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40)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40화
리허설을 다녀오고 나서도 연습은 멈추지 않았다.
춤을 향한 내 열정에 감동해 레슨이 없는 날인데도 왔다는 정새봄과 내게서 보컬의 싹이 보인다며 안무 연습이 끝나자마자 나를 골방, 아니, 보컬 연습실에 끌고 들어간 강지우 덕분이었다.
솔직히 정새봄은 날 좋아하는 사람 보러 올 핑계쯤으로 삼은 것 같고.
강지우 이 자식이… 진짜다.
“라온아, 이번에 좋았어. 그런데 한 번 더 하면 더 잘할 것 같은데. 다시 한번 해보자.”
이 자식은 한 시간 전에도 똑같이 말했다.
노래 못 해서 죽은 귀신이라도 붙은 게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노래를 부르다 보니 개스템이 나를 동정하며 힘과 체력, 심지어 버티는 게 용하다며 의지까지 올려주더라.
스탯은 아무래도 됐고 살려줘.
“넌 안에서 극기 훈련이라도 하다 왔니?”
집에 갈 시간이 되어서야 보컬 연습실이라고 쓰고 노래 감옥이라고 읽는 곳에서 겨우겨우 탈출한 내 얼굴을 보자마자 반요한이 한 말이었다.
“말 시키지 마…….”
그에 반해 개운한 얼굴로 내 뒤를 따라 나온 강지우가 씩 웃으며 물었다.
“반, 너도 들어올래?”
“응. 꺼져.”
아직도 뭘 더 할 기운이 남아 있다고?
‘이 노래에 미친 놈….’
강지우가 십 년 넘게 반요한과 교우 관계를 유지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강지우 본인도 그다지 제정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 * *
다음 날 아침이 밝기 전에, 나와 반요한, 그리고 서문결은 숙소를 나섰다.
체력의 한계라는 게 없는지 새벽처럼 일어나서 아침을 차려준 강지우와 곤히 자다 말고 졸린 눈을 하고 나온 견성하가 우리를 배웅했다.
“얘들아, 다 부수고 와.”
“결이 형, 잘하고 와요.”
“견성, 나랑 라온이는?”
“잘하든지 말든지…. 우리 회사 쪽팔리게나 하지 마세요. 남의 이름 마음대로 줄여 부르지도 마시고요.”
이 자식… 나와 반요한을 배척하는 데 무척이나 진심이다.
“아무튼 다녀오겠습니다!”
곽상현이 우리를 경연이 있을 일산 스튜디오까지 데려갔다.
“너무 부담…은 아무도 안 가진 것 같고, 셋 다 잘하고 와라.”
“네!”
스튜디오는 새벽부터 분주했다.
연습생들은 제대로 의상을 갖춰 입고 메이크업을 받으며 첫 경연 무대를 준비했다.
그렇게 해놓고 보니 다들 웬만해서는 아이돌 같았다.
“화장 진짜 너무 잘됐으니까 얼굴 손으로 절대! 절대! 모기가 앉아도 만지지 마세요.”
“넵. 감사합니다.”
나 또한 끝내주는 화장 덕분에 오늘도 매력 +30 버프를 받았다. 저번보다 화장이 짙어서 그런지 오르는 수치가 두 배다.
TOXIC 의상은 내 예상대로 잘 빠진 수트였다. 우리 팀은 깔끔한 블랙, 상대 팀은 버건디.
일단 의상은 우리가 이겼다고 볼 수 있다.
수트는 뭐니 뭐니 해도 블랙이지.
그때, 반요한이 메이크업을 받고 내게 다가왔다.
나를 포함해 내 주위에 있던 사람들의 입이 남녀를 막론하고 절로 벌어졌다.
“와, 이 형 미…남이시네요.”
나는 미쳤다고 하기 직전에 말을 바꿈으로써 비속어 필터링의 위험에서 아슬아슬하게 벗어났다.
“갑자기?”
반요한이 나를 이상한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보았다.
나도 웬만하면 이런 말 안 하는 사람인데.
과하지 않은 흰색 프릴 셔츠에 기장이 엉덩이 아래까지 내려오는 검정 재킷을 말끔하게 갖춰 입은 반요한은 사실 날 때부터 재벌 3세가 아닌가 싶을 만큼 이번 의상이 잘 어울렸다.
녀석이 타고나길 부티가 흐르는 도련님 같은 이미지라 그런 듯싶다.
