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4)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4화
“그런데 저 같은 외부인을 연습생 숙소에 들여보내도 돼요?”
서울 시내에 들어섰을 때쯤 내가 물었다.
혹시 안 되는데 억지로 들어갔다가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더 곤란하다.
내 질문에 웃음 지은 곽상현은 핸드폰 내비게이션의 지시에 따라 핸들을 꺾으며 답했다.
“원칙적으로는 외부인 출입은 지양해야 하는 게 맞지. 그래도 요한이 전화 받고 대표님이 직접 허락하셨으니까 너무 부담 갖지 말고 당분간 편하게 지내.”
대표한테 직접?
내 표정을 본 서문결이 덤덤한 어조로 설명했다.
“요한이 형이 대표님 조카거든.”
저 새끼는 알면 알수록 재수가 없군.
“고맙다는 말은 안 해도 돼.”
“그래. 안 할게.”
“너 참 뻔뻔하다.”
“아니, 어쩌라는 거야.”
이로써 반요한이 못 갖춘 건 정말 인성뿐이라는 게 밝혀졌다.
“그럼 가면 다른 사람도 있는 거예요?”
“어. 우리 연습생 두 명. 되게 착한 애들이니까 잘 지낼 수 있을 거야. 너 갈 거라고 미리 얘기 해뒀다.”
차는 주택가로 매끄럽게 접어들었다. 여기부터는 아는 길인지 곽상현은 핸드폰 내비게이션을 종료했다.
“다 왔다. 피곤할 텐데 얼른 들어가서 쉬어.”
“상현 형은 같이 안 올라가요?”
“나는 일이 있어서. 아, 회사 연습실도 쓰고 싶으면 써도 돼. 넓지는 않지만 쓰는 사람이 많지는 않아서 괜찮을 거야.”
그렇게 말한 곽상현은 우리를 아파트 앞에 짐과 함께 내려 주고는 곧바로 차를 몰고 단지를 빠져나갔다.
“여기야.”
잠시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침샘을 자극하는 맛있는 냄새가 훅 풍겨 나왔다. 급격히 허기가 졌다.
“배고프다.”
“나도.”
그때, 한쪽 다리에 가벼운 깁스를 한 남학생이 손에 뒤집개를 들고 현관 쪽으로 나왔다.
머리 위에 떠 있는 표식을 통해 그의 이름이 ‘강지우’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왔어?”
서문결과 반요한 뒤쪽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한 강지우가 활짝 웃더니 가까이 다가오며 말했다.
“아, 어서 와.”
“안녕하세요.”
“얘기 들었어. 점심도 못 먹고 왔을 텐데 배고프지? 밥해 놨으니까 짐은 적당히 아무 데나 놓고 손만 씻고 와서 앉아 있어.”
와, 진짜 좋은 사람이다.
만난 지 1분도 안 지났고 아는 건 이름밖에 없지만, 원래 밥 잘 주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랬어.
“견성하! 너 일어난 거 다 아니까 나와서 상 펴!”
우리가 손을 씻고 하나 있는 화장실에서 차례로 나올 때쯤 가장 안쪽 방에서 부스스한 머리의 견성하가 한 손에 핸드폰을 들고 나왔다.
“결이 형 왔어요?”
“응.”
“왜 나한테는 인사 안 해?”
“…요한 형도 안녕하세요.”
견성하는 큰 키, 건강한 톤의 피부색, 도도한 인상을 주는 선 굵은 얼굴, 두드러지게 날카로운 눈매와 짙은 눈썹이 특징적인 냉미남이었다.
그리고 친한 사이로 보이는 서문결에게 인사할 때만큼은 눈꼬리가 아래로 조금 쳐지고 눈매가 잠시 확 풀어지며 둥글둥글해져서 뭐랄까….
초면에 무척 실례지만 개 같았다.
‘이 회사 작기는 해도 연습생 비주얼만큼은 알찬데?’
그때, 반요한이 물었다.
“너희 오늘 연습 안 하냐? 왜 여깄어.”
부엌에서 강지우가 답했다.
“오늘 휴가. 인사는 나중에 하고, 성하 너는 밥 식기 전에 빨리 상 가져와서 펴. 너희는 얼른 손 씻고 오고.”
“씻고 왔는데.”
“아, 그래? 그럼 와서 음식 나르는 거 도와. 손님은 그냥 소파에라도 앉아 있어.”
“아니에요! 저도 같이 옮길게요.”
남들 다 일하는데 혼자만 가만히 있으면 눈치 보인다.
내가 기겁해서 한 말에 눈을 조금 크게 떴던 강지우가 시원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수저 놓는 것만 좀 도와줄래?”
“네!”
아무 생각 없이 수저통에서 다섯 명이 쓸 숟가락과 젓가락을 꺼내 견성하가 펴둔 큼지막한 상에 올려놓던 나는 다른 사람들이 가져오는 음식의 양에 한 번 놀라고, 그 먹음직스러움에 두 번 놀랐다.
