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8)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8화
강지우의 적절한 중재로 다툼은 마무리되었다.
반요한이든 온라온이든 제법 격했던 몸싸움까지 있었던 다툼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각자가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든, 그 정도의 일까지 계속 곱씹을 만한 성격들이 아니었다.
그 대수롭지 않음이 두 사람을 친한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는 사실을 온라온은 몰랐고, 반요한은 알았다.
어쨌거나 둘은 집에 돌아갈 때쯤에는 한마음 한뜻이 되어 제 나이답지 않게 어른스러운, 다른 말로 하자면 반듯하고 고지식하기 짝이 없는 강지우를 슬슬 흉보기까지 했다.
“아니,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꽉 막혀 있을 수가 있지?”
“저 사람 내로남불이야. 솔직히 자기도 저번에 요한 형 욕했으면서…….”
“왜 온라온 너는 같이 안 한 것처럼 말하냐?”
“죄송.”
“봐준다.”
강지우 또한 들려오는 저에 대한 유치한 비난을 신경 쓰지 않았다.
‘나도 성하랑 같이 반요한 욕하면 되니까.’
끝내주게 멋진 우정이었다.
숙소에 도착해 이부자리에 누웠을 때.
“걔랑 놀다 보면 좀… 나까지 생각 없어지는 것 같아.”
반요한이 나직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당사자가 들으면 기분이 상할 수 있는 말을 꺼내며 주저함은 없었다. 심지어 그 당사자가 바로 옆에 누워 있었는데도.
온라온이 머리를 베개에 대는 즉시 깊고 또 깊은 잠에 빠진다는 사실을 반요한은 그간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어떻게 저렇게 잠드는지 신기하기도 했다.
‘저렇게 자면 자다 누가 업어가도 모르겠다.’
벽과 가까운 쪽에 누워서 뒤척이다 자리를 완전히 잡은 강지우가 작은 소리로 대꾸했다.
“너 정말 말 심하게 한다.”
“…알았어. 다시 말할게. 걔랑 놀다 보면 나까지 머릿속이 맑아지는 것 같아.”
“대체 조금 전과 비교해서 뭐가 달라졌는데?”
“문장의 유려함?”
“……자라.”
어이가 없어서 웃음만 나왔다.
그러나 반요한이 얄궂게 한 말이 무슨 의미인지는, 온라온을 며칠 겪지 않은 강지우도 어쩐지 알 것 같았다.
* * *
“너 정말 괜찮겠어?”
“아, 진짜 괜찮다니까.”
“기억까지 날아갈 정도로 충격이 컸는데 거길 또 가는 게 진짜 괜찮겠냐고. 차라리 지금이라도 우리 회사로 장소 바꿔.”
“되겠냐고.”
‘온라온’을 타자로 여기는 내 반응이 영 심드렁해 보이자 강지우의 타깃이 반요한으로 옮겨갔다.
“반요한 너는 이거 정할 때 안 말리고 뭐 했어!”
“아니, 뭐…. 본인이 괜찮다는데…….”
순 억지다.
반요한이 연습 장소를 정하는 그 당시 ‘온라온’의 뭘 어떻게 알고 말렸겠는가.
강지우는 무언가 더 할 말이 있는 것처럼 입을 벙긋거렸지만, 정작 소리로 나오는 말은 없었다.
그러나 분통이 터지는지 강지우는 연신 “이 답답이들”이라고 중얼거리면서 제 가슴을 탁탁 쳤다.
“누가 보면 내가 거기 끌려가는 줄 알겠다.”
“온라온, 속 터지니까 그만 말해!”
“넹.”
“……밥 더 줄까?”
“아니. 이거, 반찬만 더 줘.”
“싸우러 가는데 배라도 든든해야지. 밥도 더 먹어.”
“이 사람 진짜 답정너네. 싸우러 가기는 뭘 싸우러… 아, 너무 많아! 덜어줘!”
“뭘 덜어! 남기지 말고 먹어!”
“강지우, 내가 적당히 먹이라고 했지.”
시끌시끌한 아침을 어찌어찌 넘기고, 나와 반요한은 곽상현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트루 사옥으로 향했다.
“가서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전화해.”
이제 겨우 두 번째로 보는 곽상현마저 내 안색을 살피며 이런 말을 했다.
