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403)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403화
내부가 이상할 정도로 조용해서 병실로 들어가 불을 켜 본 멤버들은 때마침 눈을 뜨고 상체를 일으킨 온라온을 발견했다.
“막내야!”
분명히 안으로 들어갔던 제로는 그새 어디로 사라졌는지 옷자락도 보이지 않았다.
그의 행방이 당장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며칠 동안 시체처럼 누워서 링거만 맞고 있던 온라온이 드디어 눈을 떴다는 게 가장 중요했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형….”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강지우가 사랑하는 동생을 덥석 끌어안았다가 잠시 뒤 도로 놓으며 혈색이 돌아온 얼굴을 이리저리 확인했다.
“라온이가 일어났어. 우리 막내가 말을 해.”
“나도 얼굴 보게 이제 좀 나와.”
안 떨어지려는 강지우를 휙 밀어낸 반요한이 온라온을 빤히 바라보았다.
“…같은데 다르네.”
“뭐가?”
반요한이 대답 대신 걱정이랑 걱정은 다 시키는 동생의 양 볼을 쭉 늘렸다가 놓았다.
평소였다면 성질을 부렸을 온라온도 반요한의 가벼운 응징에 얌전히 당해줬다.
뒤돈 채 훌쩍이던 견성하도 온라온의 두 손을 꽉 잡았다가 놓았다.
그리고…….
“형!”
가장 뒤편에 멀거니 서 있던 서문결과 눈이 마주친 온라온이 화들짝 놀라 병상 아래로 발을 내디뎠다.
무서울 정도로 피를 흘리며 도로에 가만히 누워 있던 서문결의 창백한 얼굴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형 괜찮아? 아픈 데 없어? 움직이는 데 불편한 곳은?”
온라온이 서문결의 몸을 이리저리 돌리며 다친 곳은 없는지 확인했다.
자신 때문에 죽을 뻔했던 서문결이 완벽하게 나은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해야 안심이 될 것 같았다.
그러느라 팔뚝에 꽂힌 링거 주사에 연결된 호스가 팽팽하게 당겨졌다.
소리 죽여 울다가 놀란 견성하가 얼른 링거대를 반대 방향으로 끌어왔다.
반요한이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거야.”
“그러니까요.”
자신이 입은 환자복과 얼얼한 압박감이 느껴지는 팔에 꽂힌 링거를 발견한 온라온이 빠르게 상황 판단을 마치고 자신의 무사를 피력했다.
“나 멀쩡해.”
코어를 새로 흡수한 덕분인지 교통사고를 당하고 입원해 며칠 누워 있던 사람 같지 않게 몸이 가뿐하고 상쾌했다.
링거 같은 건 뽑아버리고 당장 퇴원해도 될 정도였다.
“퍽이나.”
“야, 막내한테 말 못되게 하지 마.”
눈가와 코끝이 붉어진 강지우가 반요한을 타박했다.
“나 진짜 멀쩡해.”
같은 말을 반복한 온라온의 시선이 다시 서문결에게로 향했다.
마음 같아서는 은총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캔해 제대로 확인해 보고 싶은데 그 스킬 때문에 죽을 뻔한 게 얼마 지나지 않은 만큼 참기로 했다.
대신 두 눈으로 직접 살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과분할 정도로 걱정스러운 시선을 받은 서문결이 입을 열었다.
푹 잠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도 멀쩡해.”
잠시 망설이던 서문결이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네 덕분에.”
부러 경쾌하게 올라가 있던 온라온의 입매가 미세하게 굳었다.
서문결과 눈이 마주쳤다.
‘역시 다 봤구나.’
의식이 없던 서문결이 치료하는 것을 봤을 리는 없으니, 이미 멤버들끼리 관련된 이야기를 나눈 것을 온라온은 어렵지 않게 눈치챘다.
“말하고 싶지 않으면 말 안 해도 돼.”
강지우의 다정한 말에 온라온이 고개를 저었다.
