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Of the Unique Lineage RAW novel - Chapter 40
38. 네, 신입 사원 유광익
숄더백은 말이 없었다.
난 터벅터벅 걸어가 그 앞에 섰다.
주섬주섬 주머니를 뒤져 라이터를 찾았다.
올바른 신입의 자세를 갖추기 위해 담배도 안 태우는데 라이터를 갖고 다녔다.
선배와 선임이 원하면 언제든 불을 붙여 주기 위한, 담배를 피우지 않고도 소셜 스모킹 상황에 끼게 해 주는 고급 아이템이다.
“내가 배운 바로는.”
딱! 딱!
말하며 엄지로 발화장치를 누르며 라이터의 기능을 확인했다.
터보 라이터라 쉬이이익 하고 파란 불꽃이 예쁘게 올라오는 게 보였다.
“형태변환자는 강철의 질감을 표현할 수 있어도 진짜 강철이 될 순 없다고 하더라고.”
그렇게 말하며 쪼그려 앉았다.
어쩐지 숄더백이 겁에 질린 것처럼 보였다.
그래도 가방은 말이 없었다.
누가 보면 독백의 연기요, 좀 나쁘게 보면 정신 병원에서 탈출한 지 삼십 분도 안 되는 놈으로 보이겠지만.
난 확신했다.
상황을 살피고 확신을 가진 게 아니었다.
날카롭게 갈린 칼날 같은 직감과 육감이 말했을 뿐이다.
이 가방은 보통 가방이 아니라고.
그동안 교육을 통해 배운 이론이 내 직감을 뒷받침했다.
형태변환자는 외형을 바꾸는 초능력을 가졌다.
같은 능력을 갖췄다고 전부 같은 농도의 힘을 가졌을까?
불멸도 순혈과 혼혈을 나누고, 불멸과 변신의 혼혈인데도 성공적으로 혈통을 이은 나도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끔찍한 일이지.
아버지, 어머니야 모르고 한 일이지만, 잘못했으면 아들이 이도 저도 아닌 괴물 새끼가 될 뻔했다.
하긴. 얼마나 애태우며 날 낳고 기르셨겠나.
어릴 때는 동생 갖고 싶다고 참 많이 떼를 썼는데.
동생은 절대로 낳지 않는다고 결심한 이유, 이제는 알겠다.
무엇보다 내가 조금이라도 그릇된 생각이나 태도를 보일 때 왜 어머니가 그리 쉽게 주먹을 드셨는지도 알겠다.
바르게 자라야 했으니까.
나사 하나 빠진 놈이 되면 안 되니까.
신통한 주먹이다. 난 덕분에 일찍 철이 들었다.
체벌은 아이를 기르는 데 필요한 요소이며 교육 현장에서도 필수적인 과정이다.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한다.
하여간 불멸도 능력에 따라 가진 힘이 다르다.
초능도 같다.
아니, 초능은 더 하다.
형태변환자 중에서도 특출난 능력을 지닌 자들.
사물로 변하는 초능 특수종.
형태변환자의 진화형, 형태변환 2단계, 사물 변환이다.
그래서 결론.
쉬이이익.
라이터를 슬쩍 가방에 갖다 댔다.
움찔.
가방이 움직였다.
“쉬이이익.”
입으로 소리 내며 빈 라이터를 들이대는 순간.
“항복!”
숄더백이 말을 했다.
진즉에 이럴 것이지.
가방 중간에서 혀가 튀어나오고 치아가 보였다.
주둥이만 생겨서 말하는 모습은 어떻게 보면 무섭기까지 했다.
이 새끼는 할리우드 공포 영화에 출연시키면 대박 날 것이다.
실제로 형태변환자 중 일부는 특수분장 대신 영화계에 종사한다.
“궁금한 게 있는데.”
내가 말했다.
“라이터는 좀 치우고 말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난 순순히 주머니에 라이터를 수납했다.
천 원짜리다. 아껴 써야지.
“뭘 물어도 기대하는 대답은 없을 거다. 그건 내 커리어가 무너지는 일이라고. 하지만 거래는 가능하지.”
숄더백이 말을 이었다. 속사포 같은 랩이었다.
난 놈의 말을 무시하고 순수한 호기심을 담아 물었다.