만약에 정말로 무슨 일이 있어도 대체 그가 뭘 해줄 수 있다는 건지 나로서는 알기 어려웠지만, 고개를 끄덕이는 것 정도야 어렵지 않다.
“네. 다녀올게요.”
“어휴. 너는 애가 왜 이렇게 걱정되냐. 아무튼 조심해서 다녀와. 기죽지 말고!”
이윽고 차가 트루 사옥 근처에 멈췄고, 나와 반요한은 얼른 내렸다.
과연 대형 기획사답게, 크고 웅장한 빌딩이 도심 한복판에 우뚝 서 있었다.
건물 1층에는 카페가 있었는데 장사를 시작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불이 꺼져 있었다.
반요한이 아닌 척 내 눈치를 살피길래 나는 침착하게 현재 기분을 설명했다.
“그냥 본 거고, 아무 생각 안 들어.”
“…아무 말도 안 했어.”
“말은 안 했겠지.”
그때,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왔다.
[댄H로 와]정황상 오현진인 것 같다.
나는 번호를 저장하며 생각했다.
‘댄H가 어디야?’
무슨 말이든 줄이기 좋아하는 한국인 특성상 ‘댄스 연습실 H’쯤이 아닐까 하지만, 그게 어디 붙어 있는 곳인지 도통 알 수가 있나.
‘온라온’이 여기 연습생으로 있었다 보니 자세한 설명을 생략한 것 같았다.
일단 추우니까 들어가서 생각하자고 문을 밀어 열고 건물 안으로 한 걸음 내딛는 순간이었다.
이건 또 뭐람.
[▶ 퀘스트 설명: 당신은 이 세계에 발을 들인 이후 때때로, 어쩌면 꽤 자주 과거의 인연을 맞닥뜨렸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여태 그랬던 것처럼 어중간하게 대응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당신은 아직도 부정하고 싶은 모양이지만, 이 세계는 틀림없이 당신의 현실이 되었으니까요. (중략) 때때로 의식 위로 떠오르는 기억을 타협 없이 마주하고 진정으로 받아들이세요. 당신은 그로써 자신의 올바른 위치와 나아가야 할 길을 알게 될 것입니다.]▶ 확정 보상: ???
▶ 실패 시 페널티: ???] [거부할 수 없는 퀘스트입니다.] [자동 진행됩니다.]
그래그래. 너는 짖어라. 나는 간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개소리를 지껄이는 퀘스트 창을 과감히 꺼버렸다.
“왜 그래?”
“아냐. 날파리가 있어서.”
최소한의 조명만 켜두어 어두침침한 안쪽으로 들어가자 카드를 찍어야 통과할 수 있는 보안 게이트가 보였다.
지나는 사람도 없고,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할 때였다.
보안 게이트 옆에 있는 경비실에서 아저씨 한 분이 문을 열고 나왔다.
“라온이냐?”
반갑게 물으며 다가온 경비 아저씨는 내 얼굴을 가까이에서 확인하더니 조금 미심쩍은 표정을 하였다.
“안녕하세요.”
그 의혹을 모른 척 꾸벅 허리 굽혀 인사하자 아저씨가 허허 웃더니 말했다.
“어두워서 그런가, 뭐가 좀 달라진 것 같다. 여하튼 오랜만에 어쩐 일로 왔어?”
“저 뭐 좀 촬영하느라 왔어요. 그런데 카드를 나갈 때 반납해서요.”
“아아, 안 그래도 좀 전에 몇 명 더 들어갔는데. 옆에 친구도?”
“네.”
“그래. 둘 다 여기 이름 적고 들어가.”
우리는 시키는 대로 방문자 명단에 이름 등 인적 사항을 적고 방문자 목걸이를 받아 목에 걸었다.
반요한의 뒤를 이어 이름을 적는 나를 경비 아저씨는 어쩐지 안쓰러워하며 바라봤다.
뭐…. 연습생 잘린 애가 이런 식으로 다시 오니 좀 짠하기야 하겠지.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네. 저 잘 지내요.”
잘 지낸다는 말에 부러 힘주어 말했더니 아저씨의 얼굴이 조금 편안해졌다.
[경비원 박만열이 당신의 근황을 듣고 안심합니다. 호감도 +3 현재 호감도 +14]“그래. 이따 갈 때는 나 없을 건데, 조심히 들어가고.”
아저씨는 그렇게 말하며 우리를 통과시켰다.
