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410)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410화
“얘들아, 막내한테 첫사랑이 있었대.”
“고백은 안 했는데 차이고 울었대.”
“와, 진짜요?”
“아니, 이 인간들이 어디서 말도 안 되는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있어. 운 적 없거든?”
“첫사랑은 있었나 본데.”
“억울해 미치겠다.”
“왜 억울해. 재미있는 부분에서 끊긴 우리가 억울하지.”
놀리려는 기색이 다분한 강지우와 반요한의 등짝을 퍽퍽 치며 공항 근처에서 대기하는 차로 향했다.
“이쪽은 경호 맡아주실 가드분들. 내일부터는 더 오실 거야.”
한 덩치씩 하는 현지 경호원들과 간단히 인사를 나눴다.
지금도 수가 꽤 많아 보이는데 내일부터는 더 늘어난다니, 우리 회사 사람들이 저번 사건으로 많이 놀라기는 했나 보다.
“이제 어디로 가요?”
“오늘은 바로 호텔로 갈 거야.”
“네에.”
“내일부터 힘든 일정이니까 오늘은 쉬어.”
이번 뉴욕 방문에서 우리는 규모 있는 케이팝 행사에서 공연하고, 미국 에어리들과 미니 팬미팅을 하고, 현지 잡지사와 인터뷰를 하고, 토크쇼 형식의 방송에 출연할 예정이었다.
그러고 나서 바로 한국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다시 비행기를 타고 미국 남서부로 이동해 리패키지 앨범 타이틀곡 뮤직비디오를 촬영해야 했다.
그쪽에서 열리는 케이팝 행사도 하나 더 있었고…….
‘빡세구만.’
차에 타서 비행 중에 꺼뒀던 핸드폰 전원을 켰다.
“상현이 형, 저희 마지막 날에는 스케줄 비는 거 맞죠?”
내 말에 반요한과 강지우가 다분히 흥미로워하는 얼굴로 끼어들었다.
“그 애 만나게?”
“우와 떨리겠다.”
이 인간들한테만은 얘기하지 말걸.
하필 비행기에서 양옆에 앉은 게 이 두 사람이라서…….
“이게 무슨 소리야.”
저 둘의 목소리에 담긴 은근한 뉘앙스를 감지한 곽상현이 깜짝 놀라 나를 돌아봤다.
“걱정하실 일 없고요. 형들이 평소처럼 이상한 소리 하는 거예요.”
“믿는다, 라온아.”
“네. 지금 연애할 바엔 요한이 형을 왕처럼 모실 거예요.”
“세상에서 제일 믿음직스럽다.”
다행히 곽상현은 내 진심을 정확히 알아주었다.
“그래서 마지막 날에 스케줄 비어요?”
“어. 가드랑 우리 스태프 동행한다는 조건으로 자유시간이야.”
“알았어요.”
비행기 안에서 마음의 준비는 모두 끝냈다.
나는 하프에게 메일을 보냈다.
지금 뉴욕에 있어.
이번 주 금요일에 만나.
장소 알려줘.
가자, 정면돌파.
저쪽도 질질 끄는 성격은 아닌지 답장은 그날 바로 왔고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를 명시한 약속 역시 빠르게 성사되었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하프 생각은 나지도 않을 만큼 바쁜 스케줄이 내내 이어졌다.
지금은 케이팝 행사가 있는 공연장에 도착해 리허설하기 전 관계자와 만나고 있었는데 주최 측에서 우리를 상당히 환대하는 게 느껴졌다.
“이번 행사 수요조사 할 때 오르카를 보고 싶다고 한 응답이 80%가 넘어서 저희도 깜짝 놀랐어요.”
“와, 그 정도예요?”
“네. 세 팀까지 중복 응답이 가능하긴 했는데, 그래도 이렇게까지 결과가 압도적으로 나오는 경우는 잘 없거든요.”
놀라운 일이었다.
한국에 현역으로 활동하는 아이돌 그룹이 얼마나 많은데.
