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Of the Unique Lineage RAW novel - Chapter 433
18. 그리고 삼촌은 내 이름을 불렀다.
“관둔대.”
“뭘?”
“흐암, 여기.”
유신이 입을 쩍 벌리고 하품을 하며 말한다. 하나도 심각해 보이지 않았다.
구스타프는 온신의 태도에 연연하지 않았다.
“이게 내 한계 같다.”
얘는 또 왜 이래.
“후, 그 광경을 너희는 못 봤겠지, 사람이 눈앞에서 터지는걸.”
구스타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그 눈가에 눈물 따위가 맺히는 게 보였다.
그러니까 이게 바로 그 남자의 눈물이란 건가.
끔찍했다. 딱히 보고 싶지 않았다.
미랑이가 운다면 귀엽고 예쁘고 섹시하고 청순할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 정미랑이 울까?
어릴 때부터 단 한 번도 미랑이 우는 건 본 적이 없다.
장인어른이 미랑을 끔찍하게 여겨서 바람 불면 날아갈까 아끼는 건 안다.
그래도 한 번도 우는 걸 보지 못한 건 뭐랄까.
좀 특이하지 않나?
하물며 어릴 때부터 봐 왔는데.
어쨌든 미랑은 그렇다 치고.
구스타프의 눈가에 맺힌 액체가 고이기 시작했다.
“진짜 끔찍한 참상이었다. 난 고개를 돌렸어. 그때 나는 아무것도 못 했다.”
얘가 진짜 돌았나.
하다못해 여름 햇살이라 불리는 변신족 선배가 운다면 씩씩하게라도 보일 것이고.
봄의 꽃이라는 로니가 운다면 가여울 것이다.
그런데 이건 아니지.
남자의 눈물을 멈추게 할 방법은 무엇인가.
충격 요법이다.
빡.
난 서슴없이 손을 휘둘러 구스타프의 머리통을 갈겼다.
“……아.”
갑자기 얻어맞은 놈이 한 손으로 머리통을 쥐고서 날 바라봤다.
맞은 충격으로 아 소리를 내긴 했으나, 꽤 놀란 것 같았다.
동그랗게 뜬 눈이 그의 황당함을 대변했다.
“……왜?”
“네 목표는 뭐냐? 구스타프.”
생각해 보면 생도라는 놈들이 다 이렇게 허약해 빠졌다.
특히나 정신 상태가.
제대로 배우기 전이라 그렇다고?
아니, 이 미친 새끼들아, 여기가 바로 특수종 사관 학교다.
제 목숨 걸고 이계를 탐험하기 위해 거치는 교육 기관.
그런데 이런 마음가짐으로 뭘 한다고.
“네 목표!”
구스타프는 얻어맞은 충격 때문인지 동공이 흔들렸다. 그러다 재차 외치듯 한 내 질문에 답했다.
“내 팀을 꾸리는 거다.”
“그런데 그만둬? 이 새끼 정신 상태 왜 이러냐?”
끝에 붙인 말은 유신을 보면서 물은 거다.
“그러게.”
유신은 관심이 없어 보였다.
“정신 똑바로 차려라. 구스타프, 길거리에 널리고 널린 특수종으로 살고 싶은 거냐?”
내 말에 감명받은 건지, 구스타프가 고개를 들었다.
그 눈에 총기가 돌아왔다.
“씁, 고맙다.”
눈가에 고인 눈물은 어느새 쏙 들어갔다.
“근데 고작 팀 하나 만드는 게 목표냐? 남자의 이상은 높을수록 좋다. 자식아.”
말하며 눈을 부라리자, 구스타프가 기세에 밀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넌 목표가 뭔데?”
높은 이상을 논했으니, 이런 질문이 나올 법도 했다.
“결혼.”
“…….”
설명이 부족했다.
“정미랑이랑 결혼.”
더 명확히 말해 주니, 구스타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감동한 것 같다.
그 뒤에서 유신이 이 미친 새끼들은 왜 내 방에서 이러고 있나 하는 표정으로 우리 둘을 보고 있었다.
난 감동한 구스타프를 두고 돌아서 나갔다.
