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Of the Unique Lineage RAW novel - Chapter 392
386. 진화
이중봉이 멜팅 블랙홀에서 묘한 인베이더를 만나고 대략 20분이 지난 뒤였다.
강릉 외곽, 논밭 한가운데에 홀이 나타났다.
문제라며 멜팅 현상이 없는 홀이라는 것.
최근 99% 이상의 빈도로 나타난 녹는 게이트 대신 제대로 된 구멍이 뚫렸다.
쩍!
균열이 일고, 그 안에서 미지의 어둠이 고개를 들이민다.
경보음과 동시에 출동한 병력이 그 앞에 대기했다.
PWAT팀이었다.
팀장은 블랙홀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무전으로 본부에 보고했다.
“게이트 오픈됩니다. 병력 대기 중, 수치 팔천.”
‘수치는 만 아래.’
일반 게이트에 비하면 월등히 높다.
기묘한 긴장감이 주변을 메웠다.
PWAT 베테랑 팀장은 호흡을 고르며 상황을 주시했다.
“열립니다!”
부하가 외쳤다. 균열이 생기고 깨지며 홀이 열린다.
언제 봐도 신비한 장면이었다.
물론 저 신비함 뒤에는 끔찍한 위험이 도사리지만.
그들은 NS에서 구매한 레일 건으로 무장했다.
휠 나이트가 나와도 머리통에 구멍을 낼 수 있었다.
그만한 전력이었다.
팀장은 어쩐지 공기가 눅눅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몸이 처지는 기분도 들었다.
‘너무 긴장했나?’
묘한 불쾌함이 감돌았다.
그 순간이다. 홀 안에서 빛이 번쩍였다.
불의의 일격이란 말이 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공격이란 말이었다.
달리 말하면 기습이라고 해도 좋았다.
총구를 겨눈 무리는 홀이 열린 뒤에 나오는 인베이더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홀 안에서 인베이더 대신 불덩이가 튀어나왔다.
“배리어!”
불덩이를 보자마자, 팀장이 짧게 끊어 외쳤다.
팀원 넷이 반사적으로 방어막을 펼쳤다.
콰-앙! 화르르륵!
무형의 방패가 불덩이를 막았다.
유리막 따위에 막힌 불길이 터지며 사방으로 퍼졌다.
막긴 했지만, 일부만 막았을 뿐이었다.
나머지 팀원은 불덩이가 터지는 범위 안에 있었다.
불꽃에 휩싸인 팀원이 비명을 지른다.
불행히도 이게 끝이 아니었다. 홀 안에서 또 다른 불덩이가 나왔다.
이번에는 대비했기에 배리어의 범위가 정확히 불꽃을 막았다.
타오르는 불꽃의 덩어리가 다시금 배리어를 후려친다.
꽈-아아앙!
조금 전보다 배는 큰 폭발음이 터졌다.
고막이 나갈 것 같았다.
“부상! 부상입니다!”
“시발, 뭔데!”
“배리어 내리지 마!”
“갈겨! 갈겨!”
레일 건을 난사하자 과열된 총기에서 스파크가 튄다. 파란 스파크와 함께 전기력을 머금은 총알이 무서운 속도로 홀을 갈겼다.
두두두두두둥!
홀 앞에는 창백하다 못해 푸른 손이 나와 있었다.
그리고 그 손 앞에는 몇 겹의 방어막이 보였다.
총알을 막으며 깨진 보호막의 흔적도.
‘……헥사곤 필드?’
육각의 형태를 이루며 만들어 내는 마법사의 전유물.
주문이었다.
팀장은 혼이 나갈 것 같았다.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이 머릿속에 박히지 않았다.
그래도 그는 리더.
판단력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퇴각은 의미 없다.’
배리어 능력이 있는 능력자는 고작 넷이었다.
그중 하나가 이미 코피를 줄줄 흘리고 있다.
‘막을 수 없다면.’
그 주체를 부수면 될 일.
팀장이 말했다.
곧 PWAT 팀원 전원이 레일 건을 연사로 갈겼다.