내가 사람의 외모에 있어서만큼은 누구보다도 냉정할 수 있는 시선의 소유자라서 이렇게 말하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재수 없다.
그래도 반요한 재수 없는 게 하루 이틀인가.
매사 생글생글 웃는 유희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설렁설렁하는데도, 남들보다 확연히 뛰어난 결과를 내는 녀석에게도 이제는 좀 적응한 것 같다.
그때, 내 차림을 본 반요한이 툭 던지듯 말했다.
“너도 오늘 좀 괜찮아.”
……이 자식은 왜 좋은 말을 하는데도 재수가 없냐.
적응했다는 말은 전면 취소.
“온라온 잘생겼다?”
긴장되는지 연신 가사를 중얼거리며 서성이던 김준우가 우리가 얘기하는 소리를 듣고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김준우 또한 스탠다드한 정장이 제법 잘 어울렸다. 반요한이 도련님이라면 김준우는 그 부하 직원 같다. 칭찬 맞다.
“준우 형도 잘생겼다.”
“반요한은 사기 아니야?”
“나 거의 내내 저 형 옆에서 춤추잖아.”
내 말에 김준우가 갑자기 긴장이 확 풀린 얼굴로 내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그것참 안됐고 힘내라.”
나쁜 놈.
반요한이나 김준우 말고도 준비를 마친 연습생들이 문과 가까이 앉아 있는 내 옆을 지나가며 한마디씩 하고 갔다.
대부분 잘해라, 오늘 잘생겼다, 안 떨리냐와 같은 사소한 말이었다.
“형, 나 긴장돼서 죽어.”
반요한만큼이나 얼굴에서 빛이 나는 징샤오가 울렁거리는 표정으로 엄살을 떨었다. 그 뒤에는 최종 보스 같은 서문결이 있었다.
하늘에는 두 개의 태양이 있을 수 없다는데 오늘 하루만 벌써 세 개의 태양을 본 것 같다.
“네 얼굴 보니까 내 기도 죽어.”
내 대꾸에 징샤오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이내 싱글 웃으며 서문결과 함께 제 자리를 찾아갔다.
[징샤오가 농담으로 긴장을 풀어준 당신에게 고마워합니다. 징샤오 호감도 +3 현재 호감도 +42]긴장 풀어주려고 하는 말 아닌데. 그냥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인데.
김준우도 그렇고 징샤오도 그렇고 사람을 자꾸 자기들 신경안정제로 쓴다.
마침내 오전 8시 반, 모든 연습생이 대기실에 모였다.
백 명이 틈 없이 붙어 앉아야 할 만큼 좁은 대기실 앞쪽에는 무대를 볼 수 있도록 TV가 설치되어 있었다.
근처에 앉은 연습생들이 소곤거렸다.
“밖에 사람 봤냐? 완전 많아.”
“떨려 죽을 것 같으니까 그런 거 말하지 마….”
* * *
장르를 불문하고 무더기로 나온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대한 피로 탓에 픽하트3의 대중적인 화제성은 앞선 시즌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
그럼에도 픽하트는 이제 아이돌에 어느 정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외면하기 어려운 대형 화젯거리로 자리 잡았다.
[징샤오 데뷔해!] [NA♡YUNJAE] [아니라온아너무슨일이니너이렇게귀여우면잡혀간다그런데누나집올래잘해줄게정말]아직 첫 방송도 안 했는데 아침 일찍부터 스튜디오 앞에서 연습생들의 이름이나 얼굴이 프린트된 각양각색의 슬로건을 나눠주는 사람도 많았다.
기나긴 줄서기 끝에 방청객들은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들어가면서는 무대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짐과 함께 핸드폰을 제출했다.
그것도 모자라 경호원들에 의해 몸수색까지 철저하게 받아야 했다.
세상에 자기 애들 보러 와서 몸수색 받는 대표님이 어디 있냐며 어이없는 모순에 방청객들이 공분했지만 픽하트 제작진은 시즌1부터 그래왔듯 끄떡없었다.
핸드폰도 뺏겼겠다, 기나긴 대기 시간에 경연을 보기 전부터 지친 사람들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을 붙이며 지루함을 달랬다.
“원픽 누군지 물어봐도 돼요?”
“저 윤재요.”
“저는 도윤이요.”