오늘도 할 일이 많았기에, 단 1분도 허투루 쓰고 싶지 않았다.
이번 일로 느낀 게 많았다.
내 뒤로 구스타프의 말소리가 들렸다.
“저거 또라이 새끼 아니냐?”
“넌 근데 왜 내 방에서 이러냐?”
난 불멸자가 아니기에 방에서 나오자 둘의 대화가 더 들리지 않았다.
사실 불멸자라고 해도 못 들을 거다.
이쪽 기숙사 방음 시설이 어찌나 완벽한지.
안에서 사람이 죽어도 모를 것이다.
난 터벅터벅 걸어서 방으로 돌아가 외쳤다.
“레베카.”
“네.”
“난 아직 부족해.”
“네?”
“난 아직 그녀에게 부족해. 그걸 느꼈어.”
능력을 처음 발휘한 실전.
난 부족함을 느꼈다.
“그걸 이제 아셨어요?”
이 AI 새끼.
“아니, 이전에도 알긴 했지.”
“그럼 뭘 해야 할까요?”
“훈련.”
“알면 됐네요.”
어째 AI가 사람한테 한마디도 안 지는 거지?
며칠 내내 학교에 침울한 분위기가 떠돌았다.
사람이 죽었으니, 당연한 일이지만.
분위기는 금세 환기됐다.
난 분위기 환기의 시작이 사관 학교 총장이 직접 나서서 한 말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그게 트리거였다.
“싸우러 온 건데, 죽기 싫으면 전부 자퇴하든가.”
상남자 오브 더 상남자였다.
세상에 이런 미친 사람이 우리 아버지 말고 또 있었다.
중봉 큰 삼촌의 존재감이 학교 전체를 내리찍었다.
근데 중봉 삼촌 성격, 이게 좋아진 거라고 하지 않았던가?
아버지 말에 따르면 예전에는 더한 사람이었다고 했는데.
도대체 이전 세대에서는 무슨 짓을 한 겁니까, 큰삼촌.
이게 좋아진 거라니요.
하여간 분위기가 바뀌는 건 금방이었다.
그래도 원래의 분위기로 돌아오진 않았다.
대형 사고 이후.
생도의 눈빛이 변했고 훈련에 임하는 태도가 변했다.
그리고 난.
변할 게 없었다.
뭘 변하긴 변해.
내 목표는 한결같기에, 내 노력도 한결같다.
“자, 오늘도 파이팅.”
그렇게 적당히 수업에 빠지고 훈련에 임한다. 이전 실전에서 느낀 걸 몸에 익히기 위해서였다.
* * *
고작 염동력 좀 발휘했다고 쓰러져?
내 초능 레벨이 40인데?
이유를 찾아야 했다.
사실 그 정도쯤 능력을 발휘해도 멀쩡해야 하는 거 아닌가.
레벨 40이면 프로 수준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의 에너지 저장고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이유 알죠?”
시어머니 AI 레베카가 말했다.
레베카는 머리 위에서 세모 안경을 쓰고 팔짱을 낀 홀로그램을 구현 중이었다.
깐깐한 기숙사 사감이 떠오르는 모습이었다.
AI가 뭐라고 말하든, 이유는 이미 알았다.
가진바 에너지가 출중하면 뭘 하나.
그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는 법을 알아야지.
파직.
왼 손가락 끝에서 뇌전을 튕긴다. 동시에 오른손을 펼치며 염동력을 발동한다.
난 단순하게 능력을 쓰면 쓸수록 자연스레 익숙해진다고 생각했지만, 꼭 그런 건 아니었다.
난 수업 시간에 한정직 교수님이 한 말을 떠올렸다.
“불멸이나 변신은 초능에 비하면 편합니다. 우직하게 단련만 하면 되니까.”
물론 그 말이 전부 맞다고 할 수는 없다.
각 특수종의 훈련은 나름대로 괴롭고 힘드니까.
섬세한 부분도 존재하고.
불멸과 변신에 관한 훈련을 대강 해 봤기에 잘 안다.
