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411)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411화
“아아아아악!”
분노한 강지우가 창문을 열고 포효했다.
옆방 테라스 난간에 앉아 있던 새들이 푸드덕 날아갔다.
“짜증나아아아아악!”
견성하가 베개에 얼굴을 묻고 울부짖었다.
꽉 쥔 주먹으로 침대 시트를 팡팡 칠 때마다 먼지가 날렸다.
“…….”
조용하다 싶던 서문결도 오는 길에 산 과일을 흉흉한 모양으로 몇 개씩이나 깎고 있었다.
눈빛이 서늘한 게 저대로 손에 날붙이를 쥐고 있게 해선 안 될 것 같았다.
‘뭐, 다들 열받는 건 이해하지만.’
이유는 물론 우리가 방송에서 받은 인종차별적인 대우 때문이었다.
촬영 중이라 불쾌감을 느껴도 일단 참고 넘어갔던 멤버들이 숙소로 돌아온 뒤 분노를 폭발시키고 있었다.
“우리 막내가 뭐가 부족해서 그런 말을 들어야 해!”
매니저 형에게 시끄럽다고 혼나고 창문을 닫은 강지우가 성량을 조금 억누른 목소리로 외쳤다.
비교적 차분한 반요한이 멤버들을 진정시켰다.
“애가 완벽해도 그럴 족속들이야. 팬분들이 항의해서 방송사 차원에서 사과할 것 같다니까 진정 좀 해.”
“역시 에어리밖에 없어. 나는 멍청하게 웃고만 있었는데. 영어 공부 열심히 할걸. 영어 욕 좀 많이 알아둘걸. 우리 막내는 내가 지켜야 하는데!”
강지우가 치를 떨며 후회했다.
“다른 사람 도움 없이도 현장에서 라온이가 잘 대응했어.”
“역시 우리 막내.”
“근데 화나요!”
“이해한다.”
그로부터 한 시간이 더 지난 뒤에야 멤버들은 성난 마음을 좀 가라앉혔다.
“먹어.”
“고마워, 결아.”
한동안 서문결이 분풀이 삼아 산더미처럼 깎아놓은 과일을 멤버들이 와삭와삭 아작아작 씹어먹는 소리만 났다.
* * *
이튿날, 우리는 통역을 대동하고 한 잡지사와 인터뷰를 했다.
“[안녕하세요. 오늘 인터뷰 맡은 헨리입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헨리.]”
다행히 깔끔한 차림을 한 이번 인터뷰어는 정상적인 사람 같아 보였다.
“[케이팝 아티스트로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고 계신 걸 축하합니다. 벌써 데뷔 4년 차에 접어들었는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우와, 저희가 벌써 4년 차 가수라고요? 말도 안 돼요.”
눈을 휘둥그레 뜬 강지우의 솔직한 감정은 통역을 거치지 않아도 인터뷰어에게 잘 전달되어 초면의 어색하던 분위기가 사르르 녹았다.
“[하하, 오르카를 보면 여전히 신인 특유의 강한 기세가 느껴져서 자극이 돼요.]”
“감사합니다. 저희 자신도 아직 신인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이 일을 하고 있어서 더 어린 후배분들을 마주칠 때나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깜짝깜짝 놀라요. 와, 우리가 벌써 이만큼 왔구나. 갈 길이 아직 한참 남은 것 같은데 돌아봐도 꽤 많은 것들이 쌓여 있어서 신기하고 뿌듯한 느낌이에요.”
강지우의 말에 멤버들이 저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도 우리는 새로운 도전을 많이 하겠지만, 지금만 해도 처음에는 상상도 못 했던 일들을 숱하게 해낸 것 같았다.
‘대단하다 우리.’
“[오늘은 데뷔 이후 오르카가 겪고, 또 이겨낸 여러 사건에 관해서도 이야기해 보고 싶어요. 여러분만 괜찮다면요.]”
“[괜찮아요.]”
미리 받았던 질문지에 언급되어 있었기 때문에 다들 침착하게 인터뷰어의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에서 ‘사생’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팬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특히 라온은 그러한 팬에 의해 개인적인 의료 기록이 유출된 적이 있기도 한데 어떻게 대처하셨는지 들을 수 있을까요?]”
“[어… 저는 그런 사람들은 제 팬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 일상의 침입자일 뿐이죠. 그런 일이 있으면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거예요. 다른 진정한 팬분들도 그런 이들을 싫어하시고요. 말씀하신 사건이 있었을 때는 솔직히 말하자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런 일까지 겪어야 하나 싶어서 힘들었어요.]”
그 사건은 제로 때문에 생긴 일이기는 했지만, 부추김을 받고 일을 저지른 사생들에게 그런 마음이 전혀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라이브 방송을 켜서 에어리들을 보니까 정신적으로 회복되더라고요. 결국 답은 팬분들인 것 같아요. 제 마음이 팬분들의 지지를 원해요.]”
그때 라이브 방송을 켰던 걸 누군가는 현명하지 못한 일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돌이켜 보면 그 순간 가장 필요한 것을 본능적으로 찾아갔던 것 같다.
“[신체적인 건강이나 정신적인 건강 면에서도 여러 일이 있었는데요, 위급하고 큰 사고를 겪고 난 뒤에 느낀 게 있었는지 말해줄 수 있어요?]”
“그저 모든 멤버가 무사히 깨어나길 간절히 바랐어요. 이미 단순한 팀 동료를 넘어 인생에 없어서는 안 될 가족이 되었구나, 하는 걸 그때 느꼈어요.”