당장 보이는 것만 해도 소고기 전골에 잡채에 완자탕에 야채 튀김에 이하 생략. 상다리 부러지겠다.
오늘 누구 생일인가. 뭘 저렇게 많이 했대. 애초에 연습생이 이렇게 많이 먹어도 돼?
잠시 뒤 다섯 명이 모두 둘러앉았다.
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깁스를 한 다리를 바깥쪽으로 쭉 펴고 앉은 강지우에게 물었다.
“이거 다 혼자 하신 거예요?”
“하하, 그렇지 뭐. 맛있게 먹어.”
“쩐다.”
“다리도 다 안 나았으면서.”
서문결의 말에 강지우가 너그럽게 웃었다. 잘 웃는 사람, 아니, NPC다.
“오늘은 애들 고생했으니까 오랜만에 솜씨 좀 발휘해 본 거고, 평소에는 식단 조절 때문에라도 이렇게까지 많이 하지는 않아. 깁스도 곧 풀 거니까 걱정 안 해도 된다.”
“맛있을 거야. 쟤 한식 조리사 자격증 있어.”
반요한이 거들었다.
“지우 형, 음식 식겠어요.”
견성하가 리모컨으로 거실에 있는 작은 TV를 켜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며 짧게 말했다.
“그럼 고생하고 온 결이랑 라온이랑 반요한을 환영하며 건배!”
강지우는 그렇게 말하며 다×소에서 사 온 것 같은 물잔을 들었다.
건배요? 여기서요? 지금요?
견성하는 ‘이 형 또 시작이네’ 같은 표정으로, 서문결은 하니까 하기는 하는데 별생각은 없다는 식으로, 반요한은 불만스러운 얼굴로 물컵을 들었다.
나도 분위기에 휩쓸려서 내 컵을 들었다.
“왜 나만 반요한이야?”
“요한이를 환영하며. 됐냐?”
“어.”
슬슬 저 녀석을 옆구리 찔러 절 받기의 달인이라 불러도 될 것 같다.
쨍, 하는 소리와 함께 잔 다섯 개가 서로 부딪혔다.
이러니까 술 마시고 싶다. 나는 왜 열여덟 살인가.
뭐부터 먹을까 고민하며 상 중앙에 있는 소고기 전골을 보는데, 갑자기 정보창이 떴다.
[음식 아이템: 소고기 전골 (제작자: 강지우)▶ 일정량 이상 섭취 시 피로도 –10]
이제까지 이런 정보창이 뜬 음식은 없었는데? 애초에 여태 아이템 정보가 떴던 것도 퀘스트 아이템이었던 망할 의자들뿐이다.
[Tip! 퀘스트 아이템이 아닌 일반 아이템은 제작자의 실력과 정성에 따라 때때로 특수 효과가 부여됩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달인’ 혹은 ‘장인’급 제작자는 높은 확률로 특수 효과가 부여된 아이템을 생산합니다.]나는 천천히 상을 둘러보았다.
마트에서 사 온 것 같은 김치 같은 밑반찬을 제외한 음식 대부분에 특수 효과가 붙어 있었다. 장인이세요?
내가 가만히 있는 것을 본 강지우가 물었다.
“라온아, 안 먹어? 음식이 입에 안 맞아?”
“다 맛있어 보여서 뭐부터 먹어야 할지 잠깐 고민 좀 했어요. 진짜 다 맛있어 보여요.”
“고맙다. 많이 먹어.”
“잘 먹겠습니다.”
나는 처음에 보았던 소고기 전골을 한 숟갈 푸짐하게 떠서 입에 넣었다.
“!”
입에 들어온 전골을 씹자마자 짜릿한 전류가 나를 관통했다.
전설의 요리왕 BGM이 깔리며 눈앞에 우리 은하가 펼쳐진다. 맛있는 음식 하나로 은하 구경을 하다니. 실로 가성비 우주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살면서 이렇게 맛있는 소고기 전골을 언제 또 먹어볼 수 있을까?
“배추를 넣은 덕분에 국물에서는 단맛과 시원한 맛이 동시에 나고 심지어는 감칠맛까지 나는데 버섯은 쫄깃쫄깃하고 당면은 탱글탱글하고 얇게 썰려 부드럽게 씹히는 소고기는 말해 뭐할까요. 맛과 영양 모두 완벽합니다.”
간만에 맛있는 음식을 먹은 나는 감동의 물결에 살짝 고인 눈물을 손끝으로 훔쳤다.
“제가 요리에 조예가 없고 표현력과 어휘력이 부족해 이렇게 훌륭한 음식을 먹어놓고도 말을 제대로 못 하는 걸 양해해 주세요.”
잠깐의 침묵 뒤에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꽉 깨물고 있던 반요한이 입안에 든 것을 간신히 삼키고 말했다.
