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Of the Unique Lineage RAW novel - Chapter 38
36. 예민함 (2)
“몰라.”
대충 답하는데 그녀가 답을 줬다.
“그 예민함 때문이야.”
예민함? 불멸은 전부 예민하다.
정기남은 그중에서도 특별나게 예민한 편이지.
그래서 뭐? 예민 보스라고 특별 취급한다고?
그건 아니지.
회사가 무슨 자선단체도 아니고 필요하니까 특별 대우다.
혼혈과 비교할 수 없고 순혈 중에서도 특별하다 취급을 받으며.
우리 팀장에게는 우리 기남이라고 불리는 새끼다.
원인이 있으니 결과가 있고 이유가 있으니까 현재가 있는 거다.
눈에 보이는 현실도 그렇다.
나는 밖에 있고 저 새끼는 안에 있다.
그리고 그 차이는 예민함이라고 한다.
그럼 그 예민함이 무슨 차이를 불러올까?
그게 이유가 되겠지. 특별 대우의 이유.
난 예민한 개나리가 택한 놈을 주시하면서 생각에 잠겼다.
놈도 이상한 걸 느꼈는지, 곧 걸음을 멈췄다.
예민함, 예민함, 같은 생각에 몰두했다.
나와 저 개나리와의 차이, 우미호와 개나리의 차이, 오티 때도 계속 잠을 못 자던 정기남.
그 예민함이 주는 건?
고민은 길지 않았다.
꽉 막힌 벽을 허무는 기분과 벽 너머의 사실과 진실이 보였다.
예민하다는 건 뭔가, 자극에 대한 반응, 느끼는 능력이 남다르다는 것이다.
고로 그건 감각의 확장을 말한다.
기척 죽이기와 기척 속이기 같은 불멸의 비전을 배울 때 다른 이들이 한 달 걸릴 걸, 기남은 며칠이면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애초에 감각을 통해 느끼는 농도가 다르니까.
그에게는 물이 다 같은 물이 아니고.
돌이라고 다 같은 돌이 아니다.
모든 것에서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순혈, 그중에서도 명문이라 불리는 불멸의 힘 중 하나.
그 힘이 그런 것이다.
“아들, 불멸의 힘이 강하다는 건 엄청 예민하다는 거다. 보통 그런 애들은 성격이 지랄맞지. 우리 아들은 안 그래서 다행이다.”
아버지가 지나치며 한 말이 떠올랐다. 그때 아버지는 안도하면서도 아쉬워했다.
왜? 안도는 그렇다고 해도 아쉬움은 왜 가졌나.
과외 선생을 통해 내 재능을 들었을 때 아버지는 기뻐하셨다.
불멸의 피가 제대로 이어졌다고.
하지만 그러면서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 이유를 알았다.
아버지가 가진 불멸, 순혈의 힘 중 일부가 이어지지 않을 거라는 걸 아신 거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
기척 죽이기와 기척 속이기 둘 다 난 참 쉽게 배웠단 말이다.
즉, 난 감각을 조절하고 확장하는 일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머릿속에 벼락이 친다거나 대단한 걸 발견했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본래 알고 있었지만, 의식하지 않았을 뿐이다.
시력 교정 수술을 하고서 자기도 모르게 안경을 의식하듯 콧잔등에 손을 올리는 것처럼.
이미 알았지만, 새삼 깨달았다.
저거 나도 가능하다.
방금 정기남이 보인 예민함, 저걸 그대로 가져올 순 없지만, 임의로 흉내는 낼 수 있었다.
배운 것과 몸에 숨은 힘이 교차하며 내 피에 각인된 불멸의 힘이 말했다.
정기남과 나와의 차이를 인지하게 했다.
정기남의 예민함을 대신할 특화된 감각, 집중력을 높여 해결한다.
불멸의 감각은 일반인이 보지 못하는 걸 보게 하고 듣지 못하는 걸 듣게 하며 느끼지 못하는 걸 느끼게 한다.
그럼 그 불멸 중에서도 특별히 예민한 새끼라면?
혼혈이나 일반 순혈이 느끼지 못하는 걸 볼 수도 있겠지.
정기남이 한 일은 그거였다.
그와 동시다. 난 알았고 느꼈고, 이해했다.
구조를 이해한 순간, 나도 할 수 있었기에 곧바로 시도했고 적용했다.
몇 번의 시행착오가 감각을 헤집었다.
이건 아니고, 이렇게 하면 되고.
보고 듣고 느끼는 것에 집중한다.
세밀함을 파고든다. 예민함을 받아들인다.
