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400)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400화
제로는 여전히 모자와 마스크를 눌러 쓰고 있었지만 사고가 났던 밤과 같은 차림새를 하고 있어 정체를 알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 자식이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뭐야? 왜 여깄…어?”
“영민이 형은 어떻게 된 거지…?”
이영민과 함께 사라졌던 녀석이 대체 왜, 어떻게 여기 와 있단 말인가.
예상 밖 상황에 당황한 멤버들은 말없이 제로의 모습을 비추는 인터폰 화면만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아 화면이 도로 어두워지는 순간.
딩동.
멤버들이 안에 있는 것을 알고 있다는 양 제로가 재차 초인종을 눌렀다.
“어휴 씨, 깜짝이야.”
“어떡하지?”
“이걸 경찰에 신고할 수도 없고….”
“저렇게 계속 세워뒀다가 소란 피우거나 누가 보기라도 하면 곤란해지니까, 일단 들어오라고 하자.”
반요한이 대담히 제안했다.
“나도 위험한 거 알아. 그래도 뭔가 목적이 있어서 찾아왔을 거 아니야. 온라온 살리려면 저 녀석한테 뭐라도 알아내야 해.”
모두가 침묵으로 동의했다.
“그럼 들어오라고 한다.”
걸음을 옮기려는 반요한을 강지우가 잡아 멈췄다.
“잠시만! 혹시 모르니까 무기로 쓸 만한 거라도 가져올게.”
“잘못하다 네가 다치니까 그만둬. 어차피 우리가 넷이니까 싸우면 이겨.”
“저 자식도 온라온처럼 초능력 쓰면 어떡해.”
“그럼 칼 들어도 지겠지.”
반요한의 냉정한 분석에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돌아온 견성하가 요리할 때 쓰는 식칼 3종 세트를 얌전히 내려놓았다.
“열게.”
“조심해요.”
철컥. 리더로서 선발을 자처한 강지우가 신중한 손길로 현관문을 열었다.
“…….”
반쯤 열린 문틈 사이로 제로의 모습이 드러났다.
밝은 데에서 보니 더 비현실적인 외모에 누군가 마른침을 삼켰다.
‘같은 얼굴인데도 분위기가 저렇게까지 다를 수 있나.’
무대에서 연기할 때나 화보 촬영 때 온라온의 무표정을 종종 보기는 했다.
하지만 저렇게 메마른 채 얼어붙은 땅처럼 감정이 일절 느껴지지 않는 얼굴은 무섭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낯설다.
강지우가 뒤로 물러나며 제로가 현관 안으로 완전히 발을 들여놓았다.
늘 보는 얼굴이지만 오늘은 또 새롭게 아름다운 외모가 주는 충격에서 벗어나니 썩 좋지 않아 보이는 제로의 상태가 눈에 들어왔다.
걸친 옷 여기저기에 그을음이 남아 있어, 그새 또 무슨 일을 벌이고 온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반사적으로 들었다.
“영민이 형은?”
“글쎄.”
“넌 뭐야?”
“온라온은?”
“알아서 뭐 하게?”
양측 모두 대화할 의지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멤버들이야 제로에게 협조할 의사가 조금도 없었으며 제로 또한 온라온이 아닌 인간에게는 그다지 안중에 없는 모양새였다.
‘차라리 지금 제압해서 치료하게 시킬까?’
제로에 대해 아는 것은 없었지만, 살려주겠다는 말을 지껄인 걸 보니 온라온을 깨어나게 할 수단 정도는 가지고 있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괜히 심기를 건드렸다가 아예 막 나가면…….’
그런 속내를 읽은 듯 제로가 입을 열었다.
“온라온과 단둘이 이야기할 시간을 줘. 내 제안에 대해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겠다.”
“그건 라온이를 치료할 수 있다는 뜻이야?”
“잠시 정신 차리게 하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아. 생명을 죽음의 강에서 완전히 건져낼지는 대답 여하에 따라 결정하겠어.”
“네 뭘 믿고 애한테 접근시켜. 지금도 라온이가 어디 있는지 몰라서 여기까지 온 거 아니야?”
사실이었다.
이영민의 몸을 뒤집어쓴 관리자 14227호에게 치명상을 입는 바람에 온라온의 정확한 위치 파악조차 불가능했다.
평상시 생활하며 기운이 짙게 밴 숙소를 찾는 정도가 한계였다.
그런데도 제로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온라온을 구명할 유일한 패가 그의 손에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날 믿지 않으면 온라온은 죽어.”
“거짓말하지 마.”
“그럼 온라온은 너를 살렸기 때문에 죽는 거다.”
서늘한 시선을 받은 서문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니면 온라온 때문에 네가 죽는 편이 더 마음에 드나?”
“헛소리! 이게 다 네가 낸 사고 때문이잖아!”
들어주기 힘든 망언에 견성하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을 참지 못하고 언성을 높일 때, 강지우가 들고 있던 핸드폰이 조용히 반짝거렸다.
강지우의 눈동자가 소리 없이 굴러갔다.
그의 눈에 갈등의 빛이 짧게 스쳐 지나갔다.
“……이 녀석 말대로 하자.”
