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41)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41화
현장을 보여주는 TV 화면 속 제나가 경연 시작을 선언했을 때, 내게는 퀘스트 하나가 도착했다.
[▶ 퀘스트 설명: 관객 앞에서 펼치는 첫 번째 경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한순간이라도 좋으니 다수의 관객에게 당신의 노래, 춤, 표정 그 어떤 것으로든 아이돌 연습생으로서 깊은 인상을 남기세요. 전체 팀 순위에 따라 추가 보상이 주어집니다.]▶ 확정 보상: 소정의 경험치
▶ 추가 보상: 스킬 《???》, 스탯 포인트, 경험치 중 1종
▶ 실패 시 페널티: ???] [Y/N]
오, 스킬이다.
게임을 시작한 이후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내 스킬창에는 한국어, 영어, 일본어 등의 언어 스킬 외에 이렇다 할 것이 없었다.
언제 이런 기회가 올지 모르는데 안 할 이유가 없었다.
나는 오랜만에 흔쾌히 퀘스트를 수락했다.
그러는 동안에 서른 명 가까이 되는 연습생이 무대 준비를 위해 좁은 대기실을 한꺼번에 빠져나갔다.
제일 앞서 나가는 나가세 리츠가 나한테 손을 내밀길래 나도 손을 내밀어 하이파이브를 해줬다.
뒤에 나가는 애들도 다 똑같은 짓을 하고 가서 팔도 아프고 손바닥도 얼얼하다.
“잘하고 와.”
“오냐.”
9시 15분.
마침내 경연이 시작됐다.
맨 처음으로 로제타의 곡 [Hunter>를 커버한 두 팀의 실력은 그저 암담했다.
제작진이 굳이 첫 순서에 넣은 이유를 알 것 같달까.
인기 연습생이 없기도 하고, 레슨 때부터 기대치가 낮았나 보다.
[HUNTER> 1, 2조의 뒤를 이어 세 번째로 경연을 치른 [Avatar> 1조가 음 이탈까지 제대로 내는 바람에 현장 분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냉랭해졌다.‘내가 고작 이런 걸 보려고 이 고생을 하며 여기 있는 줄 알아?’
때때로 화면에 비치는 방청객들의 싸늘한 표정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다행히 나가세 리츠가 있는 [Avatar> 2조가 선방하며 분위기는 조금 살아났다.
볼만한 무대가 나오자 대기실에서 무대를 보는 연습생들의 리액션도 한층 활기를 띠었다.
다음 무대로 넘어가기 전, 문을 열고 들어온 스태프가 순서를 알렸다.
“[TOXIC>이랑 [Shooting star> 팀 이동할게요.”
우리 팀을 비롯한 연습생들이 우르르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기실이 잠시 부산스러워졌다.
“잘하고 와.”
“잘해!”
중간쯤에 앉아 있던 서문결과 징샤오를 비롯한 연습생들이 응원의 목소리를 보냈다.
인이어와 마이크를 차고 무대에 올라가기 직전.
어둑한 백스테이지 공간에서 리더 김세종이 의례적으로 말했다.
“그동안 너무 고생 많았고, 잘하고 오자.”
“파이팅이라도 할까요?”
“그럴까?”
우리는 누구는 위, 누구는 아래로 손을 움직여서 합이 하나도 안 맞는 파이팅을 했다.
아무리 봐도 팀 분위기는 저쪽에 있는 김준우 팀 쪽이 훨씬 더 끈끈한 것 같다.
“이번 무대는 과연 아직 어린 연습생들이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약간은 걱정이 되기도 하는 무대인데요.”
무대 위에서 제나가 우리를 소개하고 있었다.
“한 세기 전부터 아름답게 빛나는 연대기를 써온 아이돌 그룹이라고 할 수 있죠. 묵혜성 멘토가 속한 보이그룹 크로니클의 [TOXIC>입니다. 두 팀은 무대 위로 올라와 주세요.”
우리는 스태프가 하나하나 지정해 준 순서대로 무대 위로 올라갔다.
한 방청객이 반요한의 얼굴을 보더니 들고 있던 다른 연습생의 슬로건을 자기도 모르게 떨어뜨렸다.
그렇죠. 충격적이시겠죠. 제 원래 얼굴 보시면 기절하시겠어요.
반요한 이 자식이랑은 좀 떨어뜨려 줬으면 좋겠는데 제작진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방청객들이 각자 응원하는 연습생의 이름을 우렁차게 외치는 가운데, 제나가 말했다.
“1조부터 소개 부탁드릴게요.”
김세종이 “하나, 둘” 하며 타이밍을 맞췄다.
