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28)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28화
머리가 멍했다.
여기 체감 온도가 몇 도랬지.
‘아, 영하 18도.’
유난히 추운 날씨가 미친 건지, 체감 온도 영하 18도에 야외 무대를 시키는 방송국이 미친 건지 모르겠다.
롱패딩 안쪽에 핫팩을 덕지덕지 붙여 단단히 무장했는데도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이 정면에서 미친듯이 불어오는 바람에 리허설이 끝날 때쯤에는 몸에 온기라는 게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신발 속 발끝까지 얼어붙는 상황에서도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데 성공한 스스로가 대견했다.
“킁.”
상황이 그러다 보니 리허설을 힘겹게 마치고 따뜻한 대기실로 돌아갈 때쯤에는 우리 중에 코를 훌쩍이지 않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더 어려웠다.
“어우, 춥지? 고생했어. 빨리 와서 몸 녹여.”
“감기 걸리겠다. 이따가 자기 전에 감기약 꼭 먹어.”
“네.”
추운 곳에 있다가 히터 열을 쬔 손가락 끝이 근질근질했다.
따뜻한 대형 핫팩을 끌어안고 바닥에 퍼진 떡처럼 누운 강지우가 갑자기 한탄했다.
“우리 막내가 벌써 성인이라니. 세월이 무상하고 야속하구나…….”
이 인간은 또 왜 이러냐….
* * *
늦은 밤.
일산과 상암의 MBS 공개홀과 임진각 특설 야외무대, 총 세 군데에서 동시에 치러지는 올해의 마지막 방송이 MC들의 오프닝 무대로 시작되었다.
체감 온도가 영하 20도에 육박하는 임진각에 와 있는 오르카의 순서는 신인답게 앞쪽이었다.
오르카가 극도로 추운 임진각에 나간다는 소식을 들은 스타일리스트는 무조건 따뜻하고 포근하게 입혀야겠다고 다짐했고, 그 결과물이 에어리들의 마음에 길이길이 남을 스키복 컨셉의 ‘Again’ 무대 의상이었다.
‘애들 스키복!’
‘Again’의 운동부 컨셉을 살려 단체 운동복 느낌이 나게 리폼한 스키복을 입힌 스타일리스트의 센스가 돋보였다.
물론 춤추는 데 방해가 되거나 카메라 앞에서 옷 태가 너무 부하게 나오면 안 되니 실제 스키복처럼 두껍게 껴입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겨울옷을 입은 멤버들은 야외무대에 출석한 아이돌 중 가장 따뜻해 보였다.
‘와, 어게인 흰색 스키복? 그냥 죽으라는 거지? 고글 미쳤다. 코디님 따뜻하게 입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번부터 센스 넘치시는 거 내가 알아봄. 월급 두 배로 받으세요. 아니 근데 투명 고글 진짜 미친 거 아니야? 온라온 고글 하……. 요정인가? 천사인가? 아이돌 해줘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현장에 있던 에어리는 강추위에 얼어붙은 입은 복잡한 감탄사 대신 비명 같은 환호성만을 열정적으로 뱉어냈다.
“악! 아아아악!”
이 추운 곳까지 몸소 와준 팬들의 응원 소리를 들은 멤버들은 추위를 잊으려 노력하며 열심히 무대에 집중했다.
하지만 추위는 근성으로 이겨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개추워. 방송국 미친 새끼들.’
온라온은 거칠고 격한 생각과 활짝 웃는 얼굴로 입밖으로 내뱉는 가사가 바뀌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했다.
위기는 무대 종반에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그리고 외쳐!
어게에-에취!
어쩐지 조금 전부터 코안이 간질간질하다 싶더니…….
정면에 있는 방송국 카메라 렌즈에 대고 재채기를 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순간적으로 고개를 돌리고 팔뚝으로 입을 꾹 누르기는 했지만, 참고 참은 재채기 소리의 일부가 뺨에 부착된 마이크에 들어가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그리고 추위를 견디며 몇 시간 동안 대기한 끝에 방청석의 앞줄을 쟁취할 수 있었던 근성의 에어리들은 보았다.