아니, 난 예민함이 아니라 감각의 확장이자, 보는 모든 것을 주시하는 집중력이다.
평소에 의식하며 보지 않았지만, 의식을 뿌려서 스스로 만든 가상의 예민함이다.
그 모든 과정이 한 번에 이뤄졌다.
어떤 문제든 처음 보는 문제는 어렵다.
하지만 해결하고 나면.
답안지를 보고 나면.
그 구조와 과정이 쉽게 느껴지는 법이었다.
나도 그랬다.
더 집중하고 더 예민하게 깨우면 될 것을.
이미지를 떠올렸다.
숫돌에 수없이 날을 세우는 칼날을 연상했고 그 칼날을 사방에 뿌린다.
칼날이 정기남이 집은 놈을 찔렀을 때, 나도 알 수 있었다.
저 작자가 왜 다른지.
몸짓, 손짓, 걸음 모든 것을 본 뒤에 느껴지는 직감 한 자락.
저자는 이곳에 돌아다니는 일반 사람과 다르다.
이유는 모른다. 직감이 그리 말한다. 육감과 직감의 영역이다.
수없이 지나치는 사람 중에서 유일하게 홀로 다르다.
굳이 비슷한 사람을 찾자면 PWAT에서 나온 이들과 같다.
그러므로 초능력자.
그렇게 사방으로 칼날을 뿌린 사이.
내 불멸 레이더에 뭔가가 더 걸려들었다.
“음.”
나도 모르게 짧은 신음을 흘렸다.
이게 진짜고 틀린 게 아니라면.
주저는 없었다.
“베타 셋, 상대 하나인 거 맞습니까?”
인이어 무전기를 통해 내가 물었다.
* * *
내 감각에 걸리는 숫자는 하나가 아니었다.
지금 정기남이 상대에게 집중하기에 느끼지 못하는 빈틈.
그 빈틈을 파고드는 기척이 있었다.
“무슨 소리야? 잘못된 정보는 작전에 위협을 줘. 신중하게 말해.”
바로 앞에서 우미호가 말했다.
혼란을 가져오지 말란 소리인데.
설명할 시간 따윈 없었다.
내 눈이 공항 안쪽을 훑었다.
잠깐 훑는 것만으로 확장된 감각이 동시에 일어나는 일을 차례로 정리했다.
“잠시만요.”
PWAT 요원 중 하나가 목표물을 향해 말을 했다. 목표물이 멈춘다.
PWAT팀 셋이 그를 둘러싼다.
돌아다니는 이들 옆으로 사람의 장벽이 세워지고, 무장한 보안요원이 주변 사람을 물리며 말한다.
“긴급 상황입니다. 시민 여러분의 협조를 부탁합니다.”
사람을 밀어낸다.
순식간에 중앙에 공터와 같은 공간이 생긴다.
공항 내부에 생긴 인간이 들어올 수 없는 공터.
그 공터를 빙 둘러싼 사람들 대다수가 호기심에 눈을 빛낸다.
본래라면 여기서 저 작자 하나 체포하면 모든 일은 끝난다.
형태변환자 하나에 PWAT팀 팀원 셋과 변신족 둘, 불멸자 셋이 현장에 나왔고.
그 외에 외부 상황실에도 각 팀장이 자리 잡고 있다.
대신 보안요원을 제외한 경찰 특공대팀은 없다.
도둑 하나 잡으려면 경찰 인력은 그보다 몇 배는 필요하다.
언제나 지키는 쪽이 불리한 법이지만, 이번 경우는 조금 달랐다.
상대를 특정할 특수종, 움직이는 센서이자 탐지견이 된 불멸자와 변신족이 있었고.
직접 싸울 초능 친구들도 있었다.
범죄자 하나 잡기에는 차고도 넘친다.
그런데 하나라고 생각한 놈이 하나가 아니라면?
확장된 감각이 조여들며 다시 본래대로 돌아왔다.
“야.”
우미호가 내 팔을 잡았다.
“베타 셋, 타깃 제외 적으로 추정되는 기척 감지.”
“무슨 짓이야.”
미호가 다시 말했다.
분석팀 대리이자 현 작전 팀장님은 말했다.
작은 낌새도, 작은 불안함도 무시하지 말라고.
정기남의 예민함을 흉내 낸 거? 그래, 내가 틀릴 수도 있다.
그럼 어떠냐.
틀렸다면 반성문 몇 장 더 쓰지 뭐.
아직 우리 팀장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많다.
반대로 내가 맞다면.
“현장 지원합니다.”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상황이 급변했다.
“많이도 오셨네.”
형태변환자가 말했고.
“다가오시면 안 됩니다.”