그동안 북미 케이팝 팬들 사이에서 오르카의 인지도가 꾸준히 올라오다가 지난 ‘Action’ 활동과 헥사곤 스테이지가 결정적인 계기가 되어 팍팍 치솟았다고 한국인 관계자가 설명했다.
“뿌듯하구만.”
“기대 받은 만큼 멋있는 공연하고 돌아가자.”
“네!”
* * *
리허설을 성공적으로 마친 다음 날.
4만 명 이상을 수용하는 스타디움형 공연장이 케이팝 팬들로 꽉 찼다.
“[오늘 오르카 온다는 얘기 들었어?]”
“[세상에. 안타까운 교통사고 때문에 참석이 불확실하다고 들었는데, 그들이 정말 오는구나!]”
“[오늘 오길 잘했다.]”
날이 아직 다소 쌀쌀했지만, 공연장은 팬들이 내뿜는 열기로 후끈거렸다.
공연 종반, 블랙 앤 화이트 톤의 정장을 입은 오르카의 다섯 멤버가 마이크를 든 손을 흔들며 무대 위로 올라왔다.
“와아아아아아악!”
“끼아아아아아아악!”
무대 대형을 잡기도 전부터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함성이 공연장을 뒤흔들었다.
멤버들은 어디를 봐도 사람이 바글바글한 공연장 내 풍경과 심상치 않은 울림에 깜짝 놀랐지만 이를 내색하지 않고 사방에 자리한 팬들을 향해 씩 웃어 주었다.
“Oh… my… god…!!”
무대 바로 앞의 입석에 있던 팬들이 감격하여 입을 틀어막았다.
“New York! Are you ready?!”
강지우가 수만 명의 목소리에 지지 않을 만큼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호응을 유도했다.
“Yes!!!!!”
“Okay. Let’s go—!!”
앞선 공연들로 이미 그럴 필요도 없을 만큼 달궈졌던 스타디움이 한층 더한 열기를 띠었다.
Hey little runaway
네게는 편한 밤이 길었나
준비되었다는 신호와 함께 행사용으로 편곡된 ‘Action’의 음원 도입부가 흘러나왔다.
“흐아아아아아아!”
“꺄아아악!!!”
온라온은 새삼 깨달음을 얻었다.
어느 나라든 소리 지르는 목소리는 비슷하구나.
넌 알 필요가 있어
All things come to an end
이 밤도 이 아픔도
온라온의 단단한 노랫소리가 환호성을 무리 없이 뚫고 나왔다.
다른 멤버들의 표정도 편안해 보였다.
And now
Action
“Action!!!!!!”
공연장이 흔들리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거대한 함성에 온라온이 눈을 땡그랗게 떴다가 행복하게 웃는 모습이 여러 핸드폰 카메라에 포착됐다.
나란 불을 질러 봐
들뜬 숨을 불어 후
개성이 살아 있으면서도 딱딱 맞는 춤과 속이 다 시원해지는 라이브에 오르카에 큰 관심이 없던 소수의 관객도 어느 샌가 집중해서 무대를 지켜보게 되었다.
Uh-oh 거기까지
Don’t look back
“Don’t look back!!!”
영어 가사가 있을 때마다 쏟아지는 수많은 팬의 목소리가 멤버들에게 에너지를 들이부었다.
지금 여긴 zero gravity
겁내지 마 NG 사인
세상에 하나뿐인 애드리브
뭐든 받아 줄게 나
무대 내내 감상에 다소 방해가 될 정도로 열정적인 환호가 끊이지 않았고, 후렴구는 아예 한국어로 따라 불러 멤버들의 어깨가 절로 으쓱거렸다.
You are ready
“You are ready!!”
“[여러분… 모든 한국어 가사를 어떻게 그렇게 잘 따라 하세요?]”
“[이렇게 된 이상 다음 곡을 더 기대할 수밖에 없겠는데요.]”
엄밀하게 ‘모든’ 한국어 가사는 아니었지만, 관심과 흥을 인정받은 관객들은 멤버들의 의도대로 다음 무대에 더 신나서 환호를 보냈다.
