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Of the Unique Lineage RAW novel - Chapter 269
266. 누구나 숨겨 둔 칼날은 있다. (2)
“우아아아!”
기합과 함께 모든 사이오닉 에너지를 쏟아붓는다.
아이언 나이트가 바퀴 네 개를 휘돌리며 자리를 이탈하려 했다. 놈이 옆으로 튀어 나가려는 걸 손으로 잡아챈다. 인간으로 치면 발목 부근쯤을 잡고 버텼다.
우드드득.
사이오닉 아머의 장갑 부근에서 불꽃이 튄다. 그럼에도 놓치지는 않는다.
손아귀 힘이 변신족의 그것과 같다.
아머에 내장된 최첨단 시스템과 분석가는 주변 상황을 실시간으로 분석해서 착용자에게 전해 준다.
보라돌이 아줌마는 부협회장이자, 협회의 실력자였다.
그녀는 제 역할을 했다.
아이언 나이트 놈의 바퀴를 묶었다.
훙, 꿍!
놈의 손에 들린 랜스 형태의 창이 아머의 등 뒤를 때렸다. 충격에 내장이 울렸으나, 뚫리진 않았다.
아머에 축적된 에너지가 염동력 방패를 만들어 막았다.
이건 협회가 만든 과학의 집결체다.
불닭이라 불리며 협회에서 손꼽히던 사이키커는 바퀴가 묶인 아이언 나이트를 보자마자 몸에 남은 사이오닉 에너지를 몽땅 쏟아부었다.
‘한 방.’
되뇌고 땅을 박찬다.
더블, 트리플 따위가 아닌 싱글 마스터.
그가 하나의 능력만으로 인정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절대적인 사이오닉 에너지양 때문이다.
타고난 재능과 노력이 만들어 낸 결정체.
아머에 그 에너지가 여실히 전해지고.
불닭의 손에 고열로 달궈진 원뿔 형태의 창이 잡힌다.
아머 전용으로 제작한 사이오닉 기어다.
순식간에 달궈진 창끝이 빨갛게 물들었다.
불닭은 그 창을 잡고 내달렸다.
땅을 찬다. 중력이 어깨를 짓누른다. 아머가 충격을 해소해 줌에도 견디기 힘든 압력이 몸을 짓누른다.
이걸 견디기 위해 훈련받은 나날이 꽤 길었다.
그 시간이 있었기에 정신을 잃지 않고, 정확한 자세로 고열의 창을 내지를 수 있었다.
꽝!
창이 놈의 몸을 때렸다.
카가가가각!
관통하지 못하고 옆으로 흐른다. 놈의 몸 위로 불길이 훅하고 일어났다.
불닭의 공격은 반만 성공했다.
관통은 못 했지만, 가슴팍부터 왼쪽 밑 옆구리까지 손가락 두 마디 깊이로 긴 자국을 만들었다.
이후 싸움은 쉬웠다.
“상대 반응 속도 저하.”
“잔류 에너지 27%.”
사이오닉 아머는 2인 1조다.
착용자를 돕는 분석가가 함께다.
분석가는 상대를 파악하고 아머의 상태를 케어한다.
통신기를 통해 그걸 착용자에게 전했다.
완벽한 합체였다.
아이언 나이트의 머리통에 절삭의 초능을 담은 칼날이 박혔다.
꾸우웅.
얼굴인지, 투구인지 모를 눈구멍에 빛이 스러진다.
“적 개체, 반응 없음.”
“성공입니다.”
기쁨이 섞인 목소리다.
불닭도 보라돌이 아줌마라 부르던 부협회장도, 나머지 마스터 급의 초능 특수종도.
“좋아.”
기뻐했다. 기쁠 만했다.
사이오닉 아머의 효용성을 입증했으니까.
이제 특수종 세계에서도 쉬이 무시당하지 않을 테니까.
그리 기쁨에 찬 것도 잠시다.
“뭐야, 저건.”
부협회장이 말했다. 아머에 달린 고성능 카메라가 그녀의 시력을 대신하고.
분석가가 열린 게이트, 균열이 바스러지는 게이트 너머를 보며 말한다.
“인베이더 무리, 2차 웨이브입니다.”
스펠 나이트를 비롯한 놈들이 튀어나온 게 1차다. 그런데 벌써 2차?
