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415)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415화
강지우는 조금 전과는 달리 창백하게 질린 온라온을 보고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온라온이 오늘 평소보다 많이 가라앉아 보이는 건 맞았지만, 조금 전만 해도 이렇게까지 질린 느낌은 아니었는데.
‘이건 무조건 무슨 일 있던 거다.’
먼저 얼굴에 떠오른 놀란 기색을 가다듬고 안심이 되는 표정을 지어 보인 강지우가 부드러운 어조로 물었다.
“괜찮아? 괜찮으니까 형한테 다 얘기해 봐.”
“…….”
강지우의 다정한 종용에도 온라온은 숨을 의식적으로 들이마셨다가 내쉬기만을 반복할 뿐, 말이 없었다.
온라온이 든 생수병 표면에 맺힌 물만 뚝뚝 떨어졌다.
“…….”
지나는 사람들이 두 사람을 향해 힐끔 시선을 던졌다.
타인의 시선을 느낀 강지우가 여기서는 안 되겠다는 판단을 내리고 차게 식은 온라온의 손을 부드럽게 잡아끌었다.
“일단 대기실로 가자.”
대기실로 돌아가자 각자 할 일을 하던 멤버들과 스태프들도 이상을 바로 알아차렸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 괜찮아? 어디 아파?”
“애 얼굴이 왜 이래?”
“지우야, 무슨 일 있었어? 넋이 나간 것 같은데. 식은땀 좀 봐.”
“나도 잘 모르겠어. 일단 여기 앉아.”
강지우의 손에 이끌려 빈 의자에 앉은 온라온은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이거라도 마셔.”
서문결이 문밖에 있던 자판기에서 급히 뽑아온 핫초코를 온라온에게 건넸다.
겁에 질린 표정인 온라온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고마워.”
반요한이 무언가를 이야기할 상태가 아닌 것처럼 보이는 온라온 대신 함께 갔던 강지우를 바라보았다.
“너 같이 갔잖아. 무슨 일이야?”
대답해 줄 말이 없는 강지우는 침울한 얼굴로 대답했다.
“나도 잘 몰라. 나 화장실 들어갔다가 나온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아….”
그러자 시선이 서문결이 사온 핫초코를 따지도 않고 꽉 쥔 채 고개를 숙인 온라온에게로 다시 모였다.
“…….”
온라온은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은지 입을 열었다가 닫기만 반복했다.
“어디 다친 데는 없지?”
“네.”
다친 곳이 없다는 말에 걱정으로 자글자글해졌던 사람들 얼굴이 그나마 펴졌다.
“지금 숨 쉬는 건 괜찮아? 아까 보니까 호흡이 조금 부자연스럽던데.”
강지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활동 중에 심리적으로 피로해져 각종 정신 질환으로 괴로워하는 연예인이 드물지 않았다.
누구보다 바쁘게 일하던 온라온이기에 혹여 번아웃이나 공황이라도 온 게 아닌가 걱정되었다.
“괜찮아.”
“어디 아프면 숨기지 말고 꼭 얘기해야 해.”
온라온은 고개를 조금 들고 끄덕거렸다.
“무슨 일이었는지는 말하기 힘들어?”
온라온은 대답하지 못했다.
이렇게 다정하게 대해 주는 지금의 회사 사람들이 옛 회사 사람들과는 근본부터 다른 것을 알았다.
정말 가족이라는 말을 쓰기에 부족함이 없는 관계였다.
“나도, 말하고 싶은데…….”
“알아. 말하기 힘들지. 놀라면 원래 그래.”
과거의 잔상이 진실을 토해내려는 혀뿌리를 진득하게 붙잡았다.
쓰레기 같은 인간들을 향해 코웃음 한번 치고 이겨낸 줄 알았던 사건이 그 후로 수년이 흐른 지금까지 지워지지 않는 흉터처럼 남아 있었다는 것을 온라온은 이제야 알았다.
