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67)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67화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뒤 본격적인 일을 시작했다.
“아무래도 어린아이들이 쓰는 공간이다 보니까, 위생에 정말 정말 많은 신경을 써야 하거든요. 더러운 게 보이면 쓸고 닦아야 하고 더러운 게 보이지 않아도 꾸준히 닦아야 해요. 틈새 같은 데도 구석구석 보셔야 하고요.”
안 그래도 아까부터 청소기 돌아가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장난감 같은 걸 잘 어지르거든요. 어떤 놀이나 활동을 하고 제자리에 다시 가져다 놓는 친구는 없다고 보셔도 돼요. 이따가 오픈하면 계속 돌아다니시면서 어지럽다 싶으면 바로바로 정리해 주세요.”
“네!”
청소는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일이었으므로 우리는 그쯤에서 물걸레와 소독약이 든 분무기를 하나씩 들고 시설들을 닦기 시작했다.
내가 우리 숙소도 이렇게 깨끗하게 치우지 않는데…….
“이거 진짜 열심히 일하는 프로그램이구나.”
“진짜.”
뻐근한 팔을 툭툭 털며 이걸로는 분량 뽑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한편으로 할 때였다.
“오르카가 이번에 컴백하잖아.”
한도균이 노련하게 운을 뗐다.
“맞아요.”
지금이 홍보 타이밍인가.
“타이틀 곡 제목이 뭐야?”
“‘Action’이에요.”
“뭔가 이번에도 ‘Again’이나 ‘From’처럼 신나고 파이팅 넘치는 곡일 것 같은 제목이네.”
“오, 저희 노래 다 아시네요.”
“당연하지. 형 스밍도 한다.”
“도균이 형, 이 아니라 도미닉 최고.”
영어 이름이 입에 영 안 붙는군.
내 본명이 데미안이라는 것도 잘 와닿지 않는 판에 도미닉이니 크리스토퍼니 하는 게 자연스럽게 나올 리도 없지만, 일단 오늘은 노력해 보자.
“지금 짧게 스포 가능해?”
이 영상 올라가는 날이 언제였더라.
컴백 날 이후였는지, 이전이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어차피 홍보하러 나온 거니까 상관없겠지.
옆에 있던 강지우와 눈짓으로 타이밍을 맞췄다.
“And now, action!”
“나란 불을 질러 봐.”
“들뜬 숨을 불어 후!”
대뜸 후렴구를 발사한 나와 강지우는 쪼그려 앉은 채 손걸레를 손에 들고 안무까지 가볍게 해 보였다.
“오오.”
반사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돌려줬던 한도균이 덧붙였다.
“정말 미안한데 얘들아, 지금 폼이 안 나.”
젠장! 자세의 한계였다.
하지만 예능이니까 괜찮다.
“아, 이게 진짜 멋있는 안무인데. 폼생폼사 그 자체인 안무인데.”
“지금 이걸 보고 계신 여러분, 풀버전으로 봐 주세요. 노래 진짜 좋으니까요. 많은 관심 부탁합니다.”
“저희 수록곡 홍보도 해도 되나요?”
“아, 당연하지. 너넨 하면 안 되는 게 없어. 하고 싶은 거 다 해.”
“사실 저희가 이번에 데뷔한 지 2년 만에 첫 정규 앨범으로 컴백하는 거라서 수록곡에도 평소보다 더 신경 썼거든요.”
“너희 수록곡들도 다 좋잖아.”
“맞아요.”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수록곡 맛집이다.
“너희 정도면 전곡 작사, 작곡할 능력 되지 않아?”
“너무 감사한 말씀이고 그것도 목표이기는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저흰 아직 풋내기거든요.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하나. 실력에 비해 너무 좋은 평가를 해주셨다고 생각해요.”
이제 고작 두 번 성공했을 뿐이다.
그 정도로 자신감을 얻는다면 그건 자만이었다.