마법 보호막? 좋다 이거야.
그게 물리력을 막는 데 특화되어 있던가? 막아 보라지.
이 정도 화력을 그냥 무시할 수 있는 보호 주문이 몇이나 될까.
뜨드드드, 쩡!
보호막 따위를 무시한 화력이 쏟아졌다. 금세 금이 간 헥사곤 필드가 조각나며 팡 소리와 함께 터지듯 깨졌다.
총알 세례가 계속되는데도 홀에서 인베이더가 튀어나왔다.
당연하게도, 나오자마자 놈의 전신은 벌집이 됐다.
한순간이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알아보지 못할 만큼, 전신에 총알구멍이 가득 생겨났다.
팀장은 구멍 난 인베이더를 관찰했다.
전체 형태는 망가졌지만, 그 흔적은 여실히 남았다.
터지지 않은 인베이더의 안구가 데굴 구르며 자신과 눈을 마주쳤다.
‘망토?’
붉은 피, 푸르스름한 피부, 그리고 빨간 눈동자.
생김새가 인간과 비슷했다.
하지만 인간과는 확실히 달랐다.
전신에 구멍이 난 놈이 비명을 내질렀다.
끼이이이익!
짐승의 비명이다.
놈은 그리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을 기었다.
핏자국이 홀에서 앞으로 이어졌다.
‘질리는군.’
생명력이 무시무시한 놈이었다.
저렇게 되고도 단숨에 죽지 않는다.
지켜보던 팀원 중 하나가 염력으로 나이프를 던져 머리통에 꽂았다.
놈은 그러면서도 꿈틀거렸다.
‘약점이 따로 있을지도 모르겠어.’
어쨌든 놔두면 죽을 것이다. 또는 전투 불능이다.
문제는 저놈이 하나가 아니라는 것.
“판독기가 반응합니다! 2차로 나옵니다!”
‘몇 마리나 나오려나?’
지금은 알 수 없지만, 그들이 할 일은 하나였다.
“갈겨.”
남은 총탄으로 나오는 족족 구멍 뻥뻥 뚫린 걸레 조각으로 만드는 것.
다음에 나온 놈은 생김새는 비슷했으나, 망토가 없었다.
다리 사이에 생식기가 없었고, 옆구리에는 물고기의 아가미 비슷한 숨구멍 따위가 보였다.
알몸의 인베이더였다.
‘입으로 숨 쉬는 게 아니군.’
팀장은 나중을 위해 인베이더 정보를 머릿속으로 되새겼다.
비슷한 종류로 보이는 인베이더가 족족 나왔다.
그럼에도 아까보다는 한껏 여유가 생겼다.
여유가 생긴 덕에 팀장은 인베이더가 나오는 흐름 또한 살필 수 있었다.
‘특이종 양산?’
특이종이지만, 같은 종류다.
인베이더가 이런 것도 가능했던가?
어쨌든 화력은 이쪽이 우위였다.
멍청하게 정면으로 나오는 놈을 상대하는 거라면 이쪽이 확실히 우월…….
“으악!”
비명이 들렸다. 뒤쪽이었다. 팀장이 뒤로 고개를 돌렸다.
‘!’
놀람 외에는 표현할 말이 없었다.
분명 바닥을 기던 놈이다.
그걸 보던 팀원 중 하나가 머리통에 나이프까지 꽂았던 놈.
그놈이 망토로 몸을 가리며 일어서 있었다.
“고속 재생?”
멍한 눈으로 팀장이 말했다. 그 말 그대로였다.
나온 놈의 몸은 빠르게 아무는 중이었다.
부글부글 거품이 일며 피부가 생기고 신경 줄기가 이어진다.
머리에 꽂혔던 나이프가 밀리며 빠진다. 놈은 팀원 하나의 목과 가슴팍을 물었다.
피를 쭉쭉 빠는 중이었다.
주둥이가 악어처럼 벌어졌고 그 입이 어깨부터 목, 가슴까지 깨물었다.
