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97)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97화
반가을 대표는 내가 시드 연습생이 된 이후 말을 다시 편하게 했다.
반말이든 존댓말이든 저 사람이 나를 충분히 존중한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저 생각해 본 게 있기는 한데요.”
“오, 라온이. 뭔데?”
“오르카요.”
“오르카?”
나는 서문결의 그림을 자료 삼아 내가 꿨던 꿈을 설명했다.
아침에 서문결과 강지우에게 말해줄 때보다는 묘사를 줄여가며 간결하게 요약한 설명은 금세 끝났다.
“그래서 오르카라는 이름을 생각해 봤습니다.”
내친김에 서문결의 미니 범고래들을 보고 문득 떠오른 생각도 가볍게 말했다.
“이건 다듬어서 로고로 써도 좋을 것 같아요. 앨범 낼 때마다 여기 등 부분을 컨셉에 맞게 다른 색이나 장식이나 무늬로 채우면 예쁠 것 같은데, 이건 그냥 지금 생각나서 말씀드려본 거니까 너무 신경 쓰지 않으셔도….”
짝, 짝, 짝.
어디선가 근엄한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이거지!”
브라보라고 외칠 것처럼 감격한 표정의 반가을 대표였다.
……내가 봤을 때는 이름의 미감이나 그룹의 정체성 같은 건 다 제쳐두고, 오로지 범상치 않은 ‘꿈’ 때문에 저렇게 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 같았다.
[올바른 판단을 내렸습니다. 직감 +1]우리 대표님도 처음 만났을 때는 참 듬직하고 좋은 어른처럼 보였는데 알면 알수록 신뢰도가 떨어지는 이유가 뭘까.
‘…이거 완전 반요한이잖아?’
분명 꿈을 찾는 데는 나이가 없다고 건실하고 반듯하게 말하던 수능 만점자가 반요한의 첫인상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한 몸으로 좋은 놈·나쁜 놈·이상한 놈을 기가 막히게 해내는 미친놈으로 이미지가 변한 것을 보면…….
첫인상이라는 건 참 믿을 만한 게 못 된다.
아무튼 아무리 수평적인 회사라고 해도 대표가 저렇게 좋아하는데 월급 받아 가는 직원들이 무슨 힘이 있어서 반대하겠는가.
무려 기립박수가 나왔다.
“라온이는 무슨 꿈도 영화처럼 꾼대요?”
“이렇게 잘생겼는데 인생이 그냥 영화지. 거리에 서 있기만 해도 드라마고.”
“저는 원래 있던 성하나 결이나 지우한테 안 묻힐 만한 연습생이 과연 남아 있나 싶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괜찮은 애가 왔을까 신기하다니까요.”
아하하! 와하하! 으하하!
나는 이 일을 수습해야 하는 주열음 이사가 이 대책 없는 분위기에 새삼 이마를 짚을 줄 알았는데, 그녀는 오히려 무언가 골똘히 생각에 잠긴 눈치였다.
“좋은데요?”
그러다 주열음 이사가 꺼낸 한마디에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의 주의가 그녀에게 쏠렸다.
“뜻 괜찮고. 그룹 이미지 잡기 편하면서 멤버들이랑 어울리기도 하고. 부르기 어렵지도 않고. 아, 로고 아이디어도 좋았어요.”
주열음 이사는 그 이후로도 ‘오르카’라는 이름이 괜찮은 이유를 내가 애초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고차원적으로 나열했다.
그녀에게는 정제된 에너지를 가진 사람 특유의 카리스마가 있었다.
한눈에 보았을 때 뚜렷이 작은 그녀의 체구는 카리스마가 발휘되는 데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리고 당장 올해 안으로 데뷔하려면 그룹 이름 정도는 최대한 빨리 나와줘야 하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앞으로 더 고민을 해봤자 이 이상으로 괜찮은 이름이 나올 것 같지 않거든요.”
모두가 침묵으로 동의했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정식 데뷔 그룹 이름이 정말 오르카로 결정된 뒤였다.
그룹 이름을 이렇게 얼렁뚱땅 정해도 되는 건가 싶었지만, 쉽게 정하나 어렵게 정하나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내게는 마법의 주문이 있었다.
크라켄, 죠스, 씨 펄.
그리고 오르카.
마음이 아주 편안해졌다.
* * *
그다음 날부터 시드 공식 SNS에 글이 매일 하나씩 올라왔다.
