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9)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9화
팀명과 구호를 정한 우리는 각자 바닥에 앉거나 누워서 휴식을 취했다.
몇몇 연습생들이 내 표정을 살피는 게 느껴졌다. 대체 뭘 기대하고 저러는지 알고 싶지도 않다.
그런 생각을 하며 앞에 있는 거울 속 내 모습을 무심코 바라본 순간이었다.
연못에 돌을 던진 것처럼 거울에 파문이 일었다. 그리고 여태까지 보이던 것과는 전혀 다른 형상을 비추기 시작했다.
– 야, ×발 들었어?
……트루 남자 연습생들이다.
오현진은 물론이요, 지난번에 녹음이 끝나고 만났던 한도경과 이은규도 보였다.
유감스러운 점은 그들의 대화가 썩 건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저속하고 저급한 이야기를 나누며 저들끼리 낄낄거리는 모습이 좋게 보이지는 않아서 눈살이 절로 찡그려졌다.
나는 설마 ‘온라온’도 저 틈에 끼어 있나 싶어 눈을 굴려 익히 아는 얼굴을 찾았다.
그리고 나는 무리 지은 트루 연습생들과는 멀찍이 떨어진 연습실 한쪽 구석에서 스트레칭하는 ‘온라온’을 발견할 수 있었다.
– 존나 재수 없어. 쌤들이 좀 챙겨준다고 나대. ×발, 이러다 같이 데뷔하는 거 아니야?
–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새끼가 어떻게 데뷔하냐?
– 야, 다 들리겠다.
– 뭐 어때. 들으라고 해.
……그 말을 끝으로 돌연 차가운 물 속에서 억지로 끌어내지는 것처럼 환상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반요한이 내 손을 잡고 얼이 빠진 나를 위로 끌어당기듯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졸았냐? 이제 그만 일어나.”
내 두 다리로 일어나고 나서도 얼떨떨했다.
‘방금… 뭐였지?’
속이 울렁거렸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팀원들도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지만, 이런 상태로 연습 같은 게 될 리가 있나.
“저 죄송한데 화장실 좀 얼른 다녀올게요.”
“다녀와.”
“같이 안 가도 돼?”
“…….”
“그래. 네 뜻은 잘 알았고, 길 잃어버리지 말고 잘 다녀와.”
나는 반요한의 과도한 관심에 사정없이 찡그렸던 얼굴을 도로 말끔하게 펴고 연습실을 나섰다.
뒤에서 한다훈이 3년씩이나 연습생으로 있던 곳에서 길을 잃는 바보 같은 사람이 세상에 어딨느냐고 종알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반요한이 “쟤는 바보거든” 하고 대꾸하는 소리가 언뜻 들린 것도 같은데, 내 정신건강의 안녕을 위해 듣지 못한 걸로 쳤다.
다행히 나는 진짜 바보가 되지 않고 금세 화장실을 찾을 수 있었다.
세면대에서 차가운 물을 두 손에 받아 얼굴에 몇 번이고 가져다 댔다. 그러다 보니 앞머리가 푹 젖은 것 같았다.
“…….”
내 꼴을 확인하기 위해 바라본 거울 속 나와 눈이 마주쳤다.
망했다고 생각함과 동시에 또 한 번 상에 파문이 일었다.
– 우욱…….
거울에 뒷모습만 비친 ‘온라온’은 변기에 고개를 숙이고 헛구역질을 하고 있었다.
속에 든 게 없는지 투명한 액체만 입에서 주르르 흐르고 있었다.
한참을 웩웩거리며 헛구역질하던 ‘온라온’이 고개 돌려 휘둥그레진 눈으로 나를.
어쩌면 내 뒤에 있을 누군가를 바라보는 순간.
“!”
이 망할 환상에서 다시금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아, 씨…….”
“왜 그래. 어디 안 좋아?”
어느샌가 온 오현진이 걱정스러워하는 표정으로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 뻔뻔한 낯짝을 정면에서 마주한 나는 본능적인 쌍욕을 참기 위해 평생의 인내심을 다 끌어다 써야만 했다.
* * *
무슨 정신으로 연습을 마쳤는지 모르겠다.
잠깐이라도 멍하니 거울을 보고 있으면 표면이 출렁이며 ‘온라온’의 과거가 문득문득 떠올랐다.
퀘스트 설명에 나와 있던 때때로 의식 위로 떠오르는 기억을 타협 없이 어쩌구…가 이런 뜻이었냐?
당연히 타협이 안 되겠지.
기억이 떠오르는 게 아니라 뇌에 그대로 갖다 처박는 수준인데!
