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16)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16화
내가 지붕에서 훌쩍 뛰어내린 다음, 인간들 반대편에 있는 담을 넘어 도망쳤다는 대목까지 들은 반요한은 발목의 방울이 경망스럽게 딸랑거리도록 웃었다.
누가 오지는 않나 주위를 경계하던 나는 좀처럼 웃음을 그칠 생각을 안 하는 반요한의 등을 퍽 쳤다.
“그만 웃어!”
“아야.”
나는 단서 쪽지를 직접 눈앞에 펼쳐 보여주었다.
“그만 웃으라니까. 이 단서나 빨리 풀어봐.”
“웃는 게 뭐 어때서.”
“웃는 소리 듣고 인간들 오면 너 버리고 혼자 도망칠 거야.”
“뭐? 의리 없긴.”
어쨌든 반요한은 내가 봤을 때는 긴가민가하던 단서를 훌륭한 솜씨로 풀어냈다.
“한옥 구조랑 관련한 퍼즐인데 넌 모를 만도 하지. 일단은 외국인이니까.”
“형은 검색도 안 해보고 어떻게 아는데?”
“수능 공부할 때 비문학 지문에 나왔던 거라.”
“아…….”
그런 상식을 심어주는 대한민국 입시에 감탄해야 할지, 수능 본 게 언젠데 아직도 그런 걸 기억하는 반요한 머리에 감탄해야 할지.
아무래도 후자 같았다.
아무튼 단서가 가리키는 집을 찾아 나선 우리는.
“어딜 그렇게 바쁘게 가시나.”
길목에서 산적, 아니, 산적 분장을 한 인간을 마주쳤다.
안 그래도 신체 능력이 좋아서 ‘캐치 미!’ 멤버들 사이에서도 야생 호랑이라고 불리는 저 선배는 허리춤에 탈을 주렁주렁, 10개도 넘게 매달고 있었다.
으스름한 밤에 이렇게 딱 마주치니 한층 흉악해 보였다.
“선배님 저희 한 번만 살려주시면 안 돼요?”
“그렇게 살려달라고 말하던 녀석이 다섯 정도 있었지.”
살벌하게 씩 웃으며 탈을 톡톡 두드리는 걸 보니 살려달라 빌어봤자 모두 저 사람 손에 사냥당했다는 소리인 것 같았다.
“둘이 다른 방향으로 도망치면 한 명만 잡을게.”
상대가 선심 쓰듯 말했다.
“선배님 완전 악당 같으시네요.”
그런 소리 많이 듣는다며 상대는 성큼 다가왔다.
질겁한 우리가 뒤로 물러났다.
“잠시만! 시간! 시간!”
“시간이 뭐야?”
“조선 시대잖아요. 타임이라 하기는 좀.”
내 헛소리에 상대가 피식 웃었다.
그때, 내 옆에 있던 반요한이 속삭였다.
“내가 선배님 쪽으로 가서 시간 벌 테니까 너는 그사이에 반대쪽으로 도망쳐.”
“뭐?”
“일단 진짜 보옥을 네가 가지고 있으니까 둘 다 당하는 것보다는 너라도 사는 게 낫지.”
게다가 제법 임팩트가 있을 희생하는 장면까지 뽑아낼 수 있으니 반요한의 말은 일견 합리적인 판단으로 들렸지만.
“뭐래. 형, 우린 둘 다 산다…!”
가만히 있어보라며 반요한을 얌전히 시키고, 나는 주머니에서 보옥을 꺼냈다.
“혹시 이거 안 탐나세요?”
내가 꺼내 보인 탐스러운 보옥의 자태에 상대가 혹하는 게 눈에 보였다.
“……그거 진짜냐?”
“왕팀 선배님들이 제 거 가지려고 지붕 위까지 쫓아오시던데요? 저 깜짝 놀라서 뛰어내리다가 발목 삐끗할 뻔했어요.”
사실과 거짓이 적절히 섞인 실감 나는 연기에 상대가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그 모습을 본 나는.
“에잇!”
당장 잠실 야구장에 시구하러 나가도 될 만큼 완벽한 포즈로 주먹만 한 구슬을 저 멀리 던져 버렸다.
