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Of the Unique Lineage RAW novel - Chapter 453
38. 양심을 팔았기 때문이었다.
“저건 내 거다.”
“그래, 너 해라.”
내 말에 러시아 변신족 친구가 달려갔다.
우드득.
이 친구는 참 화끈한 게, 그린 등급 크리쳐 하나를 잡는 데도 변신한다.
흰 털이 방호복 사이에서 삐져나온다. 몸집이 세 배로 커졌지만, 옷이 찢어지거나 터지진 않았다.
이걸 위해 제작한 특수한 방호슈트였다.
북극곰이 된 러시아 친구가 앞발을 휘둘렀다.
펑!
그린 등급 크리쳐 테일 베어, 꼬리 달린 곰이 한 방에 피떡이 되어 나가 떨어졌다.
쿵쿵하고 물수제비처럼 바닥에 튕기는 곰 때문에 땅이 울렸다. 지진이라도 난 것 같았다.
비정상적인 곰수제비를 뜬 러시아 친구가 포효를 내질렀다.
“내가 더 세다!”
어설픈 한국말로 내지른 포효다.
그와 함께 러시아 친구가 위로 뛰었다. 붕 날아오른 북극곰은 그 동작 그대로, 꼬리 달린 곰의 머리통을 무릎으로 찍었다.
뻑!
머리통이 반쯤 빠개진 크리쳐가 불쌍해 보일 지경이었다.
저 친구 특기가 프로레슬링이라고 했던가.
“우어!”
크리쳐를 물리친 러시아 친구가 주먹으로 제 가슴을 두드렸다.
지켜보던 로니가 중얼거렸다.
“우리 이렇게 주목받아도 돼?”
나야 모르지.
정체를 숨기는 일 중 내가 할 수 있는 건 가면을 쓰고 팀원들의 입단속을 하는 게 전부였다.
나머지는 전부 기주 아저씨의 몫이니까.
“왼쪽 둘. 더블 테일 폭스다.”
뒤에서 진수가 말했다. 동기 중 로니가 아니었다면 동기 중 최고가 됐을지도 모를 불멸자다.
진수의 감각은 정확했다.
그의 왼쪽으로 두 발로 땅을 딛고 달려드는 여우 괴물이 보였다.
생긴 건 동물의 그것과 비슷해서 이름을 이렇게 지어 뒀지만.
사실상 크리쳐는 또 다른 별개의 생물과 같았다.
머리에 뿔이 달린 말이 나왔을 땐 유니콘이라 이름 짓긴 하지만, 그게 우리가 아는 유니콘은 아니라는 거다.
꼬리가 두 개 달린 여우 괴물은 그 꼬리들이 무기였다.
칼날보다 날카로운 꼬리가 팽팽- 소리를 내며 바닥을 때렸다. 그때마다 바닥에 퍽퍽- 칼자국이 났다.
난 한 발짝 물러나며 염동력을 발동해, 여우 두 놈의 발목을 잡아챘다.
무형의 밧줄이 여우를 붙든다.
“키야아아!”
여우 대가리가 괴성을 내질렀다. 그 안에는 인간의 원초적 공포를 자극하는 피어가 들어 있지만.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가.
특수종의 세계에 산다는 이들로 가득하니, 피어에 당하는 이들을 찾는 게 더 어려운 판이었다.
내가 여우를 붙들자, 날 축으로 삼아 불멸자 둘이 좌우로 찢어져 여우를 향해 총을 겨눴다.
웅.
짧은 진동과 함께 총열에 에너지 게이지가 번쩍했고.
동시에 총구에서 불꽃이 터졌다.
펑!
에너지 방사형 샷건이다.
로니와 진수가 각각 손에 든 에너지 샷건으로 두 마리 여우를 불태웠다.
가슴팍에 구멍이 나고, 전신에는 불이 붙었다.
로니와 진수의 불이 붙은 크리쳐 두 마리가 바닥에 쓰러진 채 타닥타닥 타올랐다.
크리쳐가 타 죽은 탓에 고약한 탄내가 올라왔다.
“끄르르륵.”
두 놈 중 하나가 마지막 숨을 토했다.
죽어 가는 크리쳐를 볼 때는 아무렇지 않았다. 혐오감이나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사람을 죽일 때만큼은 아니다.
난 눈을 돌려 진수를 보았다.
뇌안으로 살피는데, 얘가 왜 로니 밑인지 알 수 없었다.
능력 레벨 자체는 진수가 조금 더 높았으니까.
물론 그 차이는 미약했다. 뇌안이 있는 나니까 알아보는 거지, 다른 사람이라면 알아볼 수도 없을 거다.
기주 아저씨도 스펙트럼 색으로 능력을 보는 눈을 가졌다고 했는데, 그 아저씨도 발동한 능력에 한해서 색을 본다고 했지, 내재된 능력까지 전부 볼 수는 없다고 하지 않았나.