덕분에 내 모습을 비추는 물건이란 물건은 다 꺼림칙해져서 곽상현의 차에 달린 룸미러나 잘 닦인 창문도 보기 싫었다.
미연의 사태를 방지하고자 눈을 꽉 감고 뒷자리에 찌그러져 있는데 앞자리에 있는 곽상현과 반요한이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가서 뭔 일 있었어? 상태가 많이 안 좋은데.”
“딱히 특별한 일은 없었는데… 좀 이상하기는 했어요.”
피로도가 많이 차서 그런지 잠은 금방 왔다.
픽하트 합숙 기간에는 피로도 관리가 어려워 수면 설정을 피로도 회복 모드로 해놓고 있었지만, 요즘에는 제대로 잔 느낌을 내기 위해 일반 모드로 돌려놓았다.
피로도 회복 모드로 해 놓고 자면 좀처럼 잔 것 같지 않단 말이지.
잠들락 말락 할 때, 문득 생각난 말이 있었다.
푹 잠기는 눈을 힘주어 뜬 내가 말했다.
“형. 전…… 오늘부터 반가을 대표님을 존경하기로 했어요.”
“갑자기?”
“아무래도 혜안이 있으신 것 같아…….”
뿌린 대로 거둔다.
아주 마음에 드는 말이다.
“아주 다… 그냥 …발 조…버려….”
“……온라온 자?”
“자는 것 같은데? 요한아, 조용히 하자.”
“그래, 자라.”
* * *
트루에서 돌아온 나는 더욱 각성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렇게 어중간하게 해서는 죽도 밥도 안 돼.’
다른 놈한테는 다 져도, 오현진 그 새끼한테는 죽어도 못 진다.
그 결과 트루에 다녀온 다음 날, 나는 시드의 아늑한 지하 연습실에서 평소보다 곱절로 연습에 몰두했다.
하지만 나 혼자 뭔가를 해내기에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했다. 당장 내일이 리허설이고, 모레가 본방인데.
그래서 나는 물불 안 가리고 주위에 도움을 청했다.
타깃은 정새봄이었다.
“저 살면서 누구한테 무릎 꿇어본 적 없거든요.”
“오자마자 갑자기 뭔 소리야! 뭐 나는 무릎 꿇어본 적 있는 줄 알아?”
이 형님 인상 찡그리니까 진짜 양아치 같고 한 대 칠까 봐 무섭다.
내 HP는 여전히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0까지 뚝 떨어질 만큼 빈약해 보였다.
하지만 나 상남자 온라온, 여기서 쫄지 않는다.
나는 냅다 무릎을 꿇었다.
“그만큼 귀한 무릎이다 이겁니다! 제 처음을 형한테 바칠게요!”
“미, 미쳤어?! 너 말 또, 또, 똑바로 해! 그리고 내 처음은 …울 씨한테 바칠 거야!”
“형! 저를 받아주세요!”
“목적어 확실히 붙여!”
“까다로우시긴. 저를 제자로 받아주세요!”
그때 연습실 한쪽에 놓인 소파에 늘어져 있던 반요한이 심히 얄밉게 참견했다.
“형. 목적어 아니고 부사어예요. 그리고 그분은 형한테 관심 없는데. 형이 바친다 해도 안 받아주실걸요.”
앗, 들린다. 정새봄 빡치는 소리.
“라온아, 받아줄 테니 저 새…. 후우…… 놈도 끌고 와라.”
“반요한 거기서 뭐 하냐. 빨리 와.”
“너 지금 형한테….”
“아, 요한 형 빨리 오세요. 낼모레 우리 중에 제일 못한다는 소리 듣기 싫으… 악!”
성큼성큼 걸어온 반요한이 나를 몸째로 퍽하고 들이받으며 밀쳤다가, 내가 그냥 옆으로 휙 넘어가자 ‘어? 이게 아닌데?’ 하는 표정으로 당황하며 완전히 넘어지기 전에 잡아줬다.
“아니, 넌 애가 무슨 종잇장처럼….”
“닥쳐!”
평소였다면 바로 똑같이 들이받아서 보복했겠지만 참았다.
오늘만큼은 아주 조금의 피로도라도 아껴야 했다.
그런 내 간절한 마음을 알아준 걸까.
“온라온라온, 노래는 형이 가르쳐 줄게!”
뮤지컬의 한 장면처럼 보컬 연습실 문을 안쪽에서 벌컥 열고 나온 강지우가 팔을 크게 흔들며 외쳤다.
“지우 형 최고!”
“랩은 내가 봐줄게.”
“결이 형도 감사. 근데 나 랩 파트 아니야.”
