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Of the Unique Lineage RAW novel - Chapter 24
22. 저거 약 먹었지?
“팀장님.”
“왜?”
동훈 대리의 말에 이중봉 팀장이 팔짱을 낀 채로 답했다.
“우리 좀 과한 거 아닙니까?”
그 말에 팀장이 삐죽 고개를 돌려 대리를 봤다.
누굴 지칭하고 뭘 말하는지는 설명하지도 않아도 알았다.
“과해?”
팀에 들어온 신입한테 가혹하게 하는 건 악취미라 그러는 게 아니다.
“현장 나가서 병신 되는 애들이 한둘이냐?”
불멸의 육신은 쉬이 죽지 않는다.
하지만 육신과 별개로 정신은 쉬이 망가지는 법이다.
수십 번 분쇄기에 몸이 갈리다 보면 멀쩡한 새끼도 ‘불감가학병’에 걸리곤 한다.
불감가학, 불멸자에게만 나타나는 이 특수한 병은 자신의 몸에 느껴지는 모든 감각을 잃고 타인의 아픔을 보며 그 감각을 되새김질하는 정신병의 일종이었다.
이 병 덕분에 미친 불멸자는 욕구에 돌아버린 변신족 만큼이나 위험하다는 게 정설이었다.
그러니까 싹수가 노오란 놈들은 미리 거르는 게 답이라는 거다.
“불필요한 짐보다 차라리 말 잘 듣는 훈련견이 낫습니다.”
김정아도 한마디 거들었다.
“뭐, 알지만. 쟤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우리 원망할 거 아닙니까.”
“원망하라고 해. 시발, 저런 쭉정이 데리고 할 정도로 일이 만만해?”
“그건 아니죠.”
보안 3팀의 팬더가 고개를 저었다.
팀장이 다시 고개를 돌려 중력 훈련실을 바라봤다.
막 2G로 올린 뒤, 관리자가 마이크에 대고 말하는 게 보였다.
“자, 이제 몸 풀어 보자.”
그 말에 광익이 손가락 하나부터 천천히 움직이는 게 보였다.
힘들 거다.
중력 훈련은 어지간한 베테랑도 힘겨워하는 훈련 코스다.
“저거 일찌감치 포기시키는 게 너도 좋고 나도 좋고, 알지?”
팀장이 말을 덧붙였다.
동훈 대리도 아는 거다. 말이나 한 번 해본 거지.
다른 팀은 환영식이네 뭐네 할 거 다 하는데 유광익만 미운 오리 새끼가 됐으니.
‘백조로 변신하지 않는 이상에야.’
끝난 얘기다. 상의할 일도 아니고.
이게 차라리 좋을 거다.
보안 3팀이 아니면 정보관리나 백 오피스 쪽으로 빠지겠지.
지원 관련 업무는 안전하다.
혼혈, 그것도 오티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신입에게 적절한 일이 될 것이다.
팀장, 이중봉은 내심 사장의 속내가 궁금했다.
보안 3팀의 일은 거칠고 위험하다.
신입을 여기에다가 꽂은 사장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잘하네.”
관리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는 게 팀장의 귀에 들렸다.
잘해? 뭘?
시선을 돌린 사이다.
“4G 갑니다.”
관리자 옆에 앉은 엔지니어가 읊조리는 소리가 들렸다.
불멸의 예민한 청각이 그걸 잡아챘다.
안에 있는 저 신입 사원만 못 들었겠지.
4G를 버티는 거면 신입치고는 나쁘지 않다.
실신만 안 해도 합격점, 그럼 쭉정이에서 쌀 한 톨 수준은 되겠지만, 현재 팀에 필요한 건 당장 쓸 수 있는 가용 인력이지, 가르치며 키울 만한 애송이가 아니었다.
기대는 없었다.
훈련실 안의 신입은 정해진 코스로 움직였다.
그러니까 2G에서 했던 움직임을 복사 붙여넣기를 하듯 재현했다.
동작도, 속도도 말이다.
“……야, 속도?”
관리자가 물었다.
“2G와 같습니다.”
엔지니어가 답했다.
안내해온 직원도 상황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정기남과 그 팀은 진즉에 빠졌기에 남은 사람은 보안 3팀과 훈련 제어에 관련된 관리자, 엔지니어, 안내자 셋뿐이었다.
