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409)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409화
“야, 빠진 거 없는지 잘 확인해. 또 충전기 없다고 새로 사지 말고.”
“거 한 번 놓고 간 거 가지고 되게 뭐라 하네.”
“새로 사기 전까지 내 충전기 뺏어 썼던 건 벌써 잊어버렸냐?”
“또 놓고 가도 너한텐 안 빌릴게. 됐지.”
“그 말이 아니잖아!”
내일 있을 출국을 대비해 캐리어에 짐을 챙기며 겸사겸사 방 청소도 할 때였다.
지잉.
침대 위에 올려둔 태블릿이 크게 진동했다.
하기 싫은 짐 정리 및 방 청소 도중에 흥미로운 일이 생겼다면 관심을 보여주는 게 인지상정.
“뭐야.”
손에 익은 태블릿을 별생각 없이 집어 들어 확인하니, 로그인된 줄도 몰랐던 계정으로 이메일이 하나 도착해 있었다.
[Re: I will miss you.]외국인과 주고받은 메일인 듯 제목과 미리 본 내용이 영어였다.
내 개인 이메일을 알아낸 사생이 보낸 메일이나 스팸은 아닌 것 같았다.
제목에 ‘Re’가 붙어 있다는 건 저쪽에서 답장을 보냈다는 뜻일 텐데.
나는 이런 메일을 보낸 기억이 없다.
그렇다면…….
‘내가 아니라 그 녀석이?’
감성적인 제목은 일단 그렇다 치고.
답장 보낸 사람 이메일이 마음에 걸렸다.
이메일의 앞 네 글자를 보자마자 생각 난 인물이 있었다.
“…하프.”
그 녀석과 한동안 비밀 편지를 주고받았던 사람.
그립다고 말할 만큼 감정적인 교류를 나눈 사람이 또 있지는 않을 테니, 이 메일 주인이 바로 그 하프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아니, 봐도 좋은 정도가 아니라 확실했다.
‘서로 이메일을 교환했다는 얘기는 못 봤던 것 같은데.’
오히려 그 녀석 쪽에서 이메일도 안 알려줬다고 하지 않았나.
애초에 답장이 왔다는 건 그 녀석이 먼저 하프한테 이메일을 보냈다는 거고…….
‘언제 보냈길래 지금 답장이 온 거지?’
다행히 한 번도 바꾼 적 없는 태블릿에는 이전에 보낸 메일 기록도 남아 있었다.
나는 보낸 날짜를 확인했다.
“어.”
역시나 꽤 예전에 보낸 메일이었다.
다만 메일을 처음 보낸 날짜가 어쩐지 심상치 않게 마음에 걸려 달력을 찾아 확인해 보니.
내가 온라온의 몸에 빙의한 첫날이었다.
발송 시간상 내가 빙의하기 직전에 보낸 것 같았다.
그렇다면 그리울 거라는 제목은 영원한 이별을 각오한 녀석의 마음이 담긴 말일 것이다.
‘어쩌면 처음 눈 떴던 그 피시방에서…….’
그러고 보니 오피스텔에 있는 컴퓨터가 고장 난 상태였다.
요즘 시대에 핸드폰도 태블릿도 있는데 메일 하나 보내자고 피시방까지 가지는 않았을 테다.
굳이 컴퓨터가 필요한 일이 또 뭐가 있을까.
“…….”
모르겠다.
내가 전지전능한 신도 아니고.
그 녀석이 피시방에 간 이유를 추리하는 건 일단 포기하고 보낸 메일의 내용이나 확인했다.
‘어디 보자.’
내용은 짧았다.
나도 너랑 얘기하는 게 좋았어.
네 호의를 잊지 않을게.
우리의 우정이 우주를 건너서도 이어지기를.
안녕.
‘다시 못 볼 사람한테 하는 작별 인사치고는 담백하다 못해 싱거운데, 녀석답네.’
상대방에게 되도록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마음이 느껴졌다.
하고 싶은 말들을 꾹꾹 눌러 담은 것 같다고 해야 하나.
‘긴말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걸 수도 있고.’
메일에는 첨부파일이 있었다.
첨부파일 1개
– Alien Friend.mp3
‘외계인 친구라니.’
직관적인 제목이었다.
그 녀석이 작곡한 곡이라는 느낌이 바로 왔기 때문에 바로 다운받았다.
‘스피커로 들어도 상관없겠지.’
2층 침대에 누워 있는 견성하 눈치를 잠깐 본 다음 음원을 바로 재생하자 가사 없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도입부를 듣자마자 내 눈은 크게 뜨였다.
‘……와, 이거 뭐지?’
너무 좋은데?
‘Alien Friend’에서는 그 녀석이 어렸을 때부터 미국에서 나고 자란 만큼 팝송 감성이 확 났다.
단 하나, 미완성이라는 게 아쉬웠다.
곡 하나를 통으로 완성할 실력까지는 안 됐던 건지 완성할 시간이 없었는지, 군데군데 빈 부분도 있고 전체적인 완성도가 다소 부족했다.
그런 걸 차치하고서라도.
‘이거 제대로 완성해서 발표하면 무조건 뜬다.’
나만의 생각은 아니었는지 진작 짐을 다 싸고 한가롭게 누워 있던 견성하도 몸을 일으켜 내 쪽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멜로디 좋네. 무슨 곡이야?”
“그렇지? 좋지?”
“좋아. 무슨 곡인데.”
“야… 너무 좋지?”
“아, 좋다고. 무슨 곡이냐니까.”
“들어도 모를 텐데.”
“열받게 하지 말고 일단 말해보라고.”
“외계인 친구가 작별 인사하는 노래.”
