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Of the Unique Lineage RAW novel - Chapter 265
262. 나 왜 기대가 되냐?
난 눈으로 그 둘을 훑었다.
대머리 본부장이랑 저 보라색 머리 여자가?
나이 차이가 좀 있어 보이는데?
“본부장님이 찼다고 하더라.”
요한 형이 말을 덧붙였다.
“당신, 곱게는 못 죽을 거예요. 평생 살고 싶어 아등바등하다 물에 빠져 뒈져 버리길 기원하죠.”
보라돌이 여자가 저주 비슷한 걸 퍼부었다.
“내 관은 내가 짜도록 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요.”
둘은 그리 말하고 외면했다. 시선이 동시에 아버지에게 꽂힌다.
“사이 좋아 보이네요.”
아버지가 말했다.
이게요? 곧 서로 창자에 칼 한 자루씩 꽂을 것 같은데요?
“한쪽이 늦는군요.”
아버지가 손깍지를 끼며 말했다.
살벌한 분위기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아연한 태도다.
저 둘이 뭘 하든 상관없다는 듯한 한마디였다.
무게를 잡는 아버지가 장내를 휘어잡는 듯했다.
그래, 분위기 잡은 건 좋은데. 입가에 소스를 닦다 말았는지, 빨간 자국이 남았다. 누가 좀 닦아 줬으면 좋겠다.
저런 얼굴로 무게를 잡으니까 없어 보이잖아.
내가 손을 뻗기도 전에 어머니가 물티슈를 들고 아버지의 입가를 닦아 주었다.
아버지는 가만히 그 손길을 즐겼다.
“고마워요.”
아버지가 어머니를 바라보며 말한다.
“별거 아닌걸요.”
어머니가 답하고 서로 눈을 마주한다. 사랑이 쏟아진다. 크리스마스를 홀로 보낸 모태솔로 또는 서로 이혼한 부부가 만나서 서로 물어뜯다가 본다면 죽창을 시속 250km로 던져서 꿰고 싶은 광경이었다.
한마디로 하자면, 염장 제대로 질렀다.
“시간은 갑니다. 시작하시죠.”
대머리 본부장은 마인드 컨트롤이 뛰어났다. 그게 아니라면 아버지 눈치를 봤거나.
하여간 무표정하게 입을 열었다.
“시, 후, 뭐 하자는 거죠?”
보라돌이 여자, 대머리 본부장의 전처는 쉽게 심경을 숨기지 못했다.
끝까지 말하지는 않았지만, 입 모양만 봐도 난 저게 욕이라고 1,500% 확신했다.
어쨌든 한 자리 차지한 사람답게 자제하긴 한 거다. 이마에 핏대가 섰지만 꾹 참는 게 보였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사람처럼 보이긴 했다.
딱 봐도 거짓 없이 직선적으로 말하는 타입이라는 감이 온다.
“마침 오네요.”
아버지는 그런 둘을 보고 말했고, 그 타이밍에 안으로 사람이 들어왔다.
나도 대강 기척은 느꼈다. 고개를 돌려 다시 식당 입구를 바라봤다.
급조한 플라스틱 문을 열고 누군가가 들어섰다.
어머니가 먼저 그 상대를 알아봤다.
“음, 호응이.”
어머니가 중얼거렸다. 어디서 들어 본 이름이다.
“길이 좀 막히더군요.”
남자가 안으로 들어서며 말했다. 덩치가 크다. 김근육보다 조금 작은 정도다.
기세는 날카롭다. 처음 외할아버지를 봤을 때가 떠오르는 기질이었다.
호응, 이름이 기억에 남았고, 어머니의 반응을 보자면 삼촌이었다.
긍낙이 삼촌 말고, 단군 그룹의 실세 중 하나인 다른 삼촌.
외할아버지는 아랫도리 놀리는 재주가 고명해, 자식이 많다고 했다.
어머니는 자식들이 모여 싸우는 그룹 계승가 싫어서 뛰쳐나왔다고 했고.
아주 드문 일이다. 변신족이 싸움이 싫어서 나오다니.