“우리한테 얘기해. 무슨 일이든 도와줄게.”
반요한이 장난기 하나 없는 낯으로 온라온을 설득했다.
“그래.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얘기하면 기분 훨씬 나아질 거야. 얘기해 봐. 누가 우리 무시하는 얘기 했어? 아니면 또 말 같지도 않은 인종차별 하는 놈 만났어?”
멤버들이 온라온을 설득하는 동안 곽상현의 눈짓에 스태프들은 자칫 부담될 수 있는 관심을 거두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저렇게 충격 받게 할 만한 일을 털어놓으려면 그만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네 편이야.”
“…….”
서문결의 그 말이 무겁게 내려앉은 마음을 움직였을까.
한참 만에 온라온은 입을 열었다.
“음반사에서 일하는 어떤 남자가.”
“응. 그 남자가 왜?”
아까 일을 떠올리는 순간 눈앞이 새하얘진 온라온이 말을 멈췄다.
다른 사람들은 온라온이 감정을 가다듬는 것을 참을성 있게 기다려 주었다.
“명함을 주면서. 그쪽 회사 높은 사람이 나한테, 관심 있으니까 연락하라고. 그러면 우리 계약 좋은 조건으로 맞춰 준다고….”
“뭐…….”
드문드문 끊기는 목소리로 흘러나온 진술은 사람들의 예상을 한참이나 벗어나 있었다.
“……이런 미친.”
온라온은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지만, 그 남자가 어떤 의도로 그런 이야기를 지껄인 것인지 알 만한 이들이 눈치채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어떻게…….”
“우리 막둥이한테 어떤 놈이야!”
“아씨, 더럽고 역겨워. 어떻게 애한테 그런 얘기를 해?”
“이거 명예훼손 같은 걸로 고소 안 돼?”
“놀랄 만하네. 와, 쓰레기 같은 자식.”
멤버들과 곽상현이 저마다 분노를 터뜨리는 소리가 허공에서 부딪쳤다.
“라온아, 누구인지는 기억해?”
“저쪽에서 명함을 주긴 했는데 너무 화나서 그 사람 보는 앞에서 찢어 버려서….”
“찢었어? 잘했다. 잘했어. 그런 거 가지고 있지 마.“
”회사 이름을 보긴 봤거든.“
말도 안 되는 개소리를 들은 충격 때문에 잊어버렸는지 분명 눈으로 확인한 음반사 이름도 생각나지 않았다.
“굿으로 시작하는 회사였는데 잘 기억 안 나.”
“굿? 우리가 컨택한 곳 중에 굿으로 시작하는 데가 있었나?”
다양한 음반사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느라 요즈음 멤버들보다 바빴던 곽상현이 인상을 찡그렸다.
“생각 안 나는 거 보니까 별것도 아닌 회사였을 거야. 회사에서 어느 정도 규모 있고 믿을 만한 음반사는 일단 다 컨택했는데 그중에 굿으로 시작하는 곳은 없었어.”
“그래. 그냥 잊어. 그런 쓰레기 같은 회사 이름 기억하려 하지 마.”
“진짜 많이 놀랐겠다.”
“어….”
분노로 잠시 밀어두었던 충격이 이제야 찾아왔는지 벌벌 떨리는 온라온의 몸을 강지우가 꽉 안아주었다.
따뜻한 체온과 그보다 따뜻한 진심이 경직된 손과 발, 얼굴과 마음을 순식간에 녹였다.
마음의 댐으로 오래도록 막아두었던 감정들이 마구잡이로 쏟아져 내렸다.
“윽…….”
억누른 소리와 함께 크고 맑은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우, 울어?!”
“막내 운다고?”
남들은 한 번만 겪어도 기절하는 사건을 몇 번씩이나 겪었을 때도 좀처럼 울지 않는 온라온이었기에 대기실은 한바탕 난리가 났다.
“휴지 여깄어.”
