 줄이야.’
아무 아이돌에게나 분량을 뽑아낼 수 있는 아이템을 맡길 수는 없어서 신인이기는 해도 방송국 사람들 사이에서 방송 잘한다고 소문 난 온라온에게 보옥을 맡겼는데, 떨지 않고 배짱 있게 잘해줬다.
괴물 측에서 모든 보옥을 모은 뒤, 마지막으로 온라온이 금이야 옥이야 가지고 있던 제 보옥을 서문결에게 주었다.
평범하게 건네는 것이 아니라 마치 신하가 왕에게 전리품을 바치는 것처럼 한쪽 무릎을 바닥에 대고 두 손으로 건네니 시각적으로 제법 괜찮은 그림이 연출되었다.
그 전에.
“참, 칼과 창이 부딪치는 사극 전쟁씬 효과음 깔아주세요. 여기가 치열한 전장 한복판인 것처럼요.”
……라고 마이크에 대고 부탁하는 것도 온라온은 잊지 않았다.
후에 촬영분을 편집하던 스태프는 ‘얘 진짜 미국인 맞아?’ 하는 감상을 머리에서 떨쳐낼 수가 없었다.
* * *
‘캐치 미!’ 녹화가 모두 끝났다.
괴물 팀의 승리였다.
카메라가 멈춘 뒤에는 마지막까지 고생한 괴물 팀 아이돌들끼리 얼싸안으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여러분, 저희 사진 찍어요!”
“좋아요!”
사진을 찍어 추억을 남긴 다음에는 녹화하면서 여러 가지 말과 행동으로 속여넘겼던 출연진들을 찾아가 용서를 구했다.
“선배님! 아까 거짓말해서 죄송해요!”
아무리 방송은 방송일 뿐이라지만 혹시 기분이 상해 나에 대해 어떤 안 좋은 말을 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안 그럴 거라고 믿고 싶지만, 생각보다 좀생이 같은 방송계 인간들의 성품을 떠올려 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응? 아냐 아냐~ 설마 거기서 뛰어내릴 줄 몰라서 당황은 했는데.”
“예능인데 뭘 그런 걸 죄송해해. 너 오늘 잘하더라, 야.”
“감사합니다. 오늘 선배님 보면서 많이 배운 것 같아요.”
“하하하, 아까 지붕에서 뛰어내릴 때 발목 다치지는 않았고?”
“괜찮습니다!”
“우리가 하면 바로 발목이나 무릎 나가린데. 어린 게 좋구나.”
다행히 산적 분장을 했던 신석우까지 나를 악감 없이 괜찮게 봤다는 사실을 호감도 알림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선배.”
‘캐치 미!’ PD에게 칭찬을 듣고 완전히 녹초가 되어 앉아서 쉬고 있던 나를 부른 것은 한복 의상을 갈아입고 사복 차림으로 돌아온 고경윤이었다.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어요?”
“그래.”
녀석이 조용한 곳으로 가기를 원해서 우리는 사람들 틈을 벗어나 한적한 쪽으로 향했다.
견성하가 ‘안 친하다며?’라고 말하는 듯한 눈초리로 내 등을 쏘아보는 게 느껴졌다.
“막내야, 혼자 가지 말고 영민이 형이랑 같이 가.”
“알아.”
이럴 때 요긴하게 쓰라고 녀석을 오르카 매니저로 들인 거 아니겠는가.
이영민이 거리를 두고 따라오는 모습을 보던 고경윤이 넌지시 말했다.
“오르카는 관리가 빡빡하지는 않다고 들었는데.”
“관리라기보다는…… 저번에 내가 계단에서 떨어진 이후로 어디 혼자 못 가게 하는 게 좀 심해져서 ”
“그럴 만하죠.”
고경윤이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그날 선배가 그렇게까지는 안 해도 됐어요.”
“뭐…. 나도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어. 그냥 어쩌다 보니까 상황이 그렇게 된 거지.”
“그렇군요.”
잠시 신중히 말을 고르는 듯하던 고경윤이 잠시 뒤 내뱉은 말은 가장 단순한 문장이었다.
“……미안해요.”
“뭐가 미안한데?”
“…….”
고경윤은 생각 정리가 덜 된 듯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이 자식, 아무래도 마침 촬영도 겹치겠다, 연락이 너무 늦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일단 부르고 본 것 같은데.
안 되겠다.
넌 좀 더 괴로워해라.
* * *
힘들었던 ‘캐치 미!’ 촬영도 끝났고.
다시 행사 위주로 스케줄을 돌면서 틈틈이 올해 캐럴을 작곡해 보고 있었다.
문제는 이게 마음대로 안 된다.
“으어어, 피곤하다…….”
“그러게, 차에서는 무리하지 말고 한숨 붙이라니까. 눈 나빠져.”
운전하던 곽상현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이런 자투리 시간에라도 생각해야죠.”
그러나 캐럴이라고 하면 내가 참여한 곡인 ‘Present’보다도 ‘I don’t want a lot for Christmas……’로 시작하는 그 유명한 크리스마스 연금 곡이 먼저 떠오르는데 대체 어떻게 하냐는 말이냐.
간신히 그 크리스마스 좀비 같은 곡을 뇌에서 몰아내고 난 뒤에도 도무지 진도가 안 나가서 내 작곡 스승이자 도전을 권유한 반가을 대표에게 상담했는데.