“참, 댄스 연습실 H가 어디 있는지 아세요? 오랜만에 왔더니 잘 기억이 안 나서.”
“얼마나 오랜만이라고. 지하 2층일 거다.”
“감사합니다.”
뒤에서 “애가 많이 밝아졌네”라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계단을 통해 아저씨가 알려준 대로 지하 2층으로 향했다.
“어두우니까 조심해.”
깜깜한 비상구 안쪽을 본 반요한이 경고했다.
내가 그런 소리를 들을 만큼 바보 같냐고 반박하려고 했지만, 문을 도로 닫자 안쪽은 정말로 한 치 앞도 안 보일 만큼 어두워졌다.
“…….”
초록빛 비상구 유도등을 제외하면 빛이 들지 않는 계단을 한 칸 한 칸 내려갈 때마다 아득한 무저갱에 가까워지는 기분이었다.
숨이 조금 막힌다.
유난히 크게 울리는 발소리가 어서 도망치라고 내게 이르는 경종 같다고 생각할 때였다.
[플레이어의 과거와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는 장소에 입장하였습니다. 상태이상: 불안에 걸렸습니다.] [상태이상: 불안으로 인해 본 공간을 벗어나기 전까지 모든 능력치가 20% 감소하며 피로도가 평소보다 빠르게 누적됩니다.]빌어먹을. 내 과거 아니라고.
내 상태가 이상한 것을 감지했는지 앞서가던 반요한이 나를 휙 돌아보았다.
“야, 너 괜찮아?”
“…어.”
괜찮아야지. 내가 진짜 온라온도 아니고, 안 괜찮으면 안 되지.
나는 손등으로 잠깐 사이에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훔쳤다.
뭐가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텐데 계속 뒤를 돌아보며 두 칸 앞서 내려가던 반요한이 마침내 지하 2층으로 들어가는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그렇게 계단을 빠져나가자 긴 터널을 마침내 벗어났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고, 소리 없는 백색 감옥에 들어온 것 같다는 생각이 뒤이어 찾아왔다.
벽도 문도 바닥도, 심지어는 걸려 있는 시계도 부자연스러울 만큼 새하얬다.
와, 인테리어 누가 했냐.
‘미치기 딱 좋네.’
인상을 미미하게 찡그린 반요한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듯했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 퍽 위안이 됐다.
우리는 조금 빨라진 걸음으로 댄스 연습실 H를 찾아 들어갔다.
“왔어?”
같은 팀의 다른 연습생들은 먼저 와서 몸을 풀고 있었다.
나와 반요한 또한 얼른 굳은 몸을 풀었다.
뒤이어 시작한 연습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우리 팀은 여전히 충돌도 화합도 없었다. 섞이지 않는 물과 기름 같달까.
나와 반요한, 그리고 한다훈 정도가 둥둥 뜬 기름이었고 나머지가 물이었다.
어쨌든 내가 봤을 때는 이 정도가 우리 팀의 최선이었다.
억지로 친해지려고 하면 역효과가 나서 오히려 깨져버릴 게 뻔히 보였다.
“우리 팀 이름 뭐로 지을까.”
“그러게.”
오늘 할 일은 연습 말고도 하나가 더 있었는데, 바로 이번 경연에서 사용할 팀명과 구호를 정하는 것이다.
여러 가지 의견이 나왔다.
제일 처음으로 정해진 팀이니 퍼스트, 노래 이름이 TOXIC이니 포이즌 등.
이런 쪽에 소질이 없는 내가 봐도 영 아닌 이름들이 분별없이 마구잡이로 튀어나왔다.
이제까지 나온 게 모두 나름의 사유로 걸러지고 아무도 말이 없을 때, 나는 할까 말까 고민하던 말을 꺼냈다.
“힐러 어때요?”
“힐러?”
“우리 노래는 건강에 나쁘니까, 약간 반어법으로.”
내가 생각해도 지극히 게임 폐인다운 단어 선택이었다.
그래도 다들 답 없는 팀명들에 지쳤던 건지 내 제안은 의외로 무탈하게 받아들여졌다.
팀명이 확실하게 정해지니 팀 구호는 금세 정해졌다.
“후후 불면은 아픈 거 다 날아가라아, 안녕하세요. 저희는 대표님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힐러입니다!”
팀 분위기를 고려해 봤을 때 ‘하나, 둘, 셋, 비즈니스!’ 같은 느낌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는데 굳이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