그런 면에서 보자면 어머니도 보통은 훌쩍 넘는 분이다.
하물며 능력이 미흡하면 말이라도 안 해.
한때 갱생 마녀라 불리며 단군 그룹의 악몽이라 불리기도 했다.
“핑계가 조악합니다.”
“일부러 늦는 건 십 년 내내 그러는군. 그게 기선을 잡는다고 생각하는 거야? 재수 없네.”
이게 과거 연인, 아니 부부의 힘인가.
대머리와 보라돌이가 단숨에 힘을 합쳐 때렸으나.
“진짜 길이 막혔습니다.”
들어온 변신족 삼촌한테는 씨알도 안 먹혔다.
이쪽도 다섯이었다.
삼촌 뒤로 도안결이 보였다.
그리고 모르는 변신족 셋도.
그들은 묵묵히 걸어들어왔고.
어느새 아버지와 나, 어머니, 내 일행이 포함된 테이블을 두고 세 갈래로 갈라졌다.
영역을 두고 다투는 세 무리의 짐승들 같다.
근데 이게 무슨 상황이지?
“지휘관님 맞습니까?”
삼촌이 물었다.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전면 전투 지휘관은 유일 부대에서 맡았고, 전 작전 수행 지휘관입니다. 피닉스팀, 유연호입니다.”
“화랑 강호응입니다. 휘하 넷 합류합니다.”
삼촌이 입을 연다.
“작전은 뭡니까?”
대머리가 그 뒤를 이어 말하고.
솔직담백한 보라돌이가 현 상황을 짧은 문장으로 정리했다.
“실세는 이쪽이란 거군.”
실세?
눈치를 봤다. 아주 잠깐이지만, 분위기를 파악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러니까, 저 셋 모두 아버지가 부른 거다.
저들은 부름을 받아서 온 거고.
온 이들의 면면을 살피자면 불멸특수대 엘리트 팀.
화랑 엘리트 팀.
초능 협회의 부협회장과 엘리트 팀.
이런 사람들이 부른다고 와?
왜?
난 그 세 집단의 리더를 바라봤다. 전부 아버지만 바라본다.
상황 파악이 끝났다.
솔직히 놀라긴 했다.
아버지가 전시 상황에서 어지간한 장성급 지위를 가진다는 걸 듣긴 했다.
근데 지금 보니 그 정도가 아니었다.
작전 수행 지휘관.
전면 전투 지휘관과 별개로 개별 작전을 지휘하는 지휘관을 말하는 거다.
다시 말해, 유일 부대장이란 그 최고 수뇌와 말을 섞을 것도 없이 별개로 활동하는 지휘관이란 소리였으니까.
대강 현 상황에서 넘버 투 정도 된다고 보면 된다.
와아, 씨, 이게 우리 아빠.
절로 엄지가 척.
그런데 난 왜 여기에 있는 거냐.
아버지가 아들에게 멋진 모습을 자랑하고 싶어서 일부러 여기서 브리핑을 한 건가.
“지금부터 작전 브리핑합니다.”
아버지가 일어나며 말했고,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팟- 하고 식당 불이 꺼지며 식탁 중앙에 홀로그램이 떴다.
하나의 네임드와 유니크 인베이더 넷.
보스 하나와 중간 보스 넷이다.
그중 보스의 잔영이 흐려지며 중간 보스 넷만이 홀로그램 형태를 유지했다.
“우리의 타격 목표입니다.”
아버지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
홀로그램의 푸른빛 잔영이 아버지 얼굴을 비췄다.
“우리?”
보라돌이 아줌마가 무심코 중얼거렸다.
그 말에 아버지가 반응했다. 눈은 홀로그램에 둔 채, 정확한 발음으로 말했다.
“네. 불멸, 화랑, 사이오닉, 그리고 NS. 네 개 팀은 유니크 인베이더를 사냥할 겁니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발성이었다.
* * *
청기사는 총 네 마리의 유니크 인베이더를 이끈다.
하나, 스펠 나이트.
주문을 쓰는 미친 새끼다. 전신 보라색 문자로 타투도 했다.
모체는 리빙 아머다.