빠르다. 빨라도 너무 빨랐다.
1차 웨이브 방어는 성공, 아니 대성공이었다.
청기사가 나오기도 전에 유니크 인베이더 넷을 잡았으니까.
놈의 수족과도 같은 네 마리 인베이더 아니었나.
하지만 그 결과가 이거라면 암울했다.
“새로운 형태의 인베이더는 아닙니다. 넘버링 43 리빙 아머와 넘버링 65의 휠 나이트, 다만.”
분석가가 말을 끊는다. 보이는 것만 해도 달랐다.
전신에 보랏빛 문자를 달고 나오는 리빙 아머다.
스펠 나이트의 그것과 닮았다.
그 외 휠 나이트 무리는?
바퀴가 셋이다. 앞에 하나 뒤에 둘.
검푸른 빛의 갑주를 입고 오른 손대신 원뿔 형태의 창을 옆구리에 낀 형태다.
달랐다. 이제까지 나온 놈들과는 조금씩 달랐다.
“에너지 수치가 높습니다. 일반 인베이더의 1.5배로 측정.”
“현 아머 잔류 에너지 17%. 복귀하셔야 합니다.”
“전장 합류는 불가.”
분석팀이 말한다. 부협회장은 입술을 깨물었다.
힘이 들어갔는지, 입술이 터지며 피 맛이 났다.
‘젠장.’
당했다. 그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다.
* * *
“당했다.”
동훈의 말에 미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임드 몬스터가 튀어나온 시점, 남은 인베이더가 전부 돌격했다.
그걸 보며 아군은 폭격을 때렸다.
최소한의 피해로 최대한의 효율을 내는 게 작전 유일 목표였을 정도로 쉬운 싸움이다.
유일부대장이자, 사령관의 지시이기도 했다.
그는 여유가 있었다. 그럴 만했다.
팔짱을 낀 채, 전장을 둘러보는 그의 눈에 위협 따윈 보이지 않았을 테니.
전장 곳곳에 머리 좀 쓴다는 이들이 인베이더를 농락했다.
돌격하는 놈을 유인해 지뢰를 터트렸고 직사포가 불을 뿜었다.
압도적인 화력.
스펠 나이트가 손이 묶인 이상 이들을 보호할 무기 따윈 없었다.
그거로 충분했다.
특수종이라기보다는 머저리에 가까운 흥분한 변신족 몇을 제외하고는 사상자가 전무 할 정도의 전투였다.
유일부대장은 냉정하게 전선을 운영했다.
유일 부대는 화력을 담당하고 불멸특수대 일부를 전면에 세웠다.
그들은 전장에 생기는 이상 상황을 감지하는 레이더였다.
그 뒤를 변신족이 받쳤다.
수틀리면 난전이 일어날 테니, 그걸 대비한 대형이다.
행안부 휘하, 특히 유연호 놈은 제 말을 듣지 않으니 별동대로 뺐다.
그들은 알아서 활약했다.
피닉스팀은 어차피 소수 정예로 유니크 인베이더를 잡는 임무가 우선이다.
그럼에도 피닉스팀은 간간이 일 다운 일을 했다.
전선이 안전하게 유지되도록 돌아다니며 인베이더를 요격한 거다.
PWAT는 기동대를 내놨다. 사령관은 그들도 십분 활용했다.
바이크 따위를 타고 아직 멀쩡한 길 위를 달리며 튀어나오는 인베이더를 때려잡았다.
염동력으로 붙들고 뇌전을 쏘아 내고 얼리고 태운다.
그거로 충분했다.
난전은 없다. 물론 최전방에 선 이들에게는 정신없는 상황이겠지만, 지휘부는 아니었다.
무난한 승리를 예상했다.
이제 청기사를 어찌 잡을지 그것에 관한 논의만 할 정도로.
그 예상이 깨진다.
“상황 보고.”
사령관이 말한다. 그는 냉정했다.
예상이 틀어졌다? 이제까지 그런 일은 수없이 있었다.
1세대 영웅이란 이름으로 현재까지 현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중 한 사람으로, 역사의 산증인으로.
유일부대장은 할 일을 했다.
“인베이더의 에너지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습니다.”
“새로운 타입은 아니지만, 진화체로 보입니다.”