“더 작게 변할 수도 있어?”
진짜 신기하단 말이지.
어떻게 사람이 겨우 요만한 크기로 변하냐고.
슬쩍 들어보니까 무게는 그대로다.
부피는 변하지만, 질량은 같다. 외피의 촉감은 바꾸지만, 라이터로 지지면 화상은 남는다. 그러므로 순수하게 외형만 바꾸는 거다.
신기해라.
“……뭐?”
“귀도 좀 꺼내, 잘 안 들리나 본데.”
“야, 아니, 그게 아니라 뭐가 궁금하다고?”
“더 작아질 수 있냐고.”
“……뭐 이런 새끼가 다 있어.”
숄더백이 말했다.
“뭐 인마?”
사람이 부드럽게 나오니까 슈크림으로 보이나.
어떻게 한 번 캡사이신 맛을 보여 줘야 하나.
“못 해. 이게 한계다.”
놈이 말했다.
“그래?”
그래도 신기하긴 하다.
“그럼, 사람으로 돌아와야지.”
내가 말했다.
놈, 아니 년이 곧 묵묵히 자신이 가진 초능을 내보였다.
우드드득.
뼈 맞물리는 소리가 들리는 걸 시작으로 그로테스크하며 신기한 변화가 내 눈앞에서 이뤄졌다.
가방에서 손이 튀어나오고 발이 나온다. 가방 겉면에서 눈깔이 툭 튀어나오더니 코가 생겼다.
쑤욱 하고 자란 머리카락이 가슴까지 내려왔고.
쭉 뻗은 하얀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그만 좀 쳐다봐.”
형태변환자가 말했다.
난 당당히 말했다.
“눈 돌린 틈에 튀게?”
“아까 너 달리는 거 봤거든. 난 빨리 못 달려.”
“못 믿지.”
볼록 솟은 가슴과 흰 다리와는 별개로 난 내 의무를 다해야 한다.
난 불특대이며 이 일에 최선을 다할 의무가 있다.
눈을 부릅떴다.
“변태 새끼가.”
형태변환자가 인신공격을 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쓰러진 놈의 겉옷을 벗기더니 대충 걸쳤다.
바지는 없었지만, 겉옷이 길어 얼추 가려지긴 했다.
브리핑 때 대리가 말했다.
이번 목표물은 우체부라고.
영어로는 포스트맨이라고도 부른다. 이 경우에는 포스트우먼이려나.
하여간 우체부, 이건 속어고.
풀어서 설명하면 이들은 자유 계약 용병이며.
정보나 중요한 문서를 나르는 일을 한다. 보통 형태변환자가 많이 종사하는 직종이라고 했다.
뒤에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와 함께 현장에 있던 이들이 이곳으로 몰려왔다.
빠져나갈 수 없음을 안, 우리 우체부 양의 눈꼬리가 밑으로 쳐졌다.
꽤 예쁘장한 얼굴이다.
그런데 궁둥이가 좀 작았다. 유심히 본 결과 외모가 내 이상형은 아니다.
이번에는 이상형이라도 문제다.
말이 자유 계약 용병이지, 이쪽은 반은 범죄자다.
그러니까 이렇게 잡으러 오는 거고.
“뭘 보는 거야.”
의외로 우미호가 가장 먼저 도착했다.
그녀가 날 보고 물었다.
“타깃.”
담백하게 답하니, 그녀가 답했다.
“변태.”
“내가 왜?”
우미호는 답하지 않았다. 대신 타깃에게 다가가 수갑을 내밀었다.
초능력을 억제한다는 특수한 금속의 수갑이었다.
그걸 채우고.
곧 다른 이들도 모였다.
거기에는 분석팀 대리님도 있었다.
“베타 셋, 상황 보고합니다.”
상황이 끝났으니, 상관에게 보고는 기본이다.
일어난 일을 간추려서 말했다.
PWAT 팀장이 쓰러진 남자를 살폈다.
“이자를 그쪽 팀원이 잡았다는 겁니까?”
말투가 딱딱했다.
굳이 숨길 일도 아니었다.
“네, 운이 좋아서.”
말이 운이 좋아서지, 난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다.
불멸이니 생채기가 생겼어도 재생했겠지만, 신색이 지쳐 보인다거나 괴로워 보인다거나 하는 기색이 전혀 없다는 거다.
