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42)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42화
무대에서 내려온 우리는 득표를 확인하는 방으로 향했다.
무대는 아까 끝났는데 아직도 내 심장은 제정신 아닌 사람처럼 펄떡펄떡 뛰었다.
뜨거운 조명 때문인지 익숙하지 않은 의상 때문인지 아니면 그 밖의 다른 요인 때문인지.
연습할 때보다 세 배는 힘들다.
무대 도중에 탈진할 뻔.
지혜 효과 아니었으면 큰일 났다, 진짜.
2조 무대 때 잠깐 쉬었다가 아까 개인 어필 시간에 웃으면서 말하기 위해 의지 효과로 남은 힘을 모조리 끌어모았더니, 지금 딱 죽을 것 같은 상태다.
“흐어억, 토할 것… 같…….”
“바보냐? 천천히 숨을 쉬어.”
“허억….”
“…무대 위에서 서 있던 게 용하다. 하나에 들이마시고, 둘에 내쉬어. 하나.”
“스으으읍.”
“둘.”
“하아아…….”
“다시 하나.”
반요한의 지시대로 호흡을 되찾는 나를 다른 연습생들이 이상한 눈으로 보았다.
나는 작은 목소리로 해명했다.
“제 체력이 좀 슬퍼서요….”
[그건 우리도 알아……. 당신의 말을 들은 연습생들이 당신의 체력을 동정합니다. 체력 +1]세상에. 이게 웬 떡인가.
앞으로 동정할 거면 스탯으로 달라고 해야지.
그때, 앞쪽에 있던 TV 화면이 예고 없이 바뀌었다.
[[TOXIC> 연습생 순위 공개]그 바람에 나와 반요한의 기행으로 조금 가벼워지나 싶던 공기가 도로 무겁게 가라앉았다.
1조와 2조를 통틀어 가장 잘했다고 생각되는 연습생 한 명만을 고르는 투표.
극단적으로 말해 반요한이 모든 표를 받고 남은 1, 2조 연습생들은 단 한 표도 못 받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떨린다…….”
한다훈이 무심코 중얼거린 소리에 몇몇이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딱히?
오히려 무대에 올라 전주를 기다릴 때가 조금이나마 떨렸던 것 같다.
제일 중요한 무대를 마친 지금은 ‘빨리 앉아서 쉬고 싶다.’ 따위의 생각밖에 안 났다.
내가 멍하게 앞만 보고 있는 동안 [TOXIC> 연습생들의 순위가 14위부터 차례로 공개됐다.
1조와 2조를 따로 집계하는 게 아니라 합쳐서 집계하는 모양이었다.
14위는 5표를 받은 2조 연습생이었고, 네 명의 연습생이 7표씩 받으며 나란히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정신을 반쯤 빼놓은 채로 중간중간 고생했다는 의례적인 말만 건네서 그런가, 뭔가 빠르게 지나갔다.
49표를 받은 지연우가 어느새 5위로 공개되었다.
이제 1조는 나, 반요한, 그리고 오현진이, 전체적인 표수가 저조한 2조에서는 김준우만 남아 있었다.
저 옆에 서 있는 김준우가 눈을 질끈 감는 게 보였다.
그리고….
[김준우 70표]이로써 1조의 승리가 확정됐다.
2조에서는 가장 선방한 김준우가 더 잘하지 못해 미안하다면서 울먹이고 있었다. 2조 조원들이 김준우를 둘러싸고 괜찮다며 위로했다.
그제야 조금 기운을 되찾은 나는 상황이 돌아가는 것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
‘생각보다 표수들이 너무 낮은데… 표가 진짜 반요한이나 오현진한테 다 몰렸나?’
내 순위도 아직 공개되기 전이기는 했지만, 대형 출신다운 무대를 보여준 오현진이나 놀라운 비주얼의 반요한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나마 센터를 해서 3위라도 할 수 있었다고 생각…….
[오현진 86표]“어?”
저 녀석이 벌써?
화면에 뜬 결과를 확인한 오현진은 무심결에 눈에 띄게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표정을 가다듬었다.
“다들 수고했어.”
“수고 많았어.”
오현진이 3위라니. 그럼 내가 적어도 저 트루 녀석보다는 잘했다는 거 아닌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놈만큼은 이기고 싶었는데.
