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69)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69화
리프틴과 활동이 겹친다는 걸 우리가 여태껏 몰랐던 이유는 단순했다.
바빠서.
매우 바빠서.
진짜 완전 너무 바빠서!
같은 시기에 누가 컴백하는지 알아볼 여유 같은 건 없었다고나 할까.
알고 보니 컴백 날짜도 단 하루 차이였다.
‘우리가 30일, 리프틴이 1일.’
물론 우리 회사 직원들은 당연히 그 사실을 확인해 두고 있었는데, 안 그래도 첫 정규 앨범이라고 기합이 들어간 우리가 더 부담스러워할까 봐 일부러 알리지 않은 듯했다.
그렇게 배려받는 와중에 발 넓은 견성하가 어디선가 리프틴 컴백 소식을 듣고 온 것이다.
“이게 이렇게 겹칠 줄은 몰랐네.”
반요한이 중얼거렸다.
두 회사가 작정하고 맞붙였다기보다는 공교로운 우연에 가까운 일이었다.
우리로서는 의미 있는 날을 컴백 날로 정했기 때문에 바꾸기 어려웠고, 리프틴도 콘서트 일정 때문에 조정이 불가했던 모양이다.
“어차피 앞으로 활동하면서 겹칠 일 또 있을 텐데 편하게 생각해요.”
애써 침착하려 애쓰는 견성하의 말에 내가 답했다.
“근데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어.”
“왜?”
“프로젝트 그룹이잖아. 계약 기간 얼마 안 남았을걸.”
“아…….”
그 사실을 깜빡하고 있었는지 견성하가 작게 탄식했다.
“리프틴… 재계약한다는 말 있었나?”
반요한이 물었다.
‘일단 고경윤은 리프틴으로 계속 가고 싶어 하는 것 같던데. 바인은 둘째치고.’
리프틴은 두 기획사가 연합해 만든, 일종의 프로젝트 그룹이다.
프로젝트 그룹인 만큼 기본적으로 짧은 계약 기간을 가지고, 아무리 그룹의 성적이 좋아도 두 회사의 이득이 맞지 않으면 공중분해 될 수 있다는 게 단점이다.
“재계약했다는 말은 아직 없던 것 같아.”
“…….”
강지우의 말에 안타까워하는 침묵이 흘렀다.
그룹끼리 얽힌 관계나 감정을 떠나, 동종 업계 사람의 불안정한 처지에 공감하는 것이다.
잠시 뒤, 서문결이 입을 열었다.
“저쪽하고는 상관없어. 우리는 우리 할 것만 잘하면 돼.”
“결이가 잘 말했어.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만, 의식할 필요 없어. 그냥 너희 활동에만 집중해 줬으면 좋겠다.”
앨범 활동 이외의 일에는 신경 쓰지 말라고, 곽상현이 당부했다.
그때쯤 누군가 휴식 종료를 선언했다.
연습실 스피커에서는 다시 음악이 흘러나왔다.
* * *
이번 활동이 리프틴이라는 불안정한 프로젝트 그룹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리프틴의 팬덤 ‘이프’는 그야말로 필사적이었다.
– 애들 계속 활동할 수 있으려면 이번 앨범 성적 잘 나와야 해요
– 초동 조금만 더 나오게 해봐요ㅠㅠㅠㅠ 제발!!!!!
응원을 독려하는 팬덤 분위기에 편승해서 평소 앨범 열 장으로 만족하다가 이번 활동엔 스무 장, 서른 장을 사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다만 리프틴의 소속사가 최근까지 수익성이 높은 해외 공연 활동에 매진했고 멤버 바인이 물밑에서 저지른 사고가 알음알음 퍼지는 바람에 리프틴의 국내 팬덤은 다소 시들해져, 아직 기대에는 약간 못 미치는 화력에 머무르고 있었다.
한편 오르카와 리프틴이 같은 시기에 컴백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부터 각종 연예계 관련 커뮤니티는 두 그룹을 비교하는 데 열심이었다.