직후 입술을 꽉 깨무는 강지우와 어깨를 부들부들 떠는 반요한과 처음으로 자기 파트를 놓칠 뻔한 서문결과 표정 연기에 실패한 견성하, 그리고 깜짝 놀랐다가, 약간 울상이 되었다가, 애써 아무 일도 없던 척 평소보다 더 안무에 열중하는 온라온을…….
추위 때문인지, 부끄러움 때문인지, 보통 때보다 불그스름하게 상기된 얼굴로 무대에서 내려온 온라온은 자신과 눈만 마주치면 속절없이 웃는 사람들을 보고 속으로 욕설을 삼켰다.
‘×발….’
잠시 뒤, 생방송 무대에서 재채기한 것은 자신이 최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온라온은 현실을 강하게 부정했다.
아니, 이 개같이 추운 날씨에 무대 하다가 자기 파트에서 재채기한 사람이 진짜 한 명도 없는 거냐고.
* * *
온라온이 콧물은 안 흘린 게 어디냐고 자기합리화를 마쳤을 때쯤.
이 즐거운 떡밥을 놓칠 리 없는 사람들에 의해 온갖 커뮤니티와 SNS에는 실시간으로 글이 올라오고 있었다.
– (영상) 오르카가 라이브 인증하는 방법
– 아 귀여웤ㅋㅋㅋㅋㅋㅋㅋ
– 연말까지 큰웃음 주고 가는 예능천재 온라온 ㄱㅇㄱ
– 무대에서 재채기한 온랑구 표정: OoO!
– 라온이 너무 귀여워서 이 날씨에 내새끼 임진각 보낸 엠브스 본사 뿌심ㅇㅇ
– (영상) 상체는 어게에취 때문에 크게 놀랐는데 하체는 착실하게 안무하는 겈ㅋㅋㅋㅋㅋㅋㅋ
– 에어리여러분 오늘부터 외쳐 어게인 아니고 외쳐 어게에취입니다
┗ 라온이 울겠어요
┗ 저희 애 이런 일로 울 정도로 나약하게 키우지 않았어요
– 역시 가수 놀릴 때 제일 즐거워하는 팬덤 에어리
– 강제 라이브 인증ㅋㅋㅋㅋㅋㅋㅋ
– 울랑구.. 진짜 추워보여서 맴찢인데 귀엽고 웃긴건 어떻게 못 참겠다ㅋㅋㅋㅋㅋㅋ
– 발카 미쳤나
– 다른 멤버들 뜻밖의 웃참챌
– ㅎㅁㅕㄴ장인데 내 주위 다 우섯음ㅋㄱㅋㄱㅋㅋㄱㄱㅋㅋㅋㅋ
┗ 거기 얼마나 추워요?
┗ 얼어뒤질것같음싯팔..;
과거에는 비슷한 상황에서 ‘하얀머리 걔 이름 뭐임?’ 같은 글이 여럿 올라왔었지만, 데뷔한 지 1년 정도 된 지금은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다들 알아서 온라온을 앓고 있었다.
– 오늘 온라온 미모 미쳤는데..
– 온라온+겨울+백발=무패
– 타팬인데 온라온 클로즈업 잡힐 떄 헉했음 노뜬금으로 팬들쪽 잡는 발카 때문에 오래는 못 봤지만^^..
– (사진) 야외무대 ♡같지만 사진은 진짜 조녜로 나오는듯,,, 입김까지 예술임
물론 인지도가 상승한 건 온라온만이 아니었다.
볼 게 없어 MBS 연말 가요 프로그램을 보던 일반 시청자들의 눈에 어느샌가 다른 멤버들의 이름과 얼굴 또한 익어 있었다.
남자 아이돌로서는 드물고 좋은 일이었다.
* * *
어느새 시간은 11시 40분을 지나고 있었다.
따뜻한 방송국을 뒤로하고 혹한의 임진각으로 차출당한 모든 아이돌이 새해 카운트다운을 하기 위해 무대 위로 꾸물꾸물 올라왔다.