내가 초능 특수종이 될 줄 몰랐던 내 부모님과 할아버지, 할머니를 비롯한 아버지와 어머니의 지인 모두는 초능 수업 따위 하지 않았을 뿐, 나머지 부분은 잘 채워 줬다.
“하지만 초능은 다르죠.”
탁!
교탁을 때리며 홀로그램을 흔들리게 만든 한정직 교수, 사적으로는 아는 삼촌 한정직 씨는 눈을 빛내며 말했었다.
“태어나 처음 만져 본 도구의 사용법을 찾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설명은 복잡했으나, 풀어서 이해하며 단순했다.
만약 정체 불가의 물건을 주웠는데 그 용도를 알아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던져도 보고, 당겨도 보고 분해도 해 보고 그럴 것이다.
초능이 그랬다.
세 번째 다리가 생겼는데, 그 용도라 땅을 짚는 게 아니라 손처럼 쓰는 용도라면, 그걸 알아내는 게 어디 쉽겠나.
초능은 백인백색, 백 명이면 전부 느끼는 게 다르다.
같은 염동력이라면 색은 비슷할 수 있지만, 개인이 느끼는 심상은 다르다.
그러니 효율적으로 쓸 방법 또한 내가 찾아야 했다.
물론 이제까지 많은 특수종이 정리해 둔 비법서가 홀로그램 장서관에 가득했기에.
사고 후 돌아와서는 그걸 연구했다.
다들 내가 방에 처박힌 게 이번 일로 충격을 받았다고 생각한 것 같은데.
그냥 공부하기 바빴을 뿐이다.
미랑이 날 찾으러 왔으면 금세 뛰어나왔을 것이다.
미랑이 대신 로니가 도시락을 가져다준 게 다였다.
“체험단에 들어갔으면 내가 죽었을 수도 있었을까?”
도시락을 건네주며 그녀는 부쩍 침울해 보였다.
“설마.”
뇌전력을 통해 보는 능력만 봐도 알겠다. 로니는 어디서 쉽게 죽는 특수종이 아니다.
하물며 너 불멸자잖아.
어디 불멸자가 죽느니 마느니 하는 얘기를 쉽게 하고 그러나.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하긴 해.”
“도시락은 왜?”
“끼니는 챙겨 먹어야지.”
어, 그래. 근데 나 끼니 엄청나게 잘 챙겨 먹고 있는데.
사실 내 친구 중에 요리에 미친 특수종이 있거든.
아버지가 세계 굴지의 블루 인더스트리 회장인데, 자기는 요리하겠다는 미친 친구라서 먹는 건 남부럽지 않았는데 말이야.
결론만 말하자면 도시락은 꽤 훌륭했다.
따뜻한 유부초밥이 전부지만.
진짜 맛있었다.
이게 바로 손맛이란 건가.
잡생각이 끼어들었어도 능력을 발동하는 거에 실수는 없었다.
효율적인 에너지 소모를 위해 같은 수법을 반복.
염동탄을 수백 발을 쏴 갈긴다.
케블라 섬유로 감싼 표적 판이 펑펑 소리를 내며 뒤로 넘어졌다가 일어난다.
뭐든 반복 숙달만큼 훌륭한 건 없기에.
난 시간을 잊고 나를 잊고 주변을 잊고 빠져들었다.
오전부터 시작한 훈련 중 다시 정신을 차린 건 늦은 오후쯤이었다.
“온신, 그러다 또 탈진해요.”
레베카의 목소리에 손을 멈췄다.
농담하지 않고 손가락 끝까지 뻐근한 느낌이 들었다.
전신 혈관이 다 부은 기분이 들었다.
과도하게 초능을 쓴 부작용이었다.
초능은 신비롭다. 매번 새로운 부작용을 얻으니 더욱 그렇다.
어떨 때는 현기증 덕분에 어지러워서 뒈질 것 같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내장이 끊어지는 듯한 복통을 주기도 한다.
그래도 이렇게 훈련한 덕분에 얻은 게 있었다.
에너지를 분출하는 요령이다.
가진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는 법이다.
그럼으로써 초능 특수종으로서의 나는 연비가 좋아졌다.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이 요령을 깨닫는 게 어려워 초능을 발현하고 익숙해지는 데 최소 3년이나 5년 같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는 거였다.
