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416)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416화
“거기서도 그런 말 같지도 않은 제안을 받았다고?”
잠시 진정됐던 곽상현의 눈에 다시 분기가 차올랐다.
자기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는 것을 알아차린 온라온이 서둘러 고개를 저어 곽상현을 진정시켰다.
“아, 아뇨. 그쪽은 전혀 달라요.”
곧바로 부정하자 확 끓어올랐던 곽상현의 노기가 가라앉았다.
“흠, 어떤 제안이었는데?”
“거기서 일하는 사람한테 비공식적으로 받은 제안이긴 한데, 제가 어떤 곡 하나를 완성해서 가져오면 자기들 쪽에서 최대한 좋은 조건으로 받아주겠다고 하더라고요.”
원래는 유의미한 성과가 있을 때까지 말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미 음반사 한 곳과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면 이야기가 달랐다.
최고로 좋은 곳을 두고 엉뚱한 곳과 만족스럽지 못한 조건으로 계약이 확정되기 전에 회사를 말려야 했다.
“그런 제안을 받았다고? 어떤 곡이길래?”
“그 곡이 아직 미완성이라서요….”
견성하는 자기도 모르게 한 번만 들었는데도 귀에 쏙 들어와 시간이 흐른 지금도 어렵지 않게 흥얼거릴 수 있는 선율을 떠올렸다.
작곡에 대해 잘 모르는 자신이 듣기에도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이 많은 곡이었지만 신선한 멜로디의 매력만은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혹시 저번에 틀었던 그 곡이야?”
“맞아.”
“어, 성하는 들어본 적 있어?”
“네. 저번에 한 번 들었는데 팝송 느낌도 나고 좋더라고요.”
그러자 강지우가 배신감에 젖은 눈으로 온라온을 돌아보았다.
“치사하다. 왜 성하만 들려줘?”
“형.”
“응.”
“인생은 타이밍.”
“크윽. 우리 막내가 맞는 말만 해서 형은 슬퍼.”
멤버들이 떠드는 동안 곰곰이 생각하던 곽상현이 입을 열었다.
“스페이스 레코드면 우리가 지금 조건 협상하려는 곳보다 규모도 훨씬 크고 여러모로 굉장히 좋은 곳이 맞긴 한데…… 너한테 그런 제안을 한 사람은 믿을 만한 사람이야?”
반정원의 얼굴을 떠올리게 하는 반요한을 힐끔 본 온라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가 곡을 제대로 완성해서 가기만 하면 저희랑 계약하는 걸 진지하게 고려해 볼 거예요.”
“그렇게 말하니까 대체 어떤 곡이길래 그런 제안까지 받은 건지 더 궁금하다.”
반요한의 말에 온라온은 그냥 빙그레 웃기만 했다.
잠시간 턱을 매만지며 고민하던 곽상현이 말했다.
“확실히 매력적인 제안이기는 하다.”
“그렇죠.”
“우리가 처음에 원하던 조건으로 스페이스 레코드 정도 되는 곳과 계약할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현재로서 시간을 많이 줄 수는 없어. 이미 얘기가 진행되는 곳이 있는데 그걸 무작정 미루는 건 예의가 아니니까.”
곽상현의 말에 온라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한테 딱 한 달만 시간을 주세요.”
얼마간 빛이 꺼졌던 눈에 단단하고 명징한 기백이 돌아와 있었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눈빛에 안심이 되면서도 혹시나 또 무리하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스러웠다.
“당분간 컴백 준비하면서 드라마 스케줄 소화하려면 바쁠 텐데 한 달로 괜찮겠어?”
“네. 이게 어떤 기회인데, 안 돼도 되게 해야죠.”
“알았어. 한 달 동안 다른 곳이랑 계약하는 건 미뤄볼게. 대신 무리하면 절대 안 된다.”
“맡겨주세요.”
강지우가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대답할 타이밍을 빼앗긴 온라온이 황당해했다.
“그 말을 왜 형이 하는데.”
“우리 막내 케어는 내가 다 한다!”
“형이 내 매니저야?”
“그래요. 저는 이 팀의 리더이자 맏형이자 식사를 책임지는 요리사이자 매니저입니다.”
강지우가 뻔뻔스러운 얼굴과 장난스러운 톤으로 한 발언에 조금 눅눅한 기운이 남아 있던 대기실 공기가 확 가벼워졌다.
“아하하하!”
“이제야 좀 웃네.”
온라온이 터뜨린 웃음소리를 들은 이들이 비로소 마음을 놓았다.
“막내 오늘은 독방 쓰지 말고 큰 방에서 같이 자.”
“그래.”
* * *
행사 리허설을 모두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그날 밤.
나는 강지우의 말대로 원래 혼자 자기로 했던 작은 방이 아니라 큰 방 침대에 누웠다.
내가 누워 있는 침대와 그 옆 침대에는 다른 멤버들이 옹기종기 누워 있었다.
“…….”
양옆에서 느껴지는 합계 73도의 체온을 참다못한 내가 입을 열었다.
한 대 치고 싶은 방법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래리 놈은 무시했다.
“형, 내가 한 침대에 2명까지는 그렇다 쳐.”
“응.”
“근데 3명은 좀 아닌 것 같아. 형들이 쪼그만 애들도 아니고 이게 뭐야 대체.”
“이게 다 널 사랑하고 걱정해서….”
