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Of the Unique Lineage RAW novel - Chapter 39
37. 그런데 말입니다.
‘신입 셋이라.’
분석팀 대리, 강희모는 파일을 확인하고 말했다.
“셋 다 특이하네요.”
오티 때 성적과는 별개로 정기남은 훌륭한 인재다.
순혈, 그것도 적통의 피를 이은 특별한 불멸이니까.
우미호라는 혼혈도 마찬가지다.
화림 전체를 통틀어도 이런 타입은 흔하지 않다.
‘냉정하고 머리 좋고.’
나쁘지 않다.
마지막이 압권이었다.
‘유광익.’
혼혈, 외부 보안 3팀.
사장님이 찍은 올해의 사원.
근접 전투 능력 최소 B랭크 이상.
최근 1급 사원 김정아와 단둘이서 변형 블랙홀 웨이브를 막음.
특이사항, 성격이 매우 별남.
고작 수습 기간 중인데도 평가 코멘트가 많기도 하다.
사장님이 찍은 거야 이해한다. 남명진 사장이 좋아할 만한 건 다 가졌으니까.
혼혈치고는 뛰어난 전투 능력, 거기에 서글서글함이다.
사장은 회사 내에 퍼진 순혈과 혼혈의 차별, 인간과 불멸의 차별 따위를 없애는 게 목표다.
고로 중간에 윤활유를 해 줄 그런 인재를 찾고 있다.
“시작은 너랑 비슷하지?”
분석 팀장 김한이 말했다.
“네, 뭐.”
강희모는 평소와 같이 수수하게 웃으며 답했다.
커뮤니케이션 능력 좋고, 누구와도 사이좋게 지내는 것.
사장이 원하는 건 자신도 갖고 있었다.
쉽게 말하면 친화력이다.
그래서 자신 역시 그 남명진 사장의 사원이 돼 보기도 했고.
옛날 일이었다.
강희모는 파일의 나머지를 훑었다.
수습인데도 B랭크 근접 전투 능력이라니, 이것도 대단하고.
특이사항, 외부 보안 3팀에서 잘 녹아든다는 게 그 성격이 평범하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강희모는 자기도 모르게 웃었다.
그 이중봉과 잘 지내다니.
매일 구타에 가까운 대련을 강요받는데도 반성문이라 쓰고 결투장이라 읽는 걸 매일 쓰고 있단다.
요새 회사 내에서 유광익의 결투장은 꽤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였고 그걸 주시하는 사람도 많았다.
재밌으니 지루한 일상에 활력소와 같았다.
강희모도 몇 번 찾아서 읽은 적이 있었다.
그는 같이 작전을 나가는 이들을 알아야 했다. 파일을 훑는 것도 그런 일 중 하나였다.
물론 술 한잔하며 친해지자는 얘기가 아니었다.
파일로 읽은 것이 현장에서 어떻게 쓰일 것인가.
그게 중점이다. 그는 오가며 유광익을 관찰했고 팬더를 닮은 이동훈 대리에게 몇 가지 정보를 듣기도 했다.
“체력 좋고 머리는 좋은지 모르겠지만, 눈치는 있지. 근데 자세히 보면 은근히 불쾌하기도 하고, 가끔 사람을 동물 보듯이 보더라고 자식이.”
……이동훈의 별명은 팬더, 왜 그런지 알 것 같았다.
하여간 힘 좋고 싸움 잘하고.
거기에 머리도 좋은 것 같다.
그가 보기에 유광익은 팀장에게 당할 걸 알면서도 덤빈다. 그러면서 그의 기술을 뺏어 익히는 거지.
팀장도 알면서도 당해 주는 것 같고.
사실 그 둘은 환상의 커플이 아닐까 싶다.
나머지 둘에 관한 내용도 머리에 박았다.
우미호, 불멸이 가져야 할 가장 강력한 무기를 가진 신입.
무지막지한 재생력이나 순혈의 힘보다 강희모 대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정신의 힘이다.
그러니까 냉정함.
정기남, 혈통의 힘을 제대로 쓸 줄 아는 신성.
아마도 정기남은 고속 승진이 예약되어 있겠지.
‘부럽다.’
올해 스물아홉, 대리에서 과장으로 진급을 바라는 직원은 그리 생각했다.
그렇게 작전 지역에 투입하기 전, 직접 만난 셋의 이미지는 생각보다 달랐다.
유광익 이 새끼는 생각보다 능글맞고.