힘든 척이라도 할까? 굳이? 그럴 필요를 못 느꼈다.
“음.”
PWAT 팀장이 짧은 신음을 흘렸다.
우미호가 쓰러진 작자의 얼굴을 살피고 제일 늦게 잘생긴 개나리가 도착했다.
“상황 종료다.”
내가 친절하게 말해 줬다.
“이 몸이 했다.”
이건 작게 읊조렸다.
“꺼져.”
잘생긴 개나리의 한마디가 칭찬으로 들려서 콧노래를 들려줬다.
광익이가 랩을 한다. 호옹, 호옹, 호옹.
“미친 새끼가.”
기남이 평소보다 한마디를 더 했다.
내 노력의 결과였다. 자식, 내 노래가 듣기 좋았구나.
전부터 느낀 건데 이 새끼는 이상하게 공적에 집착한다. 오티 때도 성적에 집착 쩔었다.
노력도 그만큼 하긴 했다. 진짜 피를 토하며 사는 놈이다.
그래서 더 놀리는 맛이 있지.
“아, 의도치 않게 제가 이런 일을 했네요.”
뒤통수를 긁으며 괜히 분석팀 대리에게 가서 말했다.
“운이 좋았습니다. 칭찬은 됐습니다.”
마저 말을 이었다.
대리님은 아직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내가 또 눈치가 보통 빨라야지.
그래서 적당히 먼저 말해 준 거다.
“어, 잘했다.”
대리가 답했다. 어쩐지 떨떠름한 것 같아 보니 그는 PWAT 팀장이 보는 곳을 보는 중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쓰러뜨린 그놈을 주시하는 중이다.
싸움 더럽게 못 하던데.
일단 할 말은 마저 해야 했기에 입을 마저 털었다.
“전 한 명 찾아냈다고 신나서 주변을 둘러보지 못하는 머저리가 아닙니다.”
까드득.
정기남의 어금니 맞물리는 소리가 아름다운 시 한 구절로 들리는구나.
옳다구나, 좋다, 매우 좋다.
“가볍군요.”
PWAT 팀장이 중얼거렸다.
“불특대 치고는 좀 가볍네.”
“그러게.”
남은 초능 대원 둘이 말을 주고받았다.
뭐가 좀 가볍다는 거냐? 정기남과 비교해서 가벼워 보인다고?
에이, 그건 아니지. 상황 끝났으면 긴장을 푸는 것도 일이다.
불멸은 감각을 끌어올릴수록 다시 본래의 텐션으로 내리기가 힘들거든.
적당한 농담, 풀어진 분위기, 안정된 장소가 필요했다.
난 그중에서 두 개의 조건을 먼저 시도했을 뿐이다.
“너 재밌다.”
변신족은 오히려 날 보고 호감을 표시했다.
괜찮다. 그 호감 넣어 둬.
남자의 호감 따위.
“제가 좀 겸손한 편입니다.”
적당히 말하니.
그제야 분석팀 대리가 날 보며 물었다.
“베타 셋, 네가 잡은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었나?”
“다 알고 보낸 거 아니었어?”
그 물음에 나 대신 형태변환자가 물었다.
몰랐는데.
아니, 그냥 적당히 힘 좋은 초능력자 아니었다.
“3급 수배범, 나두팔, 통칭 코뿔소.”
분석팀 대리가 말했다.
아무리 철저하게 교육받았다고는 해도, 현시대에 날뛰는 모든 범죄자를 알 순 없다.
하물며 나두팔의 출현은 여기에 있는 누구도 예상 못 했다.
“맞습니다. 3급 수배범 나두팔. 현상금 붙은 범죄자죠.”
PWAT 팀장이 재차 확인하듯 말했다.
어, 음? 이게 뭐냐.
“저 친구 좀 치는데, 꽤 하는군요. 불특대 대원님.”
안경 쓴 변신족이 말했다.
“아, 네. 뭐.”
진짜 대충 답했다. 3급 수배범이라고?
내가 배운 바대로라면 3급 수배범은 최소 테러 단체와 연관되어 있거나 살인 경험이 있는 놈이다.
또는 그에 준하는 범죄를 저질렀거나.