“그러니까 지금, 머릿속에서 너무 많은 악상이 복잡하게 섞여서 문제라고?”
“네.”
“그런 부분에서 내가 가르쳐 줄 건 딱히 없는데…….”
“그런가요….”
“아, 나 아는 사람이 너랑 비슷한 타입이거든? 실력도 있는 사람이고, 너한테 관심 많아서 도와줄 것 같은데. 한번 만나 볼래?”
그래서 지금 나는 반가을 대표의 소개로 그녀만큼이나 유명한 작곡가 리상의 작업실에 와 있었다.
이 늦은 시간에, 이렇게 갑자기 찾아가도 되나 본인이 허락했다니 뭐…….
감성 있게 꾸며놓은 작업실 안으로 들어가니 리상이 바로 보였다.
“안녕하세요.”
“작곡 언제부터 했어요?”
반가을 대표에게 리상, 아니, 이상이라는 이름값 하는 사람이라는 언질을 들어둔 터라 인사도 생략하고 들어온 질문에 침착하게 답할 수 있었다.
“반가을 대표님께 제대로 기초 배운 지는 1년 정도 됐습니다. 작년부터 미디로 혼자 찍어 보는 연습했고요.”
그랬더니 리상은 카피해 보라면서 처음 들어 보는 음악 하나를 들려주었다.
기껏 여기까지 와서 카피나 하다니.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부지런히 손을 놀려 음을 찍었다.
최대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일념 하나로 30분 만에 곡 하나를 베껴냈다.
“다 했습니다.”
내가 카피한 곡을 들어 본 리상은 콜라를 캔맥주처럼 꼴깍꼴깍 들이키더니
“키야~ 재수 없네!”
명쾌한 소감이었다.
한편으로는 리상 작곡가가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아 나는 조금 힘이 들어갔던 어깨에서 힘을 빼며 너스레를 떨었다.
“요즘 그런 소리 자주 들어요.”
참고로 제일 많이 하는 놈은 견성하다.
너무 많이 들어서 재수 없다는 말이 이제는 달콤한 칭찬으로 들린다면 내가 이상한 건지 견성하가 이상한 건지…….
“그래서 뭐가 문제라고?”
나는 내 문제점을 리상에게 최대한 자세히 설명했다.
“……떠오르는 게 너무 많아서 문제라니, 제가 말하고 나서도 좀 이상하게 들리는 것 같긴 한데요.”
“재수 없구만!”
“선배님도 재수 없다는 소리 자주 들으셨을 것 같은데요.”
내 아부가 마음에 들었는지, 리상은 씩 웃었다.
“하아, 역시 천재는 천재를 알아본다더니…….”
와, 이걸 본인 입으로?
진짜 이상한 사람이다.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쉽다.”
“정말요?”
“그럼 가짜겠냐. 대신 내가 이거 알려주면 이번에 가을이 꼭 이겨야 한다.”
“못 이기면요?”
“아가야, 작곡 노예라고 들어봤니?”
……뭔지는 몰라도 꼭 이겨야겠다.
* * *
리상은 대체로 점잖은 반가을 대표의 지인인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이상한 사람이었지만, 짧고 굵은 조언만은 잡생각을 모두 날려버릴 수 있을 만큼 쓸 만했다.
덕분에 온라온은 며칠 뒤 전체적인 멜로디를 완성할 수 있었다.
그 날은 ‘캐치 미!’ 아이돌 체육대회 특집편 방송 날이었다.
‘캐치 미!’ 아이돌 체육대회 특집 편은 그 스케일에 맞게 2주에 걸쳐 방송됐다.
첫 주 방송은 흑팀 멤버들이 중심이 되었던 미니 게임 위주의 낮 촬영 분량으로 구성되었다.
– 아이돌 게스트는 노잼인데
– 게스트 없어야 재밌는 프로그램 1위 캐치미 아님?
– 난 그럭저럭 평잼 열심히 하더라
– 나오는 아이돌 중에 이름 아는 애가 거의 없음… 내가 늙은 건가ㅠㅠ
– 캐치미는 멤버 캐미 안 살면 게스트 와도 역효과가틈
아이돌 팬들은 아이돌 팬들대로 자기 아이돌 분량이 없어서 불만, 프로그램 골수팬은 골수팬대로 고정 멤버 케미가 죽었다고 불만이라 커뮤니티 반응은 그다지 볼 게 못 됐지만.
하지만 의미심장하게 편집된 예고편은 심드렁하던 팬들도 들썩이게 했다.
– ??????
– 뭐임
– 담주 꿀잼 같은데
– 예고 뭐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기준이형 왜 떨고 있엌ㅋㅋㅋㅋㅋㅋㅋㅋ
– 뭐야 담주 예고편에서 가면 쓰고 나온 거 누구야? 캐치미 멤버야???
– 뭔가 이번편은 예고격이고 담주가 본방일 듯ㅇㅇㅇ
– 캐치미는 추격전이지
그리고 예고편에서 스쳐 지나간 오르카 멤버들의 얼굴을 기가 막히게 알아본 에어리들은 직감했다.
‘우리 애들이 또 뭔가 하고 왔다.’
예능만 나갔다 하면 강렬한 장면 몇 가지는 꼭 뽑아서 오는 오르카라는 인식이 에어리들 머릿속에는 딱 박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