나머지 둘은 사회생활을 더럽게 못 했다.
‘그래도 내가 한참 선배인데.’
그런 선배에게 밉보여 좋을 게 뭔가.
나중에 서로 관계가 역전된다고 해도 말이다.
좋은 게 좋은 거다.
악의보다는 호의를 받는 게 인생에 도움이 된다.
강희모는 그렇게 했다. 적당히 티 나지 않고 특출나지 않게 살아서 분석팀의 대리가 됐고.
에이스는 아니지만, 그 에이스가 가장 믿는 남자가 됐다.
“베타 셋, 상대 하나인 거 맞습니까?”
상황실로 쓰는 버스 안이었다.
거기서 유광익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짜릿한 예감이 등골을 훑었다.
그동안 회사 생활하며 배운 게 있다면.
이상을 직감한 순간 주저하지 말라는 거다.
그게 잘못된 직감이라고 해도 무시할 순 없다.
상황이 급변하고 강희모는 쪼그려 앉은 자세에서 무릎을 펴고 고개를 숙였다.
일어나서 나가려는 순간이다.
“뭐 하는 겁니까?”
뒤에서 초능 팀장이 그를 붙들었다.
“상황 파악이 안 됩니다. 들어가야겠습니다.”
그도 화투장 던져서 불특대가 된 게 아니었다.
불멸특수대는 불멸 중에서도 체에 거르고 걸러 뽑은 인재란 거다.
그는 지금 필요한 최선의 일을 해야 했다.
초능 팀장은 그보다 몇 살은 많아 보였지만, 순간적인 판단 능력은 부족해 보였다.
아니, 이상 상황이 있어도 부하를 믿는 걸까?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그는 믿고 기다리느니 직접 움직이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불멸자에게 튼튼한 몸보다 필요한 건 냉정한 판단력.
그건 우미호에게 있다.
현장 상황 보고는 우미호에게 맡기면 될 것이다.
피격 상황에 던져진 정기남은 상태 확인이 필요하다.
통신 송신을 하기 직전이다.
버스에서 나와 안으로 들어가는 길이었다. 그의 눈과 감각의 범위 안에서 빠져나가는 놈 하나가 보였다.
누가 봐도 의심쩍다.
쫓을까? 아니다. 이 상황에서 필요한 건 목표물의 확보보다 상황의 안정이다.
‘그렇다고 놓치긴 아쉽고.’
안으로 들어서며 강희모는 생각했다.
‘블랙홀을 혼자 막고 최소 B랭크의 근접 격투 능력을 소유했으며 그 이중봉 팀장에게 버티는 친구.’
사회생활도 곧잘 한다.
차갑고 딱딱한 것보다야 능글맞은 게 낫지 않나.
하물며 혼혈이기에 전력 누수도 아니다.
강희모는 지금 순간에 필요한 것을 말했다.
“베타 제로, 셋에게 통신, 좌측 게이트 8번 쫓는다. 목숨에 위협을 받지 않는 수위까지 전투 허용. 베타 하나는 피해 범위 보고. 베타 둘은 상황 인지 보고.”
그렇게 안으로 들어선 그는 정기남을 무시하고 전투에 돌입했다.
주변 눈은 무시한다.
올드포스, 세계정부연합의 힘은 막강하다.
이 사고도 흔한 테러 단체의 위협으로 끝날 것이다.
한 놈 뒤로 기척을 숨긴 채 들어가 목을 꺾고.
칼을 뽑은 놈의 미간에 총알을 박아 줬다.
정면에 버티던 놈이 반항하고 뿔뿔이 흩어지던 놈들도 덤볐다.
“이 개새끼들이.”
아군 쪽, PWAT 대원 중 하나다.
입이 거친 염동력자가 무형의 압력으로 한 놈의 발목을 부러뜨렸다.
우미호를 노리는 놈은 변신족 둘이 달려들어 제압이다.
난리를 피운 것치고는 허무한 마무리라고 생각했다.
‘그런 것 치고는.’
직감이 안 좋다. 뭔가 놓쳤다는 거다.
그제야 강희모는 깨달았다.
도망가야 할 놈 몇이 덤볐다.
왜? 시간 끌기다.
결국, 빠져나간 하나가 놈들의 주목표일지도 모른다. 그놈을 놓치게 하기 위한 것.
그리고 그걸 쫓는 건.
정기남이 피가 흐르는 부위를 손으로 누르는 걸 확인한 뒤, 고개를 돌리니.