가령 기밀을 빼돌리는 해커 따위가 그런 수배범이 된다.
쓰러진 새끼는 아무리 봐도 해커로 보이진 않으니, 힘쓰는 종류의 일을 할 거고.
고로 살인과 폭력을 일삼는 전문 범죄자란 소리였다.
그런데 그런 것치고는 지나치게 약하지 않았냐.
“혈투였겠지?”
“불멸이라 상처가 없는 거지.”
남은 초능 대원 둘의 대화가 귓가에 들렸다.
아닌데.
한 방이었는데.
그걸 말해 줄 필요는 없었다. 난 묵묵히 뒤로 빠졌고.
“칫.”
정기남이 혀를 차는 소리를 처음 들었다.
그건 꽤 기분 좋은 일이었고.
쓰러진 놈을 보며 다른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나 좀 하나?
3급 수배범을 한 방에 보낸 남자, 유광익.
꽤 괜찮은 수식어가 아닌가.
하물며 여기에 현상 수배범을 잡았기에 세금을 떼고 돈도 들어온다.
이놈을 쫓은 건 우연이었다.
내가 이쪽에 가까웠고, 대리님이 시켰다. 그게 아니었다면 난 안쪽 상황에 난입했을 것이다.
그때 내 판단으로는 안쪽이 더 위험했으니까.
“잘됐네.”
대리님이 날 보고 웃는다.
그 눈을 보는 순간, 난 알았다. 우연이 겹치긴 했어도 의도가 뒤따른 일이라고.
그러니까 저 대리님은 날 이쪽으로 보낸 거다.
뭘 기준으로?
이전에 블랙홀을 막고 현재 이중봉 팀장과 매일 어울리는 시간.
그 모든 게 대리님에게는 날 파악하는 시간이었을 거다.
자연스레 여기까지 생각이 미쳤다.
분석팀 대리가 이곳 작전을 맡은 이유.
신입 셋을 컨트롤하는 능력.
그가 했던 사고의 과정.
모든 일에는 결과가 있다. 결과 이후 원인을 따지는 건 생각보다 쉽다.
난 이 일의 결과에 서 있었기에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역시 직급은 아무나 따는 게 아닌가 보다.
날 여기로 보낸 건 저 대리님이었다. 만약 이 도망가는 새끼가 주요 인물일 수도 있으니까 대인 격투 능력이 가장 뛰어난 신입을 보낸 거지.
“자, 그럼 정산 좀 하죠.”
“정산?”
대리님이 말하자, PWAT 팀장이 되물었다.
“타깃은 저희가 잡았습니다. 계약 조건은 그게 아니었는데요? 무력적인 개입이 아니라 서포트였습니다. 아닙니까? 하물며 우리 쪽 대원은 제대로 된 장비도 없이 맨몸으로 나섰습니다.”
강희모 대리님은 허술하게 웃으며 서글서글한 미소를 보이던 남자였다.
하지만 상황이 변하니 그도 불멸특수대 작전 책임자로서의 모습을 보였다.
이게 바로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란 거다.
“불멸이 맨몸으로 싸운 게 뭐 대수라고.”
초능 팀장이 불만을 토했다.
대리는 픽 웃으며 답했다.
“이걸 그냥 날름하시면 안 되죠.”
목표물, 타깃은 내가 잡았다.
곧 불멸특수대가 잡은 거다.
“……좋아요.”
PWAT 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진 싸움이다. 대신 그녀는 다른 질문을 던졌다.
“대신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처음 볼 때부터 생각한 건데, 빨간 립스틱이 참 잘 어울리는 미녀다.
“저 친구 직급이 뭐죠?”
그 미녀가 날 향해 손가락을 보였다. 네일아트 대신 짧게 자른 손톱이 보였다.
되게 대단한 걸 물은 것 같지만, 별일 아니다.
비밀도 아니고.
대리님이 날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답하라는 거겠지.
“네, 신입 사원 유광익.”
여기서 딱 한 가지 실수는 이름을 말했다는 것뿐이었다.
매일 회사에서 관등 성명을 대다가 생긴 버릇이었다.
아차 싶었지만.
“으흠.”
이미 다 들은 뒤였다.
빨간 립스틱 팀장도.
그 뒤에 선 변신족 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