“…….”
내 착각인가. 서문결이 조금 시무룩해진 것 같다.
“…그럼 랩 대신에 표정 봐줘요.”
“그건 성하가 더 잘해.”
“싫어요.”
싫다고 요지부동이던 견성하는 양옆에서 날아오는 강지우의 부담스러운 눈빛과 서문결의 담백한 신뢰가 담긴 눈빛을 끝까지 무시하는 데 실패했다.
결국 견성하 또한 ‘내가 너보다 낫다’ 혹은 ‘이게 너와 나의 수준 차이다’라고 말하는 듯한 태도로 내 표정 연기를 봐줬다.
그 교만한 태도에 불만을 가지기 어려울 만큼, 서문결과 대화할 때를 제외하고 늘 뚱하니 있던 견성하는 표정이 정말 좋았다.
솔직한 감탄이 절로 나왔다.
“와, 진짜 잘한다.”
“!”
“어떻게 그런 표정이 나오지?”
“무슨 이상한 소리…….”
“와, 우리 성하 좋아한다. 우리 성하 칭찬 참 좋아해.”
강지우가 기분 나쁘게 히죽거리며 견성하를 놀렸다.
“그런 거 아니에요!”
알고 보니 시드 연습생 중에서 연기 쪽으로 가장 전도유망한 연습생이 견성하였다.
반요한이 귀띔해 주길 견성하 동생이 배우라 그 영향을 받았다던가.
어쨌거나 그 모든 굴욕과 수모를 자처해서 감내한 보람이 있게 나는 그제와 540도 달라진 모습으로 멘토 커버 평가 리허설 날을 맞이했다.
리허설 현장에는 멘토들이 와서 연습생들의 무대를 보고 피드백을 해줬다.
시즌1 데뷔 그룹인 어폰의 멤버라는 박신우도 멘토들 틈에 끼어 있었다.
센터나 메인 보컬을 잘못 뽑아 눈물이 쏙 빠질 만큼 혹평을 받는 팀도 심심찮게 보였다.
‘거… 내일이 무댄데 살살 좀 하시지…….’
물론 이 모든 과정은 빠짐없이 촬영되고 있었다.
“TOXIC 1조 준비해 주세요.”
“네!”
묵혜성은 지난번에 왔던 주연호에게 한 소리 듣기라도 했는지 웬일로 피드백이 평소보다 조금 유한 편이었는데, 우리 조가 무대 위로 올라오자마자 대번에 표정부터 바뀌었다.
[어디 얼마나 잘했는지 한번 보자며 크로니클의 묵혜성이 당신을 특히 주시합니다.]그렇지. 자기 노래에서까지 가만히 계실 분이 아니지…….
우리 팀이 시작 대형을 잡자 제나가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어이구, 라온이가 센터야?”
“네!”
“혜성 오빠 보고 있어서 부담 엄청 되겠는데?”
“아, 그래요? 저는 부담 같은 건 잘 몰라서요.”
그렇게 말하며 엄격하고 근엄하고 진지한 표정을 짓자 제나를 포함한 몇몇 멘토들이 피식피식 웃었다.
‘근데 저번 멘토 평가 때보다는 떨리는 것 같기도 하고.’
사실 떨리는 건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이렇게 구분이 어려울 정도면, 그냥 안 떨리는 거라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어쨌든 이 시점에서 내 TOXIC 안무 이해도는 약 60%, 노래 이해도는 약 65%였다.
체힘민 스탯 부족으로 인해 이게 현재 시점에서는 내 한계치라고 봐도 좋았다.
“…….”
몇 번을 들었는지 모를 전주과 함께 리허설 무대가 시작됐다.
나는 의식적으로 빨간 불이 들어오는 카메라를 찾았다.
카메라 보는 연습을 이럴 때 안 하면 언제 하겠어.
* * *
“헉…. 허억…….”
음악이 끝나고 우리 팀은 숨을 고르며 일렬로 줄지어 서서 평가를 기다렸다.
“깔끔하다. 평균적으로 봤을 때 너희가 이제까지 본 애들 중에서는 제일 괜찮아.”
이번만큼은 팀워크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팀원들이 다 같이 미소를 지었다.
전체적인 평 뒤에는 개별 평가가 이어졌다.
“라온이는 그사이에 눈에 독기가 생겼네. 안 그래도 너무 이미지가 순해서 이런 컨셉이 괜찮을까 싶었는데 센터에서 잘 보여서 너무 좋다.”
“감사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독이라도 어디서 구해다가 퍼먹이고 싶은 새끼들을 좀 알게 돼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