훅하고 게이트 밖으로 빠져나가는 그림자가 보였다.
신입 사원 유광익이었다.
* * *
도망가는 놈이 지하 주차장으로 뛰었다.
“뭐야.”
“악!”
달리는 놈은 막는 이들을 거침없이 밀쳤다.
놀란 사람들이 외침을 뒤로하고 내가 그 뒤를 쫓았다.
난 매너 있게 전부 피했다.
그렇게 주차장으로 돌입하는 놈의 뒤통수가 보이는 시점이다.
주차장 조명이 만든 어둠의 틈으로 숨어든 놈이 멈춰 서서 숨을 고르는 게 보였다.
“더 안 가?”
내가 물었다.
“너 이 새끼, 끈질기네.”
얘기하다 보면 지원 올 건데, 이거 왜 이렇게 여유 있나.
그렇게 생각하며 다가가니.
“너 불멸이지?”
놈이 물었다.
정답이라고 상을 줘야 할까.
줘야 한다. 주먹이라는 상을 줘야지.
“정답.”
“……확실하지?”
“얼굴 보면 모르냐?”
새끼가 내 얼굴을 몇 초쯤 자세히 관찰했다.
그리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애매한데.”
이 개자식이 뭐라는 거야.
“맞다고, 새끼야 이 우월한 외모를 봐라.”
그래서 애매한 거라고 놈이 중얼거렸다.
“맞아, 믿어. 우리 할아버지의 명예를 걸고 말한다. 나 불멸자다.”
태어나서 할아버지를 한 번도 뵌 적은 없지만, 난 그분의 명예를 존중했다.
확고하게 말해 주니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고 중얼거린다.
“그런데 혼자서 쫓아와?”
“이 뒤로 오백 명의 지원군이 오고 있지.”
“……또라이냐?”
불쾌하다. 그건 우리 팀장님에게는 어울릴 만한 호칭이다. 이 새끼야.
“아니다.”
당당히 말하니.
“또라이 맞네.”
“이 못생긴 새끼가.”
“야, 너 혼자서 쫓은 거 실수라고는 생각 안 하냐?”
말이 끝난 순간, 놈의 몸이 변하기 시작했다.
뭐지?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몇 년 전의 생일, 정확히는 열여덟 살 생일을 맞은 순간이었다.
“괜찮아, 괜찮아.”
다독이던 손길이 기억난다.
거품을 물고 기침을 토하고 온몸에 털이 빠지고.
가혹한 고통이 몸을 잠식했다.
더럽게 아팠다.
변신족의 육체 변환은 그렇게 이뤄졌다.
“엄마, 나도 이제 문 크리스탈 파워 쓸 수 있는 거야?”
체모가 떨어져 지저분해진 방바닥에 널브러진 채로 고개만 살짝 들며 내가 물었었다.
“아니, 그건 좀. 보기 흉하잖니.”
어머니는 그때도 위트를 잃지 않으셨다.
그렇게 난 변신족의 육체를 가졌고.
내 몸에 일어난 변화가 너무 신기해 어머니에게 여러 가지를 물었고, 인터넷을 통해 조사도 했다.
근섬유의 변화.
그러니까 내 몸의 작은 세포 하나하나가 전부 변한 거다.
그래서 더럽게 아팠다.
얼마나 아팠는지, 가끔 그때의 악몽을 꾸곤 했다.
그리고 지금.
우두두둑.
근육이 뒤틀리는 소리와 함께 놈의 근육이 부푼다.
주먹이 커지고 이두, 삼두, 대흉근 따위가 두꺼워지고 굵어졌다.
두꺼워지고 커졌다. 변화의 중추는 그거였다.
“후우우우우.”
놈이 긴 숨을 뱉었다. 한겨울도 아닌데 그 숨에 증기와 같은 흰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새끼야, 난 완력 강화 초능종이다.”
놈이 말했다.
완력 강화, 몸의 세포를 변화시켜 변신족에 버금가는 완력을 쓰는 초능종을 말함이다.
회사에서 다른 특수종에 관해 교육받을 때 본 적이 있었다.
그 초능의 변화가 불멸의 감각에 여실히 다가왔다.
그리고 그게 내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불멸은 안 죽는다고? 머리통을 으깨 주마.”
흥분한 놈이 주차장 기둥에 손을 뻗더니 악력만으로 우득 하고 벽 일부를 떼어 낸다.