둘, 쏜즈 나이트.
전신에 가시 갑옷을 두른 놈이다.
공격 형태가 매우 단순하다. 보고 돌진한다.
다만, 그 전신에 두른 가시 갑옷이 문제다. 어지간한 총탄, 폭격을 무시하는 강도다.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이는 갑옷이기에 상대하기 까다롭다.
무엇보다 까다로운 건, 돌진하면서 갑옷이 변하는 점이다. 가시 달린 구슬이 되기도 하고 창이 되기도 한다. 쉽게 말하자면 200kg이 넘는 창이 제멋대로 내달리며 돌격하는 꼴이라 하겠다.
모체는 휠 나이트다.
셋, 다크 템플러, 아니 스텔스 나이트다.
공식 이름이야 스텔스 나이트라고 하지만, 하는 짓이 어느 RTS 게임의 유닛 그 자체다.
이 새끼는 셋 중 가장 갑옷 내구도도 형편없고 움직임도 느리며 미친 돌격력을 가진 것도 아니다.
무기도 오른팔에 달린 얇은 칼날 하나.
대신 모습을 잘 숨긴다. 괜히 ‘스텔스’란 이름이 붙은 게 아니다.
물론 항상 안 보이는 건 아니다. 놈의 모습이 투명해 보이는 원리는 동물 보호색의 그것과 같다.
자세히 보면, 그러니까 불멸자 수준의 감각으로 자세히 보면 윤곽이 흐릿하게 보이기도 하고, 그게 아니라도 페인트탄 따위를 쏘면 된다.
특수 용액이 묻으면 보호색 따위로 제 모습을 감출 수도 없는 법이니까.
그 외에 적외선 장치에도 잡힌다.
문제라면, 보호색과 더불어 기척을 기가 막히게 죽이는 기예를 패시브로 달고 다니면서 인베이더 무리에 섞여 있다는 거다.
무리에 섞여 있다가 슬쩍 움직여 뒤에서 숨어서 썰어 대는 게 취미이자 특기다.
찾기만 하면 상대할 수 있지만, 찾는 게 문제인 놈이다.
모체는 리빙 아머다.
넷, 아이언 나이트.
네 번째는 가장 단순하다.
모체는 휠 나이트.
할 줄 아는 건 휠 나이트와 같다.
이게 특이종인 이유는, 바퀴가 네 개다.
어떤 원리인지, 그 네 개로 자유자재로 방향을 전환한다.
보통의 휠 나이트가 직선 운동만 가능하다면 이 새끼는 곡선 운동도 한다.
미사일로 치면 유도탄인 놈이다.
이렇게 넷.
이 넷이 우리가 사냥해야 할 놈들이다.
브리핑은 짧았고.
브리핑 후에 짧은 침묵이 흐른다. 그 짧은 침묵 사이로 목소리가 울렸다.
“스펠은 우리가.”
홀로그램의 푸른빛을 배경으로, 화랑 대표인 삼촌이 오른 검지를 까딱하고 들며 말했다.
브리핑 이후, 아무 지시도 없지만 먼저 나서서 말했다.
변신족이 본래 마법사를 잘 잡긴 하니, 타당한 제안이다.
“우린 아이언.”
보라돌이 아줌마가 팔짱을 낀 채 말했다.
아이언 나이트는 가장 단순한 형태의 특이종이다.
그리고 단순함을 상대할 때 초능의 다양성은 효율적인 방식이다.
난 대머리 본부장을 바라봤다. 대머리 본부장은 날 힐끗 보더니 입을 열었다.
“숨은 놈 찾는 건 불멸의 특기죠.”
여기도 순혈 불멸자가 있는데요?
짝.
“그럼 쏜즈는 NS에서 맡고, 홀은 협회에서 정밀 측정 끝났죠?”
아버지가 손뼉을 치며 말하자, 홀로그램이 꺼지고 식당에 다시 불이 들어왔다.
“여유 시간은 길어야 여섯 시간이에요.”
보라돌이 여자가 말했다.
“아버지는요?”
내가 불쑥 물었다.