몸을 내리누르던 피로감이 한순간에 사라진 기분이다.
나는 표정을 관리하며 오현진에게 말을 건넸다.
“고생했어.”
“고, 마워.”
하하, 자존심 상해 죽겠지.
[오현진이 다른 누구도 아닌 당신에게 밀린 것에 분노합니다. 오현진 호감도 –4 현재 호감도 –50]어차피 이 자식 호감도는 버린 지 오래였다.
오현진이 3위를 차지해서, 이제 남은 사람은 나와 반요한 단둘이다.
오현진은 어떻게 이겼지만, 반요한을 이기는 건 솔직히 힘들다고 생각한다.
반요한이 욕심을 안 부려서 파트는 적은 편이었지만, 녀석이 때때로 앞으로 나설 때마다 말 그대로 여우처럼 방청객들의 혼을 쏙 빼놓는 게 정신없던 내게도 느껴졌다.
이만하면 분량이 나올 만큼 충분히 뜸 들였다는 생각이 들 때.
[온라온 203표] [반요한 149표]동시에 공개된 표수는 두 눈 똑바로 뜨고 봐도 믿기 어려웠다.
방청객이 천 명 정도 될 텐데 203표면 그중 20% 정도가 나를 선택했다는 뜻이다.
‘아니… 대체 왜?’
사람들 안목을 이해하기 어렵다.
아무리 취향은 사람마다 다르다지만, 어떻게 반요한을 두고 나를? 다른 연습생들 견제하느라 표가 내 쪽으로 왔나?
어리둥절하게 서 있으니 반요한이 나를 툭 치더니 서글서글 웃으며 말을 걸었다.
“뭘 멍하니 있냐. 축하해.”
“내가? 왜?”
“센터 잘했잖아.”
“잘했어?”
“아까 연호 선배님도 잘했다고 하셨는데 못했겠어? 진짜 잘했다니까.”
한다훈이나 김세종도 축하한다고 나를 덥석 끌어안거나 머리를 마구 쓰다듬었다. 카메라 앞이라고 안 하던 짓을 하는 게 분명하다.
이어 공개된 조별 득표수 합은 예상대로 우리 조가 크게 앞서며 직캠을 확보했다.
스태프가 이동할 시간이라고 우리를 결과 발표 방에서 내보낼 때가 되어서야, 나는 ‘온라온 203표’라는 이해할 수 없는 결과를 가까스로 받아들였다.
* * *
우리가 대기실로 돌아온 뒤에도 경연은 한참 동안 이어졌다.
현장 반응은 마지막 곡이었던 유피테르의 ‘Call on me’ 1조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팀명으로 당당하게 ‘얼굴 천재’를 내걸 자격이 충분한 비주얼들.
서문결, 징샤오, 나윤재를 필두로 옥도윤, 카시마 소라 등으로 이루어진 팀이 무대 위로 올라가는 순간부터 비명과 환호가 고루 섞인 소리가 대기실까지 끊이지 않고 들렸다.
대기실에 있던 연습생들이 자조적으로 말했다.
“끝났네.”
“저걸 어떻게 이겨.”
어차피 조 편성 때부터 어느 정도 예고된 일 아니었나 싶던 나는 아예 딴생각을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반요한은 우리 팀에 있을 게 아니라 저 팀에 있어야 했다.’
반요한에게 그런 요지의 말을 하자 녀석은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는 듯 고개를 아예 휙 돌려 나를 보았다.
그러더니 소름 끼치도록 상냥하고 자상한, 노골적으로 좋은 사람인 척하는 목소리로 대꾸했다.
“어느 팀이든 네가 있었으면 갔겠지.”
이리 보나 저리 보나 가식이 틀림없다. 이 자식이 드디어 자기가 정말 남주인공이라도 된 줄 아는 건가?
근처 연습생들이 깜짝 놀라 반요한과 나를 번갈아 보았다. 방송이었으면 아기자기한 글씨체로 ‘어머!’ 같은 자막이라도 나왔을 것 같은 표정들이다.
나와 반요한이 무슨 대단히 절친한 사이라고 착각하는 눈들인데….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진심으로 한 반요한이 당신의 탈락을 바라고 있습니다.]속지 마십쇼. 이 자식은 천 년 묵은 여우 새끼라서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진심으로 할 줄 안다니까?
