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27)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27화
몇 주 뒤, ‘천유미의 음악열차’ 크리스마스&시드 특집 편이 방송되었다.
원래부터 ‘천유미의 음악열차’ 크리스마스 특집편은 특유의 볼거리와 풍성한 라인업으로 유명한 편이었는데.
거기에 오르카나 배세일, 권겨울 정도를 제외하면 평소에는 이런 방송에서 보기 힘든 희귀종 시드 가수들이 총출동하자 시청률은 최근 방영됐던 그 어떤 회차보다 훨씬 높게 잡혔다.
– 라이브로 듣는 화제의 그 잡탕캐럴 ‘Olio’ [천유미의 음악열차 617회]
– 지옥의 헬스 어게인 업보 돌려받는 원곡자 오르카 온라온 [기관장 Pick!]
– [EP.617] 시드 막내 오르카 귀여운 겉모습에 속으면 안 됩니다 (다큐멘터리 아님!)
오르카도 선배들의 위명에 마냥 업혀 가기만 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위튜브에 올라온 방송 클립의 조회 수나 댓글을 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 온라온 들어보세요 [[ 할 때부터 웃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캐치맨에서 온라온이 들어보세요 할때마ㅏ다 귀 막는 신석우 영상 링크 있는 사람ㅋㅋㅋㅋㅋ
┗ 여기ㅋㅋㅋㅋㅋㅋㅋ
– 다 라이브일텐데 노래 잘 부르네
┗ 현장에서야 몰라도 요즘은 천열차도 후보정 다 해서 모를..
┗ 라이브 잘한다는 후기 많이 나왔는데 괜히 초치지 마셈
– 온라온 즉석에서 건반 두드리면서 올리오 분해하고 재조립해서 아예 새로운 곡으로 들려주는 거 ㅈㄴ천재같음
– 현장에서 선배들이랑 관객분들 랑구보고 감탄하는 거 보고 에어리 왕뿌듯
┗ 근데 지우가 더 뿌듯해해서 오늘도 에어리 1패 적립
– 오르카 웃긴 사람들인 줄 알았는데 음악도 잘하네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SBC의 연말 가요제인 ‘가요제전’에 참석했다.
오르카는 선배들과 ‘Present’ 무대 하나만 하고 내려와야 했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캐럴 말고도 자신들의 곡을 한 곡 정도 끝까지 부를 수 있었다.
바로 다음 날은 오르카의 팬덤, 에어리의 생일이었다.
오르카는 저들의 팬에게 ‘에어리’라는 정식 이름이 생긴 날을 기념일로 삼았다.
시상식뿐만 아니라 방송사 연말 무대까지 며칠 간격으로 몰려 있는 탓에 11월보다 한층 더 바쁜 일정 속에서도.
멤버들은 손편지, SNS에서 팬과 소통하는 멘션 파티 이벤트, B앱 라이브 방송 등 여러 가지를 준비해 팬들을 유쾌하게 했다.
– (사진) 본인들 데뷔일보다 팬들 생일 더 정성들여 챙겨주는 아이돌 여기이따ㅠㅠㅠ
– (사진) 팬덤 생일이라고 하루종일 일정 짜서 축하해준 돌..
오르카 맞습니다ㅠㅠㅠㅠㅠㅠ
┗ 오르카 팬덤 생일 언제야?
┗ 12월 26일!
┗ 헐 나 왜 크리스마스로 알고 있었지
┗ 애들이작년크리스마스가요제전끝나고비앱켜서팬덤이름말해줬는데그때시간늦어서자정넘어가서한국시간기준26일돼서26일로축하하겠다고애들이직접말해줬어크리스마스에생일이면선물한번밖에못받지않냐고
┗ 알려줘서 고마워 이제 진정하고 숨쉬어…
– 애들 꽉꽉 채워쓴 손편지 받고 나공기 울었음ㅠㅠㅠㅠㅠ
– 오르카 멘파에서 지우한테 답장받는 꿀팁 공유
(사진) 막내 사진 4장 꽉 채워서 넣으면 됨 구라아님
┗ 귀여워ㅠㅠㅠㅠㅠㅠㅠㅠ
┗ ㅠㅠㅠㅠㅠㅠㅠㅠㅠ
┗ 둘다 사랑해ㅠㅠㅠㅠㅠ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우야 편애를 좀 숨겨봐..
