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5)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5화
호들갑을 떤 패널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한 화면 속 강지우가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사실 오늘 부른 ‘내 인생의 동화’라는 곡은 제가 가수가 되고 싶다는 계기를 만들어준 소중한 곡입니다.] [아, 그랬나요?] [네. 힘들 때 이 노래를 들으면서 정말 많은 위로를 받았거든요. 그래서 저도 많은 사람에게 제 노래를 들려주고, 힘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군요. 어쩐지 오늘 특히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지금까지 은막의 가왕이라는 멋진 프로그램에서 제 노래를 들어주신 분들이 조금이라도 힘을 얻으셨다면 저 또한 무척 행복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막바지에 다다랐던 방송이 끝나고 학습지 CF가 흘러나왔다. 견성하가 눈치껏 TV를 껐다.
고맙다는 듯 견성하에게 눈인사를 한 강지우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느 정도 설명이 됐을 것 같기는 한데,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어렸을 때 집안 사정이 좀 안 좋았어.”
지나간 일을 말하는 강지우는 편안한 얼굴이었다. 그래서인지 부담 없이 들을 수 있었다.
“그래도 지금 그때 일이 떠올리기 힘들 만큼 불행한 기억으로 남아 있지는 않아. 엄마 아빠가 해주신 밥이랑, 중고로 산 MP3가 고장 날 때까지 반복해서 들은 노래 몇 곡 덕분에.”
나는 잠자코 강지우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이제 알았는데 강지우의 목소리는 노래할 때든 말할 때든 따뜻한 정감이 어려 있어 라디오 DJ를 시켜보고 싶다.
“맛있는 음식도 듣기 좋은 음악도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는 걸 그때 배웠어. 그게 초등학생 때였나? 나는 더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싶었고 그게 꿈이 됐어.”
주위 환경 때문에 철이 일찍 든 편인 것 같았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음식은 내가 아무리 빨리, 많이 요리해도 받을 수 있는 사람에 한계가 있는 거야. 그래서 가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음악은 돈이 없어도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으니까.”
개인적인 욕망과 즐거움만을 위해 아이돌을 하려던 나와는 달리, 지나치게 건실하고 훌륭한 이유라서 마땅히 할 말을 찾기 어려웠다.
할 말을 잃은 것에는 강지우가 이런 말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한다는 것도 한몫했다.
아니, 어떻게 이런 쑥스러운 말을 대낮에 사람 다섯이 모여 있는 곳에서 하지?
나라면 맨정신에는 절대 못 한다.
강지우가 이상한데, 나머지 셋이 이 상황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것도 이상했다. 다 이상해.
“초면에 너무 많은 걸 얘기했나? 듣고 그냥 잊어도 돼.”
“아니에요.”
난감함이 표정에 드러났는지 강지우가 살짝 웃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서로 소개도 안 했네.”
통성명도 안 하고 이런 얘기를 했다는 게 레전드다.
“대신 밥 먹었잖아요. 언제든 할 수 있는 자기소개보다는 밥이 훨씬 중요하죠.”
“네 말이 맞다.”
짐짓 근엄하게 고개를 끄덕인 강지우가 대뜸 말했다.
“이름은 강지우고, 21살이야.”
“……네?”
어쩐지 계속 말을 거리낌 없이 놓는다 싶었는데 저 얼굴로? 21살?
같은 나이인 반요한도 고등학생과 함께 서 있어도 위화감이 없을 만큼 어려 보이기는 하지만 강지우의 얼굴은 그와는 조금 다른 쪽이다.
앳되고 풋풋한 학생다움이 오래도록 남아 있어서 십 년 뒤에도 술집에서 당연히 신분증을 요구받을 것 같은… 그런 동안.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면 강지우는 누가 봐도 선량한 사람처럼 생겼다.
누가 보고 있지 않아도 바른 생활을 할 것 같고, 나아가 성품 자체가 올곧기까지 해 보이는 호감형 인상. 어른들이 좋아할 것 같다.
전체적인 선은 부드럽지만 눈빛 자체는 다부져서 유약해 보이지는 않는다.
견성하도 그렇지만 이쪽도 나중에 배우로 활동해도 썩 어울릴 것 같은 마스크다.
‘진짜 이 회사 연습생 뽑는 기준이 얼굴인가. 얼굴만 본다기에는 서문결이랑 강지우는 실력도….’
거실에 모여 있는 면면들을 보고 있자니 그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미 말을 많이 한 강지우는 그 이상의 소개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말없이 나를 바라봤다.