먼저 공개된 영상이나 팬미팅 사진 등을 통해 초반 인기를 얻은 몇몇 연습생들은 이미 고정 팬층이 형성되기도 했다.
마침내 장내가 어두워지며 기다림의 끝을 알렸다.
격식 있는 차림을 한 제나가 안쪽에서 걸어 나왔다.
“안녕하세요, 픽하트 엔터테인먼트 대표님. 저는 오늘 평가 경연 진행을 맡은 픽하트 이사이자 가수 제나입니다.”
천여 명의 방청객들이 데뷔 이래로 프로로서 구설수 없이 자기 몫을 해내온 제나에게 호의적인 박수를 보냈다.
제나가 감사의 의미로 미소를 지었다.
“대표님께서 이 자리에 오신 이유는 역시 대표님의 가슴을 뛰게 한 연습생을 찾기 위해서겠죠. 어떤 연습생이 벌써부터 우리 대표님의 마음을 빼앗았을지 궁금하네요.”
방청객들이 응원하는 연습생들의 이름을 소리 높여 외쳤다.
그 소리는 연습생들이 모여 있는 대기실까지 들릴 정도였다.
“그럼 룰을 본격적으로 설명하기에 앞서, 픽 유어 하트를 누구보다 열심히 이끌어주시는 저희 멘토분들을 모셔보겠습니다.”
한가락씩 하는 멘토들이 레슨을 함께한 같은 그룹 멤버와 함께 안쪽에서부터 걸어나왔다.
방청객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멘토들이 멤버의 손을 사이좋게 잡고 무대 앞쪽으로 나와 일렬로 늘어섰다.
“묵혜성 멘토님, 한 말씀 해주시죠.”
그에 억지로 잡고 있던 주연호의 손을 이물질을 털어내듯이 놓은 묵혜성이 거친 행동과는 달리 사뭇 침착한 표정으로 마이크를 들었다.
크로니클 막내 묵혜성의 거부에 맏이 주연호가 과장되게 시무룩한 표정을 짓자 방청객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20년 가까이 같이 활동하며 이런 상황에 싫어도 익숙해진 묵혜성은 담담히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크로니클의 묵혜성입니다. 이렇게 보니까, 지금 대표님들이 얼마나 기대를 많이 하고 계시는지 잘 알 것 같네요. 기대되시죠?”
“네에에!”
“저도 그렇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준비한 연습생들도, 무대를 보러 오신 분들도 모두 만족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네. 묵혜성 멘토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그럼 멘토 여러분은 자리에 앉아주세요.”
멘토들이 한쪽에 마련된 멘토 지정석에 가 앉는 동안 제나는 무대 위에 남아 말을 이어갔다.
“그럼 이번 멘토 곡 커버 평가 경연의 규칙과 투표 방법을 설명하겠습니다.”
연습생들도 방청객들도 제나의 말을 주의 깊게 들었다.
“이번 멘토 곡 커버 평가에서는 앞선 시즌과 마찬가지로 연습생들이 멘토들의 곡을 커버한 무대를 준비했습니다. 하나의 곡으로 두 팀이 대결을 펼치며, 대결에서 승리한 팀은 보상으로 개별 직캠이 추후 공개됩니다.”
팬 유입에 직캠 영상의 영향력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현시점에서는 나름 유의미한 보상이었다.
작은 표도 생존과 방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프로그램 초반에는 더더욱.
“대표님께서는 하나의 곡을 커버하는 두 팀의 무대가 모두 끝난 뒤 미리 받으신 무선 투표 리모컨으로 가장 잘했다고 생각되는 연습생 한 명을 투표하시면 됩니다. 이 개인표를 합산한 득표수가 높은 팀이 대결에서 승리합니다.”
제나가 큐 카드를 흘긋 보고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모든 무대가 끝난 뒤, 총 14팀 중 가장 좋았던 한 팀을 투표합니다. 이 전체 투표에서 3위를 차지한 팀은 3천 표, 2위를 차지한 팀은 4천 표, 1위를 차지한 팀은 5천 표가 팀원 전원에게 주어집니다.”
3위에게 주어지는 3천 표도 하위권 연습생에게는 생존과 방출을 가를 수 있는 영향력을 가졌다.
연습생들의 얼굴에 비장함이 어린다.
“그럼 지금부터 멘토 곡 커버 평가 경연을 시작하겠습니다.”
제나가 경연의 시작을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