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3)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3화
“라온이라고 했지? 요한이한테 네 얘기 많이 들었다. 나이도 어린데 부산에서 혼자 올라왔으면 고생 많이 했겠네. 피곤하지는 않고?”
“네. 감사합니다.”
나는 지금 반요한과 서문결을 데리러 온 시드 엔터 직원의 차에 타고 있었다.
시드 엔터 매니지먼트팀 소속 곽상현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내게 끊임없이 말을 걸었다.
대형 출신이라는 말을 미리 들어서 이렇게 관심을 보이나 싶을 만큼.
그냥 사람이 원래 사교성이 좋은 것 같긴 하지만. 매니지먼트팀에서 일하기 좋은 성격이네.
“저 물 좀 마셔도 돼요?”
“어. 뒤에 있는 거 아무거나 마시면 돼.”
그 말대로 뒷좌석에는 500mL 생수 여러 병이 차가 멈추거나 방향을 틀 때마다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있었다.
처음 보는 브랜드였다.
나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중 하나의 뚜껑을 따서 마셨다.
“그러고 보니 라온이는 학교는 어떻게 했어? 결이나 요한이는 졸업했으니 그렇다 쳐도, 지금 3월인데 고등학교는 다 개학한 거 아닌가. 학교 부산에 있으면……. 아, 트루였으니까 서울에서 다녔으려나.”
그럴듯한 답을 생각하는 시간을 벌기 위해 목이 엄청 말랐던 것처럼 생수 한 통을 억지로 다 비워가던 나 대신 서문결이 답했다.
“졸업했어요.”
잠깐. 날 대신해서 누가 뭘 해?
“응? 결아, 내가 잘못 들은 것 같은데 다시 말해줄래?”
“얘 고등학교 졸업했어요.”
예고 없이 출생의 비밀에 준하는 학력의 비밀을 맞닥뜨린 나는 마시던 물을 그대로 뿜었다.
“푸우웁…!”
물이 상했나? 그래서 내가 지금 청력이 맛이 갔나? 서문결이 말하는 ‘얘’가 내가 아닌가?
“콜록콜록!”
물이 기도로 넘어가서 목이 따끔거린다.
“…….”
정신없이 캑캑거리며 기침하다가 간신히 정상적으로 호흡할 수 있게 되었을 때쯤 나를 이상하게 보는 두 쌍의 눈을 발견했다.
곽상현도 운전하면서 백미러로 나를 흘긋대고 있었다. 형은 운전에 집중하셔야죠.
“그러니까, 뭐라고?”
조수석에서 반요한이 질색하며 손끝으로 건넨 티슈로 물의 흔적을 닦은 다음, 나는 내 청력을 확인했다.
“2월에 같이 졸업식 했잖아.”
이 와중에도 서문결은 침착한 태도로 내 질문에 답했다.
“형 졸업식에 내가 갔다고?”
“응. 와서 너도 같이 졸업했잖아.”
“형은 형이고… 난 18살인데?”
“조기입학 했다면서.”
그렇게 말하는 서문결은 살짝 당황스러워 보였다. 마치 내가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할 사실을 묻고 있다는 것처럼.
그렇지. 내 정본데 내가 알고 있어야지.
그런데 난 온라온이 아니잖아?
나는 표정을 가다듬으며 아무렇지 않은 척을 했지만, 그 속의 혼란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반요한의 예민한 시선이 룸미러에 반사되어 내게로 꽂혔다.
저 머리 좋고 감도 좋은 새끼가 각 잡고 내 얘기, 아니, ‘온라온’의 얘기를 캐물으면 수상하게 보이지 않을 자신이 없다.
정리, 정리를 해보자. 빠르게.
‘온라온’은 00년생이다. 이 게임 세계는 지금 2017년 3월이니까 한국 나이로 쳤을 때 18살. 그렇다면 고등학교 2학년이 되는 게 맞다.
그런데 시스템은 소속된 단체가 없다고 했지.
나는 나이 때문에 당연히 자퇴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올해 졸업했다고? 그러니까, 18살에?