“아냐…. 부족하다기에는 상당히 잘 말했어.”
“얘 진짜 행복해 보인다.”
“……형들 가서 굶다 왔어요?”
남들이 뭐라 하든 감격에 찬 내 앞접시에 강지우가 뿌듯한 얼굴로 전골을 한가득 덜어줬다.
“맛있게 먹어주면 나야 좋지. 많이 먹어.”
한동안은 말도 없이 음식을 흡입했다.
[한창 자랄 나이에 체중 관리한다고 기껏 차려줘도 깨작거리는 애들만 보던 강지우가 복스럽게 잘 먹는 당신을 보며 간만에 음식 해 먹이는 기쁨을 느낍니다. 강지우 호감도 +9 현재 호감도 +21]진짜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어떻게 참아.
김준우는 맨날 나더러 너무 조금 먹는다고 타박했지만, 그건 합숙소 밥이 맛없어서 그런 거고.
나도 맛있는 건 많이 먹을 수 있다.
마침내 산처럼 쌓여 있던 음식을 다 해치웠을 때는 이런 알림이 떴다.
[강장금이 만든 음식을 먹고 피로도가 총 70 감소합니다.]대장금의 시대는 갔다. 이제는 강장금이다.
상을 대강 부엌에 치워 두고 강지우가 씻어온 상큼달콤한 딸기를 먹으며 나는 내내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근데 그 한식 자격증은 왜 딴 거예요? 취미로?”
내내 내가 먹는 걸 흐뭇하게 지켜보던 강지우가 산뜻하게 웃으며 답했다.
“본가에서 한식당을 해서. 되게 어렸을 때 꿈이 요리사였거든. 부모님한테 요리를 배우기도 했고, 아이돌로 꿈이 바뀐 다음에도 취미로 하고 있어.”
취미로 배운 요리를 너무 잘한다.
판소 제목인 줄.
“얘가 갑자기 아이돌 한다고 했을 때 얘네 부모님이 진짜 빈말 아니고 3년을 반대하셨어.”
반요한이 덧붙인 말에 강지우는 약간 찡그리듯 웃었다.
“지금도 반대하셔.”
“진짜?”
“진짜. 그래도 은퇴한 뒤에 가게 이어받는 거로 간신히 허락받았다.”
“왜 아이돌을 하시려는 건지 물어봐도 돼요? 다른 뜻이 아니라 음식을 너무 잘하셔서요.”
“하하, 고맙다. 음…. 저거 한번 볼래?”
강지우가 눈짓으로 가리킨 TV에서는 음악 경연 예능 프로그램을 재방송하고 있었다.
누군가 스크린 뒤에 모습을 감추고 실루엣만 나오는 상태로 발라드를 부르고 있었다.
별 기교가 들어가지 않고 깨끗한 목소리로 봐서는 젊은 남자 가수 같았다.
중간 음역대의 감정선이 특히 탁월하고, 풍부한 성량을 바탕으로 고음도 안정적으로 쭉쭉 뻗어나갔다. 성량이 얼마나 좋은지 가성도 가냘프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중간부터 들었는데도 괜히 가슴이 먹먹해질 만큼 잘 부른다.
중간중간 화면에 비치는 패널 몇 명은 눈물을 글썽이거나 눈가를 손으로 훔치고 있었다.
“어때?”
“너무 잘 부르는데요?”
내 말에 강지우는 기분 좋게 웃었다.
“계속 봐봐.”
때마침 모습을 보여달라는 사회자의 말이 끝나고 스크린 뒤에서 한 남자가 노래를 부르며 걸어 나왔다.
땀에 젖은 얼굴로 밝게 웃고 있는 강지우였다.
TV 속 사회자가 들뜬 목소리로 외쳤다.
[35일 동안 왕좌를 지켜내는 데 성공해 명예의 전당에 오른 17대 은막의 가왕은 천상의 목소리 시즌2 준우승자, 강지우 씨입니다!]나는 얼떨떨하게 물었다.
“데뷔하셨어요?”
“거의 데뷔할 뻔하기는 했지만, 아니.”
강지우는 다시 TV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사회자와 TV 속 강지우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네. 안녕하세요. 강지우입니다.] [천상의 목소리에서 준우승을 하시고 벌써 1년 정도가 지났잖아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합니다.] [아직은 연습생 신분으로 열심히 실력을 갈고닦으면서 아이돌이라는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연습생이라니. 일단 노래만 봤을 때는 데뷔를 열 번 하고도 남는 실력인데. 더 갈고닦으실 게 없어 보이는데.
내 표정을 본 강지우가 쓰게 웃으며 설명했다.
“시드에 오기 전에, 다른 곳 데뷔조에 있었는데 막판에 그룹 컨셉이 바뀌면서 데뷔조에서 빠지게 됐어.”
그렇게 말하고 입을 다문 강지우 대신 TV 안에서 사회자가 다시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