“5G.”
“6G.”
“7G.”
“……미친.”
대략 몇 분 단위로 엔지니어는 읊조렸고 관리자는 놀람을 욕설로 치환한 외마디를 뱉었다.
“……더 올립니까?”
엔지니어가 물었다.
“올려.”
잘 버틴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다.
“훅! 훅!”
숨이 조금 거칠어졌을 뿐, 실신은커녕 몸이 흔들리지도 않는다.
피부가 밑으로 쭉쭉 늘어졌지만, 몸의 중심은 아름다울 정도로 잘 잡혀 있었다.
팀장 이중봉도 그걸 봤다.
압력과 압박이 늘어나는데도 처음과 같은 속도로 훈련을 수행한다. 그 움직임에 군더더기는 없었다.
그 순간 드는 의심이다.
저럴 수 있었다. 신입이고 뭐고 누구라도 저게 가능하다.
조금 도움을 받으면 말이다.
“저거 약 먹었지?”
팀장이 물었다.
불멸의 3대 보물 중 하나인 마약.
칵테일 드럭 중 하나를 먹었다면 가능한 짓이다.
“트랜스 상태라는 겁니까?”
“약물 테스트 안 했잖습니까.”
관리자가 묻고 중봉이 답했다.
가끔 과격한 경쟁심으로 편법을 쓰는 팀도 있었다.
약물은 그중 가장 쉬운 방법이고.
걸리면 최소 감봉이다.
하지만 저건 신입, 아무것도 모른 채로 썼을 수도 있다.
관리자가 마이크를 잡는다.
“유광익 사원, 8 곱하기 9는?”
“너무 쉽습니다. 저 친구 지능은 꽤 높은 편이었어요. 오티 결과도 그렇고. 두 자릿수로요.”
뒤에서 이동훈 대리가 말했다.
그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중력을 버티는 약물이라면 보통 근력을 올려주는 칵테일일 것이다.
그럼 정신을 맑게 해 주는 종류는 아니겠지.
물론 둘 다 효과 있는 약도 있지만, 그건 엄청, 많이, 매우 비싸다.
유광익이 재벌 3세라도 되지 않는 이상 구하는 건 불가능하다.
“끝나면 약물 검사할 겁니다.”
엔지니어가 말했다.
“검사 결과 무반응이면요?”
김정아가 물었다.
“몰라. 시발.”
팀장은 버릇처럼 말했다.
* * *
어깨를 짓누르는 압력, 그와 동시에 자신의 몸이 평소보다 몇 배는 무거워지는 감각.
생소하진 않았다.
변신 훈련이랑 비슷하네.
거기도 툭하면 몸에 무게를 늘리게 했으니, 중량 벨트부터 시작해서 조끼를 입고 납 주머니를 손목과 발목에 찼다.
그거에 비하면 거추장스럽지 않아 더 편한 것 같기도 하고.
난 천천히 손가락부터 움직였다.
적당히 익숙해진 뒤, 팔벌려뛰기, 푸쉬업, 런닝을 끝냈다.
이게 몸풀기고.
난 머릿속으로 아까 정기남이 한 걸 떠올렸다.
익숙하게 한 뒤에 한 번에 한계까지 보겠지? 그럼 끝이겠고.
“2G다.”
생각하는 와중에 둔탁한 기계음이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처음 각오한 그대로 정기남 그 개나리보다는 조금 나은 정도로 가자.
속도를 유지했다.
그래. 솔직하게 말하지.
변신족의 육체에게 2G는 건장한 남성이 3KG 아령 두 개 들고 뛰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적응 완료.
여기서 난 나도 모르게 조금, 정말 아주 조금 흥분했다.
“늘린다.”
훈련실 내부에서 반향을 일으키는 음성이 귓가를 스쳤다.
압력이 가해지면 어깨를 짓누른다.
밖은 보이지 않지만, 대강 팀장과 3팀 인원이 있는 곳의 벽을 바라봤다.
난 벽을 노려보며 속으로 말했다.
이봐, 시발 팀장 씨.
내가 그 정기남보다 잘 싸우면 어쩌려고 그리 막 대하나.
사람이 사람을 보면 인사를 해야지, 아침마다 번번이 인사하는 난 뭐 성격이 좋아서 그러는 줄 아나 본데.
아니다, 이 새끼야.