┗ 지우 최애는 라온인데 라온이 최애는 언제쯤 지우가 될지 궁금해지는 새벽 2시
┗ 오르카 최고 성덕 온프대장 강지우
– 라온이 멘파때 팬이 배경화면할 사진 달라니까 레전드귀여운사진줌.. (링크)
┗ 박박이+온라온=3댕
절대 성공!!
┗ 박박이+온라온=2댕1묘
심장뿌심
┗ 윗분이랑 모쪼록 원만한 합의보시길 바랍니다
– (사진) 뮟친 내 심장..
┗ 서문결 고소
그렇게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다 보니 꽉 채워 보낸 일 년의 끝이 어느샌가 코앞이었다.
* * *
“추워. 창문 닫아.”
“응.”
크리스마스도, 에어리데이도 지나고.
이제는 진짜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우리는 여전히 제대로 된 신인상이 하나도 없었다.
출석하는 시상식마다 뭔가 받아 오기는 하는데 주최 측의 농간으로 뻔히 있는 신인상을 두고 뉴에이지상이라든가, 넥스트 제너레이션상 따위의 웃음도 안 나오는 말장난 같은 상만 받아 왔던 것이다.
웬만하면 그런가 보다, 승복하고 넘어가겠는데.
시상식이나 방송국에서 리프틴을 마주칠 때마다 거기 멤버들이 우리 눈치를 괜히 보는 게 아니다.
미묘한 감정을 티 내는 건 하수나 하는 짓이라 그 녀석들에게는 신인상 축하한다고 깔끔히 얘기하고 끝냈지만.
이러다가 제대로 된 신인상은 하나도 못 받는 게 아닌가.
그런 의구심이 우리 사이에 차츰 피어나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그리고 나는 그 불안을 연습으로 누르고자 했다.
몸이 피곤하면 잡념은 자연스럽게 날아가는 법이다.
‘조급해하지 말자.’
시상식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신인상 집계 기간에 들지 않아 애초에 우리는 못 받을 곳이나, 초대받지 않은 뮤직박스 주최 시상식도 이미 다 지나갔다.
곽상현의 말로는 리프틴의 소속사가 영향력을 발휘할 만한 시상식도 이제는 대부분 막을 내렸다는 모양이라 이제는 진짜로 받을 가능성이 높았다.
‘원래는 이렇게까지 집착 안 했는데, 자꾸 그러니까 오기가 생긴단 말이지.’
다행히 멤버들도 이런 일 정도로는 크게 흔들리지 않아서, 첫 연말 무대를 해외 팬층의 관심을 어마어마하게 받을 만큼 성공적으로 꾸린 견성하의 뒤를 이어 강지우와 서문결 역시 자신이 준비한 무대를 훌륭하게 끝마쳤다.
물론 사이사이 우리가 기획하지 않은 무대 역시 최선을 다해 소화했다.
이제 멤버 연출 무대 중 남은 것은 해가 바뀐 뒤에 있을 나와 반요한의 무대뿐인데.
그중에서도 내 무대가 먼저였다.
웬만한 곳은 다 한 곡씩만 시켜주기 때문에 내가 고심 끝에 선택한 곡은 ‘Dream’이었다.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앞선 세 사람보다 길었던 덕분에 나는 본격적인 무대 회의 때까지 편곡까지 해 갈 수 있었다.
“괜찮네.”
“아이디어 좋다.”
편곡된 곡을 들어본 멤버들이나 동석한 직원들 반응이 긍정적이라 일단 첫 단계는 통과한 기분이었다.
편곡해 간 곡에서 드러나는 이미지가 명확하다 보니 회의 진행은 빨랐다.
‘사실 다들 피곤해서 끔찍하지만 않으면 통과시키는 것 같기도 하고…….’
나 혼자 고민할 때는 좀처럼 채워지지 않던 구멍들도 머리를 맞대니 금방 메꿔졌다.
“그럼 제가 아는 댄서 팀 섭외해 보겠습니다.”
“아, 이거 제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 거를?”
“댄서들 역할이요.”