상대와 반요한뿐만 아니라 VJ까지, 그 자리에 있던 사람 모두가 순간 예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보옥을 멍하니 올려다봤다.
“…….”
유리처럼 깨지는 재질은 아니니까 멀쩡하겠지.
곧 보옥이 흙바닥에 떨어지는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여기 보옥이다!”
화룡점정으로 목소리를 높여 우리 위치까지 사방팔방으로 알려대니 상대가 황당해하는 얼굴로 나를 보았다.
“저기 보옥 있어요!!”
바로 작전을 눈치챈 반요한도 나와 같이 소리를 질렀다.
때마침 상대 뒤쪽에서 누군가 뛰어오는 게 보였다.
그걸 확인하고 헛웃음을 지은 상대 얼굴이 ‘얘네 봐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괜히 저희 쫓아오시다가 보옥을 누가 먼저 가로챌 수도 있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저희가 달리기는 꽤 빠르거든요.”
그리고 모르기는 몰라도 괴물 둘 목에 걸린 점수보다는 훨씬 찾기 힘든 보옥에 걸린 점수가 더 높을 것이다.
저쪽에 뻔히 있는 보옥을 두고 도망치는 우리를 쫓아오는 건 손해였다.
오랜 짬을 무시할 수는 없어서, 상대는 우리가 뭔가 숨기고 있다는 걸 눈치챈 것 같았다.
“너희 뭐 다른 거 알고 있지?”
“글쎄요?”
오리발을 내민 나는 반요한과 눈짓을 주고받았다.
‘눈치채시기 전에 튀자.’
‘오케이.’
“그럼 살려주시는 걸로 알고 저희 먼저 가보겠습니다!”
“선배님 사랑해요!”
그 길로 우리는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쳤다.
다행히 상대는 뒤쫓아오지 않고 보옥 쪽으로 향했다.
아까 다 들으라고 소리 지른 탓에 다른 인간들도 근처로 몰려들었을 가능성이 컸지만, 목적지가 근처라서 해볼 만한 도박이었다.
“허억… 헉…….”
“하아…. 온라온, 아까 던진 거 진짜야?”
“아니.”
사실 던진 건 내가 가진 진짜 보옥이 아니라, 반요한이 가지고 있었던 색이 미묘하게 다른 가짜 보옥이었다.
이럴 때를 대비해 반요한 것도 내가 가지고 있었다.
지붕 위에 있을 때 만났던 인간들의 확신 어린 태도를 보면 아무래도 저들은 나한테 진짜 보옥이 있다는 정보를 가진 모양이니까.
가까이에서 자세히 보면 진짜 보옥이 아니라는 것을 금세 눈치챘을 테지만, 손안에서 바꿔치기해서 바로 던져 버렸으니 설마 내가 던진 게 가짜라는 생각을 바로는 못 할 것이다.
참고로 진짜 보옥은 넓은 소매 안으로 티 안 나게 은근슬쩍 흘려 넣었다.
‘치렁치렁한 옷이 도움이 되기는 하는군.’
“그래도 같이 살자는 건 감동이었어.”
“내가 형을 어떻게 버려.”
“와, 진짜 감동인데.”
“그래도 다음에는 보옥 대신 형을 던져 버릴 거야.”
“…….”
“농담이야.”
반요한의 어깨를 툭툭 쳐주고는 괜히 왔던 길을 돌아보았다.
“아무튼 아까 그 선배님한테 두 번 걸리면 우린 무조건 죽겠구나.”
“이제 거의 다 왔어.”
잠시 뒤 단서가 가리키는 곳에 도착했다.
“얘들아.”
어쩐지 익숙한 목소리.
“형!”
서문결이 보옥이 숨겨진 집 안쪽에서 문을 열고 나오고 있었다.
“형,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아까 도망치다가 숨었는데, 아까 들린 목소리가 너희 목소리 같아서 나와봤어.”
“아아…….”
“형, 여기 보옥 없어?”
“보옥?”
“응. 여기 보옥 있다는데.”
“잘 모르겠어.”
혹시 누가 먼저 가져갔나, 싶었지만 다행히 보옥은 방 안에 잘 숨겨져 있었다.