야, 팬더 넌 나 갈구는 데 뭐 그렇게 최선을 다하냐?
툭하면 시비 거는데 넌 진짜 밖에서 나 보지 마라.
얼음 공주 김정아, 그래 넌 좀 낫지.
뭔 일 나면 설명이라도 해 주니까.
그런데 좀 사람이 응? 융통성도 좀 발휘하고 끝나면 소주도 한 잔 사주고 그럼 좋잖아.
그리고 나 아직 우리 팀 무슨 일 하는지도 모르는 거 아냐? 너희?
에라이, 이 개나리 친구 같은 새끼들아.
정기남보다 더한 새끼들.
생각이 길었다.
점차 늘어난 압력 덕에 변신족 훈련 마지막 코스마냥 몸에 무게감이 훅 늘어 있었다.
잠깐 넋을 놨군.
이제 적당히 하고 나가면 될 것 같은데.
근데 이게 몇 쥐야?
모르겠다. 적당히 높였겠지.
이왕 임팩트를 줄 거라면 화끈하게 주자.
난 2G와 같은 속도를 유지했다.
변신족 육체 만세다.
그와 동시에 밖에서 날 보는 관리자가 물었다.
“8 곱하기 9는?”
“……72.”
내가 한 자릿수 곱셈도 못 하게 생겼나.
정기남한테는 그런 거 안 하더니.
이제 안팎으로 날 다 무시하는구나.
설마 중력에 짓눌리며 곱하기를 하는 것도 훈련이라고 하진 않겠지.
“12 곱하기 22.”
관리자의 말이 조금 빨라졌다.
암산에 뛰어난 재주는 없어도 얼마 전까지 책상에 앉아 수학이란 학문과 동고동락한 몸이다.
2에 2를 곱하고 1의 자리를 붙이면.
“264.”
아까보다 대답이 빨랐다.
가중되는 압력을 느끼며 난 생각했다.
이거 보통 불멸자한테는 조금 부담스럽겠는데?
훈련받지 않은 불멸의 몸은 보통 인간의 몸뚱이와 비슷하다.
그러므로 이 정도 압력이면.
내장이 짓눌리는 기분이겠는데.
내 장담하건대 요한 형이나 귀태 형이라면 몇 초 견디지도 못하고 실신이다.
나중에 그 둘도 했는지 물어봐야겠다.
이 정도니 정기남이 기절하는 것도 당연하지.
난 콧김을 훅 뿜고 압력을 무시했다.
그제야 서서히 압력이 줄고.
“훈련 종료.”
끝을 알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압력이 점차 줄더니, 내장이 울렁거렸다.
토할 것 같아.
견딜 때보다 끝나고 나니 속이 메슥거리는데.
멀미의 시간도 잠시다. 모든 압력이 사라지고 불멸의 회복력은 몸을 최상의 상태로 돌려놨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가벼운 몸이 느껴졌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양팔을 휘저으면 허공을 날 것 같다.
이거 괜찮네.
중력 압박 훈련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었다.
오늘 내가 느낀 건, 이 잠깐의 훈련만으로 기초 체력과 근력을 비롯한 기본 신체 능력이 늘었다는 거다.
물론 변신족의 육체와 불멸의 육체가 기가 막히게 잘 섞인 나니까 그것도 느끼는 거지.
다른 이들이라면 절대 느끼지 못할 변화겠지.
하여간 나한테는 좋은 훈련이다.
퓨슈우욱.
다시 문이 열리고 밖으로 나가자.
“수고했다.”
얼음 공주가 말했다.
응? 뭐라고?
난 내 귀를 의심했다.
“오, 유광익.”
팬더가 웃으며 말했다.
“뭘 봐? 끝났으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팀장도 말했다.
이거 뭐야. 이 새끼 왜 시발 안 해.
반응이 참신한데.
정기남보다 조금 나아 보이기만 하면 되는 거였냐?
“신입 애들 기록 좀 봅시다.”
엉거주춤 서 있는데 팀장이 관리자한테 다가가서 말했다.
“기록이요?”
“우리가 마지막 아닙니까?”
“맞습니다.”
관리자와 팀장이 자리를 옮기려는지 발을 떼고.
“우린 가자.”
팬더가 나와 얼음 공주에게 말했다.
슥.
누군가 옷깃을 잡는다.