“뭐?”
멤버들은 갑자기 태도가 변한 강지우를 이상하게 보았다.
“별수 없잖아. 곧 가족들도 올 텐데 잠깐 깨어날 수만 있어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대로 가만히 있어 봤자 바뀌는 게 없는 건 맞아.”
어색하게 아무 말이나 늘어놓는 강지우의 태도로부터 무언가를 기민하게 눈치챈 반요한이 장단을 맞췄다.
“형들!”
“단둘이 만나게 하는 건 조금 더 생각해 봐야겠지만, 제안 자체는 긍정적으로 고려해 보고 싶어.”
“현명하군.”
“보다시피 당장 결정하기도 어렵고, 라온이도 지금 우리도 함부로 만날 수 없는 상태야.”
“오래 기다리지는 않을 거다. 너무 늦으면 나도 손쓸 수 없으니.”
“그래. 연락은 어떻게 하면 되지?”
“이걸 부수면 찾아오겠다.”
강지우에게 작고 붉은 보석을 건넨 제로가 망설임 없이 돌아섰다.
제로가 완전히 사라진 뒤.
“왜 그랬어?”
“무슨 생각이에요? 저 위험한 놈이랑 온라온을 왜 만나게 하는 건데요.”
“영민이 형한테 연락 왔어. 그 녀석이 찾아오면 라온이랑 따로 만나게 하라고.”
강지우가 핸드폰을 꺼내 이영민의 번호로 온 메시지를 보여 주었다.
“이 형은 대체 어디서 뭐 하고 있는 거야?”
“괜찮은 거 맞겠지?”
“믿는 수밖에.”
“어쨌든… 그 녀석 요구를 들어주는 게 우리 선에서 될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온라온의 병실은 현재 철통 보안 속에 놓여 있었다.
자극적인 기삿거리에 눈이 벌게진 취재진의 눈에 띌 것을 우려한 회사가 웬만한 일로는 찾아가지 못하게 막는 통에 멤버들조차 병문안이 쉽지 않았다.
“라온이 부모님께 직접 부탁드려 보는 수밖에.”
“잘 설명할 자신 있어?”
“없어도 해야지.”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강지우가 곧바로 곽상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혹시 라온이 부모님 오시면 저희가 병원으로 가도 될까요? 직접 뵙고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요.”
– 부탁? 급한 일 아니면 나중에 하지 그래. 지금 자식이 그렇게 돼서 속이 말이 아니실 텐데…….
“급해요.”
곧바로 답하는 강지우의 목소리가 여느 때보다 진지했다.
– ……알았다. 가족분들께 말씀드려 볼게.
* * *
이튿날 아침 한국에 도착한 온현우와 장해나는 다소 무리하게 들리는 멤버들의 부탁을 생각보다 쉽게 받아들였다.
병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어 말 그대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을뿐더러 이전에 온라온에게서 제로에 대한 이야기를 어느 정도 전해 들어 비상식적인 상황에도 마음이 열려 있었기 때문이다.
아들을 깨어나게 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과 만나게 해 주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았다.
그들이 겪은 비상식적인 일들을 말하지 않고 가족들을 설득할 방법을 찾느라 머리를 싸맸던 멤버들은 안도하면서도 얼떨떨해했다.
“혹시… 라온이에 대해 따로 아는 게 있으신가요?”
“뭐든 그 애한테 직접 듣는 게 좋을 것 같구나.”
영민한 인상의 반요한을 향해 마른 목소리로 답한 장해나가 온현우, 온세하와 함께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혜성아.”
간이 의자에 앉아 불편한 자세로 자던 묵혜성이 눈을 깜빡이며 일어났다.
“…왔어? 오셨어요.”
자리에서 일어난 묵혜성이 차례로 인사했다.
“너도 바쁠 텐데 라온이 곁 지켜줘서 고마워.”
“아니야.”
“얼굴이 말이 아니다. 가서 좀 쉬어.”
곤히 잠든 온라온의 얼굴을 일별한 묵혜성이 마른세수를 몇 번 하더니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무언가를 꾹 눌러 참는 듯한 장해나의 표정을 본 묵혜성이 병실 밖으로 나갔다.
이내, 문틈 사이로 숨죽여 흐느끼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 * *
멤버들은 가족의 허락을 구하자마자 병실 앞에서 보석을 깨트렸고, 제로는 그날 밤에 바로 모습을 드러냈다.
“가족분들은 잠깐 식사하시라고 보냈어. 시간 오래 못 줘. 5분, 아니 3분… 2분에 한 번씩 안쪽 상황 들여다볼 거야.”
“그래.”
걱정했던 것과 달리 사람의 이목을 피하는 방법이라도 있는지 별 소란을 피우지 않고 대형 병원 한복판에 조용히 나타난 제로는 잠든 온라온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
스스로도 뭘 하고 싶은 건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네가 깨어나면 알 수 있을까.’
온라온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
“이 × 같은 새끼.”
돌연 눈을 번쩍 뜬 온라온이 제로의 손목을 잡아챘다.
“어떻게…!”
“오늘 너 죽고 나 죽자.”
환한 빛이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