기웃거리며 스마트폰을 들이미는 시민을 밀어내던 보안요원이 갑자기 몸을 돌렸다.
그 요원의 손에는 기관단총이 들려 있었다.
총구가 아군을 향한다.
저 기관단총은 당연히 장전되어 있겠지? 조종간이 연발로 되어 있다는 거에 내 동정을 걸 수도 있다.
“……야?”
바로 옆에서 그걸 보던 다른 요원 하나가 눈을 깜빡이며 말하고.
드르르르륵!
시이발, 총구가 불을 뿜었다.
변신족 둘이 제일 빨랐다. 총구가 불을 뿜기 직전 놀라운 속도로 좌우로 내달렸다.
그대로 제 몸을 기둥과 바로 곁에 있던 부스에 숨겼다.
정기남이 앞으로 나섰다.
불멸의 육체는 저런 총탄 따위 우습게 받아 낸다.
몇 발은 탄이 기남의 몸을 뚫었다.
지지리도 운이 없는 초능 특수대원 하나는 어깨에 총알을 맞고 신음을 토했다.
다행히 기남 덕분에 나머지 초능 대원 둘은 총탄에 맞지 않았다.
멀다.
단숨에 달려가서 제압하긴 너무 멀었다.
거기에 그 한 놈도 아니었다.
스마트폰을 들고 있던 시민 놈이, 요원이 만든 인의 장벽을 뛰어넘었다.
저건 뭐냐.
운동 신경이 남다르네.
초능 중 하나로 보였다.
빨랐다.
뛰어넘어서 내달리는 속도에 잔상이 남을 지경이었다.
놈이 달리며 주먹을 뻗고 남은 초능 대원 중 하나가 그걸 막았다.
그 대원의 피부 위로 반투명한 막이 생기는 것처럼 보였다.
꿍.
물속에서 폭음이 터진 것처럼 묵직한 소리가 울렸다.
주먹과 무형의 막이 만나는 자리에서 공기의 파문이 물결처럼 퍼지며 주먹이 멈췄다.
무형의 장벽, 염동력자다.
“베타 하나, 전부 사이커.”
정기남이 말했다.
사이커, 초능 특수종을 부르는 명칭이다.
그와 동시에 불길한 감각이 뒤통수를 찔렀다.
통신기를 켤 필요도 없이 고개만 뒤로 살짝 꺾어 말했다.
“옆.”
우미호가 내 뒤로 바짝 따라붙다가 고개를 숙였다.
혼혈이라 피가 옅어졌다고는 해도 이쪽도 불멸이다.
자신을 향한 공격에는 반응하는 법이다. 바닥을 구른 미호가 공격을 피한 채로 땅을 쓸어 찼다.
그 공격에 발목을 얻어맞은 놈이 쿵 하고 넘어졌다가 곧바로 일어나는 게 보였다.
“같잖은 혼혈.”
상대가 말하는 게 들렸다.
난 무시하고 달렸다.
그런데 이제 어쩐다. 다 일일이 쓰러뜨려?
지금 그게 가능한가? 적아를 구분하는 거야 할 수 있다지만, 총을 갈기자마자 사방으로 찢어지는 놈들이다.
총 몇 놈이냐, 뭘 쫓아야 하는 거지?
“베타 제로, 셋에게 통신, 좌측 게이트 8번 쫓는다. 목숨에 위협을 받지 않는 수위까지 전투 허용. 베타 하나는 피해 범위 보고. 베타 둘은 상황 인지 보고.”
괜히 회삿밥 먹으면서 대리 단 게 아니다.
정기남, 이 쌉개나리 새끼는 무시했지만, 대리님은 능력자였다.
그는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도 당황하지 않았고 할 일을 나눴다.
“베타 제로, 현 상황부로 현장 진입.”
통신 수신 완료.
명령은 내가 할 일을 정해 줬다.
내가 잡을 놈은 저기, 저놈으로 정했다.
막 게이트 8번을 빠져나가는 개자식.
아까 총을 갈기고 도망가는 놈이다. 달리며 옷을 벗어젖히고 던진다.
탄을 전부 쓴 총도 던져 버린다.
도주 속도는 빠르지 않았다.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그렇다.
장·단거리 육상 올림픽에 나갔다면 어지간한 메달은 쓸어왔을 이 유광익의 백만 불짜리 다리를 이길 정도는 아니란 거지.
광익이 다리는 얼마짜리?
백만 불짜리!
텅!
바닥을 박차고 달렸다.
목표를 향해서 뛰며 앞을 막는 사람은 피했다.
“꺄아아아악!”