하지만 난 뭐.
그냥 하니까 되는 걸 뭐라고 해야 하나.
“갈 시간이에요.”
“응.”
난 훈련장 밖으로 나갔다.
방으로 돌아가 씻고 특수종 사관 학교가 자랑하는 홀로그램 강당에 모였다.
엄청나게 넓은 강당이고, 정중앙에 연단이 있다.
그 연단은 전 방위에 정면으로 서 있는 홀로그램을 방출한다.
거대한 인간이 된 중봉이 삼촌이 보였다.
흔한 일로는 쉬이 볼 수 없는 특수종 사관 학교의 총장님 되시겠다.
“오늘 모이라는 이유는 전부 알 거다.”
근데 저 양반 전교생을 대상으로도 반말을 박아 버리네.
과연 남자 중의 남자란 말인가.
“길게 말하지 않겠다.”
중봉이 삼촌은 자기가 말한 대로 했다.
“이전 체험단 임무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한 생도를 호명하겠다.”
덤덤한 말투가 이어졌다.
“구스타프.”
아무것도 못 했다고 한 것치곤 그는 발악을 했고, 그 발악은 활약이 되었다.
염동력을 발휘해 사람 하나를 살렸다고 들었다.
그에 대한 포상이었다.
상점과 포상금.특수종 사관 학교의 스케일이 이렇다.
좀 잘한다 싶으면 돈을 쥐여 준다.
나야 뭐 돈이야 있어도 그만이고 없어도 그만이다.
내 아버지와 어머니가 재벌이시니까.
내가 바로 재벌 2세고.
하지만 상점은 탐난다.
저 상점이라 불리는 숫자는 시험이나 생활로는 취할 수 없는 점수니까.
작전이나 임무에서 유의미한 활약을 했다고 판단될 때나 받는 거다.
그리고 상점은 학업 성적과 별개로 졸업 가산점이 붙는다.
4년 전 전설의 졸업생이라 불리는 한 남자는 오롯이 상점만으로 조기 졸업을 했다고 들었다.
그러므로 따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난 기대하지 않았다.
나사 빠진 레드 울프 팀장이 내 능력을 밝히지 않은 덕분에 아직도 내 초능을 모르는 사람이 산더미였다.
“조호연.”
다음은 한국인 불멸자다.
제 다리가 뜯기는 통증을 참으며 크리쳐 두 마리를 죽였다고 했던가.
특수종이라지만 고작 1학년.
직접 봤기에 알 수 있는 게 있다.
1학년 생도의 머리통이 얼마나 말랑말랑한지 말이다.
그렇다고 전부가 다 그런 건 아니었다.
개중에는 쓸 만한 이들도 있다.
저 호연이란 친구도 그렇고.
난 그걸 보며 계산했다.
지금은 상점을 얻지 못하더라도, 나중에 작전 몇 번 뛰면 지금의 상점 따위는 쉽게 얻을 수 있을 거라고.
그래도 아쉽긴 아쉽다.
첫 번째 체험단에서의 최고 상점은 흔히 말하는 신인상과 같았다.
1학년 때 단 한 번만 있는 기회이므로.
최고 상점을 얻은 생도에게는 특전도 주어진다고 들었다.
그러니 아쉬울 법도 하지.
최고 상점은 누구일까나.
그 뒤로 몇 명의 이름이 더 지나간 뒤.
거대한 홀로그램 형태로 중봉 삼촌이 콧김을 훅 뿜었다.
묘하게 기분이 되게 좋아 보였다. 적당히 흥분한 것 같기도 하고.
총장이자 큰 삼촌이라 부르는 전대의 불멸자, 팬텀 이중봉이 시선을 한쪽을 향했다.
음?
왜 날 보는 것 같나.
“홀로 팀원 반수 이상을 살림과 동시에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생도가 있다.”
나 말고 그런 애가 또 있어?
한껏 뜸을 들인 중봉 삼촌이 입을 연다.
“유온신.”
그리고 삼촌은 내 이름을 불렀다.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