“예전에 회사 분들이랑 했던 얘기이기도 한데. 무조건 멤버 작사, 작곡이라는 타이틀만을 고집하기보다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어떻게든 더 좋은 곡을 하나라도 더 받고 싶어요. 저희보다 뛰어나고 잘하는 사람이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에 정말 많이 있으니까요.”
“너무 멋있는 말이기는 한데…….”
“네.”
“지금 크리스토퍼는 동의하지 않는 표정이거든?”
강지우를 돌아보니 정말 할 말이 많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녀석의 어깨를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
“형. 우리 겸손하기로 했잖아.”
“데미안 말대로 겸손해야 하니까, 제가 딱 한 마디만 해도 될까요?”
“해 봐.”
후웁.
숨을 크게 들이마신 강지우가 입을 열었다.
“누가 뭐래도 저는 제 동생들이 써 준 곡이 주관적으로도 객관적으로도 더할 나위 없이 최고라고 생각해서 할 수만 있다면 애들이 쓴 곡으로 앨범을 꽉 채우고 싶을 뿐만 아니라 만약 저희 애들이 다른 가수분한테 곡을 써준다는 상상만 해도 속에서 질투가 나고 부럽고 그게 내 거였어야 할 것 같고, 그런 생각이 저도 모르게 들 만큼 저희 동생들은 천재라고 생각합니다.”
“…….”
강지우는 숨도 쉬지 않고 완성한 한 문장으로 한도균을 압도하는 데 성공했다!
“너 혹시 포지션이 래퍼야?”
“포지션은 리더고요 랩은 언젠가 도전하고 싶어서 연습하고 있습니다.”
“라온이만 그런 앤 줄 알았더니 너도였구나?”
“감사합니다.”
“전 왜요! 그런 애가 무슨 뜻인데요!”
[대답은 이걸로 대신합니다. TP +5]젠장!
* * *
떠들면서 청소를 얼추 마치니 어느덧 오픈 시간이었다.
“이제 오픈하면 아이들 입장할 텐데, 둘러보시면서 잘 놀아주시면 돼요.”
“보통 어떻게 놀아주나요?”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좋아해요?”
잘 놀아주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한 우리의 질문에 잠시 고민하던 앨리슨이 입을 열었다.
“음… 일단 자기 이름 기억해서 불러 주면 좋아하고.”
“이름 기억해서 불러 주기.”
“별거 아닌 거라도 알아봐 주고 칭찬해 주면 되게 좋아해요.”
“알아봐 주고 칭찬해 주기.”
“그리고 다 그런 건 아닌데 예쁘고 잘생긴 아르바이트생을 애들도 좋아하더라고요….”
“예쁘고 잘생기기.”
다른 건 몰라도 그건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언제 어디서든 꼭 기억해야 하는 건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이라는 거고요.”
“그렇죠. 안전이 제일 중요하죠.”
“장난감 입에 안 넣는지, 아이들끼리 싸우지는 않는지, 위험한 데 올라가거나 들어가지는 않는지 잘 살펴 주세요. 틈틈이 주변 정리도 해주셔야 하고요. 사실 이렇게 말로 설명해 드리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상황이 발생하는데 그때그때 융통성 있게 대처해 주시면 돼요.”
“와. 진짜 힘든 일이네요.”
“그래도 세 분은 잘하실 것 같아요. 화이팅.”
“화이팅.”
그 뒤로는…… 전쟁이었다.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해 특별한 일이 없으면 꺼두는 인명 표시 설정을 켠 덕분에 아이들 이름은 금방 외우고 잘생긴 얼굴과 산뜻한 미소 덕분에 호감도 쉽게 얻었는데,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애들이 나를 좋아한다고 해서 일이 편해지는 건 아니더라.
“선생님! 저랑 소꿉놀이 한 번 더 해요. 이번에는 제가 엄마 할래요.”
“안 돼! 선생님 우리랑 같이 술래잡기할 거야.”
