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68)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68화
“네? 네.”
눈이 마주친 곽상현이 고개를 끄덕였기에 나와 한도균은 곧바로 자리를 옮겼다.
무슨 얘기일까.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별 얘기는 아니고.”
보통 이럴 때는 별 얘기 맞던데.
내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한도균이 씩 웃으며 말을 꺼냈다.
“너 연기 쪽은 아직 생각 없어?”
“연기요?”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질문이라 절로 놀란 표정이 지어졌다.
“잘생긴 건 말할 것도 없고, 키도 그만하면 합격점이고, 외국에서 자랐다곤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딕션이나 목소리 톤도 듣기 좋은 편이고.”
“아하하, 너무 띄워주시는데요.”
“띄워주기는. 안 그래도 작품 제안 여러 개 들어간 걸로 알고 있는데, 다 거절했다며.”
“네. 일단은.”
“연기에 아예 뜻이 없는 거야, 아니면 당분간 아이돌 활동에 집중하려고 그런 거야?”
“생각이 없는 건 아닌데….”
실제로 실력파 배우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한도균이니만큼 그냥 하는 말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이런 말씀은 왜 하시는지 여쭤봐도 돼요?”
“사실 개인적으로 잘 아는 작가님이 이번에 왓투게더 작품 들어가시는데, 너한테 한번 물어보라고 해서.”
왓투게더는 넷×릭스 같은 OTT 스트리밍 플랫폼이다.
체급만으로 따지면 국내외를 통틀어 압도적 1위라고 할 수 있다.
“저한테요?”
“어. 나도 아직 자세히는 못 들었지만 생각해 두신 배역이 있나 보더라. 대본 쓰실 때부터 널 염두하고 쓰신 것 같아. 나선아 작가님이라고 알아?”
“네. 당연히 알죠. 대단하신 분이잖아요.”
나선아 작가는 요즘 드라마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작가였다.
달콤한 로맨스부터 탄탄한 설정의 스릴러까지, 장르를 떠나 믿고 보는 나선아라는 말까지 있었다.
‘그런 사람이 나를?’
생각보다 거창한 얘기에 내가 얼떨떨하게 있자, 한도균이 격려하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디션은 봐야겠지만, 될 확률이 높으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해 봐. 오르카도 내년이면 4년 차인데 슬슬 개인 활동 시작해도 괜찮을 때고. 내가 봤을 때 넌 연기 경험 조금만 쌓이면 바로 주연급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아.”
이 사람은 내 어딜 보고 이런 좋은 말을 해 주는 걸까.
‘역시 얼굴이겠지.’
객관적으로 봐도 십 년, 이십 년 후가 어마어마하게 기대되는 외모니까.
어리고 세상 경험 없어서 용서받는 지금 미리미리 연기 경험을 쌓아 두라는 조언일 테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활동 방향에 대해서는 회사랑 진지하게 의논해 볼게요.”
모범적이면서 틀에 박힌 답변에도 한도균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냥 하는 말 아니고 진심으로 가능성 충분해. 촬영장 오면 내가 잘 챙겨 줄게.”
유사 혈연의 힘이 대단하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희 신곡 챌린지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 당연하지. 근데 나 춤 배우는 거 좀 오래 걸리는데 괜찮아?”
그쯤이야 당연히 알고 있다.
묵혜성도 포기한 원조 뚝딱이가 한도균 아니던가.
“당연하죠.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래? 안무가 쉽나? 저번에 너희 무대 보니까 되게 어려워 보이던데.”
“아뇨. 이번에 역대급으로 어려운데.”
한도균이 기겁해서 도망치기 전에 말을 이었다.
“저희가 이번엔 댄스 챌린지 말고 다른 것도 준비하고 있거든요.”
부쩍 안도한 기색의 한도균에게 챌린지에 대해 설명한 뒤, 우리를 기다리던 현장에 돌아가자 강지우가 물었다.