– (사진) 이번에 제일 라이징인 남돌 둘이 붙네. 재밌겠다
– 오르카랑 리프틴이면 그냥 오르카 압승 아님?
┗ 22 오르카는 음원이 미쳤잖아. 요새 음원 성적만 보면 남돌 중에서는 거의 탑인 듯?
┗ 근데 이번에 오르카도 컨셉추얼한거 들고 온 것 같아서 음원 성적 두고 봐야할 듯
– 리프틴이랑 오르카를 비교하는 것부터가 좀…
– 둘이 라이벌 구도 자체가 성립이 안 하는 것 같은데 왜 엮음
┗ 나도 이렇게 생각
┗ 한 팬덤이 라이벌 구도로 만들고 싶어하지
┗ 근데 다 떠나서 신인 남돌 중에는 이둘이 제일 잘된거 맞잖아. 시기랑 성적 보면 라이벌이라고 해도 과하진 않아 보임
– 하라메 들으니까 오르카 이번 신곡 미묘해 보이던데.. 이번엔 음원 ㄹㅇ 모르겠음
┗ 수록곡까지 개좋던데 뭔솔
– 오르카 이제 3년찬데 아직도 라이징이야? 이제 그냥 자리잡았다고 봐도 되지 않나
┗ ㅁㅊ어떻게 오르카가 벌써 3년차?
┗ 근데 다다음달에는 4년차래
┗ 세상이 나를 속이는 기분이다
┗ 오르카는 데뷔일이 늦으니까 아직 2년차라고 보는 게 맞지
– 리프틴은 계약기간상 이번이 마지막 활동인가 언제까지라는 공지 있었음?
┗ 일단 내년 상반기라고 알고 있기는 한데… 여름까지도 안 갈 것 같아서 무섭다
┗ 재계약 소취ㅠㅠㅠㅠㅠㅠㅠ
– 누가 이기든 두 그룹 다 잘되고 있는데 후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11월 30일, 오르카가 데뷔한 지 2년이 되는 날.
마침내 첫 정규 앨범 ‘Realistic’의 타이틀곡 ‘Action’ 뮤직비디오가 공개됐다.
이번 썸네일은 선글라스를 코끝에 걸쳐 쓴 서문결이 차지했다.
‘벌써 좋다.’
앞서 공개된 티저를 포함해 전반적인 퀄리티가 상당히 좋았기 때문에 에어리들은 오로지 설렘만을 품고 타이틀곡 ‘Action’의 뮤직비디오를 클릭했다.
Are you ready
어두운 밤거리, 잘 빠진 수트를 입은 멤버들이 가로줄을 지어 뚜벅뚜벅 걸어 나왔다.
그중에서 반요한이 서두를 열었다.
‘비트 죽인다.’
에어리는 영상을 재생한 지 10초도 안 되어서 알 수 있었다.
‘이건… 된다.’
Hey little runaway
네게는 편한 밤이 길었나
액션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하게 하는 영상 속에서 멤버들은 전통적인 선 성향 주인공이라기보다는 위협적이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안티히어로 같은 분위기를 냈다.
순진하게 웃는 얼굴
그동안 좋았겠지
안무 씬에 들어서며 카메라가 센터에서 꾸밈없이 웃는 강지우의 표정 연기를 확실히 잡아냈다. 무정한 분위기의 뮤직비디오 속에서 이질적인 미소는 시청자의 뇌리에 선명히 남았다.
넌 알 필요가 있어
All things come to an end
이 밤도 이 아픔도
어두운 밤길을 나는 듯이 달려가는 온라온의 뒷모습이 잠깐 나오더니 다시 안무 장면으로 전환되었다.
스토리텔링이 주가 되었던 ‘Again’이나 ‘From’ 때와는 달리 이번 ‘Action’ 뮤직비디오는 다양한 장소에서 퍼포먼스를 펼치는 비중이 높았다.
알아 무서운 거
망설이는 손을 잡아
그런 네가 좋아
환한 공간에서 거울로 손을 뻗는 견성하의 담백한 고백이 에어리의 마음을 가뿐하게 흔들었다.