첫 글에는 ‘쉿’ 하는 것처럼 검지를 입술에 가져다 댄 포즈, 검지로 볼을 가볍게 찌르는 포즈 등 손가락 하나를 펼친 채 찍은 온라온의 단독 셀카가 첨부됐다.
SEED Ent. [(사진)
오늘도 귀엽고 잘생긴 우리 라온이 보면서 월요병 함께 이겨내요(알통 이모티콘) 회사 복지는 라온이 얼굴로 다 했다(땀 이모티콘)
!?
#오늘은_1르카(손가락 하나 든 이모티콘)
#라온 #Raon #시드 #SEED]
온라온이 시드에 합류했다는 기사가 뜬 지 일주일도 채 안 지났지만, 아무런 소식이 없어 시드 얘네 일 안 하냐고 발을 동동 구르던 팬들이 기막힌 셀카와 사랑이 다소 흘러넘치는 내용 사이에 섞인 의미심장한 말에 발칵 뒤집혔다.
– 와악ㄱ 진ㅌ자 개잘생ㅇ김
– 온랑둥♥♥♥ 근데 1르카가 뭐야?
– 볼콕 ㅜㅜㅜㅜ 얘 진짜 어쩜 좋냐 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ㅠ 근데 요한이랑 결이는?? ㅠㅠㅠㅠㅠ
– 우리애가 귀여워서 키보드 부수기는 했지만 냉랑파 지지 말자 (사진)
다음 날에는 온라온과 반요한이 함께 손가락 두 개를 펼쳐 브이나 치즈 등의 포즈를 취한 셀카와 함께 ‘2르카(손가락 두 개 든 이모티콘)’라고 쓴 글이 올라왔다.
눈치 빠른 팬들은 이후로도 같은 패턴으로 글이 올라올 것을 알아차리고, ‘르카’가 들어갈 만한 단어를 빠르게 찾아냈다.
– 애들 마지막에 올라올 만한 거 (고래 이모티콘)오르카(고래 이모티콘)인듯? 1234 5르카
– 헐 그럼 반온결에 두명 더 끼는 거야?
– 엥..그냥 셋이서 활동시켜요ㅠ 보스면 충분한데 뭘 둘씩이나 더 끼워
– 근데 웬만한 멤 추가해봤자 보스 와꾸+픽하트 짬바 때문에 머릿수 채우는거 말고는 별 의미 없을텐데ㅋㅋ..
‘요즘 그룹에 셋은 너무 적으니 멤버 추가 괜찮다’ 파와 ‘보스에 멤버 추가가 웬 말이냐. 그냥 셋으로 가자’ 파가 대립하며 전자가 조금 더 득세하는 가운데.
어떤 집요한 팬에 의해 시드가 미리 만들어뒀던 그룹 SNS 계정까지 드러났다.
– 얘네 계정 @ORCA_Official 이거 같은데?
시드 중학생 따까리한테 다 털렸죠ㅋㅋ
┗ 어케 찾음ㅋㅋㅋㅋㅋㅋㅋㅋ
┗ 중학생부터 털렸죠ㅋㅋ 까지 모욕적이지 않은 부분이 없다 ㅋㅋㅋㅋㅋㅋㅋ
프로필 사진조차 없는 비공개 계정이었지만 생성 시기를 보니 거의 확실하다는 것이 팬들의 추측이었다.
실제로 해당 계정을 만든 시드 직원은 밀려드는 팔로우 수락 요청에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셋째 날에는 온라온, 반요한, 서문결이 엄지와 검지, 중지를 쭉 펴고 마치 총을 쏘는 것 같은 포즈를 취한 셀카와 함께 세 번째 글이 올라왔다.
그동안 픽하트라는 오지 산간에서 힘겹게 버텨온 팬들은 공식이 주는 달달한 떡밥에 사정없이 녹아내렸다.
그리고 마냥 행복하기만 했던 전날까지와는 미묘하게 다른 긴장감 속에서 네 번째 날이 찾아왔다.
SEED Ent. [(사진)
잘생긴 애 옆에 잘생긴 애 옆에 잘생긴 애 옆에 또 잘생긴 애(천사, 하트 이모티콘)
#벌써_4르카(네잎클로버 이모티콘)
#지우 #요한 #결 #라온]
보스 조에 강지우까지 합류해 엄지를 제외한 네 손가락을 펼쳐 턱 밑에 가져다 댄 포즈로 찍은 4인 셀카가 업로드되었다.