“그런 사고를 겪은 후에 멤버나 가족들과 함께 쉬면서 정신력을 회복한 것도 도움이 되었어요. 저희는 서로 기댈 수 있는 사이예요. 그런 존재가 항상 곁에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인터뷰어가 공감하는 표정으로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분위기를 바꿔볼까요? 역대 발매한 곡 중에서 멤버분들이 가장 좋아하는 곡과 그 이유를 말해주세요.]”
안 좋은 일을 떠올리고 조금 숙연해졌던 멤버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해방이요! 저희 데뷔곡인데 멤버들이랑 데뷔를 준비하면서 뭐든 처음이라 신기해하고 떨리고 재미있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요. 뮤직비디오 한 번 보면 약간 사라졌던 초심도 다시 보충되고요.”
“[저는 ‘My Zenith’요. 경연 프로그램에서 결이랑 라온이가 부른 노래인데 패기 있는 가사나 긍정적인 에너지가 마음에 들었어요.]”
반요한 본인은 부르지도 않은 곡인데, 좋아해 주다니.
이건 좀 감동이군.
저렇게 좋아하면 나중에 콘서트 같은 데서 5인 버전으로 편곡해도 괜찮겠다.
“저는 요즘 ‘From’이 좋아요. 밤 산책하면서 들으면 익숙한 공간을 떠나 먼 곳으로 향하는 기분이 들어요. 들으면 들을수록 라온이 작곡 실력에도 감탄하게 되고요.”
“하나만 고르기 어려운데… ‘Action’이요. 첫 정규 앨범이기도 하고 뮤직비디오 분위기랑 파워풀한 안무가 좋아요. 무대 의상도 멋있어서 마음에 들고요.”
“[저는… 제 곡이라 조금 부끄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Again’이 제일 좋아요. 제 첫 자작곡이기도 하고, 처음으로 음악방송에서 1위를 한 곡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콘서트에서 팬분들이 다 같이 불러주시는 게 너무 행복한 기억으로 남았어요.]”
아, 빨리 또 콘서트 하고 싶다.
“[콘서트라고 하면, 오르카는 월드 투어 계획이 아직은 없으신가요?]”
매니저 눈치를 슬쩍 본 강지우가 씩 웃으며 답했다.
“곧 전 세계에 있는 팬분들을 찾아뵐 수 있을 것 같다고만 말씀드릴게요.”
“[오, 혹시 제 자리도 하나 있을까요?]”
“[연락처 남겨주세요. 티켓 보내드리겠습니다.]”
케이팝 팬인지 인터뷰어가 신나 했다.
그 뒤로도 여러 질문이 이어졌다.
영어 곡을 발매할 계획이 있는지. 재충전의 시간은 어떻게 보내는지.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싶은지 등등.
“[마지막입니다. 전 세계의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저희만의 공간에서 어서 만나고 싶어요. 행복하고 유쾌한 추억을 만들어 드릴게요!”
“저희를 응원해 주시는 모든 분이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라요. 진심으로요.”
“[여러분이 보내주시는 사랑에 보답하고 싶어요. 사랑합니다.]”
* * *
여러 생각을 정리할 기회가 됐던 잡지 인터뷰를 마지막으로 뉴욕에서의 모든 공식 스케줄이 끝났다.
“다들 고생 많았다. 내일은 자유롭게 쉬어.”
“네엡.”
“호텔 밖으로 나갈 때는 나나 대현 씨나 하연 씨한테 꼭 얘기하고, 가드분이랑 같이 가.”
그리고 대망의 약속 날이 되었다.
내가 깔끔한 옷을 골라 입고 나온 걸 본 강지우가 슬금슬금 다가왔다.
“막내 약속 오늘이지?”
“형들, 오늘 따라오면 절연이야.”
“!”
정말 미행이라도 할 셈이었는지 강지우가 찔끔한 표정을 짓고 소파에 앉아 있던 반요한은 갑자기 창밖을 바라보며 딴청을 피웠다.
이 인간들이?
“결이 형, 이 형들 수상한 짓 안 하는지 잘 봐줘.”
“알았어.”
오르카 최후의 양심인 서문결이 믿음직스럽게 고개를 끄덕여 준 덕분에 마음을 좀 놓을 수 있었다.
“힝이다.”
“흥이다.”
이럴 때는 죽이 척척 맞아서 철없이 구는 두 맏형을 나란히 한심하다는 눈으로 봐준 뒤 매니저와 가드 한 명과 함께 호텔을 나섰다.
지도 앱으로 확인해 본 바에 따르면 하프가 정한 약속 장소는 지내는 호텔에서 나와 20분 정도 걸으면 나오는 카페였다.
다행히 헤매는 일 없이 카페에 잘 도착했다.
‘따로 얘기할 수 있는 룸을 예약해 뒀댔지.’
카페 직원에게 내 이름을 말하자 과연 룸에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저는 안쪽 방에서 지인이랑 따로 얘기 좀 할게요.”
여기까지 같이 온 매니저에게 내 카드를 건넸다.
“여기 계시면서 드시고 싶으신 거 있으면 이걸로 드세요.”
매니저와 가드를 뒤로하고 직원의 안내를 받아 룸으로 향했다.
똑똑 문을 두드리자 한국말로 “들어오세요.” 하는 목소리가 낭랑히 돌아왔다.
문을 열자 그곳에는…….
“안녕하세요?”
여자 반요한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