“사, 살려…….”
잡힌 팀원이 입술을 달싹였다.
“쏴! 쏴!”
누군가 외쳤다. 팀장이 할 말을 대신했다.
두두두두둥!
다시 총탄이 뒤를 갈겼다.
놈이 헥사곤 필드를 발동, 총탄을 막으려고 발버둥 쳤다.
하지만 필드가 금세 깨졌고 몸에는 또 구멍이 숭숭 뚫렸다.
“끄악!”
팀장은 이번에야말로 혼이 나갔다.
그는 반응하지 못했다.
다시 뒤쪽.
홀의 앞, 나신의 괴물이 몸을 재생하며 달려든다.
팀원 일부가 초능을 발동했고, 싸웠다.
칼로 베고 찌르고 태우고 얼렸다.
그리고 홀에서 나온 인베이더는 고속 재생과 함께 그들의 피를 빨았다.
나온 숫자는 총 여덟.
PWAT팀은 접전 끝에 전멸했다.
전뇌공주는 체력 단련을 제하며 인터넷 세상을 유영하는 게 전부였다.
그게 그녀의 취미였고 일이었으며, 모든 것이었다.
그 덕분에 그녀는 그들이 죽는 걸 볼 수 있었다.
‘다 죽었어.’
나온 인베이더는 곧 주변을 둘러보더니, 옆구리에 붙은 아가미를 씰룩였다.
그러더니 한쪽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PWAT팀 전멸 소식은 이미 전달됐을 거다.
그럼 이 무리가 움직이는 곳은?
곳곳에 놓인 폐쇄 회로 카메라가 그녀의 눈이 된다.
곧 그들이 향하는 곳이 보였다.
농가였다.
놈들은 인간을 찾아 움직이는 중이었다.
그 순간, 펑- 하고 그녀의 눈을 대신한 회로 일부가 끊겼다.
‘카메라를?’
인베이더 무리가 그녀의 눈이 된 것을 정확하게 부쉈다.
손에서 얼음이나 불을 내던지면서.
‘주문이다.’
아까도 봤지만, 이제는 확실했다.
인베이더가 주문을 쓴다는 것.
이유? 모른다.
하지만 하나는 명확했다.
이대로 놔두면 사람이 미친 듯이 죽어 나간다는 것.
전뇌공주는 웹상으로 NS 간부의 위치를 찾았다.
대표가 가장 가까웠다.
그녀는 곧 대표를 불렀다.
정확히는 그의 홀로그램 폰에 비상을 터트렸다.
빼애애앵!
갑자기 폰이 미친 듯이 울었다.
진동과 소리가 동시에 울렸다.
“바쁜 것 같네요.”
눈웃음을 짓는 예언가를 두고 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인기가 워낙 많아야지.”
시답잖은 소리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경보음은 회사 쪽이다.
난 홀로그램 폰을 열었다.
그러자 곧바로 영상이 시작됐다.
누가 허락도 없이 내 폰을 해킹했네?
뭐, 이런 짓을 할 애가 누가 있겠나.
우리 회사 보안 전반을 책임진 전뇌공주뿐이다.
영상에선 PWAT팀이 몰살당하는 게 보였다.
동시에 홀로그램 폰에서 목소리가 울렸다.
“주소 찍었어요. 놔두면 더 죽어요.”
“내가 간다.”
대답과 함께 카페 밖으로 나가려 하자.
“악의는 없었습니다.”
기세에 눌린 책임자가 말한다. 난 그 남자를 옆으로 밀었다.
“알았으니까 나중에.”
일단은 급하다니까.
카페 문을 나서는 왼 걸음에 전신 근육이 부푼다.
뿌득. 펑!
입고 있던 옷이 터져 나갔다.
검은 털과 푸른 줄무늬, 변신한 뒤, 난 땅을 박찼다.
미안하지만, 그 어떤 탈것보다 지금은 내 발이 빠르니까.
달리면 5분도 안 걸릴 거리였다.
주변 모든 풍경이 흐릿해지며 뒤로 밀려난다.
