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6)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6화
얼떨결에 시드 연습생 숙소에 자리를 잡은 다음 날은 월요일이었다.
학생은 학교에, 직장인은 직장에 가야 하는 불행한 월요일.
‘온라온’이 부지런히 살아줘서 참 다행이다.
2년씩이나 일찍 졸업한 게 아니었으면 지금쯤 이름만 아는 학생들 사이에 껴서 알아듣지도 못할 수업을 받고 있었겠지.
그리고 픽하트 방송이 시작된 후에 ‘온라온은 수업시간에 맨날 자는 불성실한 학생이다’와 같은 불미스러운 소문까지 덤으로 퍼질 게 분명하다.
어쨌든 서문결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것을 보면 그간 학교생활에 특별히 문제도 없었던 것 같다.
사실, 문제가 없었다는 건 내 희망 사항이다.
같이 졸업한 서문결은 강지우와 함께 어엿한 대학생으로서 수업을 들으러 갔다.
200:1을 넘는 미친 경쟁률을 자랑하는 서울 소재 대학의 실용음악과 보컬 전공을 연이어 정시로 뚫었다나 뭐라나.
솔로 가수로도 충분히 대성할 강지우야 그렇다 쳐도, 래퍼인 서문결까지 보컬을 전공할 만큼 노래를 잘하다니.
춤이랑 랩을 그렇게 잘하면 노래 정도는 좀 못해야 맞는 거 아닌가?
똑똑. 개발자님, 밸런스 패치 좀.
플레이어는 상향하고 NPC는 하향해 주세요.
어쨌든 한공예 3학년이라는 견성하도 학교에 가고.
휴학했다는 반요한만이 숙소에 남아서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TV로 자막 없이 나오는 외국 다큐멘터리 채널을 틀어놓은 반요한은 춤이든 노래든 딱히 연습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서 보이는 무대가 바로 며칠 뒤인데 말이다.
반요한 특유의 대책 없는 여유로움이나 느긋함이 저런 행동의 원인일 터였다. 어쩌면 내가 알지 못하는 대책이 녀석한테는 있을 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거실에 붙어 있는 숙소 규칙 때문이기도 했다.
위아래층에 사람이 사는 아파트니 당연한 규칙이었다.
따라서 마땅히 갈 곳도 없는 나는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했다.
거실에 있는 1㎏짜리 아령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운동하는 기분을 내거나 할 짓 참 없어 보이는 반요한을 붙잡고 오목이나 바둑을 두며 스탯 획득을 시도했다.
[자신의 수준에 맞는 운동을 했습니다. 힘 +1]물론 항상 오르는 건 아니고, 가끔 지금처럼 1이나 2씩 찔끔찔끔 올랐다.
아주 가끔.
그나저나 고작 아령 몇 번 들었다 놓았다 하는 게 내 수준에 맞는 운동이라니.
틀린 말은 아닌데…….
사사건건 나를 멕이려 하는 개스템이 하는 말이라 그런지 묘하게 기분이 나쁘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오랜만에 내 정보창을 열어 능력치를 확인해 보았다.
|아련아련|온라온
레벨: 8 경험치: 10.85%
HP: 100/100 피로도: 0
체력: 24 힘: 16 민첩: 27
지능: 16 지혜: 41 매력: 54
행운: 15 명성: 65
의지: 33 연기력: 17 직감: 8
잔여 스탯 포인트: 10
아련아련 뭔데.
그나마 초반에는 중간중간 확인했는데, 갈수록 신경을 꺼서 그런지 상태창이 퍽 낯설었다.
아직도 레벨이 10을 못 넘었다니.
습관처럼 밸런스 똥망겜을 욕하며 오랜만에 허접한 스탯을 봐서 머리에 오른 열을 조금 진정시켰다.
모르는 사이 레벨이 올라 받은 스탯 포인트를 매력에 모두 투자했다.
한바탕 스탯 정리를 끝내고 톡식을 작게 흥얼거리며 정보 수집을 위해 폰으로 인터넷을 뒤적거릴 때.