그러고 보면 뇌안은 몹시 독특한 능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것도 더없이 효율적인.
“더 온다!”
다시 정면이다. 북극곰으로 변한 러시아 친구가 양손을 좌우로 휘저으며 포효했다.
그야말로 한 마리의 곰과 같았다.
야생성이 폭발한다.
그대로 땅을 쪼개고 하늘을 가르며 나아갈 것 같다.
그만한 박력이었다.
크리쳐가 달려든다. 해치우고 또 해치운다.
쩡!
다가오는 테일 베어의 볼때기를 후려치자, 놈의 발이 허공에 떴다.
쿵- 하고 맞은 놈이 뒷걸음질을 쳤다.
압도적인 무력이다.
그 사이 위험한 순간이 생기면?
그럴 일은 조금도 없다.
아니, 그럴 만한 일을 만들지 않았다고 하는 게 맞았다.
이번에 실험한 건 더블 레이더 대형이다.
중앙에는 내가, 좌우로는 로니와 진수가.
전면에는 러시아 변신족 친구가 자리를 잡았다.
레이더 둘이 완벽하게 크리쳐의 움직임을 파악.
몰이 사냥하듯 전면에 크리쳐를 몰아준다.
그럼 북극곰이 다 때려 부수거나 버틴다. 그사이 좌우에서 크리쳐 숫자를 깎아 먹는 전법이었다.
북극곰이 벽이자, 돌진하는 파쇄차의 역할이었다.
실험이라 했지만, 난 성공하리라 예상했다.
“어때요?”
손목에서 레베카가 코를 길쭉하게 늘리며 말했다.
오만한 AI 같으니라고.
레베카의 아이디어이긴 했다.
“쓸 만하네.”
“에이, 아니죠. 완벽 성공!”
레베케가 더 미쳐 날뛰기 전에 난 손목시계를 손으로 덮어 버렸다.
아무리 여유가 있다곤 해도 여긴 이계다.
우리가 있는 곳은 오색의 땅.
이틀에 한 번씩 땅의 색깔이 변하는 곳이다.
땅에 귀한 광물이 많이 묻혀 있으나, 그와 비례하여 크리쳐 숫자 역시 무척 많았다.
그것도 빠르고 날랜 놈들로.
대부분이 이족보행 야수형인데, 그린 등급부터 옐로우 등급까지 나온다.
녹파노빨주.
녹색부터 등급을 나누는 기준이다.
노란 등급이 나온다는 건, 꽤 위험한 지역이란 얘기였다.
물론 우리한테는 아니었다.
“블루. 전면.”
로니가 말한다. 그린 등급까지는 몰아서 잡고.
그보다 상위 등급이 나오면 내가 나선다.
난 로니가 말한 곳을 살폈다. 그곳에는 홀로 오연하게 뇌전을 뿌리는 괴물이 있었다.
물론 내 눈에만 보이는 방전 형태의 번개이기에 실제로 뇌전을 뿌리는 놈은 아니었다.
뾰족한 뿔이 달린 말대가리 괴물이었다.
놈이 크헝- 하고 울었다.
울음소리가 호랑이를 닮았다.
생긴 거로 판단할 수 없는 게 크리쳐다.
난 검지와 중지를 모아서 총구 형태로 만들어 앞으로 겨눴다.
적과의 거리를 잰다. 놈이 제자리에서 펑펑 발을 구른다. 잔뜩 화가 난 것 같았다.
그러곤 그대로 땅을 찼다. 놈의 몸뚱이가 무서운 속도로 쏘아졌다. 변신족의 돌진만큼 빨라 다소 위협적이었다.
다만, 놈의 움직임은 단순했다. 단순한 일직선 돌진.
시시각각 거리가 좁혀진다. 그사이 난 놈의 움직임을 궤적으로 그려 머릿속에 때려 넣은 후 쭉 뻗은 손끝, 검지와 중지에 염력을 모아 회전시켰다.
이제까지 수없이 많은 이들의 염동기를 보며 익히고 훈련했다.
잭 리필드의 염동탄도 그렇게 배웠고.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 이행해야 할 것을 충실히 이행했다.
‘총탄이 나가는 구조.’
며칠 내내 그거만 팠다. 홀로그램 영상을 통해 총알이 발사되는 내부 구조를 파고 또 팠다.
화약이 들어찬 곳을 공이를 때리고 그 충격으로 쪼개져 나가는 총알.
이제까지 구현한 염동탄에 세밀함을 더한다. 여기서부터는 내 오리지널이었다.
내 팔을 레일로, 내 손가락을 총구로 삼는다.
염동기, 나선염동탄.
훅.
소리는 없다. 본래 염동력이란 형태가 없고 소리가 없는 충격파이므로.