“돌격하면 전면 방어는 불가.”
“전장을 넓혀야 합니다.”
“예상 피해 측정 불가.”
분석가 수 명이 떠든다. 그들 또한 휘하 십여 명의 분석가가 말하는 걸 정리해 떠든 거다.
곧 백이 넘는 분석가의 의견이란 거다.
이걸 통합해서 결정하는 게 사령관의 몫이었다.
분석가의 의견을 종합해 부관이 말한다.
군인답지 않은 긴 머리의 여자였다.
질끈 묶은 머리를 풀면 발목까지 내려올 듯했다.
“한시적 후퇴 후, 전장을 다시 형성해야 합니다.”
“그럼 전면에 있는 불멸특수대는?”
그 말에 박영돈이 입을 열었다. 그는 현재 불멸특수대를 대표하는 입장이다.
조금 전까지는 좋았다.
전선을 책임지는 중책이었다. 덕분에 이 일이 무사히 끝나면, 적어도 청기사를 도로 집으로 쫓아내기만 해도 공적을 크게 인정받을 터였다.
무려 저 사령관이란 작자보다도 더.
아들도 그 욕심에 손을 보탰다.
전면에 나서서 활약한 거다.
아들은 그렇게 했다. 커스터마이징 장비를 휘두르며 광학병기 따위로 전면에서 튀어나오는 휠 나이트나 리빙 아머를 쏘고 벴다.
그런데 후퇴를 하면? 그럼 아들은?
“이대로 이 부대가 전멸하면요?”
부관이 눈을 부라렸다.
“그럼 수도권 일대가 마비될 겁니다. 제2의 로스트 노쓰라도 만들려는 게 아니면 냉정해야 하죠.”
긴 머리 여자 부관의 말이다.
예상치 못한 일은 언제나 일어난다.
박영돈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렇다고 나설 수도 없었다. 그는 머저리지만, 현 상황을 바라볼 안목쯤은 있었다.
박영돈은 아찔함을 느꼈다.
아들이 시한부 목숨이 되었으므로.
동훈은 눈으로는 지휘부를 보며 머릿속으로는 생각을 정리했다.
‘애초에 노림수가 이쪽이었을까?’
유니크 인베이더가 전략 비슷한 걸 썼다면, 청기사도 그럴 수 있었다.
놈은 그렇게 했다.
유니크 인베이더는 미끼였다.
거기에 전력을 투입하고 투닥투닥 하는 동안 게이트 너머에서 진짜 칼을 숨겨 뒀다.
꽤 날카롭고 무서운 칼날이다.
예를 들자면, 기남이 하나를 기준으로 전장에서는 5 기남이가 넷 있는 것보다 1.5 기남이 수백이 훨씬 위협적이었다.
하물며 고작 1.5에 머물 놈들로 보이지도 않았다.
나온 놈들의 외양만 봐도 보통내기가 아님이 느껴졌다.
이쪽, 인류가 칼날을 숨겨 유니크 인베이더를 썰었지만, 저쪽도 마찬가지였다는 소리다.
누구나 숨겨 둔 칼날은 있다.
투두두둥.
“화기가 무용합니다. 원거리 저격 불가.”
분석팀장이 말한다. 유일부대 소속이다.
대규모 폭탄, 그러니까 서울 중심부를 반파시킬 생각이 아니라면 쓸 수 있는 화기가 제한된다.
그 제한된 화기가 리빙 아머의 갑주를 뚫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뚫지 못하는 걸 넘어 원거리 저격을 무용케 했다고 봐야 옳았다.
스펠 나이트의 그것처럼 놈들의 갑옷 위로 떠 오른 보랏빛 글자가 방어막을 만들었으니.
“개 같은 상황일세.”
사령관이 입을 연다.
동훈의 눈이 그를 쫓았다. 사령관은 아까와 같은 표정과 자세다. 팔짱을 풀지 않았고 다급한 기색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냉정하게 보면 후퇴가 맞지만, 그게 정답이 될 수는 없다.
청기사가 활보하게 놔두는 것만으로 인류의 패배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는?
인베이더는 습격자다.
그들은 인류가 붙인 이름 그대로 행동한다. 지구를 침략한다.