“사랑이고 걱정이고 뭐고 지금 상당히 불편한데 그냥 우리 가위바위보 해서 진 사람 한 명 옆방으로 쫓아내면 안 돼?”
그러자 그나마 체격이 작단 이유로 양옆에 누워 있던 강지우와 반요한이 시선을 주고받았더니 서로 꺼지란 말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막내 불편하다는 거 들었지? 네가 가.”
“아니? 네가 가.”
“야, 내가 먼저 누웠어.”
“너 그러고 나서 씻으러 갔잖아. 그럼 순서 뺏긴 거지.”
“무슨 그런 말이 다 있어? 네가 가!”
일반인의 상식으로 이해하긴 어려워도 강지우는 정말 나와 같이 자는 게 더 좋아서 이러는 거였다면, 반요한은 혼자 자는 걸 더 편하게 느끼면서 오로지 우리 말을 순순히 들어주기 싫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러고 있다는 게 어이가 없었다.
“형들 이러면 그냥 저쪽 침대로 건너가는 수가 있어.”
저쪽 침대란 개싸움이 벌어지는 이곳과 달리 서문결과 견성하가 평화롭게 담소를 나누는 옆 침대를 말했다.
“야. 여기도 좁아.”
견성하가 뾰족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이 효과를 거둔 것은 전혀 엉뚱한 곳이었다.
“성하야, 불편하면 내가 다른 데서 잘까?”
서문결이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아니, 결이 형 그게 아니라요.”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세상에서 제일 착한 서문결에게 걸리는 바람에 쩔쩔매는 견성하를 보며 나는 시원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하하하!”
“웃지 마!”
웃지 말라면 더 웃고 싶은 게 인지상정.
“푸하하하하하학!”
배가 아플 때까지 견성하 보란 듯이 웃던 나는 베개 하나가 제법 무서운 속도로 날아온 뒤에야 입을 다물었다.
“지금 해보자는 거야?”
“흥. 넌 하나도 안 무섭거든.”
“나도 너 안 무서워.”
나는 견성하를 향해 베개를 던졌고 그게 피아 구분 없는 베개 싸움의 시작이었다.
“결아! 내가 뭐 잘못했니!”
“결이도 악당을 아는 거지. 죽어라 반요한!”
“견성하, 원망하지 마라. 너한테 악감정은 많아.”
“악! 너는 왜 입만 열면 헛소리냐?”
30분 뒤.
옆방에 있던 매니저 형이 제발 좀 자라고 우리 방문을 두드리고 나서야 광란의 베개 싸움이 멈췄다.
“헉… 헉…….”
“맞은 데 멍 졌으면 고소할 거야….”
“안 났어.”
“오늘 치 유산소 다했다.”
“땀 너무 나서 다시 씻어야 할 것 같아요.”
가장 땀이 많이 난 견성하가 먼저 씻으러 간 사이 강지우가 내게 물었다.
“막내 지금은 기분 괜찮아?”
“어. 이제 그 일로 나한테 남은 건 오로지 분노뿐이야.”
내 말에 반요한이 산뜻하게 웃었다.
“아, 이제야 너답다.”
“분하다. 그때 욕을 더 해줬어야 하는데.”
그러고 보니 아까 욕을 꽤 한 것 같았는데, 뭣 같은 비속어 필터링에 안 걸렸다.
의아해하는 순간 시스템 창이 나타났다.
이 느낌표에 담긴 발랄함이 짜증 나 죽겠다.
한 번 끈 김에 영원히 꺼두면 안 되나?
[안 됩니다.]아무튼 열받는 자식이다.
“후회돼?”
“어. 완전. 욕을 할 수 있었는데 그거밖에 안 하다니. 나는 정말 바보야. 후회밖에 남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같은 실수를 또 반복하다니.”
래리 시켜서 그 자식 찾아내는 건 안 되겠지?
분노를 담은 주먹으로 베개를 펑펑 패는 그때였다.
“…같은 실수?”
범인의 말실수나 중요한 증거를 발견한 코×의 안경이 반짝 빛나는 것처럼 방금 내 푸념을 들은 반요한의 눈에도 심상치 않은 안광이 스쳐 지나간 것 같다고 한다면 내 착각일까.
뭐라고 말해야 할지 고민할 때였다.
강지우가 내 두 손을 꼭 잡고 내 이름을 불렀다.
“라온아.”
“응.”
“우리 귀한 막내 인생에 그런 쓰레기 같은 일이 두 번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응.”
“혹시나 그런 일이 또 생긴다면.”
강지우의 맑은 눈이 반요한과는 다른 의미로 빛났는데 어째 이쪽이 더 위험해 보였다.
“죽여.”
“뭐?”
“내가 너 대신 감옥 갈게.”
위튜브 댓글창에서 우리 멤버들 대신 군대 가준다는 주접은 봤지만.
대신 감옥 가겠다는 말은 또 처음이라 설레는군.
‘……이 아니라.’
“무슨 헛소리야 이 양반은!”
* * *
행사 공연과 사막에서의 뮤비 촬영을 끝으로 이번 미국 스케줄이 모두 끝났다.
“얘들아. 많이 피곤하겠지만, 다시 달리자.”
“네!”
한국 땅을 밟은 뒤부터 여러 사건 때문에 다소 늦은 리패키지 앨범 컴백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