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417)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417화
리패키지 앨범이란 기존에 발표했던 음반에 다른 곡을 추가하여 출시하는 음반을 말한다.
단순히 신곡 몇 곡을 형식적으로 추가하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앨범의 짜임이 유기적으로 재구성되며 앨범 전체가 새로운 의미를 형성하게 된다.
우리 같은 경우는 지난 정규 앨범을 제작하는 단계부터 리패키지 앨범의 프로듀싱 방향까지 미리 정해두었는데, 정규 1집 이름이 ‘Realistic’이었다면 이번 리패키지 앨범 이름은 ‘Unrealistic’이었다.
이번 앨범을 통해 우리는 이제 현실 같은 비현실의 영역을 떠나 비현실 같은 현실의 영역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돼지갈비 먹고 싶어요. 갓 튀긴 새우랑 오징어튀김 떡볶이 국물에 푹 찍어서 먹고 싶어요. 저 앞에 마라샹궈 진짜 맛있는데.”
“성하야…….”
견성하가 컴백 준비의 일환으로 닭가슴살 샐러드를 으적으적 씹어 먹으며 중얼거린 말에 강지우가 눈물을 글썽였다.
‘저거 진짜 눈물인가.’
강지우의 눈물을 위해 견성하가 닭가슴살 샐러드를 다섯 그릇째 먹고 있다는 사실은 나만 알고 있어야겠다.
“쉬었으면 지우 형부터 녹음 다시 들어갈게.”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을 작곡한 서문결이 말했다.
서문결의 고집으로 크레딧에는 공동 작곡으로 올라가겠지만, 이번 컨셉에는 나보다는 서문결의 감성이 잘 어울릴 것 같아서 나는 곡을 의뢰하는 클라이언트 같은 입장으로서 작업에 참여했고, 서문결은 내 심상을 구현하는 메인 작곡가로서 곡을 완성했다.
“알았어. 한 번에 끝낸다!”
의지를 다진 강지우가 녹음실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 * *
점심때쯤 시작한 녹음은 밤늦게 끝났다.
일찍 녹음을 마친 멤버는 먼저 돌아갔고, 끝 순서였던 나는 마지막까지 남아 서문결이 녹음하는 것을 도왔다.
“으어, 끝났다.”
“고생했어. 혹시 수정할 부분 생기면 다시 부를게.”
말은 저렇게 했지만 완벽주의자 서문결은 부족한 부분을 무조건 찾아내 우리를 다시 부를 것이다.
“너는 이제 숙소 가서 그 미국 곡 작업할 거야?”
“어. 그래야지. 형은 안무 연습?”
“응.”
나는 리패키지 앨범 함께 ‘Alien Friend’를 완성하는 작업을 컴백 준비와 병행하고 있었다.
물론 ‘Alien Friend’를 이번 앨범에 수록하는 것이 여러 이유로 불가능한 만큼 마음 같아서는 나중에 여유 있을 때 작업하고 싶었지만, 한 달이라는 기한이 문제였다.
“곡 작업은 잘 돼?”
“음…….”
어려울 거라 예상하기는 했는데 귀에 팍 꽂혀서 얼핏 단순하게 들리는 하이라이트 부분의 구성이 얼마나 섬세하고 복잡하던지 조금만 삐끗해도 전체적인 분위기가 동떨어지듯 어긋나서 역대급으로 힘들었다.
“나한테 들려줄 수 있어?”
“조금 더 있다가, 나중에 들려줄게.”
“알았어.”
“그럼 먼저 간다.”
“조심히 들어가.”
숙소로 돌아와서는 늦은 저녁을 간단히 먹고 곡 작업에 돌입했다.
“30분마다 일어나서 허리 펴고 스트레칭해라.”
후식으로 과일을 가져다주러 온 강지우가 잔소리했다.
“알았어요, 아빠.”
“아빠 아니고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형.”
“가세요,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형…….”
“응!”
강지우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 되어 내 방을 나갔다.