흰 셔츠의 소매를 반쯤 걷은 채였는데 그걸 잡았다.
“……신입 사원 유광익?”
난 반사적으로 입을 열었다.
이곳은 회사지만, 반은 군대, 타 팀이라도 일단 선배니 잡으면 관등성명이 나와야 했다.
날 잡은 남자는 엔지니어로 보이는 선배였다.
“나 여기 기계 담당이다. 내부 시설팀이고.”
……어쩌라고.
갑자기 아이엠 그라운드라도 하자는 거냐.
난 유광익이고 아버지가 불멸자고, 어머니가 변신족인 건 비밀이고.
우리 팀 새끼들은 개자식들이라는 걸 말해야 하는 걸까.
할 말이 없기에.
“신입 사원 유광익?”
끝을 더 힘껏 올린 관등성명을 댔다.
“아니, 자율 훈련 때 한번 오라고.”
“가자고.”
대답하기도 전에 앞에서 팬더가 말했다.
알았다는 의미로 엔지니어에게 대강 눈으로 말하고 나도 돌아섰다.
어쩐지 팬더가 날 붙든, 자기소개에 목마른 선배를 노려보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걷는데.
절로 어깨가 으쓱 올라가는 기분이 든다.
일단 팀장은 내 기록을 비교하러 갔고.
눈치를 보니 내가 훈련 한번 잘해서 우리 팀원 둘도 보는 시선이 바뀐 것 같고.
그래, 이런 기회 노리고 있었지.
너희가 언제까지 날 무시하나 했다.
살짝 웃어 볼까 하는 참이었다.
“유광익.”
승강기를 향해 걷는 중에 얼음 공주가 날 불렀다.
“네.”
“너 언제부터 너 소개하는데 말끝을 올렸지?”
주변 온도가 영하로 뚝 떨어지는 말투다.
싸늘하다. 비수가 날아와 심장에 꽂히는 기분이 들었다.
네, 제가 그랬군요. 네, 그랬죠.
“정신 차려. 여기 놀이터 아니고, 학교 아니다. 회사야.”
“네. 시정하겠습니다.”
그래, 앓느니 죽지.
“잘하자.”
얼음 공주가 말했다.
그 말에 나도 모르게 걷다가 움찔했다.
뭐라고? 잘하자고?
잘하자니, 너 나한테 이런 말 처음이잖아.
말투는 차갑고 내용도 강아지 음경 같은데.
마지막 한 마디가 심장에 꽂힌 비수에 꽃무늬를 그린 것 같았다.
분위기 참 묘하네.
“일하러 가자.”
팬더가 말했고 나와 얼음 공주는 졸졸 따라갔다.
그날 팀장은 한참 뒤에야 돌아왔다.
난 시발 팀장이 뭘 한다고 그렇게 늦었는지 조금은 궁금했다.
* * *
“다시.”
“1등이요.”
중봉은 웃지 않았다. 표정 관리는 그의 특기다.
“몇 등?”
“열두 번째 물어봤는데?”
“그랬습니까?”
“네, 좋습니까?”
“그건 아니고 저런 쭉정이도 몸뚱이 하나는 튼튼하구나 싶어서.”
“특이 케이스입니다. 타고난 쪽 것 같은데, 혼혈 특수려나.”
불멸자 중에서도 육체 능력은 차이가 있다. 그걸 타고나는 이들이 드물어서 그렇지.
스포츠 선수도 높은 물에서 놀려면 재능과 노력이 겸비되어야 하는 법이다.
그건 불멸자도 마찬가지다.
대인 격투, 모든 훈련에 운동 능력이나 타고난 피지컬은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중력 훈련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했다.
“피지컬 깡패네. 내보낼 생각이면 우리 팀으로 좀…….”
“수고하시고.”
관리자, 내부 시설팀장은 말이 씹혔다.
돌아선 중봉은 생각했다.
버리는 카드였었는데.
심하게 괴롭혀서 다른 팀으로 보내기로 했었는데.
‘이거 고민되네.’
한 번 제대로 괴롭혀 봐?
쫓아낼 때야 무시하면 그만이지만.
“키우려면.”
손이 좀 많이 갈 것이다.
자신이 처음 믹서기란 별명을 얻은 이유가 뭐 때문이었나.
사람 하나 제대로 키워 보겠다고 하다가 생긴 별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