내내 빈둥거리던 반요한이 갑자기 나를 끌고 나갔다.
어디 소풍이라도 가는 것처럼 텐션이 높아서 겉옷을 간신히 챙겨 입고 아파트 입구를 빠져나갈 때쯤에야 뭘 물어볼 수 있었다.
“어디 가?”
“회사.”
“나는 왜 가?”
“아무리 네가 자기 집에 온 것처럼 편하게 있어도 나름 손님인데, 손님을 혼자 숙소에 둘 수는 없잖아.”
“그건 그렇지.”
나는 수긍했다.
숙소를 나선 우리는 15분 정도 걸어서 주택가를 빠져나와 번화가로 들어섰다.
쭉쭉 걷던 반요한이 멈춰 선 것은 햇살이 눈부시게 반사되는 높다란 빌딩이 저 앞에 보이는 사거리에 도착했을 때였다.
“와, 저 건물이야?”
내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뜬 반요한은 이내 말없이 웃기만 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만화 속에서 금방 빠져나온 것처럼 웃는 반요한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이거 원래 내 역할인데. 두고 보자 반요한.
“아니구나.”
“저 옆에.”
고개를 돌린 반요한의 시선을 따라가니 5층짜리 빌딩이 보였다.
횡단보도를 건너간 우리는 빌딩 외부에 설치된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계단을 통해 지하로 내려가자 곧바로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문이 보였다.
목재로 마감된 벽면에 붙은 ‘SEED ENTERTAINMENT’라는 글씨가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그 옆에는 흙에 심은 씨앗에서 싹이 움튼 모양의 로고가 자리 잡고 있었다.
반요한이 잠긴 문을 지문으로 열고 성큼 들어갔다. 나도 문이 닫히기 전에 얼른 따라 들어갔다.
지하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와는 달리 내부는 말끔해 산뜻하기까지 하다.
목재를 활용한 인테리어는 전반적으로 온화한 안정감을 주었다.
그에 더해서 구석에 잘 배치된 디퓨저 덕분에 나무가 빽빽이 자라난 숲에 들어온 것처럼 싱그러운 향이 코끝에 옅게 맴돈다.
향 다음으로 훅 다가온 것은 복도 벽면에 설치된 검은색 입체 글자였다.
[What goes around comes around]문장은 들어서는 사람의 눈에 띄게 볼록 튀어나와 있었다.
위쪽에 설치된 따뜻한 조명이 냉정하게 배열된 문장을 은은하게 비추었다.
내 시선을 따라간 반요한이 마치 가이드라도 된 것처럼 설명했다.
“사훈이야. 대표님 입버릇이기도 하고.”
엔터사 사훈이 ‘뿌린 대로 거두리라’라니, 어떻게 보면 웬만한 경고문보다도 살벌하다.
보살핌을 잘 받은 티가 나는 싱그러운 화초가 곳곳에 놓인 로비 공간을 지나 쭉 걷다 보니 대표실 앞이었다.
“대표님 안에 계시니까 들어가서 인사하고 저기 보이는 연습실로 와.”
회사 안이라 그런지 반요한은 고모라고 하지 않고 대표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형은 안 들어가?”
“음, 그러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은데.”
본인이 저렇게 말하는데 내가 굳이 데리고 들어갈 것도 없다.
나는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똑똑. 가볍게 노크하자 안에서 차분한 여자 목소리로 들어오라는 말소리가 들렸다.
“실례합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넓은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여자는 어두운 갈색 머리카락을 하나로 느슨하게 묶었고 콧잔등에는 클래식한 둥근 테 안경을 걸치고 있었다.
[반가을]나는 NPC라면 누구나 머리 위에 달고 있는 표식으로도, 넓은 책상 위에 놓인 명패로도 나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여자의 이름을 알 수 있었다.
시드 엔터 대표 반가을은 ‘가을’이라는 이름 그대로 썩 차분한 모습이, 막 일어났을 때조차 통 재수 없게 봄날처럼 화사한 외모를 자랑하는 조카 반요한과는 그다지 닮은 느낌이 나지 않는다.
