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418)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418화
“그럼 자기소개 간단히 하고 시작합시다. 도균 씨부터 부탁해요.”
감독의 말에 따라 적당한 긴장감 속에서 배우들의 자기소개가 시작됐다.
자리에서 일어난 한도균이 빙긋 웃는 얼굴로 주변을 향해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최무원 역을 맡은 한도균입니다. 믿고 보는 감독님, 작가님, 그리고 배우분들과 함께할 수 있어 오늘도 한 명의 배우로서 너무나도 행복합니다. 평생 배워간다는 자세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업계에서도 소문 좋고 직접 보기에도 훤칠하니 매력적인 그를 향해 박수가 쏟아졌다.
다음으로는 여자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녕하세요. 유채영 역의 소여진입니다. 드라마는 오랜만인데요. 멋진 분들이랑 함께해서 앞으로 있을 촬영이 더 기대되는 것 같아요. 촬영이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소여진이 박수를 받으면 자리에 앉은 뒤로도 자기소개가 쭉 이어져 이번에는 견하람의 차례가 되었다.
“안녕하세요. 어린 유채영 역의 견하람입니다. 좋은 작품에 참여하게 되어 기쁩니다. 그리고 존경하는 여진 선배님이 맡은 인물의 아역을 맡게 되어 특히 영광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모여 있던 이들이 아역 배우 시절부터 착실히 커리어를 쌓아온 견하람을 향해 호의적으로 박수를 보냈다.
견하람 다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온라온을 향해 시선이 모였다.
‘와.’
‘잘생기긴 진짜 잘생겼다.’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생겼냐…….’
본판의 매력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살린 온라온은 아이돌로서 처음부터 대형 작품에 비중 있는 역할로 들어온 것을 다소 아니꼽게 보던 사람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도록 강렬한 첫인상을 주었다.
“안녕하세요. 어린 최무원 역의 온라온입니다.”
아이돌 출신 연기자를 향한 일부 시선을 아는 온라온이 특히 신경 써서 앞뒤와 양옆을 돌아가며 꾸벅꾸벅 인사했다.
90도 인사를 마친 다음에는 어딘가에서 배우들의 모습을 촬영하던 메이킹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하며 준비한 자기소개를 했다.
“이렇게 멋진 분들과 함께하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처음이라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완벽한 작품에 누가 되지 않도록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성실하게 열심히 그리고 잘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자기소개를 마치고 주변 공기를 정화하듯 산뜻하게 웃어 보이는 온라온을 향해 한도균과 견성하가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박수를 보냈다.
얼마 뒤.
크고 작은 역할로 극을 빈틈없이 채워줄 모두가 자기소개를 마치고 1화부터 대본 리딩이 시작됐다.
오늘 대본 리딩에서는 아역들이 주를 이루는 1, 2화를 쭉 살핀 뒤 성장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중간으로 바로 넘어갈 예정이었다.
1화는 초반에 어른들 분량이 짧게 나온 뒤 아역 분량이 이어졌다.
“무원아, 이제 일어나.”
“시끄러워….”
잠든 사람을 깨우면서도 과도하게 조심하는 조연의 모습을 통해 시끄러운 소리를 싫어하는 최무원의 예민한 성격이 잘 드러났다.
주연을 맡은 한도균과 소여진을 비롯한 경력 있는 배우들이 능숙하게 역할에 몰입하며 대사를 말했다.
워낙 실력파 배우들이기에 감독과 작가가 피드백할 일도 거의 없었다.
“좋습니다. 이제 어린 최무원 등장하는 씬으로 넘어가겠습니다.”
감독의 지시에 따라 수십 권의 대본들이 팔락팔락 소리를 내며 넘어갔다.
‘왔다.’
집중해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던 온라온이 숨을 들이마셨다가 길게 내쉬었다.
자기소개를 할 때 지었던 산뜻한 미소는 어디로 갔는지 어느 샌가 냉랭하고 예민한 기운이 감도는 온라온의 낯을 향해 수많은 이의 시선이 모였다.
‘온라온… 춤이나 노래 말고도 예능은 곧잘 하던데 연기는 어떨까?’
‘얼굴의 반의 반의 반만큼만 잘 해줬으면 좋겠네.’
‘라온아, 가자. 보여주자.’
익숙한 안정감이 있던 조금 전과 달리 미세하게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 온라온이 입을 열었다.
“들어오지 마.”
큰소리가 나는 게 두려운 듯 억눌린 목소리 속에서 고이고 묵은 분노가 느껴졌다.
“무원아….”
“내 방에 있는 건 아무것도 건드리지 말라고 했잖아…!”
온라온이 한마디씩 할 때마다 지켜보는 사람들의 표정이 시시각각 바뀌었다.
크지 않은 목소리인데도 멀리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그의 언어와 감정이 선명히 느껴졌다.
‘발성 괜찮은데?’
‘요즘은 아이돌이라고 무시할 게 못 된다니까.’
‘나선아 작가가 직접 뽑아온 이유가 있네.’
온라온을 직접 캐스팅한 나선아 작가가 기대 이상의 연기력에 특히 만족스러워했다.
“아니, 라온 씨 연기 진짜 처음 맞아요?”
황기영 감독의 명백한 극찬에 온라온의 낯이 사르르 녹았다.