3시간 뒤.
“야. 시간 끝났다.”
“벌써?”
“어. 벌써. 빨리 저장하고 나와.”
“이것만.”
“이것만 없어. 당장 나와.”
강지우의 지령을 받은 견성하가 정해진 작업 시간이 되자마자 나를 컴퓨터 앞에서 칼같이 끌어냈다.
이런 만행 앞에서 처음에는 제발 나를 좀 가만히 두라고 저항했다면, 요새는 오히려 빨리 끝내야 한다는 생각에 단시간에 극한의 집중력을 발휘하게 되며 나름의 긍정적인 효과를 인정하고 있었다.
“잘 돼?”
“어려워.”
“이제 더 바빠질 텐데 괜찮겠냐?”
“어…….”
“너 모레는 대본 리딩이라며?”
책상 한쪽에 ‘유어 컬러’ 대본이 펼쳐져 있는 것을 본 견성하가 물었다.
“맞아. 체감으로는 한 다음 주인 줄 알았는데. 시간 너무 빨라.”
“기죽지 말고 하던 만큼 하고 와. 네 연기 나쁘지 않아.”
낡고 지친 내 표정을 본 견성하가 어색하게 날 격려했다.
“빈말이라도 잘한다고 해주면 어디 덧나냐?”
“좋게 말해줘도 뭐래?”
“성하야, 칭찬이 짜다.”
“……얘 말투 왜 이렇게 기분 나쁘지?”
“하하하!”
“두고 봐라.”
견성하가 하나도 무섭지 않은 목소리로 무엇을 두고 보라 한 것인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밝혀졌다.
* * *
내 연기 데뷔작 ‘유어 컬러’ 대본 리딩 날이 찾아왔다.
내가 아이돌로서도 그렇게 연차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연기 쪽에서는 완전히 신인이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신경 써서 일찍 출발했다.
“안녕하세요.”
스태프의 안내를 받아 대본 리딩장에 들어가니 눈에 띄는 디귿 모양의 긴 책상이 있었고, 내 이름이 적힌 명패가 놓인 자리는 중간에서 끝 사이였다.
워낙 일찍 온 탓에 주조연 자리 대부분이 비어 있었다.
중앙에 마련된 감독과 작가 자리와 가장 가까운 곳에 앉아 있던 한도균이 나를 반갑게 맞이했다.
“도균이 형!”
화색을 띠며 그쪽으로 다가가자 한도균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라온이 일찍 왔네.”
“도균이 형도 엄청 일찍 오셨네요.”
“나는 원래 좀 일찍 와서 있는 편이야.”
“역시 멋있으십니다. 저도 그렇게 해야겠어요.”
[한도균의 호감도가 올랐습니다.]눈에 빤히 보이는 아부에도 한도균의 호감도는 쑥쑥 올랐다.
“잘 지냈어? 몸은 괜찮고?”
“네. 크게 다친 데도 없었는데 그 김에 푹 쉬니까 충전까지 다 됐어요.”
“다행이다. 혜성이가 네 걱정 진짜 많이 했어.”
“그분께는 늘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에이. 뭘 또 죄송까지 해.”
“진짜로요.”
내 표정을 본 한도균이 부드럽게 웃었다.
“하하, 요새 컴백 준비하느라 바쁘지?”
“네. 조금요. 일이 좀 나뉘어서 오면 좋겠는데, 너무 한꺼번에 몰아서 오는 것 같아요.”
“우리 때도 힘들긴 했는데, 요새 아이돌들도 진짜 힘들어 보이더라.”
“에이. 아무리 그래도 선배님들만큼은 아니죠.”
진심이었다.
그때 그 시절 방송을 보면 이게 맞는 건가 싶다니까.
“크로니클 형들도 슬슬 컴백하셔야죠. 저를 포함한 삼천만 이터널이 크로니클 컴백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핫, 삼천만?”
“오, 오천만?”
