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26)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26화
이프의 선동 시도 건이 밝혀지며 리프틴은 팬들이 안티라는 불명예스러운 말까지 생긴 가운데.
얼마 전 오르카는 데뷔 1주년을 맞이했다.
연말 스케줄 준비 속에서 하루하루 갈려 나가던 오르카 멤버들은 저녁에 짬을 내어 주문 제작 케이크 하나를 놓고 단체 B앱 라이브 방송을 하는 것으로 1주년을 시끌시끌하게 기념했다.
12월.
반가을 대표가 작곡한 ‘Wishes’가 발매되었다.
이제는 5위 안에 드는 온라온의 선공개 곡 ‘Olio’와 작년의 대히트곡인 ‘Present’보다 조금 낮은 위치에 안착한 ‘Wishes’였지만, 반가을 대표 본인은 조금 후련해 보여서 회사 분위기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바로 며칠 뒤는 ‘천유미의 음악열차’ 녹화 날이었다.
아직 크리스마스까지는 꽤 남아 있었지만.
녹화장을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나도록 본격적으로 꾸며놓으니 가족이나 연인, 친구 등 소중한 사람과 함께 방청하러 온 방청객들은 벌써 설레는 기분이었다.
녹화가 시작되고 산타 옷을 입은 천유미가 안쪽에서 걸어 나오자 방청석이 들썩이며 MC를 향해 박수를 보냈다.
– 안녕하세요. 617번째 음악열차에 탑승하신 모든 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저는 천유미입니다.
방청객들의 환대가 잦아들자, 천유미가 입을 열었다.
– 오늘은 크리스마스에 특히 함께하고 싶은 분들을 제가 특별히 섭외했는데요. 홍서람, 배세일, 장고, 투모로우, 권겨울, 유시원 그리고 오르카까지. 캐럴 명가 시드가 자랑하는 가수분들을 오늘 이 자리에 모두! 모셔보겠습니다.
천유미의 명쾌한 소개 다음으로는 무대 뒤편에 있던 연주자들이 누가 들어도 ‘캐럴이구나!’ 할 만한 포근한 전주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물론 방청객들은 전주에 넘어가지 않았다.
흘러나오는 곡은 전주만은 달콤하고 부드럽기 그지없는 ‘Olio’였고 지금에 이르러 차트 상위권에 있는 이 중독적인 노래의 진면목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곧 천유미와 같은 산타 복장을 한 배세일을 시작으로, 루돌프, 크리스마스 트리, 선물박스 등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다양한 분장을 한 시드 엔터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며 무대 앞쪽으로 나왔다.
올리오 올리오 오를레잇히
오를레이 오를레이
오를레이히이티~
과연 ‘Oilo’는 현장에서 라이브로 들으니 두 배로 좋고, 네 배로 웃긴 곡이었다.
곳곳에 있는 카메라들이 옆 사람을 마구 치며 숨넘어갈 듯 웃는 방청객들의 모습을 놓치지 않고 하나하나 담았다.
그래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건 널 위한 Present
언제 개그맨처럼 웃겼냐는 듯 포근한 미소를 지으며 작년 크리스마스 캐럴인 ‘Present’까지 훌륭하게 선보인 시드 가수진은 잠시 뒤 무대 위에 쭉 마련된 의자에 주르륵 앉았다.
– 어서오세요!
– 안녕하세요.
– 오늘은 세일 씨가 일일 MC로서 저와 함께 진행을 맡아주시기로 했습니다.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방청객들에게 꾸벅꾸벅 허리를 숙여 보인 배세일이 선배 홍서람과 후배들을 한 명 한 명 소개했다.
– 오늘 옷은 다들 일부러 맞추신 거죠?
– 네. 참고로 뭘 입을지는 공평하게 사다리타기로 정했습니다.
– 어디 보자…. 세일 씨는 저랑 같은 산타고, 겨울 씨는 순록, 장고 씨는 트리, 시원 씨는 눈사람, 서람 씨는… 선물박스, 그리고 투모로우 분들은 뭔가요?