견성하의 얼굴 옆에 물음표 서너 개가 떠오른 것 같았다.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기도 하고.”
“너 모르면서 안다고 하는 거 아니냐?”
“아니거든!”
“어떤 느낌인데.”
잠시 고민하던 견성하가 입을 열었다.
“팝송 같아. 신나는데 애틋해. 네 말대로 외계인이 지구에 잠시 들렀다가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데, 여기 있는 동안 사귄 친구한테 덕분에 그동안 즐거웠고 잘 있으라고 인사하는 느낌이야.”
줄줄이 흘러나온 감상에 나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그래?”
“표정 왜 그래? 너무 잘 맞혀서 감동했냐?”
“어.”
“뭐?”
“감동했어.”
“뭐, 뭐야?!”
[견성하의 호감도가 올랐습니다.]나 듣기 좋으라고 일부러 꾸며내서 한 얘기는 아닌 듯했다.
그 녀석의 사정을 잘 모르는 견성하도 이렇게 말할 정도면 하프도 이 곡에 담긴 진심을 충분히 느꼈을 것이다.
‘얘 진짜 천재였잖아…….’
그 녀석이 온하제로서도 잘 해낼 거라는 확신이 새삼 들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처럼.’
그런 생각을 하자 의지가 올라갔다.
네가 그러니 찝찝하긴 한데, 고맙다.
그나저나 내가 이 몸에 빙의한 지 벌써 3년이 다 됐는데 하프는 왜 이제 와서 답장한 거지?
그때 보낸 걸 얼마 전에 본 건가, 아니면 자기 멋대로 떠난 그 녀석에게 화가 난 나머지 보고도 무시했다가 어떤 계기가 생기면서 답장하게 된 건가.
메일을 읽은 시간이 따로 안 나와서 답답했다.
‘답장 보면 알겠지.’
조금 떨리는 것 같은 가슴을 진정시킨 뒤, 하프로 추정되는 ‘[email protected]’에게서 온 메일의 내용을 확인했다.
영어로 적혀 있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한국어로 쓰인 답장은 그 녀석이 보낸 것보다도 짧았다.
만나서 할 얘기가 있어.
뉴욕에 오면 연락해.
……뭐지?
나도 모르는 사이 무언가 굉장히 망한 기분이 들었다.
* * *
다음 날, 교통사고 이후 처음으로 기자들 앞에 서서 미니 패션쇼를 선보인 우리는 성공적으로 복귀를 알리며 미국으로 출국했다.
조용한 비행기 안.
나는 옆에서 영화를 고르던 반요한을 톡톡 건드렸다.
“형.”
“응. 왜?”
“몇 년 동안 소식 끊긴 친구가 만나서 할 얘기가 있다고 갑자기 연락했어. 이건 무슨 의도일까.”
반요한은 눈썹을 살짝 찡그리더니 조언했다.
“일단 다단계, 보험 권유, 보증 아니면 돈 빌려달라는 연락 같은 거 아닌지 꼭 확인해.”
“미국에도 그런 게 있나?”
“그런 걸 나한테 물으면 어떡해.”
‘미국인은 너잖아’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으로 반요한이 날 보았다.
“뭐, 미국도 사람 사는 데니까 비슷한 거든 뭐든 다 있긴 하겠지.”
“그래도 느낌이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
“사이가 어땠길래. 어느 정도로 친했어?”
“그건 잘 기억 안 나”
“기억 안 나는 표정이 아닌데.”
“잘 기억 안 나는 거 대박이랑 소박이 걸고 진짠데.”
“뭐가 있기는 있네. 뭐야?”
“……옛날에 내가 그쪽을 좋아했을 수도 있어. 그때 상대방은 날 그냥 동생으로만 본 것 같고.”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이 되어 다른 승객들에게 들리지 않도록 작은 목소리로 진상을 알렸다.
내가 좋아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부끄럽진 않았다.
그러나 양옆에 앉은 반요한과 강지우의 눈이 심상찮게 반짝거리기 시작해 이거 잘못 얘기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오….”
“오오…….”
놀릴 생각에 히죽이며 올라가는 입꼬리를 수습한 반요한이 얄미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흠흠, 라온아, 우리 연애 금지인 거 알지.”
“연애는 무슨. 지금은 누군지도 잘 기억 안 나. 편지만 주고받은 거라 이름이나 얼굴도 모르고.”
“편지? 낭만적이네.”
“지금은 감정 없는 것 같으니까 편하게 물어본다. 그 사람이 막내 첫사랑?”
“이런 열린 공간에서 할 얘기는 아닌 것 같다.”
두 사람은 아쉬워하면서도 내 의견에 동의했다.
괜히 빌미를 주지 않는 게 나았다.
“이걸로 얘기하자.”
반요한이 핸드폰 메모장을 켰다.
“넌 천재야.”
강지우도 핸드폰 메모장을 켰다.
지루한 기내에서 찾은 재미있는 콘텐츠를 놓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나도 한숨을 쉬고는 핸드폰을 꺼내 메모장을 켰다.
토독토독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만 났다.
– 편지만 주고받은 거면 그쪽도 네가 누군지 몰라?
– 글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왠지 아는 것 같기도 하고.
– 막내 얼굴을 알면 안 반하는 게 이상하기는 해.
내 얼굴을 한 번 본 반요한이 강지우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 아무튼 만날 때 나 꼭 데려가.
– 데려가긴 뭘 데려가.
– 걱정되니까 그러지.
– 나 이제 한국 나이로 스물한 살이거든?
– 애네.
– 애야.
– 형은 걱정돼서 그런 게 아니라 재밌어 보여서 그런 거잖아.
– ㅋㅋ 들켰네.
이 인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