“후후 불면은 아픈 거 다 날아가라아. 안녕하세요. 저희는 대표님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힐러입니다!”
손바닥이 위로 오도록 해 손을 입에 가져다 대며 인사했다. 이건 미리 연습한 거라 다행히 타이밍이 잘 맞았다.
귀엽다는 듯 웃은 제나가 2조 인사까지 모두 본 뒤, 내게 물었다.
“1조 팀 이름을 온라온 연습생이 지었다고 들었거든요.”
“네. 그렇습니다.”
“노래 제목이 독이 있다는 뜻인데, 팀명은 왜 힐러인가요?”
“독은 치료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희가 병 주고 약 주고라는 옛말을 적극적으로 실천해 보려고요.”
[뭔 소리야……. 반요한이 어이없어하며 당신의 탈락을 바랍니다. 반요한 호감도 +1 현재 호감도 +39]아니, 이 자식이 기껏 잊어줬더니 또? 탈락 기원하면서 호감도는 왜 오르는데 미친놈아.
진정하자. 카메라가 보고 있어.
“지금 옆에 서 있는 반요한 연습생과는 의견 일치가 안 된 것 같은데요?”
“네? 요한 형 그래요?”
눈치 안 챙겨?
녀석을 지그시 보자 반요한이 이내 입술을 끌어 올리며 내 말에 동의하듯 웃는다. 방청객들이 와하하 웃었다.
평정심을 되찾은 내가 말했다.
“네. 방금 합의됐습니다.”
“그렇군요.”
“그렇습니다.”
다시 한번 방청객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고, 이번에는 제나도 웃었다.
나만 못 웃었다, 망할.
* * *
각 팀의 리더가 서로 견제하는 말을 의례적으로 주고받은 다음 1조가 무대를 시작하기 위해 대형을 갖추어 섰다.
많아 봤자 스무 살 언저리의 연습생들이 제대로 소화해 낼 거라고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 곡이 바로 크로니클의 ‘TOXIC’이다.
한때는 순애였으나 어느샌가 서로를 진득하게 옭아매는 독처럼 변해버린 감정을 표현한 곡.
무대에 능숙해질 대로 능숙해지고, 태도가 성숙해질 대로 성숙해진 삼십 대의 크로니클이 아니고서야 누가 그 느낌을 제대로 살리겠냐고, 원곡을 아는 사람들 대부분은 생각했다.
1조 무대 전까지는.
처음에는 ‘괜찮네’ 정도의 생각이었다.
춤이 삐걱거려 혼자만 튀는 연습생도 없고 곡이 전반적으로 격렬함과는 거리가 멀어 그런지 라이브도 크게 불안하지 않았다.
짜릿한 충격이 관객들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퍼진 것은 온라온의 파트가 시작됐을 때부터였다.
달아날 생각 따위 없으니
당신 그저 내키는 대로
강렬한 멜로디 속에서도 자신만의 특색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미성이었다.
일부는 반복 재생하며 수없이 들었던 ‘Heart attack’의 한 소절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게 쟤 목소리였구나….’
흰 셔츠 위에 딱 맞는 검은색 베스트를 껴입고 금장 볼로 타이까지 야무지게 맨 온라온은 ‘쟤가 하트 어택 4분 59초 아련남 걔 맞나?’ 할 정도로 색다른 분위기를 뽐냈다.
안무 대형을 바꾸며 온라온과 반요한이 어느샌가 마주 섰다.
중앙에서 두 사람이 시선을 겹치자 이어질 안무를 알고 있는 사람들의 함성이 높아졌다.
그 기대대로 온라온이 상대의 목을 망설임 없이 감싸 쥐었다.
내 모든 걸 쥔 그 손으로
나를 끝내 망쳐줘
메이크업의 힘을 빌려 퇴폐미가 물씬 묻어나는 눈빛이 꼭 언젠가의 묵혜성을 떠올리게 했다.
온라온의 손이 가늘고 긴 목을 지나 가슴까지 내려오는 사이.
반요한은 오히려 더 해보라는 듯 경멸과 업신여김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미소를 영리하게도 머금었고, 그로 인해 아이러니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젠 숨조차 달지
온라온이 속삭이듯 노래하며 군무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진 칼군무에 관객들이 열광했다.
* * *
[TOXIC> 1조의 무대가 끝났을 때, 현장 분위기는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라 있었다.무대가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방청객들의 시선이 어디 재벌 드라마에서 금방 빠져나온 것 같은 반요한에게 절로 몰렸다면.
무대 중반부터는 보란 듯이 시선을 사로잡는 센터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 온라온에게 눈길이 갔다.