“18살 온라온이고요. 어쩌다 보니 이렇게 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 받아주셔서 감사해요. 아니었으면 저 오늘 진짜 우산도 없어서 비 맞으면서 돌아다니다가 찜질방에서 살았을 거예요.”
소파에 방만하게 늘어진 자세로 마지막 딸기를 입에 쏙 넣은 반요한이 끼어들었다.
“둘이 그러고 있는 거 진짜 보기 힘들다. 서로 그냥 말 편하게 하면 안 돼?”
“네가 보기 힘든 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강지우가 어이없어했다. 나 또한 그랬다.
“원래 저 형이 좀 이상하잖아요.”
“너 뭘 좀 아는구나?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는 몰라도 쟤랑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냈는데 저러는 거 볼 때마다 열 받아서 아주 그냥. 그리고 라온아, 말 그냥 편하게 해.”
“알았어, 형.”
“……너희 되게 죽이 잘 맞는 것 같아서 짜증 난다.”
역시 사람이 가장 빨리 친해지는 방법은 비록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합리적인 이유에 근거한 뒷담이다. 이 경우에는 앞담인가?
강지우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뚱한 낯으로 앉아 있는 견성하를 쿡 찔렀다.
“성하야, 너도 얘기해야지.”
“…견성하고, 19살인데.”
견성하가 말을 하다 말고 내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견성하가 역대급 족보 브레이커인 당신을 보고 난감해합니다. 견성하 호감도 -1 현재 호감도 2]그 문제였냐.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걸 말 안 해도 알고 있는 걸 보면 얘도 같은 학교려나.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는 했어도, 같이 졸업한 결이 형도 형이라고 하니까 그냥 빠른년생 정도로만 정리하면 될 것 같은데, 요.”
현실 나이로 따지자면 나보다 동생인 강지우나 서문결이나 반요한한테도 형이라고 하는데, 이런 문제는 대수롭지 않았다.
“둘이 친구 하면 되겠네.”
“내가 왜 쟤랑 친구예요?”
마음에 안 든다는 듯 그렇게 쏘아붙인 견성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안쪽에 있는 방으로 사라졌다.
[견성하가 당신을 보며 동생이 생긴 첫째의 기분을 느낍니다. 견성하 호감도 -2 현재 호감도 0]엄한 눈길로 견성하의 뒷모습을 좇던 강지우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성하가 나쁜 애는 아닌데, 요즘 좀 예민해서 그래.”
저 친구 보호자세요?
“저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널 정말 싫어하는 거는 아니야. 그냥 친구처럼 잘 지내주면 고맙겠다.”
싫어하던데. 순식간에 호감도 3에서 0 됐는데.
어쨌든 내 쪽이 불청객은 맞았으므로 표정 관리를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강지우는 안심한 듯 웃었다.
“일단은 다음 합숙 때까지 여기서 지낸다고 들었는데. 반, 다음 합숙 언제냐? 4월 말이랬나?”
“어. 한 달 좀 뒤에.”
“제가 그렇게 오래 있어도 돼요?”
“대표님도 오케이하셨는데 뭐 어때.”
보통 잘 아는 사이도 아니면서 이렇게까지 해주나? 숙식 비용만 해도 꽤 나갈 텐데.
아리송한 내 표정을 본 강지우가 설명했다.
“우리 대표님이 원래 사람이 좀… 신기할 정도로 좋으셔. 그리고 네가 거기서 반요한 많이 도와줬다며. 결이야 혼자서도 잘하는 애지만, 쟤는 아는 게 뭐가 있냐.”
“아는 거 많은데.”
강지우는 자연스럽게 반요한을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앞으로도 많이 도와달라는 조카 아끼는 우리 대표님의 거룩한 뜻이라고 생각해. 혼자 살기는 힘든 세상이잖아.”
저렇게까지 말한다면야….
여전히 석연찮은 점은 있었으나 적당히 받아들였다. 나한테 나쁜 일은 아니었으니까.
“여기 원래 일곱 명이 쓰던 숙소니까 피해 준다고 생각하지도 말고, 부담 갖지도 말고 편하게 있다 가.”
나는 더 파고드는 대신 알았다는 말과 함께 다시 한번 고맙다고 말했다.
시드 사람들 아니었으면 진짜 어떤 생활을 했을지 감도 안 잡힌다.