“감사합니다!”
최무원의 냉랭한 가면 아래 능숙하게 숨겼던 온라온의 긴장도 함께 풀어졌다.
“음. 지금 감정선 너무 좋고 톤도 다 좋은데 무원이 상처가 조금만 더 드러났으면 좋겠어요. 어린 무원이도 자기가 상처받은 걸 숨기려는 건 맞는데 아직 어려서 감정을 감추는 게 능숙하지 않다는 느낌으로. 경계심 많은 어린 짐승 같은 느낌… 알겠어요?”
“넵. 해보겠습니다.”
이어진 대사에서 연기 톤을 미세하게 조정한 온라온은 감독을 껄껄 웃게 했다.
“너무 좋다. 촬영 때도 이렇게만 해줘요.”
온라온이 첫 대사를 시작할 때부터 자기가 더 긴장했던 견성하도 깐깐하기로 유명한 감독의 인정을 받는 멤버가 자랑스러운 듯 소리 없이 웃었다.
‘근데 쟨 왜 연기까지 잘하지?’
물론 불공평한 세상에 대한 불평도 함께였다.
* * *
겨우 내 파트가 끝났을 때는 온몸의 진이 다 빠진 뒤였다.
웬만한 중견 배우와 견줘도 지지 않을 내공을 쌓은 견하람과 대사를 주고받는 건 상상 이상으로 힘든 일이었다.
그래도 견하람의 대사 연기를 통해 내가 연기할 때 어느 정도의 감정과 힘을 가져가야 하는지도 한결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또 작품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황기영 감독과 나선아 작가가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디테일을 정성껏 잡아줘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오디션은 비교적 손쉽게 통과했을지 몰라도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면 빡빡하기로 유명한 사람들이라고 들어서 걱정이 많이 됐는데.
‘다행히 합격점은 넘었나 보다.’
나 자신을 너그럽게 평가하고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음료수를 꼴깍꼴깍 마시며 갈증을 해소했다.
이제 아역 파트는 끝나고 지금은 어른 배우들이 대사하고 있었다.
내 차례가 끝났다고 긴장을 푸는 일은 없었다.
내게 도움이 될 만한 피드백을 중간중간 메모하며 오가는 목소리들을 들어야 했다.
‘잘한다….’
배우들의 발성을 현장에서 직접 들으니 영상으로 볼 때와는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그 과정에서 견성하가 연기하는 모습도 처음 봤는데 카메오인 만큼 짧은 대사였지만 아역 배우 경력이 어디 가지는 않는지, 역시나 능숙하게 잘했다.
‘쟤도 가만 보면 사기캐라니까.’
* * *
한참 뒤, 대본 리딩이 끝난 뒤에야 긴장을 완전히 놓을 수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대본 리딩장에 남아 배우와 스태프에게 꾸벅꾸벅 인사하는 나를 향해 호의적인 말을 하고 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야, 우리 조카 너무 잘한다.”
“이게 다 도균이 형 덕분이죠.”
“작가님한테 잘한다는 말은 들었는데 이렇게까지 잘할 줄은 몰랐네.”
나를 치켜세워주는 한도균을 향해 씩 웃으며 호언장담했다.
“제가 원래 항상 기대 이상을 보여주는 사람입니다.”
“오, 지금 기대치 더 높아졌는데. 본방에선 이것보다 더 잘할 수 있다 이거지?”
“때로는 기대받은 만큼만 해도 충분하겠죠.”
“하하하!”
담소를 나누는 우리를 향해 황기영 감독이 다가온 것은 그때였다.
“도균 씨랑 라온 씨,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감독님. 저한테는 말씀 편하게 하시고 그냥 라온이라고 불러주세요.”
“그래도 되겠어?”
“당연하죠.”
[황기영의 호감도가 올랐습니다.]“무슨 일이세요, 감독님?”
“도균 씨랑 라온이 네가 아이돌이니까 노래가 되잖아. 모처럼이니까 두 사람이 최무원 캐릭터 OST 하나 맡아서 불러 주면 좋겠어서.”
“OST요?”
“그래. 들어 보니까 우리 라온이가 작곡 천재라는 얘기가 많던데….”
느낌이 왔다.
일거리가 추가되는 느낌이.
“혹시 직접 작곡까지 가능하겠어? 라온이 버전으로 하나, 도균 씨 버전으로 하나. 같은 곡에 가사만 조금씩 바꾼다고 생각하고 두 곡 같은 한 곡 부탁하고 싶은데.”
“좋은 기회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좋은 기회는 맞는데 왜 눈물이 날 것 같지.
“혹시 기한은 언제까지로 생각하고 계세요?”
“우리야 되도록 빠르게 받으면 좋기야 하지. 다음 달까지 초안 공유 가능하겠어?”
그놈의 한 달에 무슨 마가 끼었나?
평소였다면 곧바로 당연히 할 수 있겠다고 외쳤겠지만, 당장 산적한 일들이 떠올라 대답을 1초 정도 망설인 그때.
내 사정을 잘 아는 한도균이 나섰다.
“감독님! 저희 조카가 요새 컴백 준비하고 해외 데뷔까지 준비하느라 바빠 죽겠대요.”
선배님 나이스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