중간중간, 이 상황에 어울리는 비명이 들렸고.
“와아악! 테러다!”
패닉에 빠진 시민의 거짓 정보도 들었다.
그런 이 중 하나가 눈앞에 훅 확대됐다.
우아아아악이라고 비명을 지르고 싶은데 너무 놀라 눈을 부릅뜬 채, 나만 바라보는 중년의 남자다.
이대로라면 내 몸에 부딪혀 쓰러지는 볼링핀 중 하나가 될 거고.
어디 뼈마디 하나는 부러지겠다.
달리며 몸을 낮췄다가 땅을 박차 점프, 앞에 있는 사람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톡 누르며 그대로 넘는다.
속도는 하나도 줄지 않은 채, 그대로 쏘아지는 몸이다.
짐을 가득 실은 카트가 앞을 막는다.
난 달리는 속도 그대로 카트를 잡아채 옆으로 밀었다.
끼기기긱!
카트가 밀리며 바닥에 까만 자국을 남겼다.
호흡을 조절하며 달리니 금세 목표가 가까워졌다.
놈이 슬쩍 뒤를 돌아봤다.
겁, 두려움, 놀람 따위의 감정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똥파리를 보는 귀찮은 눈빛은 참 예상 밖이다.
이 새끼가 눈빛이 개 같네.
넌 잡히면 시발 팀장이라고 생각하고 패준다.
난 내달렸고.
내 귀로 그제야 우리 개 짱 멋진 대리님의 명령에 순응한 두 개나리의 말이 들렸다.
“베타 하나, 왼팔 총상 두 곳, 오른쪽 허벅지 한 곳 총상, 전부 관통상입니다.”
정기남이다.
일반인 코스프레, 그러니까 위장을 위해서 방검방탄복을 챙겨오지 않았기에 생긴 일이다.
“베타 제로, 베타 하나는 뒤로 빠져서 상황 주시, 새로운 적 출현과 습격 대비한다.”
이건 대리님.
“베타 하나, 싸울 수 있습니다.”
“베타 제로, 명령이다.”
“베타 하나, 현 상황에서 제가 빠지면 위험합니다.”
정기남, 이 새끼, 말 더럽게 안 듣네.
우미호가 중간에 통신을 날렸다.
“베타 둘, 습격 상황 발생, 함정은 아닙니다. 목표물을 빼돌리기 위한 급조된 상황으로 파악, 우선 목표는 형태변환자의 확보입니다. 파악된 습격자의 숫자는 일곱입니다.”
“말 들어라. 신입.”
마지막 대리님의 한마디는 통신기를 통해서 들린 게 아니었다.
육성이다.
쫓는 놈은 잡을 수 있다. 확신이 들었다. 속도를 가늠해 봤을 때 가능했다.
그래서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슬쩍 뒤를 돌아봤다.
꽝!
아까 양쪽으로 갈라지며 튀었던 변신족 하나가 정장을 입은 채로 우미호를 공격한 놈의 옆구리를 미들킥으로 날리는 모습과.
막 전장에 도착한 대리가 움직이는 게 보였다.
와. 시발.
상대는 일곱.
내가 쫓는 놈은 일단 일 벌이자마자 제일 먼저 튀었고.
나머지 몇 놈은 남았는데, 그놈들이 정기남과 나머지 초능 대원을 위협하는 중이었다.
그 상황 속에서 우리 대리님이 난입했고.
우득!
기척 죽이기로 다가가 한 놈의 목을 꺾고 시작했다.
목이 꺾인 놈이 다리가 풀리고 거품을 물며 바닥에 허물어진다.
“시발 새끼가.”
흥분한 적이 한 뼘은 너끈히 넘는 길이의 나이프를 꺼냈고.
그걸 본 대리는 가슴팍에 단 홀스터에서 권총을 꺼냈다.
글록 17, 불멸 대부분이 가장 사랑하는 권총.
탕.
한 방에 미간 관통이다.
자비도 없고 고민도 없다.
“제압한다.”
대리가 말하고 상황을 점령했다.
그 뒤로 상황실에 있던 초능 팀장도 들어와 외쳤다.
“그 새끼 찾아!”
딱 여기까지 보고 다시 내 일에 집중했다.
내가 할 일은 이놈을 쫓는 거니까.
쫓던 새끼의 등판이 보였다.
참 넓네.
근데 저 새끼 옷도 벗고 총도 버렸는데 웬 숄더백을 들고 있냐.
미친 새끼의 속을 누가 알리.
그냥 조지면 될 것을.
“야, 같이 가자아.”
난 적에게 조르며 달렸다.
그 등이 금세 잡힐 듯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