후반에 가서는 만성적인 스탯 부족으로 숨이 찰 대로 차서 거칠어진 호흡 때문에 라이브가 다소 흔들리기도 하였으나, 얼마 남지 않은 힘을 ‘지혜’롭게 배분한 덕에 전체적인 분위기는 망가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래서 더 좋다고 느낀 사람도 있었다.
그만큼 무대에 매달리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특히 팀원들끼리 썩 친하지 않은 것처럼 전체적인 케미가 묘하게 떨어지는 무대에서 첫인사 때부터 유쾌하게 티격태격하던 반요한과 온라온의 호흡은 당연하게도 관객들에게 인상적으로 남았다.
“와, 쟤 걔 맞지? 아련남…?”
“미쳤네…….”
그리고 현장 분위기만 따지자면 완벽했던 1조 무대를 보고 기가 죽는 바람에, 김준우 혼자 이 악물고 끌고 간 2조 무대까지 끝났다.
크로니클 멤버 묵혜성이 마이크를 들었다.
“무대 잘 봤습니다. 몇 가지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는데요. 1조는 전체적으로…….”
완벽주의자 묵혜성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본격적인 피드백을 시작하려는 찰나에 주연호가 웃는 얼굴로 그의 옷자락을 꽉 잡아당겼다.
그러고는 묵혜성의 귀에 대고 무언가를 속삭였다.
묵혜성이 미간을 모았다가 손으로 꾹꾹 누르며 말했다.
“……그냥 나중에 따로 하고. 저보다는 연호 씨가 좋은 말을 잘하니, 이만 넘기겠습니다.”
방청객들의 웃음이 멈춘 뒤에 주연호가 마이크를 건네받았다.
“지금 제일 나이가 많은 친구라고 해봐야 20대 초반이잖아요. 그래서 곡 느낌을 살릴 수 있을까, 아니면 이렇게 어린 친구들한테 이런 노래를 시켜도 되는 걸까 걱정이 좀 됐는데…….”
주연호가 뜸 들이며 미소했다.
“두 팀 다 센터 참 잘 뽑았네요.”
칭찬에 온라온과 김준우의 표정이 화악 밝아졌다.
“두 사람 느낌이 조금씩 다른데, 1조 친구는 나이가 특히 많이 어리죠?”
“18살이에요.”
묵혜성이 나이를 확인해 주었다.
“와, 진짜 어리네. 우리 데뷔할 때 태어나지도 않았다는 거잖아.”
세월의 무상함을 잠시 느끼던 주연호가 말을 이었다.
“레슨 때 라온 군만의 느낌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잖아요. 그걸 본 것 같아요. 사랑하는 사람한테 맹목적으로 젊음을 바치는 저돌적인 연하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원곡에서는 섹시한 느낌이 들었다면, 이 무대에서는 조금 더 순수한 의미로 위험한. 네. 그렇습니다.”
“감사합니다!”
“준우 군은 그보다는 좀 더 성숙한데 더 필사적인 느낌이었습니다. 리더로서의 준우 군과 센터로서의 준우 군의 모습이 잘 드러나는 무대였다고 생각해요. 보컬도 시원시원해서 듣기 좋았어요.”
그 뒤로 전체적인 평을 짤막하게 덧붙인 주연호가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네. 두 분 말씀 잘 들었습니다.”
그 뒤로 연습생들에게 자신을 어필하는 개인 멘트 시간이 주어졌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개인 연습생 온라온입니다.”
온라온의 차례가 오자 앞선 순서보다 한결 큰 환호성이 들렸다.
그런 반응을 예상하지 못한 사람처럼 잠시 눈만 크게 뜨고 있던 온라온은, 보다 못한 반요한이 손끝을 살짝 잡아당기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말을 계속할 수 있었다.
“평소 존경하던 크로니클 선배님들의 노래를 이렇게 보여드릴 수 있어서 저는 기뻤는데… 어, 괜찮았나요? 저 풋내기처럼 안 보였어요?”
무대는 실컷 잘해놓고 어딘지 어리숙한 풋내기라는 단어 선택에 방청객들은 웃음을 터뜨리며 한목소리로 부정했다.
픽하트 방청객 중에는 처음부터 완성된 연습생보다는 아직 프로그램 초반이니 실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풋풋한 연습생을 찾는 사람이 많았다.
그에 딱 맞는 조건을 갖춘 온라온이 활짝 웃으며 다행이라고 말했다.
“묵 쌤, 제가 진짜 존경합니다. 그리고 대표님! 저희 힐러 팀한테 한 표 꼭 부탁드릴게요. 오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