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60)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60화
저 사람이 왜 여기 있는지는 잠시 생각해 봐도 마땅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 녀석의 편지에 따르면, 온세하는 본업이 댄서가 아니었다.
‘저 녀석은 하는 일이 따로 있는 걸로 아는데…….’
너 대체 왜 여기 있냐?
하필 오늘 이 시간에?
내가 저기 서 있는 온세하가 내 형임을 인정한 이후 별다른 말이나 행동이 없자 그를 처음으로 발견한 반요한이 의아한 듯 물었다.
“인사 안 해?”
밖에서 우연히 가족을 보면 가서 인사한다는 게 반요한에게는 상식적인 행동인 모양이었다.
“……해야지.”
나로 말하자면, 형과는 특히 사이가 좋지 않다는 그 녀석의 편지 한 구절을 떠올렸더니 표정이 절로 찌그러지는 것 같았다.
그 성격 좋은 애가 특히 사이가 좋지 않다고 말할 정도면 대체 얼마나 처참했던 관계였단 말인가.
같은 편지에 비슷하게 사이가 나쁘다고 적혀 있었지만. 기억보다 훨씬 더 유하게 대하던 아버지와는 달리, 이쪽은 한국 병원에서 한 번 본 이후로 서로의 생일에도 메시지 하나 주고받지 않는 팍팍하고 서먹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때, 우리가 있는 쪽으로 몸을 돌리던 온세하와 내 눈이 딱 마주쳤다.
“?”
솔직히 나한테 너무 관심이 없던 나머지 내 얼굴도 함께 잊어버려 주길 바랐지만, 잘나도 너무 잘났고 빼어나도 너무 빼어난 얼굴은 누군가가 나를 쉽게 잊어버리게 두지 않았다.
“…….”
아무리 그래도 눈까지 마주친 상황에서 무시할 수는 없었는지 온세하는 함께 있던 사람들에게 무언가 말하더니 특유의 냉담한 표정으로 이쪽으로 뚜벅뚜벅 걸어왔다.
다른 멤버들도 온세하를 알아본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데미안.”하고 건조한 투로 내 영어 이름을 부른 온세하가 내 얼굴을 살피더니 말했다.
“[건강해 보이네.]”
마지막으로 만난 게 병원에서였으니 저런 말이 제일 먼저 나올 법도 했다.
나는 온세하의 말에 묘한 감흥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형…이 아니지.”
습관적으로 한국말로 형이라고 하려다가 이 형제가 서로를 영어 이름으로 부른다는 것을 상기하고 말을 바꾸었다.
“[덕분에, 제이스.]”
“[그놈은 어떻게 됐어?]”
오현진을 말하는 것일 테다.
나는 가장 최근에 들었던 망신과 패망 그 자체인 오현진의 근황을 떠올리고 흔쾌히 답했다.
“[안 그래도 망해가던 인생 제대로 ×됐…… 망했지.]”
“[그래?]”
온세하가 내 답에 만족한 듯 냉한 미소를 지었다.
각오했던 것보다는 사이가 괜찮은 것 같은데.
뭐, 정말 나한테 관심이 있고 걱정을 했다면 굳이 지금 먼저 물어보지 않고 자기가 먼저 사정을 알아봤겠지만.
다행인지, 온세하는 내가 대놓고 그 녀석답지 않게 굴어도 눈앞에 있는 사람이 자신이 알던 ‘데미안 라온 온’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의 부모님처럼 알아채지는 못한 것 같았다.
“[난 오늘 멤버들이랑 견학 왔는데 넌 여기서 뭐 해?]”
“[알 거 없어.]”
오현진 소식을 들었을 때를 제외하곤 한결같이 차가운 걸 보니 영혼이 제자리로 돌아왔다고 모두가 부모님처럼 휙 바뀌는 건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막내야. 너희 형이셔?”
우리가 얘기하는 것을 지켜보던 강지우가 물었다.
“아, 이 사람 우리 형이야. [제이스, 여기는 우리 멤버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나와 온세하의 서먹한 대화를 어정쩡하게 지켜보던 다른 멤버들도 끼어들 틈이 나자 한국식으로 고개를 숙이며 꾸벅꾸벅 인사했다.
“[안녕. 제이스라고 불러.]”
온세하의 영어 이름은 제이스였다.
“[그럼 좋은 시간 보내다 가라.]”
그러고 나서 온세하는 자기 도리는 다했다는 것처럼 미련 없이 자기 친구들에게로 돌아갔다.
멀어지는 온세하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강지우가 목소리를 낮추어 속삭였다.
“근데, 형님은 너 하나도 안 닮으셨다.”
서문결도 같은 생각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는데 반요한만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누가 봐도 형제처럼 보였다고 주절거렸다.
그리고 겉보기에는 사람 좋아 보이는 형 견유성에게 어렸을 때부터 호되게 당하고 살았다던 견성하는 뭔가 새로운 공감대를 찾은 듯한 눈으로 나를 보았다.
무슨 오해를 하는 거냐.
* * *
온세하가 오랜만에 본 동생과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돌아오자 같은 클래스에서 연습하는 댄서들이 멀리서 듣고 호들갑을 떨었다.
워낙 주변에 관심이 없어 온세하는 오늘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자기 동생이 속한 아이돌 그룹이 오늘 스튜디오를 방문한다는 것도.
그 이전에 스튜디오 소속의 젊다 못해 어린 천재 안무가 올리비아가 오르카의 다음 타이틀곡 안무를 담당했다는 것도.