– 저희는 ‘나 혼자 집에서’에 나오는 2인조 도둑입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투모로우 멤버들이 하찮은 포즈를 해 보였다.
– 오케이 통과.
– 감사합니다.
관대하게 투모로우를 통과시킨 천유미가 조금 전보다 한층 더 묘한 표정으로 오르카 근처에 멈춰 섰다.
– …….
– …….
– 오르카분들은… 뭐죠? 빨강 망토?
진심으로 궁금해하는 어조로 흘러나온 천유미의 물음에 관객들 사이에서 웃음이 번졌다.
강지우가 침착하게 답했다.
– 성냥팔이 소녀…언이요.
웃겨야 하는 예능이 아니라 평소 본의 아니게 대중들에게 노출이 잘 안 되는 음악적인 면을 보여주기 위해 출연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스타일리스트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여아를 대상으로 29,900원에 팔 법한 조잡한 코스튬 같은 의상을 대충 입혀놓지는 않았다.
성냥팔이 소녀를 떠올리게 하는 아이템들을 탁월한 센스로 매치해 놓기도 했고, 일단 옆에 인간 크리스마스 트리와 인간 선물 박스가 있으니 최소한 사람을 표현하고자 한 오르카의 모습이 특별히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섯 명이 똑같은 빨간 두건을 뒤집어쓰고 손수건 같은 천으로 윗부분이 덮인 바구니를 다소곳하게 든 모습이 평범하게 웃겼을 뿐이다.
‘이제 쟤네만 보면 웃겨.’
위튜브에서 오르카가 나오는 예능 클립을 자주 보았던 한 방청객이 생각했다.
– 정확히 소녀예요, 소년이에요?
– 소년이 남녀를 모두 포함하는 말이니 일단은 소년으로 하겠습니다.
– 좋습니다. 그런데 제가 알기로는 성냥팔이 소녀가 12월의 마지막 날, 그러니까 12월 31일을 배경으로 하는 동화로 알고 있거든요. 크리스마스랑 무슨 상관이죠?
천유미가 짐짓 날카롭고 예리한 눈빛을 보냈다.
– 그렇게 치면 저기 눈사람 선배님도 크리스마스랑은 그다지…….
– 저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요~
견성하의 소심한 반박에 작고 귀여운 인상의 유시원이 생글생글 웃으며 제목이 ‘화이트 크리스마스’인 곡의 한 소절을 맑은 목소리로 흥얼거리자 관객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 귀여우니 통과!
천유미가 열정적으로 외쳤다.
눈치와 분별력이라는 게 있는 평균 키 180㎝의 소년들은 귀여움의 화신인 유시원 앞에서 “저희도 귀여운데요.” 따위의 뻔뻔한 소리는 꺼내지도 않았다.
그 대신 온라온이 입을 열었다.
– 들어보세요.
온라온이 저렇게 거창하고 있어 보이게 서두를 뗀다는 것은 보통 헛소리로 듣는 사람을 농락하겠다는 뜻임을 캐치미 애청자인 한 방청객은 이제 차고 넘치도록 잘 알고 있었다.
– 오늘 크리스마스 아닌데 크리스마스 특집편 녹화하잖아요. 그런데 크리스마스에서 딱 6일 뒤인 12월 31일에 죽는 성냥팔이 소녀…언이 여기 오면 안 될 이유가 대체 뭔가요? (중략) 하지만 선배님들과 오늘 여기 계신 음악열차 승객 여러분이 저희가 이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고 말씀하신다면 당장 떠나겠습니다. 당연히 가야죠. 하지만 만약 그날… 지나가던 사람들이 성냥팔이 소녀를 매정하게 내치는 것이 아니라 상냥한 말과 함께 조금이라도 성냥을 사주었다면…… 어린 소녀가장의 삶이 그런 비극적인 죽음으로 끝나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중략) 비록 이대로 돌아가면 대표님이 무대하고 오라고 저희를 다시 내쫓으시겠지만. 천유미 선배님이 저희를 꼭 보내야겠다고 하시니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사기도 장단이 맞아야 친다고.