멤버들에게 어디까지 설명할 것인지는 이미 마음속으로 정해둔 상태였다.
“솔직히 이상하게 들릴 거 아는데, 일이 이렇게 된 건 내 책임이니까 다 설명할게.”
“그래.”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바깥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이 없는지 확인하는 온라온의 눈앞에 시스템창이 떠올랐다.
[관리국의 오랜 문제를 완벽한 해결한 당신에게 드리는 파격 서비스!]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나눌 공간이 필요하신가요? 30분 동안 해당 공간에 외부인이 접근하지 않으며 안에서 한 이야기가 외부로 새어 나가지 않습니다. 30분이 지나거나 누군가 공간을 벗어나는 순간 보호막이 해제됩니다.] [30:00] [29:59]시야 한구석에 타이머가 나타난 순간 사방에 투명한 막이 천천히 덧씌워지는 걸 확인한 온라온이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천천히 말문을 뗐다.
“지금부터 30분 동안 이 안에서 하는 얘기는 밖에서 안 들리니까 편하게 얘기해도 돼.”
“그래.”
“전부 미친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나한테 초능력이 있어.”
다행히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접한 멤버들의 표정은 기대 이상으로 진지했다.
일단 미친 사람으로 취급받지 않아 다행이지만, 긴장은 여전해서 조금 전까지만 해도 촉촉하던 입 안이 바싹 말랐다.
마른침을 삼킨 온라온이 말을 이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사람을 치료하는 능력인데. 아무렇게나 막 쓸 수 있는 건 아니야. 특히 나 말고 다른 사람을 치료하는 건 좀 힘들어.”
“그걸로 결이를….”
“맞아. 그대로 두면 죽을 것 같아서.”
서문결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우리가 잘못 본 게 아니었구나.”
“응. 급해서 다른 사람 신경 쓸 틈이 없었어.”
“치료할 때 어떤 대가 같은 게 있는 거야?”
전반적인 시스템에 관한 것은 말하지 않을 작정인 온라온이 말을 골랐다.
“치료할 때 내 기력이 소모돼. 치료하는 부상이 심각한 만큼 코피를 흘리거나, 머리가 아프거나 하면서 반동이 와.”
코어를 보충해 전보다는 수월해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제로가 한 고생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다른 사람을 치료하는 것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원래는 생사에 간섭할 수 없는 힘이라…… 결이 형처럼 위독한 사람을 살려내는 건 앞으로 불가능할 것 같아.”
서문결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했던 만큼 당시 한계 이상의 치유력을 발휘할 수 있었지만, 살면서 두 번은 낼 수 없는 기적 같은 힘인 것을 스스로 느끼고 있었다.
“살려줘서 고마워. 네 덕분에 다 괜찮아졌어.”
자신 때문에 벌어진 사고임을 아는 온라온이 고개를 저으려는데 어느 샌가 서문결의 눈에 맺힌 눈물이 조용히 흘러내렸다.
“앞으로 아무리 크게 다쳐도 너한테 치료해 달라고 절대 부탁하지 않을 거야.”
“!”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나도…!”
견성하의 동조 뒤에 강지우와 반요한도 같은 생각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해준 얘기는 평생 비밀로 할게.”
“맞아. 네가 결이 치료한 건 어디서도 말하지 말자고 저번에 우리끼리 얘기했어.”
멤버들을 제로를 이용하던 신도들과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었지만, 비밀로 해달라고 말하기도 전에 먼저 나서서 그렇게 하겠다고 하니 온라온은 감동으로 가슴이 찡해왔다.
“고마워.”
“믿고 얘기해 줘서 우리가 더 고맙지.”
은총에 관해 설명했으니 이번에는 사고의 원흉인 제로에 대해 털어놓을 시간이었다.
“하나 더 남았어.”
“응.”
“나랑 똑같이 생겼던 사람 있잖아.”
“아, 그 녀석.”
“나 기절한 뒤로 형들한테 무슨 해코지 안 했어?”