And now
Action
여유 부리는 느낌이 물씬 나던 곡의 분위기가 사냥을 준비하는 맹수의 근육처럼 팽팽히 당겨졌다.
나란 불을 질러 봐
들뜬 숨을 불어 후
평소처럼 강지우의 보컬이 탁 터지는 대신 건조하게 읊조리는 듯한 서문결의 싱잉랩이 곡 전체의 긴장감을 확 끌어올렸다.
서문결이 센터에서 중심을 단단히 잡고 절제미가 느껴지는 안무를 펼치는 것을 보던 에어리가 자기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노래랑 안무가 되게 힙하다고 해야 하나… 신선한 느낌이네?’
이제 곡은 두 번째 장으로 나아간다.
베이스가 묵직했던 초반부와 달리 경쾌함이 가미되어 듣는 이의 심박수를 올렸다.
Look, hey, buddy
어때 생각보다
나쁘지 않을걸
온라온이 능글맞게 한쪽 눈을 찡긋거린다.
‘응. 존× 좋아…….‘
먹구름 낀 날씨처럼 무겁던 영상의 분위기가 명확하게 환기된 것을 모두가 느꼈다.
슬쩍 웃으려던 널
순간 사로잡은 flashback
견성하를 에워싼 거울 속에서 수많은 장면이 섬광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중 하나에는 ‘From’ 뮤직비디오 속 너드 같은 그의 모습도 담겨 있었다.
Uh-oh 거기까지
Don’t look back
이번 테마는 추억 여행이 아니야
서문결의 랩과 함께 거울이 산산이 깨져나갔다.
속도 올려
적당히 초속 11.2km 정도로
반요한이 엑셀을 밟으며 곡도 조금, 의식이 아닌 무의식이 겨우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빨라졌다.
발사 버튼은 네 손에
눌러 즐거울 거야
그런 네가 좋아
빨간색 발사 버튼을 누르며 사르르 웃는 강지우. 그의 눈에 담긴 미묘한 광기가 후진 같은 건 없다고 말하는 듯해 에어리는 형용할 수 없는 종류의 아찔함을 느꼈다.
And now
Action
그런 다음 에어리들을 뒤집어 놓은 테크웨어 의상을 착용한 멤버들의 군무 장면이 바로 이어졌다.
나란 불을 질러 봐
들뜬 숨을 불어 후
정적이던 앞선 후렴구와 달리 이번에는 같은 가사를 시원하게 내지르는데, 평소에 고음 파트를 주로 맡는 강지우가 아니라 온라온이 그렇게 했다.
주목할 점은 노래뿐만이 아니었다.
‘와, 스텝 밟는 게 지금 사람이 아니네…. 작두 탄다는 게 이런 거구나.’
분명 골자는 앞선 것과 같은 안무인데, 2절에 들어서며 박자를 더 쪼개 동작을 연결해 놓으니 속도감이나 파워부터가 아예 다른 춤처럼 보였다.
거기에 견성하의 랩 파트가 합세하며 기세를 더욱 올렸다.
지금 여긴 zero gravity
겁내지 마 NG 사인
세상에 하나뿐인 애드리브
뭐든 받아 줄게 나
완전히 궤도에 오른 곡은 정신없이 절정을 향해 달려갔다.
우리 둘만 남은 시공에서
눈 맞춘 순간 알 수 있어 난
맑게 울려 퍼지는 강지우의 정석적이고 깔끔한 보컬 뒤.
You are ready
서문결의 속삭임에 담긴 냉정한 확신이 에어리의 흥분을 가벼이 식혔다.
노래가 끝난 뒤 이어지는 마지막 장면.
쏴아아…….
뺨에 달라붙은 금빛 알갱이는 잘게 빛나고 그만큼 작은 것들이 하염없이 쏟아지는 소리가 아스라이 밀려온다.
그 가운데 누군가 귓가에 속삭이는 말을 정말로 들은 것처럼.
온라온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
빛이 환하게 비쳐 금빛을 띤 눈을 정면으로 마주친 에어리가 소름이 올라온 팔을 쓸어내렸다.
“미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