고로 전투는 내 집 앞마당에서 내가 가꾼 잔디 위에서 싸우는 격이니.
그 싸움에서 한 발이라도 밀려나서 전장이 확대되면 망가질 잔디가 늘어나는 건 당연한 이치였다.
“분석해서 안전거리 확보해. 두 걸음만 물러나자.”
사령관이 말한다. 가장 합리적인 명령이다.
최소한의 전장 확대, 이후 반격.
대신 포기해야 할 것도 있다.
전선에 나간 아군이다. 특히 유니크 인베이더를 사냥하기 위해 깊게 들어간 이들은 끝이다.
그곳은 곧 최전선과 다를 바 없을 테니까.
“거참.”
동훈은 몸을 일으켰다. 회사 사장이자, 새로운 시대를 열게 분명할 영웅이 저곳에 있다.
그를 놔두고 올 수야 없지 않나.
그렇다고 사령관을 설득할 수도 없다.
다행인 건 자기 하나 빠진다고 잡을 사람이 없다는 거다.
“아니요. 제가요.”
미호의 목소리다. 고개를 돌렸다.
평소와 같은 얼굴이 보인다.
“뭘.”
“알면서 되묻지 마세요.”
동훈은 어깨를 으쓱였다.
반쯤은 자살 작전이 될 것 같은데, 얘를 데려가도 될까 하는 생각이다.
“뒤를 맡아서 길을 터 주세요. 제가 전면 길을 틉니다. 탈출로를 보는 건 제가 나아요.”
이 무슨 건방진 자신감인가.
동훈 자신보다 전장을 보는 눈이 밝다고 하는 거다.
감히? 한때 특수종 세계 몸값 수준을 높인 혼혈 불멸자에게 할 말인가 이게.
“시간 없어요.”
미호가 몸을 돌렸다.
나가며 통신을 시도한다. 당연하게도 광익이 쪽은 통신 재밍이 걸렸다.
연락이 닿지 않는다.
그 대신 그녀는 나머지를 모았다.
“NS 직원 전부 모입니다.”
동훈은 그 뒷모습을 보다가 제 할 일을 찾았다.
만약 자신이 둘이라면 이렇게 했으리라.
하나는 전장으로 보내 탈출로를 만들고.
다른 하나는.
“이대로 놔둘 겁니까? 저 안쪽에 있는 병력을 잃으면 어차피 집니다.”
여론 조작이다.
그냥 물러나는 게 아니라 전선을 지키며 물러나야 한다. 그러려면 누군가 희생해야 하고.
그 누가 될 사람, 아니 집단은 하나뿐이었다.
“안 집니다. 버티는 게 더 큰 피해를 야기합니다.”
분석가가 입을 연다. 사령관은 미간을 찌푸렸다가 편다.
유일부대는 제 병력을 후방에 배치했다.
어떻게 보면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다른 면에서 보자면 제 병력을 아끼는 거로도 보인다.
그럴 만하다.
유일부대장의 별명이 뭔가, 스크루지 영감탱이다.
제 병력을 참으로 아까워한다.
동훈은 힘든 싸움을 시작했다.
피해를 좀 보더라도 광익은 살리고 싶다.
이해득실을 떠나 마음이 움직였기에 그는 그리했다.
“그렇습니까? 제가 보기에는 아닌데요?”
이곳에 유일부대만 있는 건 아니다.
사령관이라고 해도 정치에 자유롭진 못하다.
동훈은 지휘부 내에서 정치질을 시작했다.
불멸, 화랑, 협회를 설득하면 유일부대의 등을 떠미는 일은 할 수 있을 테니.
이 새끼가?
사령관이 눈을 부라렸다.
이제까지 지휘부 내에서 사령관의 손발처럼 말을 잘 따라주다가 뒤통수를 친 것과 다름없었다.
‘나도 광익이를 닮아 가는 걸지도.’
이런 방식을 선호하진 않지만, 가끔은 미친 짓도 나쁘지 않았다.
이 일이 잘 끝나도 유일부대랑은 척을 질 것 같지만.
‘그거야 대표가 알아서 할 일이다.’
자신은 소속원일 뿐이다. 그러니 제 소속을 대표할 리더를 구해야 했다.
눈빛 대신 살기를 뿜어내는 사령관에게 대신 욕을 먹게 하기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