제로가 순순히 사라졌던 게, 혹시나 주변인에게 수를 써두어서일까 봐 걱정스러웠다.
래리가 가까운 지인들에게 모종의 방벽을 쳐두었다고는 해도 불안한 건 불안한 것이었다.
“최근에 숙소로 찾아오긴 했는데.”
“숙소로 찾아왔었다고?!”
“별일 없었어. 너 찾으러 왔던 거라. 우리한테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였다고 해야 하나.”
숙소를 찾아온 제로의 부당한 요구, 이영민에게 받은 문자, 온라온의 가족에게 구한 허락 등 온라온이 잠든 사이 벌어진 일들을 반요한이 간단히 설명했다.
“그 자식…. 기분 나빴을 텐데 신경 써줘서 고마워.”
“뭘.”
멤버들이 애쓰지 않았다면 제로를 처리하는 과정이 복잡해졌을 것이다.
“그 사람이랑 너 쌍둥이… 이런 건 아니지?”
“비슷해.”
이걸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치유 능력 이상으로 난해한 이야기에 곤란해하던 온라온이 남은 시간을 보고 겨우 정신을 차렸다.
“형들 평행세계 이론 알아?”
“알아.”
각종 미디어에서 관련 소재를 자주 다룬 덕분에 평행세계에 대해 무지한 멤버는 없었다.
“혹시 그 사람이….”
“생각하는 게 맞아. 그 녀석은 다른 평행세계에서 태어난 나야. 어쩌다 보니 죽고 나서 이쪽 세계로 넘어오게 된 건데, 나는 제로라고 불렀어.”
“제로?”
“어. 제로랑 나는 생긴 것만 똑같지 아예 다른 사람이라고 보면 돼.”
원시세계니 뭐니 하는 것은 과감히 건너뛰었다.
“똑같이 안 생겼어.”
“어?”
“둘이 달라.”
서문결의 눈에는 생기발랄한 온라온과 비정한 제로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보였기 때문에 생긴 게 똑같다는 말에도 동의할 수 없었다.
“맞아! 우리 막내가 훨씬 잘생겼어.”
“그 자식은 눈이 죽어 있어서 마음에 안 들던데요.”
‘헛소리인데 기분은 좋군.’
멤버들의 입발림에 온라온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
“그래. 나랑 똑같이 안 생긴 제로는 여러 일 때문에 끔찍한 자기혐오에 빠진 놈이고 미쳐도 단단히 미쳐서 똑같이 생긴 내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못 견뎌 했어. 오현진이 날 계단에서 밀었던 것도 그렇고, 사생도 그렇고… 예전부터 여러 사건을 일으켰는데 이번 교통사고도 제로가 낸 거야. 사람을 조종하는 초능력 같은 게 있어서.”
찔리는 게 많은 온라온의 말이 갈수록 빨라졌다.
“혹시 그 사고 때문에 어디 아픈 데 있으면 얘기해. 나중에 책임지고 치료해 줄게. 나 때문에 그런 일 겪게 해서 진심으로 미안해.”
“그게 왜 너 때문이야.”
강지우가 곧장 반박하자 온라온이 입을 살짝 벌렸다가 다물었다.
비겁하지만 가장 듣고 싶던 말이었다.
“그래. 미친놈이 미친 짓 한 건데 왜 네가 미안해하냐?”
“완전 사이코패스 아냐?”
“그래서 제로는 어떻게 됐어? 영민이 형도 이번 일에 대해 알고 있었던 거지?”
“응. 영민이 형도 사실 사람이 아니고 제로를 잡으러 온 거였어. 제로는 형들이 도와준 덕분에 완전히 처리했고. 앞으로 이번 같은 일 없을 거야.”
“다행이다.”
제로의 결말까지 말하고 나자 타이머의 남은 시간은 어느덧 1분으로 줄어 있었다.
“라온아.”
이름을 불린 온라온이 반요한을 보았다.
“그게 다야?”
반요한의 담담한 시선이 온라온의 저편을 겨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