나 혼자 다수의 댄서가 하는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나서니 사람들 표정이 어리둥절해졌다.
나는 차분하게 내가 생각한 바를 설명했다.
“그러니까, 한꺼번에 하는 게 아니라 한 명, 한 명, 턴을 넘기듯이 하겠다고?”
“안 될까요?”
“아니. 돼. 되긴 되는데…….”
자리에 있던 정새봄이 우선 모호한 긍정을 하고 난 뒤 말을 골랐다.
“성하랑 네가 피치 뮤직 어워드에서 했던 것처럼 주먹다짐 같은 페어 안무도 아닌데, 남자끼리 그런 춤을 춘다는 게 상상만 할 때는 되게 그럴듯해 보이지만, 생각보다 부담스러워지기 쉽거든.”
“아니… 누가 들으면 제가 이 형들이랑 무슨 섹시 댄스라도 춘다고 한 줄 알겠어요.”
여기저기서 가벼운 웃음이 터졌다.
“그래도 저는 괜찮을 것 같은데요? 사실 춤은 잘 모르지만, 떠오르는 그림 자체는 되게 좋아요. 어울리고.”
컨셉 짜기 좋아하는 주열음이 나를 지지했다.
“무리 안 해도 충분히 멋있는 무대 될 수 있는데, 굳이 무리하는 게 아까워서 그래요. 얘네한테 지금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은 것도 아니고.”
정새봄은 실패 사례를 몇 가지 찾아 보여주었다.
과연, 영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래도 팬들은 이성 댄서랑 추는 것보다는 멤버들끼리 소화하는 걸 훨씬 더 좋아할 거고, 부담스럽지 않게 표현할 자신도 있지만 형 말씀도 일리가 있으니 우선 제가 먼저 안무 짜와서 보여드릴게요. 그다음에 어떤지 말씀해 주세요.”
“그럴 시간이…….”
“사흘, 아니, 이틀 안으로 준비할 테니까 보시고 영 아니다 싶으면 처음 계획대로 댄서분들한테 맡기는 걸로 해요. 그럼 괜찮죠?”
이틀 동안 잡혀 있는 연습 스케줄을 누구보다 잘 아는 멤버들과 매니저들이 정말 되겠냐는 눈으로 나를 보았다.
“내가 또 하면 하지.”
대수롭지 않게 장담한 나는 침착하게 이번에는 내 체력 스탯을 얼마나 갈면 좋을지 계산했다.
* * *
이틀 뒤.
“허억… 허억…….”
마지막 동작을 마치자마자 연습실 한가운데에 풀썩 쓰러진 온라온을 멤버들은 질린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정말로 다른 일정이 빠듯하게 차 있는 48시간 안에 댄스 브레이크 안무를 만들고, 그에 맞춰 곡까지 다시 수정한 온라온이 도무지 사람으로는 안 보였다.
“……사람이냐?”
“일단 사람 꼴은 아닌데요.”
평소였다면 온라온이 쓰러지자마자 달려가 호들갑을 떨며 부축했을 강지우도 이번만큼은 조금 질린 얼굴이었다.
“괜찮아?”
가슴을 들썩이며 숨쉬기 바쁘던 온라온이 물었다.
“그건 내가 할 말인데……. 괜찮아?”
온라온은 자신이 죽을힘을 다해 만든 곡과 안무가 어떤지를 물은 것일 테지만 그를 부축해 앉힌 강지우의 입에서는 다른 것에 대한 대답부터 나왔다.
“아니, 안 괜찮아 보여…….”
“뭐?!”
“진짜 안 괜찮아 보여.”
“헉.”
한숨도 못 자고 과로한 탓에 여느 때보다 초췌한 낯을 한 온라온의 코에서 코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순간 깜짝 놀랐던 온라온은 머쓱히 웃으며 반요한이 내미는 휴지를 익숙히 받아 코를 지혈했다.
“그래서 어땠어?”
멤버들과 시선을 주고받은 서문결이 대표로 답했다.
“최고로 좋아.”
* * *
그리고 12월 31일.
올해 연말 무대는 어느덧 하나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푸엣취!”
그 하나가 최저기온 영하 11도에 이뤄지는 야외무대라는 점만 아니면 참 좋았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