반요한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서문결에게도 전달했고(나는 오는 길에 들었다), 3:1이라는 인원수에 마음이 놓인 우리는 그대로 그 공간에 잠복했다.
* * *
역 사냥은 순조로웠다.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아무것도 모르는 인간이 보옥을 찾아 방으로 들어왔고, 우리는 인원수의 유리함을 내세워 앞이 안 보인다는 페널티를 극복하고 상대를 쓰러뜨릴 수 있었다.
최종적으로 상대를 잡은 것은 서문결이었다.
“이게 뭔데!”
“죄송합니다 선배님!”
“이러는 거 반칙 아니야!?”
“아닙니다, 선배님!”
탈락한 인간은 별도로 마련된 공간으로 떠나고, 함께 있던 제작진이 인간을 사냥한 괴물인 서문결에게 예스러운 두루마리를 내밀었다.
“읽어봐.”
첫 번째로 인간을 사냥한 괴물은 괴물의 왕이 되고 자신의 팀을 꾸려 제3세력으로 판에 끼어들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또한 발목의 방울을 제거한 괴물의 왕은 아무 데서나 인간을 사냥할 수 있다.
단, 괴물의 왕이 사냥당하면 그 순간 괴물 팀은 전체 탈락.
이 모든 사실은 현재 생존 상태인 모든 인간과 괴물에게 전해진다는 말까지.
우리가 다 본 두루마리를 도로 돌돌 말 때였다.
– 괴물의 왕이 태어났다!
– 괴물의 왕이 태어났다!
– 괴물의 왕이 태어났다!
촬영지 곳곳에 위치한 스태프들이 우렁우렁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오…….”
“결이 형 파이팅.”
“결이 어깨가 무겁네.”
“인간들은 아직 누가 우리 왕인지 모르는 거니까 그래도 할 만할 거야.”
“괜찮아. 내가 지켜줄게.”
내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던 서문결이 이내 작게 소리 내며 웃었다.
이 인간 지금 나 비웃었냐?
날카로운 눈초리로 바라보자 서문결은 뒤늦게 웃음기를 지우며 안 웃은 척했다.
그래봤자 다 봤다.
“라온아, 지켜줘.”
됐네요. 혼자 죽으라지.
어쨌거나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던 안타까운 처지에서 벗어나 뭔가 해낼 수 있다는 실마리가 보이자, 우리는 기세등등해졌다.
“너무 우리끼리만 하면 그러니까, 가면서 다른 괴물분들 보이면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자.”
“좋아.”
사실 인간에게서 단서를 빼앗아 온 것도, 그 단서를 푼 것도, 단서를 풀어 보옥이 있던 장소를 알아낸 것도, 그 장소에 미리 가서 대기하다가 인간을 잡은 것도, 다 우리 능력이었지만.
기껏 잘해놓고 자기들끼리만 다 해 먹는다는 비판이 안 나오려면 다른 출연진들과 적당히 섞이기도 해야 한다.
* * *
– 괴물의 왕이 태어났다!
– 괴물의 왕이 태어났다!
– 도도가 사냥당했습니다!
– 도도가 사냥당했습니다!
“괴물의 왕?”
바람을 타고 널리 퍼지는 소리에 인간들은 귀를 의심했다.
“괴물의 왕이라니요?”
“도도가 사냥당했다고?”
“아니, 이번에 우리 멤버 탈락은 없는 거 아니었어?”
“이게, 이게 뭐야?”
리얼리티를 위해서 ‘캐치 미!’ 멤버들에게는 괴물 또한 승리를 노릴 수 있는 세력이 될 수 있다고는 알리지 않았다.
“이거 난이도가 너무 높은 거 아니요?”
“이제까지 우리가 저 괴물들을 일방적으로 사냥했던 걸 생각해 보면, 이래야 공평하기는 하지.”
“도도는 대체 누가 탈락시킨 거야? 괴물의 왕은 누구고?”
그리고 그때.
– 유해리가 사냥당했습니다!
– 유해리가 사냥당했습니다!
“해리까지?”
무언가 이변이 벌어지고 있다.
불길한 바람이 인간들을 스치고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