“안 그래도 모이려고 하고 있어. 일단 나 이번 드라마 촬영도 그렇고, 연호 형 뮤지컬도 있어서 그거 마무리되면.”
그룹 스케줄과 개인 스케줄을 병행하는 것도 너처럼 젊은 애들이나 하는 거라며 한도균이 허허 웃을 때 견하람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현장을 돌면서 출연진에게 인사를 마친 견하람은 내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하람이랑은 음악방송 MC도 같이했다며?”
“네.”
“촬영 들어가면 호흡 맞추기 좋겠다.”
과연 그럴까.
지난 1년 동안 나와 견하람이 쌓은 것은 좋은 듯 고된 촬영 속에서 피어난 전우애밖에 없는데.
견하람이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빈자리가 빠르게 채워졌다.
한도균은 대본 리딩을 시작하기 전까지 선배 배우들에게 나를 소개해 주었다.
“누나, 이쪽은 내 조카 온라온.”
“안녕하세요. 아이돌 그룹 오르카로 활동하고 있는 온라온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유, 예쁘다. 근데 도균이 친조카라고?”
“그건 아니고. 조카 같은 애.”
“어쩐지. 네 핏줄치고는 너무 잘생겼다 했어.”
“아, 누나아.”
“얘, 모르는 거 있으면 도균이한테 많이 물어봐. 이렇게 맹해 보이는 것치곤 실력이 좋아.”
“도균이 형 잘하시는 거야 당연히 알죠. 벌써 도움 많이 받았는걸요. 괜찮으시면 선배님께도 많이 조언 구해도 될까요?”
“너랑 나랑 촬영 겹치는 날이 많이 없을 것 같긴 한데, 궁금한 거 있으면 편하게 와.”
“감사합니다!”
별거 아닌 듯하지만 이런 인맥은 돈으로도 사기 어려운 거라 한도균에게 감사한 마음이 컸다.
그때였다.
“안녕하세요.”
귀에 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휙 돌렸더니 어디서 많이 본 훤칠한 청년이 스태프 및 출연자들과 인사를 주고받고 있었다.
‘견성하?’
“네가 왜 여기 있어?”
“견성하 너 왜 여기 있어?”
들은 바 없던 견성하의 등장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나와 견하람이 황당해하는 목소리로 물었다.
“카메오 특별 출연.”
우리를 발견하고 의기양양한 얼굴이 된 견성하가 답했다.
“나한테는 그런 말 안 했잖아!”
“너 그런 얘기 없었잖아!”
견성하가 얄밉게 어깨를 으쓱였다.
그 모습을 비하인드 카메라가 담았다.
“하람 씨랑 라온 씨 잠깐 괜찮으시면 캐릭터 소개 영상 촬영하겠습니다.”
“다녀 와.”
나와 견하람은 별실로 이동해 캐릭터를 소개하는 영상을 촬영했다.
“안녕하세요. 어린 유채영을 연기하는 견하람입니다.”
“안녕하세요. 유어 컬러에서 어린 최무원 역을 맡은 온라온입니다.”
“반갑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인사가 끝나자 보조 작가가 이어서 캐릭터를 소개하라는 신호를 주었다.
견하람이 어린 유채영 캐릭터에 관해 간략히 소개한 뒤 내 차례가 왔다.
“어린 최무원 캐릭터는 사람들과의 접촉을 꺼려온 만큼 사회적으로 조금 덜 다듬어졌지만, 한편으로는 아이처럼 순수한 면이 많이 남아 있는 인물입니다. 미운 짓도 많이 하겠지만 도무지 미워할 수 없는, 안쓰럽고 매력적인 캐릭터예요.”
“컷. 수고하셨습니다.”
소개 영상 촬영을 수월하게 마치고 다시 대본 리딩장으로 돌아가자 시작할 시간이 딱 되었다.
연출을 맡은 황기영 감독과 대본을 맡은 나선아 작가가 짧은 소감과 격려사를 발표한 뒤 내 인생 첫 대본 리딩이 본격적으로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