놈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말 안 해도 알 수 있었다.
불멸은 완력이 약하다. 그런데 본인은 완력 강화 초능종이다.
고로, 불멸 하나가 자신을 쫓은 건 실수다. 두들겨 패겠다.
이런 생각이렷다.
꿈틀대는 근육 위로 굵어진 혈관이 보였다.
자, 보자, 지원군이 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최소 5분에 최대 10분.
쿵.
땅을 박찬 놈이 달려들었다. 달려들어 손을 휘두른다.
텔레폰 펀치였다. 제대로 뭘 배운 놈은 아니었다.
이거 참.
몸을 틀며 주먹을 피했다. 훙 하고 주먹이 허공을 갈랐다.
완력 강화, 곧 저 양손은 철퇴와 다를 바 없다.
그런데 말입니다.
뻗은 팔을 중간쯤에 낚아챘다.
팔꿈치 부분을 오른손으로 잡은 거다.
“킁!”
놈이 콧김을 뿜으며 힘을 썼다.
동시에 나도 힘을 썼다.
미안하다. 친구야.
내가 불멸자이긴 불멸자인데, 그 불멸 말고도 비밀이 있단다.
우득.
뼈 맞물리는 소리가 났다.
“……어, 이게 왜?”
“왜 네가 당기는 대로 안 당겨지냐고?”
왜겠냐?
놈의 근력은 대단했다. 그런다고 힘에서 내가 밀린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아무도 보지 않으니.
나도 마음 편히 힘 한 번 써 보자.
그동안 팀장에게 죽도록 당하면서도 힘을 제대로 쓸 순 없었거든.
내가 그 한이 맺힌 사람이야. 새끼야.
우드드득!
“끄아아아악!”
악력으로 팔을 쥐고 관절의 반대 방향으로 비틀고 당겼다.
비명을 지르면서도 놈이 버텼다.
그래, 힘 좋네.
근데 내가 무식하게 힘만 쓰는 사람으로 보이니?
팔을 놓자, 놈이 당기던 힘을 주체 못 하고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그걸 보며 달려들어 놈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놈이 무릎을 치켜세우며 내 명치를 노렸다.
난 그걸 손바닥으로 받아 냈다.
우리 팀장에게서 쏙쏙 훔쳐 배운 기술 나가신다.
무릎을 받아 내며 그 힘을 옆으로 밀어 흩어 낸다.
모든 힘을 운동 방향을 가진다.
그걸 비트는 것만으로 상대의 공격은 흘릴 수 있다.
힘의 방향이 자신의 생각한 것과 다른 곳으로 가면 균형을 잃는다.
내가 이거에 당한 게 몇 번인지.
놈의 무릎을 옆으로 쳐내자, 한 발로 중심을 잡은 놈이 기우뚱 기울었다.
난 품 안으로 더 바짝 쫓아가 왼발을 놈의 가랑이 사이로 넣었다.
근접 전투 중에서도 초근접 전투다.
팀장의 특기였고, 이젠 내 특기이기도 하다.
파고든 채로 왼발에 무게 중심을 옮기며 오른발을 뒤튼다.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아래에서 위로 왼 주먹을 올려쳤다.
발끝, 발목, 무릎, 허리 회전을 이용한 주먹이 놈의 턱에 작렬했다.
쩡!
크리스탈 잔이 깨지는 소리가 나며 놈의 입에서 핏줄기가 치솟았다.
핏줄기 사이로 보이는, 허공에 쏘아진 예쁘고 빨간 덩어리는 놈의 치아겠지.
칫솔질 열심히 하며 살았구나.
이빨이 참 많이도 튀어나온다.
“끄어억.”
한 방에 상황 정리다.
걸린 시간은 3분도 되지 않았다.
충격에 정신을 놓은 놈이 바닥에 쓰러졌다.
놈은 눈깔이 뒤집히며 흰자만 남아 있었다.
“후아.”
동시에 나도 숨 한 번 토하며 바로 섰다.
이제 몇 분이면 지원이랍시고 PWAT팀과 그 인간 탐지견 변신족이 오겠지.
아직 몇 분의 시간이 남았다.
난 순수한 호기심에 물었다.
“그것보다 작게도 변신할 수 있어?”
내 물음의 끝은 놈이 들고 가던 숄더백.
나와 싸우겠다고 한쪽에 던져 둔 그 가방이었다.
곧 가방이 꿈틀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