“무슨 얘기 했어?”
“아니, 그냥… 연기할 생각 없냐고 여쭤보시더라고.”
강지우는 내 말을 듣고도 놀라지 않았다.
나와 한도균의 대화 내용을 예상했다기보다는…….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느낌이네.’
호들갑을 떨거나 깜짝 놀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침착함을 유지한 강지우가 물었다.
“넌 어떻게 하고 싶은데?”
“아직 잘 모르겠어.”
속마음을 숨기기 위해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벌써 개인 활동이라니, 너무 섣부르지 않은가.
둘 다 해낼 수 있는데 괜히 망설이느라 내게 온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게 아닐까.
여러 가지 고민으로 머리가 복잡했다.
“난 네가 하고 싶다면 다 좋아.”
“진짜?”
“진짜. 형은 막내한테 오르카라는 팀이 소중하다는 걸 알거든.”
따뜻한 미소와 함께 흘러나온 다정한 말씨에 신뢰가 가득했다.
예전에 내게 양보하지 말 것을 종용하던 서문결과는 다른 방식으로, 강지우도 나를 한껏 지지하고 있었다.
* * *
짧은 휴식을 마치고 난 뒤에 오후 아르바이트가 마저 이어졌다.
한국 어린이와 외국 어린이의 싸움 중재만큼 힘든 일은 더 없을 거로 생각했는데, 방심은 금물이었다.
“선생님! 얘 오줌 쌌어요!”
“흐엉, 으아아아앙!”
유치원생 하나가 볼풀에서 놀다가 실수를 한 것이다.
나는 상상을 초월하는 사태에 잠깐 멍하니 서 있다가, 위대한 형님 강지우가 아이를 어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쉿. 괜찮아. 친구야, 그럴 수 있어.”
강지우가 부끄러워서 우는 아이를 능숙하게 달래 보호자에게 데려가고, 나와 한도균은 뒤늦게 도착한 앨리슨이 시키는 대로 플라스틱 재질의 알록달록한 공을 하나씩 닦기 시작했다.
“앨리슨…… 이걸 진짜 다 닦아야 해요?”
“네. 더러워진 것만 골라내기 어려우니까. 그냥 청소한다고 생각하고 전부 다 닦으시면 돼요.”
“저 애들 좋아하는 편이었는데도요.”
“응.”
“슬슬 득도할 것 같아요.”
웃기려고 한 말이 아니라 순도 100퍼센트 진심이었는데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잠시 뒤 웃음기를 수습한 앨리슨이 말했다.
“그래도 다행이에요.”
“이게 다행일 정도면 얼마나 더 안 좋은 일이 있는 거죠?”
“전에 편백나무 블록 깔린 방에 실수한 친구도 있었거든요.”
“아…….”
가슴에서부터 탄식이 터져 나왔다.
“그건 나무라 계속 닦았는데도 냄새가 끝까지 안 빠져서 새로 사야 했어요.”
극한 아르바이트 인정.
다행히 볼풀 사건으로 가장 큰 고비를 넘겼다는 듯, 남은 시간은 단순히 체력만 소모하면 되는 일만 이어졌다.
우리는 인형 탈을 뒤집어쓰고 아이들이 쏘는 물총에 사정없이 맞아 주거나, 노래방 기계를 작동시켜 미니 콘서트를 열어 주거나 하며 아르바이트에 열과 성을 다했다.
몸을 던져가며 열심히 한 덕분일까, 몇몇 아이들은 고작 몇 시간 본 우리랑 헤어지기 싫어서 집에 가기 전에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어린애들이라 빨리 정드나…….’
재밌게 놀러 왔을 텐데 괜히 울려서 보내니 미안하다고 하자 강지우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만큼 재밌게 놀아서 그런 거야. 애들은 원래 그래.”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어느덧 마감 시간이 다 되었다.