이런 매 순간이 기만적이고 모순적인 놈이랑 엮이고 싶지 않았다.
인식 시스템이 아니었다면 나도 감쪽같이 속고 있다가 절호의 순간에 뒤에서 칼을 맞았겠지.
대체 얼마나 나를 탈락시키고 싶으면 굳이 같은 팀으로 쫓아오기까지 하겠냐고.
* * *
경연은 끝났지만 촬영은 늦도록 끝나지 않았다.
대결에서 승리한 조들은 방청객이 모두 돌아가 휑한 스튜디오에서 직캠 촬영을 위해 두세 번씩은 더 같은 무대를 해야 했다.
“감독님… 살려주세요…….”
“라온아, 너는 할 수 있다.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따악 한 번만 더하자.”
할 수만 있다면 이 세상 모든 사람에게 ‘한 번 더’라는 어휘를 빼앗고만 싶다.
이 생각 저번에도 했던 것 같은데.
“와, 이거 하는데 각오까지 필요한 사람 처음 봤어.”
“반요한 형 조용히 해라.”
결국 나는 좀비와 다름없는 상태로 마지막 무대를 시작했다.
그나마 내 영상을 첫 번에 찍었길래 망정이지 두 번, 세 번 촬영할 때 찍었으면 어떤 결과물이 나왔을지 무섭다.
어휴, 생각만 해도 아찔하네.
우리를 포함해 이긴 조들이 직캠 촬영을 모두 마치고 나자 캄캄한 밤이 다 되었다.
전체 조 순위를 공개하기 위해 대기하는 사이 연습생들은 샌드위치로 저녁을 해결했다.
이거 협찬받았다는 거에 백 원 건다.
“피곤해 죽겠다.”
“라온아, 코피 한 번만 더 흘려줘.”
“야, 내 코피가 무슨 버튼 누르면 나오는 건 줄 알아? 정수기처럼?”
무대 할 때를 제외하고는 내내 앉아 있던 덕분에, 피로도가 간당간당하기는 해도 페널티를 받을 만큼 쌓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전보다는 체력이 좀 늘었다 이거지.
‘늘어서 이 모양이라니.’
한숨밖에 안 나온다.
물론 뭐가 됐든 현실에 있는 내 몸보다야 낫겠지만.
그 몸은 정말 재활용도 못 할 쓰레기였다.
사시사철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방구석에 질리도록 처박혀 있느라 지금 이상으로 허약해졌던 온하제의 몸 말이다.
나는 그 몸으로 할 수 있는 신체활동의 한계가 손가락 운동이었을 거라고 확신한다.
그런데 내 허약한 몸…….
잘 살아 있겠지? 막 방치돼서 여기 있는 사이에 아사라도 한 건 아니겠지?
설마라고 생각하지만 날 때부터 말아먹은 인간관계와 꾸준하게 말아먹은 신체기능을 고려해 보면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서 갑자기 불안해진다.
제 반평생 단축번호 1번이었던 아줌마, 믿습니다.
그 나이에 죽기는 너무나도 아까운 미남에게 소중한 관심을.
연습생들만큼이나 피곤함에 찌든 얼굴을 한 스태프가 확성기를 든 것은 그때였다.
“촬영 5분 뒤에 시작하겠습니다. 조별로 경연 순서 따라 서주세요! 득표수 높은 사람부터 앞쪽에 오게!”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오현진이 나를 은근하게 노려보며 반요한의 뒤에 섰다.
노려보면 어쩔 건데?
얼른 이 조랑 헤어지고 싶다는 마음만 점점 강해질 뿐이다.
잠시 뒤, 촬영이 시작됐다.
“다들 오늘 고생 많았어요.”
조금 전에 와서 경연 때와 같은 차림으로 대기하던 제나가 둥근 발판 위에 올라가 미소 지은 얼굴로 우리를 마주 보았다.
“많이 떨렸을 첫 경연을 무사히 잘 마친 기념으로 다 같이 박수 한 번 칠까요?”
짝짝짝. 다 같이 손바닥을 부딪치자 잠이 좀 깼다.
“그럼 바로 1차 경연, 멘토 곡 커버 평가 전체 순위를 공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