서문결의 말대로 조기입학을 했다 쳐도…. 애초에 우리나라에서 2년씩이나 일찍 졸업하는 게 가능한 일인가?
“특이하네. 조기입학은 1년까지라고 들었는데 내가 잘못 알고 있나?”
나와 같은 생각을 한 곽상현의 물음에 반요한이 답했다.
“흔한 일이 아니기는 한데, 가능은 해요. 빠른년생 자체는 조기입학이 아니거든요.”
아무도 못 알아들었다.
“……요한아, 좀 풀어서 설명해 줄래?”
“그러니까 일반적인 초등학교 입학 가능 나이가 만으로 6살이잖아요. 정확히는 입학일을 기준으로 만 6세가 되면 입학할 수 있다는 거죠.”
“그렇지.”
“그런데 전에는 이 입학일이 3월 1일이라서 한국 나이로는 7살이어도 1월이나 2월에 생일을 보내면 만 나이는 6살이 되어서 초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어요. 이걸 빠른년생이라 하는 거고.”
“으음, 대충은 알겠다. 그럼 조기입학은?”
“상현이 형 말대로 조기입학은 1년까지 가능해요. 조기입학으로 1년을 앞서서 만 5세에 입학하는 거죠.”
곽상현의 표정을 살펴 그가 이해했는지 확인한 반요한이 말을 이어갔다.
“정리하자면 온라온은 생일이 1월이거나 2월이거나 해서 원래도 한국 나이 7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는데, 거기서 다시 조기입학 제도를 활용해서 한국 나이 6살, 만 나이 5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게 되겠네요.”
“와. 신기하네.”
“와, 신기하다.”
“뭐… 굳이 그렇게까지 하는 사람은 드물지. 그리고 03년생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해부터 빠른년생이란 게 아예 없어지고 입학 기준일이 1월 1일로 바뀌면서 이런 식으로는 이제 못 해.”
아무튼 척척박사 반 선생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그런데 온라온은 본인 얘기인데 왜 처음 알았다는 것처럼 반응하지?”
“이렇게 정리해서 들으니까 새삼 신기해서 그런다.”
“그으래….”
확실한 가닥을 잡은 의심까지는 아니더라도 미약한 의혹이 섞인 분위기.
내 어색한 언행을 해명해야 했다. 아니면 기껏 생기려는 숙소가 사라진다.
“……사실은.”
신호에 걸려 차가 멈춘 사이 세 사람의 시선이 내게 향한다.
나는 과하지 않을 만큼의 씁쓸함을 목소리에 담아 말했다.
“내가 그, 트루에서 나온 충격이 워낙 커서 한동안 좀 정신없이 살았거든. 지금은 괜찮아졌는데 예전 기억이 좀 가물가물해.”
게임을 하며 두 번째로 보는 크리티컬이다. 저번에 숙지 강행 성공했을 때가 처음이었지, 아마?
[연기력의 효과로 당신의 미숙한 거짓말이 설득력을 얻습니다.]연기력에 이런 부가 효과가 있구나.
급하게 둘러댄 거지만, 내용 자체는 제법 그럴듯하다.
3년 동안 있던 기획사에서 나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개인 연습생 신분으로 출연한 고등학생의 멘탈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실제로 연습생 때부터 안팎에서 들어오는 갖은 압박 때문에 정신과에서 약을 처방받아 먹고 다니는 애들도 봤고.
공교롭게도 내가 현실에서 소속사를 박차고 나온 것 또한 나이로 따지자면 고등학생 때의 일이었다.
‘이런 것까지 ‘온라온’이랑 겹치네.’
기분이 묘했다.
[세 사람이 안타까운 사연의 당신을 몹시 안쓰러워합니다.]어느샌가 하늘이 흐려지며 내리기 시작한 봄비가 차를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차 안 분위기가 순식간에 밑바닥까지 가라앉았다. 숨 막힌다.
“…….”
그렇게까지 안쓰러워하실 필요 없는데요. 저 온라온 아니고 온하제인데요.