별생각 없이 물었는데, 답은 미호가 했다.
“소수 정예 작전은 각자 팀을 분할해서 작전을 수행하기에, 전체를 조율한 팀이 필요합니다. 대. 표. 님. 한 팀은 변수에 대비할 수 있도록 남아서 지원해야 하고, 그 팀으로 피닉스팀만큼 경험 많고 손발이 잘 맞는 팀은 없겠죠.”
어째 대표님 세 글자에만 힘이 들어간 것 같다.
정확한 핵심을 짚는 말이긴 했다.
미호의 말에, 삼촌 뒤에 있던 변신족 둘이 고개를 자기도 모르게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였구나’ 하는 끄덕임이다.
아버지가 슬쩍 나에게 속삭였다.
“인복이 있구나.”
인복이라뇨.
남명진 사장한테 욕먹어 가면서 사람 빼 온 건데, 제 능력이죠.
“머리 쓰기 싫으면 조용히 있어.”
미호가 속삭였다.
어떻게 알았지? 잠을 덜 자고 한창 몸을 움직이고 뜨끈한 게 위장을 채우니 또 졸렸다.
머리 쓰기 귀찮은 시간이다.
애초에 이런 귀찮은 거 하라고 사람 뽑아 놓은 거 아닌가.
팬더 형도 그걸 아니까 지휘부에 가 있는 거고.
이제 진짜 브리핑이 끝났다.
“또 보자.”
대머리 본부장이 떠났다.
보라돌이 아줌마도 말없이 돌아섰고.
변신족 삼촌은 날 한번 지긋이 바라보고 돌아섰다.
각자 데리고 온 인원 그대로 빠져나갔다.
식당이 서늘해진 느낌이 들었다. 사람이 꽉 차 있다고 빠지니, 허전하다.
다들 바쁠 거다. 말이 여섯 시간이지, 장비 준비하고 컨디션 조절하고 각자 작전 구성하고. 할 일이 얼마나 많겠나.
그리고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이긴 했다.
“팀 구성은 어떻게 할 거야?”
미호가 말로 옆구리를 쿡 찔렀다.
“난 간다.”
기남이 나섰다.
“전 안 가요.”
정직이도 나섰다.
“마리도 가고 싶은데요.”
마리도 나서고.
“아들?”
어머니가 날 부른다.
모두가 바라는 게 다르다. 고민할 것도 없기에 곧바로 말했다.
“정아 누나를 저격수로 배치하고 어머니, 마리, 기남이, 나 합류. 이렇게 다섯.”
미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로 정리 끝이다.
나머지 인원은 전면전에 합류해야 할 것이다.
아무도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말하진 않았지만, 알아서 연상됐다.
전면전을 벌일 것이다.
치열하게 싸울 거다. 지금도 균열 사이에서 흘러나온 인베이더와 싸우는 중이지만, 그보다 더 험한 싸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전장의 한복판에서 소수 정예팀이 움직여, 유니크 인베이더를 잡는다.
예지는 아니다. 그저 앞으로 벌어질 일이 떠오를 뿐이다.
싸우고 또 싸우고, 인베이더를 쳐 죽이고 또 쳐 죽일 것이다.
4번 타자의 방아쇠를 당기면서 정글도를 세차게 휘두를 것이다.
난 그리할 것이다.
머릿속으로 전투의 이미지를 하나둘 떠올렸다.
그러다 보니.
아, 이거 참, 기분이.
다 어머니 탓이다. 변신족의 피는 가끔 제멋대로 끓어오른다.
나 왜 기대가 되냐.
1세대 유니크 인베이더의 낯짝에 주먹을 꽂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오라버니, 왜 웃으시나요?”
마리가 물었다.
“재밌어서.”
그 말에 답하니.
“확실히 대표님도 정상은 아니에요.”
“언제는 정상인 적 있었나.”
옆에서 김근육과 로즈가 조잘거렸다.
저 둘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단숨에 흥분한 마음이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한쪽은 공주 출신 근육 깡패.
다른 한쪽은 테러리스트 출신 그냥 깡패 아닌가.
누구보고 정상이 아니라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