“그럼 저희가 도망 다닐 테니까 선생님이 술래해 주세요.”
“경찰과 도둑 아세요?”
“얼음 땡 해요.”
“못 잡으면 과자 사주기.”
“얘들아, 대신 걸어서 하는 술래잡기야. 뛰면 탈락이야. 뛰면 선생님 손잡고 걸어 다녀야 해.”
몇몇 애들이 일부러 뛰어서 우리 손을 잡으러 오기는 했지만, 강지우의 시도는 좋았다.
카메라가 신기했는지 연예인이라는 소문이 났는지 아이들이 우리가 있는 곳을 떠날 생각을 안 했다.
오디오 물림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 아이들이 사방에서 한마디씩 하니 숙소에서 단련된 귀가 다 아프더라.
참고로 이때쯤 한도균은 모든 체력을 소진하고 잠깐 쉬다가 그나마 덜 힘든 식당 서빙 업무를 하러 갔다. 배신자다.
한도균 없이도 나와 강지우는 많은 것을 해냈다.
뮤지컬 스타일로 책 읽어 주기, 수동으로 돌아가는 놀이기구 조작하기, 우리를 알아보는 초등학생이랑 사진 찍어주기, 그리고 싸움 중재까지.
“어어, 저기 애들 싸운다!”
“말도 안 통하는데 어떻게 싸우는 거지…?”
한국인 아이랑 외국인 아이가 마주 보고 서서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는데 각자의 모국어로 자기 할 말만 하는 기세가 쇼미더×니 디스 랩 배틀 저리 가라 할 정도였다.
외국인 남자아이가 계속 영어로 뭔가 말하는 걸로 봐서 한국어를 잘 못 하거나 할 줄 모르는 것 같았다.
“내가 남자애랑 얘기해 볼 테니까, 형은 여자애 달래줘.”
“알았어.”
우리는 싸우는 아이들을 한 명씩 데리고 가 격리했다.
겨우 화해시키고 난 뒤에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 왔다.
시계를 보니 벌써 3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고생이 많으세요.”
“진짜, 고생했다 너희.”
초췌해진 상태로 볶음밥을 흡입하는 우리에게 앨리슨과 한도균이 천천히 먹으라며 물을 건넸다.
“앨리슨은 키즈카페에서 일하면서 제일 힘든 일이 뭐였어요?”
“힘든 일이요?”
“네.”
“아, 음… 어…….”
뭘 떠올린 건지.
보기 좋게 웃는 상이던 앨리슨의 표정이 그러데이션으로 죽어가는 게 보였다.
잠시 뒤, 어쩐지 이를 꽉 깨문 듯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앨리슨이 말했다.
“하나만 고르기가 힘든데….”
“대답 들은 걸로 할까요?”
“사실 제가 유아교육과거든요.”
“우와, 멋있다.”
“발달 수준상 아이들은 실수해도 애니까 그럴 수 있지, 그런 생각이 들거든요.”
“네.”
“애들은 몰라도 나이를 드실 만큼 드신 보호자 분들이 그걸 잘 지도하지 않으면 이제 힘든 거죠.”
“맞아. 애들이 부모님 말씀을 안 들을 수는 있는데, 그걸 그냥 방치하는 부모님은 좀 그래.”
“맞아요, 맞아요. 제 맘이 딱 그래요.”
“힘드시겠다.”
“그래도 순수한 애들 보면 귀여워서 마음이 좀 풀릴 때도 있어요.”
“애들 진짜 귀엽더라고요.”
같이 놀다 말고 밥 먹으러 간다니까 다시 오는 거 맞냐고 몇 번이나 물어보면서 우리를 붙잡던 아이들 얼굴이 떠오르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렇게 늦은 점심을 배부르게 먹은 뒤 짧은 휴식 시간을 가질 때였다.
한도균이 나를 불렀다.
“라온아, 잠깐 따로 얘기 좀 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