굳이 따지자면 오히려 아무 관계도 아닌 강지우와 인상이 더 닮아 있다.
보기 드물 만큼 선하고 바른 사람에게서 자연히 흘러나오는 긍정적인 아우라 같은 것이.
그 아우라가 어느 정도냐면.
나는 반가을이 딱한 처지의 청소년 한 명을 자기 연습생들 숙소에 들이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리고도 남을 법한 인물이라는 것을, 그녀와 눈이 마주친 순간에 선뜻 받아들이고 말았다.
내 과거에 묻어두고 온 쓰레기 같은 전 회사 사장과는 양극단에 서 있는 인물.
“안녕하세요. 온라온입니다.”
“그래. 한 번쯤은 얼굴을 봐둬야 할 것 같아서 데려오라고 했어. 지내는 데 불편한 점은 없고?”
“네. 그런데 너무 큰 폐를 끼치는 건 아닐지…….”
이게 고수종 할아버지 때랑은 느낌이 또 다르다.
그때는 일대일로 입주 허락을 받아낸 거라면, 지금은 뭔가 건너건너 이야기를 들어서 확신이 부족한 느낌이랄까.
다행히 반가을은 다감한 목소리로 내 말을 부정했다.
“내가 허락했는데 폐는. 안 그래도 요한이한테 네 얘기 많이 들어서 어떤 애인지 많이 궁금했는데 이렇게 보니까 좋네.”
[하필 걸려도 요한이한테 걸리다니……. 반가을이 당신을 측은히 여깁니다. 반가을 호감도 +3 현재 호감도 +3]“…….”
왜 제가 반요한이 친 그물에 걸린 어리석은 물고기라도 되는 것처럼 여기시는데요.
굉장히 찝찝한 메시지를 남긴 채 내게 몇 가지를 더 물은 반가을은 시계를 흘긋 보더니 이야기를 마무리 지으려는 분위기를 잡았다.
“요한이도 결이도 성격이 독특한 편이라 가서 잘 적응할지 걱정이 많았는데 잘 지냈다니 다행이다. 숙소를 제공하는 대신이라고 말하기는 뭐하지만, 앞으로도 잘 부탁해도 될까?”
내 탈락을 기원하는 기막힌 여우 새끼 반요한이야 그렇다 쳐도 서문결은 말수가 좀 적다는 것 빼고는 성격 평범하지 않나?
그러나 나는 내색하지 않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맡겨만 주세요.”
다정한 미소를 지은 반가을이 말했다.
“그럼 만나서 반가웠고, 회사 시설도 상식적인 선에서는 편하게 이용해도 좋아. 출입문 지문 등록도 해줄 수 있으니 필요하면 직원한테 말하고.”
반가을이 짓고 있는, 조카를 떠올리게 하는 능청스러운 미소 때문에 저 말이 과연 농담인지 아니면 설마하니 진담인지 헷갈린다.
‘만약 저게 진담이라면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여기 연습생으로 들어온 게 아닐까 싶은 대운데.’
일단 연습생부터 대표까지 죄다 평범하지 않다는 사실만큼은 이제 잘 알겠다.
* * *
연습실로 가니 몸을 푸는 서문결과 목을 푸는 강지우가 있었다.
반요한은 구석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다가 나를 발견하고 손을 설렁설렁 흔들었다.
“왔냐?”
“대표님 만나고 왔어? 어때? 좋은 분이지?”
“완전. 근데 보통은 아니신 것 같아. 여러 의미로.”
내 말에 강지우는 재미있다는 듯 슬쩍 웃더니 바닥과 혼연일체가 된 반요한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쟤 끌고 와서 몸 풀어.”
나는 귀찮다는 듯 뭉그적거리지만 크게 저항하지는 않는 반요한을 질질 끌고 와 픽하트 합숙 때 으레 하던 스트레칭을 시켰다.
어느새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연습실에 도착한 견성하가 그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봤다.
[견성하가 반요한을 움직이게 하는 당신을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견성하 호감도 +0 현재 호감도 +0]보통 이럴 때는 내가 아니라 반요한이 이상한 사람 아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