“[다음 곡은 ‘Again’입니다.]”
“[더 신나게 놀아봅시다!]”
* * *
역대급 규모였던 공연을 사고 없이, 또 성공적으로 마친 다음 날에는 쇼에 출연했다.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나와 반요한이 질문에 주로 답하되 다른 멤버들도 대화를 귀 기울여 들으면서 적당히 참여하기로 한 쇼였는데.
문제가 있었다.
“[오르카에는 어렸을 때 뉴욕에서 자란 분이 있다면서요.]”
남자 진행자의 질문에 내가 답했다.
“[네. 접니다. 부모님도 미국 분이시고, 제 국적도 미국이에요.]”
“[뭐, 미국의 속지주의를 이용하는 경우가 흔히 있죠.]”
여자 진행자가 느물거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사람 지금 내 가족 욕한 거냐?
다른 진행자가 진땀을 흘리며 주제를 돌렸다.
“[그럼 라온은 미국 문화도 잘 아시겠네요.]”
“[그럼요. 미국이 소송의 나라라는 걸 알 만큼은 이곳 생활을 오래 했어요.]”
내 말에 마침 눈이 마주친 여자 진행자가 미소 지었다.
“[오, 제 말은… 농담이었어요.]”
“[하하, 저는 진담이었어요.]”
“[하하… 재치 있으시네요.]”
다른 진행자가 여자 진행자를 말리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망언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영어 발음이 굉장히 좋네요!]”
내가 미국인이라고 말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 인간은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여자 진행자의 말을 빠르게 알아들은 반요한이 입매를 뻣뻣하게 굳힌 걸 보고 이 진행자가 인종차별적인 의도로 한 말이 맞는다는 걸 확신했다.
나는 늦지 않게 활짝 웃으면서 대꾸했다.
“[고마워요. 당신 영어 발음도 꽤 괜찮네요.]”
“[오…… 하하, 네.]”
하…….
세상엔 왜 이렇게 × 같은 놈들이 많은 걸까.
* * *
얼마 뒤 오르카가 출연한 방송 클립을 본 한국 팬들은 격분했다.
– 영미권 출신 한국인 교포 멤버들은 미국 가면 영어 잘한다는 말 한 번씩은 듣고 오는 듯
– 개빡쳐
– 아 미개해
– 속상하고 답답하다 이러라고 해외 보내준 거 아닌데
– 얘들아 다시 한국 와ㅠㅠㅠㅠㅠㅠㅠ
– 내새끼도 아닌데 ㅈㄴ 화난다
– 우리나라도 인종차별 심각한데 뭐…
┗ ㅉㅉ
┗ 우리나라 인종차별 문제 심한 건 맞는데 굳이 이 글에 이런 댓글 남긴 의도가 뭐야? 우리나라 사람들도 인종차별하니까 애들이 인종차별 당하는 것도 당연하다는 거야?
┗ 꼭 이렇게 맥락 파악 못 하고 공감능력 떨어지는 댓글 다는 애들 있더라
– 미국에서 잠깐 살아봤는데 일상적인 인종차별 심해 아시안 대상으로 하는 인종차별은 나아지려면 진심 갈 길 멀어 보임
– 애들 상처받았을까 걱정돼서 잠도 안 와
– 그래도 방송건은 온라온이 센스 있게 잘 대처한 듯
– 욕이랑 항의는 팬들이 대신 해주는 거고 현장에선 저 정도로 돌려주는 게 최선이지 저 인종차별한 엠씨도 저 뒤로 조심하는 느낌이었음
– 길에서 이동할 때 가드 주렁주렁 달고 다녀서 그나마 안심임
– (동영상) 인종차별한 새끼 라온이가 너도 발음 꽤 괜찮아^^ 하는 순간 표정 벙찌는거 사이다
– 불쾌한 일은 잊고 훨씬 더 좋은 추억 많이 쌓고 오길 바라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