그로부터 다시 10분 정도 지났을 때는 MC들이 성인이 되는 아이돌들을 대상으로 차례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1년 내내 ‘아이돌 예능 대전’, ‘텐 투 텐’, ‘뮤직팡팡’, ‘추석맞이 아이돌 체육대회’, ‘캐치 미!’ 등 MBS의 각종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하며 최근 우스갯소리로 MBS의 아들이라고도 불리는 온라온도 무대 앞쪽으로 불려갔다.
“라온 씨는 이제 성인이 되면 어떤 걸 하고 싶어요?”
마이크를 받은 온라온은 침착히 답했다.
“미성년자 시절의 웃긴 막내 같은 이미지를 벗고, 성숙하고 멋있는 이미지가 되고 싶습니다.”
신선한 답변에 MC가 자기도 모르게 웃었다.
술 마시고 싶다, 여행 가고 싶다, 청소년 시청 불가 영화나 음악을 감상하고 싶다 등 연말 가요 프로그램 진행을 보며 온갖 소망을 들어봤지만, 이런 색다른 야망을 드러내는 아이돌은 처음이었다.
물론 그마저도 에어리들은 극히 귀여워했다.
뒤편에서 마이크에 잡히지 않을 만큼 아주 작은 소리로 “그래도 넌 우리의 영원한 막내다…….”라고 강지우가 스산하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당사자는 최선을 다해 못 들은 척했다.
SNS 타임라인도 오르카의 영원한 막내 온라온이 곧 성인이 된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는 에어리들에 의해 일찌감치 눈물바다가 되었다.
– (사진) 3분 뒤에 성인되는 오르카 막내 미모
┗ 이제 라온이 앓을 때 철컹철컹 드립 안쳐도 되냐거ㅠㅠㅠㅠㅠㅠ
– 퓨ㅠㅠㅠㅠㅠㅠ라온이가 성인..? 나는 못 믿어
– 온라온이 성인? 시간 왤케 빠르냐..
– 라온이 18살에 픽핱 나온거니까 그렇게 어릴 때부터 본것도 아닌 것 같은데 이제 성인이라는게 나는 왜 이렇게 안 믿기지 ㅠㅠㅠㅠㅠ
┗ (사진) 몇 년 사이 애가 훌쩍훌쩍 커서..
┗ 2년 사이 외적내적 양쪽으로 엄청 성장해서 더 그런듯ㅠㅠㅠㅠ
– 나 결이 최애인데 막내 보면 되게 애틋해 개호로잡놈들이 그지랄을 떨었는데도 무사히 잘 컸구나 하고.. (오열하는 이모티콘)
–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우리 막내 이제 성인이다.. 전원 성인그룹 오르카!!!!!!
– (사진) 18세 온라온.. 곧 20세 온라온… 그래도 내 눈에는 둘다 애기야ㅠㅠㅠ
그때, 스태프의 신호를 받은 MC 한 명이 외쳤다.
“바로 이 순간! 11시 59분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와 함께 뒤쪽 전광판에 대형 시계가 나타났다.
본격적인 새해 카운트다운을 시작할 때쯤에는 다들 자기 그룹 멤버들끼리 얼싸안듯 모였다.
오르카도 그랬다.
뺨이 얼어붙은 멤버들이 추위에 발을 동동 구르고 오들오들 떨면서도 파랗게 질린 입술로 수고했다는 말을 서로서로 건넸다.
“올해가 어떻게 가기는 갔네.”
“진짜 너무 길었던 것 같아요.”
“수고했어.”
“그래서 앞으로 더 수고하자고?”
“응.”
“얘들아, 결이가 요즘 되게 냉정해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형들한테만 그래요.”
“!”
“라온아, 성인 된 거 축하해.”
“저거 봐요.”
“됐고 안아보자 내 동생들!”
강지우가 행복하게 동생들을 끌어안는 순간, 일 년이 끝나고 새로운 해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