이제 어지간한 랩보다도 빠르게 말하면서도 감정을 자연스럽게 녹일 줄도 아는 온라온의 청산유수 같은 말이 끝나자 중간중간 “오늘 준비한 노래를 다 부르지 못하면 숙소에 돌아갈 수 없는데…….”나 “대표님 죄송합니다.” 같은 추임새를 야무지게 넣던 오르카 멤버들은 주섬주섬 일어나 바닥에 놓아두었던 바구니를 슬픈 얼굴로 집어 들었다.
처연함과 처량함이 돋보이는 모습에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귀여워하는 웃음을 터뜨렸다.
지금이라면 온라온이 “저희도 귀엽지 않나요……?” 같은 소리를 해도 먹힐 것이다.
기대 이상으로 괜찮은 방송 분량을 뽑아냈음을 감지한 천유미가 기분 좋게 외쳤다.
– 앉아요, 앉아. 눈 뜨고 코 베인다는 게 이런 거군요. 통과!
* * *
사실 오르카가 라인업에 포함되어 있다는 소식을 들은 순간부터 천유미의 머릿속에는 고민이 한가득하였다.
‘이걸 어떻게 살려야 하나…….’
아무리 아이돌들이 인기가 많고 컴백 때마다 몇십만 장씩 앨범을 판다고 해봐야 어디까지나 좁은 팬덤 안에서만 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경우가 다수였다.
실제로 ‘천유미의 음악열차’에 출연한 아이돌이 호평을 받은 적은 드물기도 했고.
그러나 적어도 오르카에 관해서 만큼은 그러한 걱정들이 기우였다는 사실이 금세 밝혀졌다.
오르카는 그룹 무대의 첫 곡으로 실패하는 법이 없는 ‘Again’을 준비했는데, 팬 아닌 사람들이 다수인 객석에서 후렴구 떼창까지 나오는 등 엄청난 호응을 받았다.
– 언제까지 할 거예요?
천유미는 밴드 연주가 끝나도 흥이 나서 계속 어게인을 외치는 오르카와 관객을 말리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그 뒤로도 여러 방송에서 갈고 닦은 센스를 발휘해 토크 시간도 잘 채운 오르카는 나머지 무대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 * *
녹화는 신곡 ‘Wishes’를 다 같이 부르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죽겠다….”
“녹화 끝나고 연습하러 가야 하니까 에너지 적당히 남겨두라고 했잖아.”
“그게 말처럼 쉽냐? 그리고 처음으로 밴드 라이브로 무대 해서 그런지 평소보다 더 신나더라고. 특히 키보드 소리가…….”
천유미에게 인사하기 위해 바로 퇴근하지 않고 대기하면서 멤버들과 작은 목소리로 떠들던 온라온은 문득 시야 끝자락에 잡힌 것을 보고 말을 멈추었다.
“소리가…….”
멀리 지나가는 여자의 뒷모습이 몇 달 전 보았던 장해나의 것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소리가 뭐? 왜 말하다 말아.”
“아니…….”
제 마음을 잘 알아주는 밴드 세션을 만나 들떴던 기분이 착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온라온이 저 사람이 어머니가 맞다는, 혹은 아니라는 확신을 얻기 위해 꺼놓은 인명 표시 설정을 켤지 말지 망설이며 고민하는 사이.
장해나를 닮은 여자는 점점 멀어지더니 어느 순간 전혀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럴 리가 없지.’
온라온은 그 사람이 여기 있을 리가 없다고, 기대하는 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 줄도 모르고 반가움에 가까운 감정을 느끼는 스스로를 타일렀다.
조금 뒤 정신을 차린 온라온이 의식적으로 눈을 꾹 닫아 감았지만, 어머니와 꼭 같은 뒷모습을 가진 여자의 잔상이 눈꺼풀 안쪽에 남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