반응은 여러 의미로 뜨거웠다.
– 와ㅁㅊ 강쥬??? 얘 노래 개잘함 ss에서 5년 넘게 있다가 체이서 데뷔조까지 갔는데 나와서 천목 준우승했음
얘가 천목 파이널에서 불렀던 여운은 울아부지도 안다 (동영상)
– 근데 얘도 잘생겼네..시드 얘네는 대체 무슨 씨앗들을 햇볕도 안드는 지하에 파묻어두고 있던거임…
– 보스 사이에서도 위화감 없으면 잘생긴거지ㅋㅋㅋㅋ
┗ 이거 마따 특히 온라온 옆에서 살아남는건 웬만큼 생긴거 아니면 불가능
– 잘생겼는데 호감상이기까지 함ㅇㅇ 얘 몇살이에요?? 99?
┗ 97이래요 슴하나 요한이랑 동갑인데 형라인 둘 다 소년미 장난아님
– 강지우는 쓰알때부터 연생 팬들 사이에서 유명했을걸
┗ 쓰알이 뭐야?
┗ SS 공개 연습생을 SS RISING이라고 하는데 줄여서 SSR=쓰알
얼마 안 가 반요한과 강지우가 함께 찍은 과거 사진이 여럿 발견되었다.
과거 지인의 증언까지 나오며 두 사람이 어렸을 때부터 절친한 친구였다는 사실 또한 빠르게 알려졌다.
– (사진) 얘네 찐친 바이브 미쳤늠ㅋㅋㅋㅋㅋㅋ
┗ 아 얘가 걔야?ㅋㅋㅋㅋㅋㅋ둘 다 세상 멀쩡하게 생겨가지고 나오는 과사마다 골때림ㅋㅋㅋㅈㄴ 현실친구 미쳤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내 현실에는 저렇게 잘생긴 친구 없어..
– (사진) 강지우 인성도 좋은것같아요!! 일단 보스애들처럼 착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애들이랑 뭔가 벌써 친한것같아서 안심ㅎㅎ
– 지우 어떤 앤지 궁금하다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우리 애들이랑은 얼마나 친한지 넘 궁금하다..시드야 다섯명 다 공개한뒤에 리얼리티 해주는거지
┗ (링크: 강지우 쓰알 시절 정리본) 이거 보면 그래도 좀 나옴
단발성 그룹도 아니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셋은 애매하지 않냐는 말이 일찍이 팬덤 내에서 몇 번 정도 나온 데다가, 단순한 인원 채우기라고는 볼 수 없을 만큼 강지우의 스펙이 쟁쟁했기에 반응은 우호적인 쪽으로 확연히 기울어졌다.
– 작년에 ost도 몇개 불렀길래 들어봤는데 명창이네; 얘가 메보 먹을듯? 잘생기고 노래 잘하는 메보 귀하다 뚝딱이만 아니면 품자
– 안녕하세요 지우 홈을 열게 된 ‘JUTOPIA’입니다. 오래 전부터 응원해 왔는데 앞으로 더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어요. 잘 부탁드립니다!
지우야 8년 동안 고생 많았고 데뷔 축하해 앞으로 좋은 멤버들이랑 꽃길만 걷자! #지우 #오르카
– 저는 강쥬 품을래요 초면이라 보스애들만큼 당장 관심 갖지는 못하겠지만 차차 알아가보려고요 보스애들이랑 마음 잘맞고 애들이 좋다면 좋은거죠(방긋 웃는 이모티콘) 앞으로 계속 다같이 활동할건데 배척하실분은 미리 이별해요
물론 어그로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대부분의 팬들은 문제없고 실력 좋은 멤버를 굳이 싫어할 이유가 없다며 어그로를 능히 쳐냈다.
대망의 다섯째 날.
쫙 펼친 손을 앞으로 당당하게 뻗은 포즈로 찍은 5인 단체 셀카와 함께 다섯 번째 글이 올라왔다.
SEED Ent. [(사진)
아코 눈부셔(반짝이 이모티콘) 여러분이 뭘 좋아할지 몰라서 일단 다 준비해 봤어요(하트 이모티콘)
#드디어_5르카(고래 이모티콘)
#지우 #요한 #결 #성하 #라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