진짜 노숙하다가 촬영하러 가서 웬 거지가 왔냐는 말과 함께 쫓겨났을지도…….
생각만 해도 서럽고 비참했다.
* * *
팡! 강지우가 불고 있던 풍선껌이 작은 소리를 내며 터졌다. 그 옆에서는 반요한이 나란히 앉아 풍선을 조금 더 크게 불고 있었다.
반요한은 차를 타고 오며 새로 알게 된 온라온의 개인 사정을 강지우에게 말해둔 참이었다.
입가에 달라붙은 껌을 수습한 강지우가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많이 놀랐어.”
제 말을 듣는 것보다 풍선 부는 것에 더 집중하는 것처럼 보이는 반요한을 힐끔 본 강지우가 덧붙였다.
“진짜 데리고 온 거.”
반요한이 풍선을 의도적으로 터뜨렸다. 그리고 답했다.
“난 빈말 안 해.”
껌을 종이에 뱉어서 근처에 있던 쓰레기통에 휙 던져넣은 반요한이 이어 말했다.
“오히려 내가 놀랐는데.”
괜히 십년지기가 아니다. 강지우는 긴 설명이 없어도 반요한이 무엇을 말하는지 쉽게 알아챘다.
강지우는 보기보다 낯을 가리는 편이다. 적어도 오늘처럼 처음 본 사람한테 자신의 속사정을 말하지 않을 만큼은 그렇다.
“네 말대로 처음 본 애한테 이런 말을 하기는 좀 그렇지만.”
강지우가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애가 좀 호구 같다고 해야 하나.”
“…….”
‘너 이렇게 막말하는 놈이었어?’라고 말하는 듯한 반요한의 떠름한 표정을 본 강지우가 손사래를 치며 얼른 설명을 덧붙였다.
“아니! 아니! 이게 욕이 아니라!”
“아니라?”
“……그냥 막연한 느낌이라서 설명하기 어려운데, 물렁하고 헐렁해서 사람을 좀 방심하게 만든다고 하면 알겠어? 방심이라는 말이 적당한지는 잘 모르겠는데. 느낌이 그래.”
반요한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자신도 비슷한 느낌을 받은 터였다.
“그리고 잘 먹잖아. 난 잘 먹는 애들 보면 집에 있을 동생들 생각나서 기분 좋더라. 맨날 굶어서 마른 애들만 봐서 그런가.”
연습생들이 얼마나 체중 관리에 집착하는지 ‘살 뺐니’가 인사가 된 소속사도 흔했다. 안 먹으며 굶고 약 먹으며 굶고 토하면서 굶었다.
멀쩡한 음식을 앞에 두고 굶다니.
비록 사기꾼 때문에 잠시 흔들린 과거가 있기는 하지만, 유서 깊은 한식 명가로서 ‘있을 때 잘 먹자’가 가훈인 강씨 집안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장남 강지우가 아이돌을 하겠다고 나섰을 때 가장 먼저 나온 소리가 ‘걔들은 든든하게 밥도 못 먹고 산단다’였으니 말은 다 했다.
강지우 또한 엄연히 연습생으로서 체중 관리를 하고 있기는 했다.
그러나 그는 먹어도 살이 잘 안 찌는 축복받은 체질이며 제 요리 솜씨도 출중해 연습생 중에서는 상당히 잘 먹고 사는 축에 속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그의 부모는 진작에 장남의 마른 손목을 붙잡고 본가로 끌고 갔을 것이다.
그렇게 자기만 잘 먹으면 상관없는데.
바쁜 부모 대신 3명이나 되는 동생 챙기고 다니던 습관 어디 안 가서 강지우는 꼭 자기보다 어린 연습생들에게 영양가 있는 식사를 챙겨 먹이려고 했다.
같은 지붕 아래 사는 견성하의 경우, 체중 관리 방해하지 말라고 짜증을 내면서도 훌륭한 냄새와 맛과 비주얼에 자주 굴복했다.
견성하는 결국 원래 먹던 양보다 더 먹고 강지우와 숙소 생활을 하기 전보다 운동을 늘리는 것을 택했다.
“적당히 먹여. 며칠 뒤에 녹화하러 간다.”
“우리 요한이… 한 달 사이 연습생 다 됐는데? 이러다 진짜 나보다 먼저 데뷔하는 거 아냐?”
“데뷔는 무슨. 그만둘 거야.”
시답잖은 농담에 대한 반응은 냉담했다.
“알잖아. 우리는 데뷔 못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