자신이 연습해서 영상 촬영까지 했던 안무가 오르카 타이틀곡 안무 시안이었다는 것도.
전부 몰랐다.
반면에 이 자리에 있는 댄서들은 오늘 오르카가 온다는 것 정도는 다 알고 있었다.
그들이 몰랐던 사실은, 온세하의 동생이 온라온이라는 것이다.
“[제이, 너 동생 있었어?]”
“[어.]”
“[동생 있다고는 한 번도 말 안 했잖아!]”
“[그것도 케이팝 아이돌 동생이!]”
“[너희한테 말해서 뭐 하는데?]”
“[뭐 하기는 너 진짜….]”
댄서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무슨 기대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쟤는 나 별로 안 좋아해.]”
온세하가 덧붙였다.
“[나도 마찬가지고.]”
정확히 말하자면 온세하 자신은 동생을 안 좋아한다기보다는, 좋고 싫음을 가릴 필요까지도 없이 관심이 없다는 쪽에 가까웠다.
좋게 말하면 웬만한 일에 뒤끝 없이 시원스럽고 나쁘게 말하면 너무하다 싶을 만큼 무심한 온세하의 성격은 나이를 먹으며 온화해지기는커녕 더 심해져만 갔다.
가족은 그나마 각별하게 여기는 편이었지만,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생각할 만큼 애정 표현 방식이 무심했다.
“[근데 제이.]”
온세하를 부른 댄서들이 슬며시 웃는 표정을 지었다.
“[넌 원래 좋아하는 사람이 없잖아. 왜 새삼스럽게 ‘나도 마찬가지고’ 같은 소리를 하는 거야?]”
“[닥쳐.]”
“[그에 반해 저 애는 아주 착해 보이는데.]”
“[맞아. 사실 내 동생이 오르카 팬이라 아까 그에게 사인을 부탁했었는데, 내게 이름을 물어보면서 웃는 얼굴이 천사 같았어. 썩어빠진 제이와는 영혼의 빛이 질적으로 다르다고나 할까.]”
“[그렇게 애가 널 싫어한다면, 분명히 네 쪽에 커다란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온세하의 성깔을 버티며 같이 지내는 친구들의 성격도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온세하는 어렸을 적 일을 오랜만에 떠올렸다.
‘뭐였더라?’
다시 말하자면 온세하는 웬만한 일에는 뒤끝이 없었고, 예전에 있던 일도 깔끔하게 잊어버린 지 오래였다.
“[…몰라. 관심 없어.]”
“[이거 봐!]”
“…….”
온세하는 궁한 대답 대신 얄밉게 실실거리는 남자 댄서의 엉덩이를 아프게 걷어찼다.
* * *
1시간 뒤.
온라온은 타이틀곡 안무가 올리비아에게 온세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제이는 웬만한 프로보다 잘해.]”
“[오.]”
“[몇 번 전문 댄서로 전향하는 게 어떠냐고 권해봤지만 자기는 그렇게 잘하는 게 아니라 취미 이상으로 나아갈 생각은 없다는군.]”
“[그렇군요.]”
그래서 온세하가 춤을 잘 춘다는 건지, 못 춘다는 건지 헷갈렸지만, 온라온은 올리비아를 향해 성실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도 아마추어와 프로 사이의 댄서로 활동하기는 하지만, 제이가 그렇게 말하는 이유가 있었구나. 바로 너였어!]”
아는 사람과 비교되며 추켜올려지는 것은, 그 아는 사람이 하물며 가족임에야, 무척이나 민망한 일이었다.
난감해진 온라온은 “올리비아 같은 대단한 댄서가 그렇게 말하니 부끄럽다” 하고 겸양이나 떨며 웃고 말았다.
그러는 동안 멤버들이 한국에서 미리 영상을 받아 연습해온 안무를 스튜디오 소속 댄서들 앞에서 보여주었을 때부터 시작된 올리비아의 온라온을 향한 호들갑스러운 칭찬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바로 근처에 너 같은 천재가 있는데 자기 실력이 괜찮은 정도로밖에 안 보일 만도 해!]”
온라온은 온세하가 동생의 춤 실력을 의식하느라 주눅 들기는커녕 제 존재조차 기억 한 편에 접어두고 살았을 사람이라는 것에 100달러를 걸 수 있었다.
굳이 지적하지는 않았지만.
온라온이 온세하의 쌀랑한 냉대를 크게 비난하지 않는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온세하는 만물에 공평하게 관심이 없었다.
과거 상당히 좋지 않았다는 관계를 고려해 보았을 때 온세하가 방금 보인 모습은 상당히 예의 바른 축에 들기도 했고.
온라온에게는 온세하를 향한 약간의 부채감이 있기 때문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곳의 온세하가 아니라 옛 세계의 형에게.
‘저 인간……. 예전 세계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쭉 식물인간 상태였지.’
얼마 전 래리가 했던 말에 따르면, 아마도 나와 그 녀석의 영혼이 뒤바뀌며 발생한 충격이 일으킨 사고 때문에.
‘그러니까 건강해 보이네, 라는 그 말은 사실 내가 해야 했던 말이었는데.’
어렸을 때 몇 번 병문안을 간 적도 있었다.
그때마다 병상에 미동도 없이 놓여 있던 형의 앙상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떠올리면 다소 싸가지가 없더라도 건강하게 춤까지 추며 돌아다니는 지금 모습이 훨씬 더 나아 보이는 것은 당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