잠시 뒤 나는 스스로 불러온 침묵을 견디지 못하고 외쳤다.
“저 지금은 완전 멀쩡하니까 걱정들 안 하셔도 돼요. 진짜로요!”
내향형 인간의 필사적인 노력을 알아준 건지 곽상현이 서둘러 맞장구를 쳤다.
“어어, 그래. 씩씩하네. 원래 어디서든 참고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 건데 목소리 들으니까 걱정 안 해도 되겠어.”
“그래. 이번에는 잘될 거야.”
곽상현과 서문결의 훈훈한 응원에 고맙다고 답하고 한숨을 돌릴 때였다.
조수석에서 혼자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던 반요한이 조곤조곤한 말투로 돌아보지도 않고 지나가듯 말했다.
“그래. 잘됐으면 좋겠네.”
[반요한이 당신이 픽하트에서 탈락하기를 바랍니다. 반요한 호감도 +1 현재 호감도 +33]아니, 이 미친 여우 새끼가…?
내 표정이 약간 굳은 것을 본 서문결이 안 좋은 과거를 괜히 떠올리는 바람에 힘들어한다고 생각한 건지 팔을 뻗어 내 어깨를 토닥였다.
그 덕분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둘이 같은 학교였으면 원래 아는 사이였던 거야? 같은 반이었다든가?”
정신적 충격으로 기억이 불분명하다는 놀라운 설정이 생긴 나 대신 서문결이 답했다.
“2학년 때 반년 정도.”
“1년도 아니고 반년?”
“라온이는 2학년 2학기에 편입했었어. 3학년 때는 다른 반이었고.”
“나 무슨 과였지?”
나는 아예 대놓고 뻔뻔하게 나가기로 했다.
시스템 덕분에 적어도 여기 있는 사람들은 내 말을 믿고 있다는 확신을 가졌기에 저지를 수 있는 일이었다.
서문결이 잠시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가 한결 친절해진 목소리로 답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반요한이 가지고 태어났어야 하는 인성까지 서문결한테 간 것 같은데.
“실용무용과.”
“트루 들어가면서 학교도 옮긴 거지?”
“맞아. 외국에서 온 거라고 들었어. 초등학생 때 미국으로 넘어갔다가, 트루에서 한 글로벌 오디션에 합격하면서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아…하…….”
오늘 무슨 날인가. 하나를 간신히 수습하면 또 다른 과거 설정이 풀린다.
플레이어 과거 설정은 그냥 출신 미상으로 신비롭게 내버려 두라고.
어쨌든 캐릭터 정보를 복원해 고급 영어가 생긴 이유를 이제 알겠다. ‘온라온’이 한국어가 서툴렀던 이유도.
그나저나 조기입학에 유학에 오디션 합격에 편입까지, 이 자식은 뭐 이렇게 열심히 산 거야?
잠자코 우리 대화를 들으며 운전하던 곽상현이 신기하다는 듯 물었다.
“결이 너 꽤 자세하게 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가 네 인생 모토 아니냐? 회사에 너 무심한 거 모르는 직원이 없는데.”
“그렇죠. 없죠. 누가 몰라 그걸.”
반요한이 연하게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나는 결이 목소리 저렇게 길게 들어본 것도 오랜만이다.”
“와, 형도요? 저도 그런데!”
앞자리에서 반요한과 곽상현이 경쾌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두 사람이 나이 차이가 얼마 안 나서 그런가, 시드가 그리 큰 회사가 아니어서 그런가.
연예기획사 직원과 연습생 사이의 대화에서 흔히 생길 법한 경직되거나 수직적인 느낌이 전혀 없었다.
“그렇기는 한데요.”
장난스러운 말을 역시 연습생답지 않게 무심하게 넘긴 서문결은 나를 힐끗 보더니 약간 딱딱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우리 학교가 그런 쪽 소문은 워낙 빨리 도는 편이었으니까요.”
“아아…. 그렇지. 트루에다가 편입생이면 하루 만에 이름부터 나이, 출신, 뭐 하다 왔는지, 그런 거 소문 다 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