파-앙.
공기를 찢으며 내달렸다.
순식간에 목적지에 도착한 내 눈에 푸르딩딩한 피부를 가진 무리가 보였다.
땅을 차고 거리를 좁힌다. 뒤를 점한 채, 왼손을 바깥쪽으로 쳐 낸다.
푸곽!
내 손톱이 곧 놈을 세 조각으로 나눴다.
머리, 가슴, 하체로.
잘린 놈의 몸이 바닥에 후두둑 떨어졌다.
“만나서 반갑다.”
말과 함께 우측에서 손을 뻗는 놈의 머리통을 발로 걷어찼다.
수박도 이렇게 경쾌하게 터지진 않을 것이다.
박살 난 인베이더의 꼴통에서 피와 뇌수가 분수처럼 위로 솟았다.
힘 조절 따위를 안 해서 생긴 문제다.
그렇게 두 놈을 쓱싹하자, 남은 놈들이 거리를 벌린다.
이것들 뭐지?
포위?
그게 끝도 아니었다.
내가 죽인 두 놈의 몸에서 부글부글 피거품이 끓기 시작하더니, 고속 재생을 시작했다.
거기에 화륵!
불덩이가 날아온다.
영상에서 보긴 했는데, 이거 참 신기하긴 하단 말이지.
꽃밭 탐험 중에서도 못 본 타입이었다.
난 주먹에 힘을 주고 불덩이를 위로 쳐 냈다.
엄청나게 빨리, 그것도 힘을 잔뜩 주고 쳐 내면 내 주먹은 순간적으로 얇은 공기층을 만들어 낸다.
그러면 이런 것도 가능했다.
그러니까 불덩이 마법을 쳐 내서 머리 위에서 터트리는 이런 것.
머리 위에 폭죽처럼 터진 불덩이에서 불꽃의 조각이 비산해 떨어졌다.
“혹시 말도 할 줄 아냐?”
난 말하고 놈들을 한번 쭉 둘러봤다.
대답은 없었다.
인류가 진화한다면 인베이더는?
물론 인베이더도 진화할 수 있었다.
그럼 신나게 인류에게 당하기만 한 놈들이 진화한다면 어떤 방식이 될 것인가.
물량으로 밀어붙였을 때, 이들은 재미를 보지 못했다.
넘버링만 팔십 번, 구십 번대까지 갔는데, 패배했다.
그래서 만든 건 변칙.
특이종이다.
하지만 이 또한 인류는 우습게 이겨 냈다.
이후는? 네임드다.
그야말로 우월한 단일 개체.
그 또한 죽였다.
난 싸우면서 이들의 선택을 이해할 수 있었다.
만약 나였다고 해도 이런 방식으로 전략을 바꿨을 테니까.
물량도, 개체의 특수성도 아닌.
수를 조절한 채로 뽑아 내는 정예 병력.
그러니까 이제까지 봤던 인베이더와는 전혀 다른 개념의 존재들.
언노운 인베이더.
이렇게 이름 붙이면 될 터였다.
그게 내가 망토만 두른 미친 바바리맨과 풍기문란을 일삼는 나체 인베이더 무리와 싸우면서 느낀 감상이었다.
“질기네.”
그리고 이건 평가고.
더럽게 안 죽는 놈들이었다.
마치 불멸자를 상대하는 것 같은 그런…….
생각의 와중.
불현듯 깨닫는 게 있었다.
우리도 인베이더를 보고 배웠다.
그들의 자원을 썼고 놈들의 전투 방식을 보고 인류의 방식으로 가미했다.
하물며 내 무기 중에는 청기사의 에너지를 품은 것도 있음에야.
이 새끼들이 우리를 따라 하는 건 불가능할까?
주문과 재생.
과연 이 두 개로 끝날까?
당연하게도 아니었다.
“서울에서도 사상자가 나왔습니다.”
연락이 왔다.
이건 비단 내 앞에서 일어난 일만은 아니었다.
그리고 정예 병력은 이놈들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