마감 청소를 시작하기 전에, 곽상현의 제안으로 비교적 늦게 와서 마감 시간까지 남아 있던 아이 한 명과 챌린지 영상을 찍기로 했다.
같이 챌린지 영상 찍자는 말을 들은 아이가 너무 좋아하기도 했거니와 함께 온 어머니가 젊은 분이시라 그런지, 자세히 설명해 드리기도 전에 흔쾌히 허락받을 수 있었다.
곽상현이 휴대폰으로 타이틀곡 ‘Action’ 음원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틀었다.
And now
Action
갖은 놀이를 통해, 오늘부터 나와 강지우의 팬이 되기로 한 아이가 눈을 반짝이며 곡을 들었다.
나란 불을 질러 봐
들뜬 숨을 불어 후
“노래 어때?”
“좋아요!”
“그치? 이 형이 만든 노래야.”
“우와아.”
“춤도 보여줄게.”
곡을 앞으로 돌려 안무를 보여주자 아이의 눈은 더욱 반짝거렸다.
“와, 이게 아까 보여줬던 춤이야?”
잠시 쉬면서 우리를 구경하던 한도균이 감탄했다.
“후후, 이게 바로 오르카의 진심입니다.”
“대박이다 진짜.”
다음으로는 《주입식 눈높이 교육》 스킬을 쓰며 천천히 동작을 보여줬다.
“이렇게 하는 건데. 완벽하게 안 해도 되고, 그냥 현민이가 추고 싶은 대로 해도 돼.”
“맞아. 우리 아까 놀았던 것처럼 재밌게 해.”
“한 번 더 보여주면 안 돼요?”
“당연히 되지.”
아이에게 춤 욕심이 있어서 제법 자세히 안무를 가르친 뒤 영상을 촬영했다.
생각보다 잘해서 우리는 깜짝 놀랐다.
“현민이가 춤에 재능이 있는데요? 원래도 집에서 춤추는 거 좋아해요?”
“네. 위튜브 보면서 혼자 따라 하기도 해요.”
솔직히 말하자면 이 애가 한도균보다 잘 추는 것 같다.
아이 칭찬을 들은 어머니는 기분이 좋아 보이셨다.
“영상 바로 보내드리고 싶은데 원칙상 음원 공개 전까지는 어려워서요. 연락처 알려주시면 저희가 컴백날에 영상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영상을 찍어준 곽상현이 말했다.
“네. 그렇게 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한도균과도 챌린지 영상을 찍고, 마감 청소를 하고, 아르바이트 소감을 말하는 것을 끝으로 ‘한도무제한’ 촬영 스케줄이 모두 끝났다.
“고생하셨습니다!”
“오늘 열심히 해줘서 너무 고마워. 진짜 너네만큼 열정적으로 일하는 게스트 못 봤다.”
“불러주신 건데 당연히 열심히 해야죠!”
“맞아요. 다음에 또 불러주세요.”
“그래. 컴백 힘내고. 항상 건강하고, 또 보자.”
“감사합니다!”
스태프들에게도 빠짐없이 인사한 뒤 우리는 차로 돌아와 널브러졌다.
긴장 상태가 풀어지자, 피로가 쫙 몰려왔다.
“진짜 너무 힘들었다…….”
“고생했어, 얘들아.”
“예능 너무 어려워요. 오늘 막내 없었으면 큰일 날 뻔.”
“잘했는데 왜. PD가 너희 잘한다고 칭찬하더라.”
“맞아. 자신감을 가져. 형이 그 정도면 혼자 간 결이 형은 얼마나 괴로웠겠어.”
“결이는…… 시키면 생각보다 뻔뻔하게 잘하는 애라.”
그건 그렇지.
“이제 연습실 갈 거니까 잠깐이라도 눈 붙여. 벨트 매고.”
“네에.”
리프틴과 컴백 시기가 겹친다는 소식을 알게 된 건 그다음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