“어떡해. 울어.”
눈물을 닦은 휴지를 꽉 쥐고 온라온이 횡설수설했다.
“그 사람한테 꺼지라고 하고, 욕도 하고, 명함까지 찢어서 얼굴에 던졌는데, 진짜 거물이고 예의 없다고 업계에 소문나면 나 때문에 또 우리 그룹에 안 좋은 일 있을까 봐. 헥사곤 스테이지도, 나 때문에 다 잡은 우승 놓쳤는데.”
“무슨 소리야 그게.”
견성하가 입을 떡 벌렸다.
온라온이 이렇게까지 비이성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소문나는 건 그쪽이 걱정해야지. 넌 아무 잘못도 없어.”
“그 새끼한테 욕했어? 안 참은 거 잘했어. 그런 건 참는 거 아니야.”
“그런 거 하나도 걱정하지 마. 음반사는 많아.”
“네가 부담 가질 필요는 전혀 없어. 설령 회사가 내일 당장 망한다고 해도 너나 다른 애들한테 그런 일은 절대 안 시켜. 나도 그렇고 대표님도 그렇고.”
어른들은 오래도록 가슴에 맺혀 있던 응어리를 이제야 터뜨리느라 애처럼 펑펑 우는 온라온을 다독였다.
휴지를 새로 뜯어 건네는 반요한의 눈길이 온라온의 젖은 옆얼굴에 가닿았다.
‘온라온 성격에 열 받아서 펄펄 뛰면 뛰었지, 이렇게 움츠러들 일 같지는 않은데….’
그 어떤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을 때도 특유의 악과 깡으로 호기롭게 이겨냈던 온라온이기에 지금 상황이 다소 놀라운 것도 사실이었다.
‘……혹시 전에 트루에서도?’
이전에 트루에 관한 각종 조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그랬다더라 하는 루머가 나온 적도 있었다.
명확한 증거가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그런 일이 있었던 게 아니고서야 온라온의 반응을 설명하기 어렵지 않은가.
자기도 모르게 성간 틈의 까마득한 일부에 한 발짝 다가간 반요한과 눈이 마주친 온라온이 한순간 움직임을 멈췄다.
찰나에 어떤 깨달음이 꼬리를 길게 남기며 지나가는 유성처럼 둘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
“…….”
온라온이 천천히 눈을 깜빡여 남은 눈물을 떨어뜨렸다.
이 사람들이 내 전부를 아는 것은 아니다.
자신은 지나온 세계에서 겪은 일에 대해 모두 말하지도 않았고, 이들은 여전히 내 비밀을 알지 못하고, 나에 대해 알지 못하고, 어쩌면 앞으로도 오래도록 그러겠지만.
그렇지만…….
마치 전부를 털어놓은 것처럼 벅찼다.
이거면 된 게 아닐까.
지금 이대로도 한없이 괜찮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왜 그래?”
“대신 화내주고 위로해 준 덕분에 이제 괜찮아진 것 같아서.”
온라온이 작은 온기가 남은 핫초코 캔의 표면을 매만졌다.
그의 낯에 따스한 평온이 돌아왔다.
“응. 정말 괜찮아졌어.”
잠시 뒤, 멤버들이 소중한 막내를 한마음으로 꽉 끌어안았다.
“숨 막혀!”
그런 오르카 멤버들을 보며 곽상현이 눈가를 훔쳤다.
“계속 미뤄져서 괜히 걱정 끼쳤나 보다. 미국 음반사 계약이 늦어지는 건 다른 이유가 아니라 너희가 더 잘됐으면 하는 욕심 부리느라 우리가 조건을 세게 불러서 그래. 괜찮은 데랑 조건 협상 들어갔으니까 곧 성과 있을 거야.”
몸이 찌그러질 것 같은 포옹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온라온이 입을 열었다.
“아, 저 사실 스페이스 레코드에서 괜찮은 제안을 받았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