집약된 충격파를 하나로 모아 쏘는 게 염동탄이었다면.
난 그 염동탄에 나선으로 회전하는 힘을 더했다.
전에 쏜 것보다 세 배는 빠른 염동탄이 직선으로 날아가선 다가오는 말의 머리통을 때렸다.
퍽!
말의 머리통이 들리며 뒤통수 쪽으로 피가 팍 터져 나가 흩뿌려졌다.
달려오는 힘이 남았는지, 목이 뒤로 휘청이는 채 몸은 앞으로 나아갔다.
맞은 머리가 목을 중심으로 앞뒤로 흔들리며 사방에 피를 뿌린다.
그러며 점점 몸에 힘이 빠지는지 속도가 느려지고, 결국 바닥에 쿵 하고 이마부터 떨어지며 자빠졌다.
모두 말 대가리 괴물을 바라봤다. 정확히는 그의 뒤통수를.
앞쪽 이마에는 손가락 반 마디만 한 구멍이 생겼을 거다.
뒤통수에는 주먹보다 큰 구멍이 생겼다. 그게 여실히 모두의 눈에 보였다.
파란 등급의 크리쳐가 고작 땅 한 번 박차고 죽었다.
“후.”
난 손가락 끝을 입가에 가져다 대고 불었다.
나선염동탄은 심력 소모가 크지만, 그만큼 효과는 확실했다.
“우어!”
러시아 변신족 친구가 말 대가리가 쓰러진 걸 보더니 크게 고함을 내질렀다.
블루 등급 이상은 내가 저격하는 것.
이게 이 포메이션의 핵심이었다.
“정말 말이 안 나오게 만드는군요.”
구경만 하던 이삭 형이 말했다.
“된다고 했잖아요.”
내가 답했다.
지난번에도 이랬다.
술 먹다가 팀원을 늘렸다고 할 수는 없어서, 괜찮은 애들이 더 있어서 팀을 쪼개 운영하자는 말을 슬쩍 꺼냈는데.
그 얘기를 들은 기주 아저씨는 기겁했다.
“아니, 아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만큼 위험도 늘어나는 거 모르는 거냐?”
얼마나 놀랐는지, 홀로그램 통화인데도 옆으로 고개를 돌려서 쌍욕을 하는 걸 보여 주더라고.
어린 놈의 새끼랑 일하다가 머리통이 터지겠다고 하더라.
“믿으세요. 실력을 보면 알 겁니다.”
그래서 난 무식하게 밀어붙였다.
“혹시 술 먹고 홧김에 그런 건 아니겠지?”
난 순간 남기주 아저씨가 불멸 혼혈인 줄 알았다. 직감이 날카롭잖아.
“아닙니다.”
이럴 때는 단호해야 하는 법.
난 단호히 대처했다.
이후, 무엇을 했냐.
“특훈이다.”
팀원으로 데려갈 애들을 미친 듯이 굴렸다.
“우어! 바라던바!”
이렇게 호기롭게 나서던 러시아 변신족 친구는 딱 나흘 만에 살려 달라는 말을 러시아어로 중얼거렸고.
진수는 대련하는 와중에 술을 처먹고 왔다.
“맨정신으로는 못 해.”
이쪽도 가히 미친놈 아닌가.
술을 마시든, 살려 달라고 하든.
난 굴렸다. 굴리고 또 굴렸다.
“애들을 다 죽일 셈이야?”
로니가 이렇게 물을 정도였으나.
“이 정도는 평소 훈련의 반 정도네요.”
레베카는 한마디만으로 모든 상황을 평정했다.
“누구의 반?”
“당연히 제 마스터의 훈련이죠.”
그래, 나는 이것보다 더한다.
재능이 특출난 천재.
다들 날 그렇게 봤을지도 모르겠다. 레베카가 말한 이후, 이들은 더 날뛰었다.
훈련에 몸을 던졌다. 숨을 헐떡거리고 팔다리가 뚝뚝 부러지기 일쑤였으나.
이게 다 나중에는 피가 되고 살이 되고 결국 목숨을 살려 줄 일이 될 게 뻔했다.
내가 이계에 가 보니까 알겠다는 거다.
추방자도 무섭고, 크리쳐도 무섭다고 해야 맞다.
아무리 만만해도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이라는 것에 변함이 없다. 그런데 방심이라니.
훈련을 대충? 말도 안 되는 짓이지.
“겨우 두 번 가 봤으면서.”
레베카한테 내 생각을 밝히자, 이 미친 AI가 팩트로 사람을 때렸다.
“겨우가 아니라, 두 번이나 간 거지.”
“이계에 수십 번 갔던 사람이 들으면 기가 막혀 죽을 것 같네요.”
염병할 레베카.
한마디를 안 져.
그렇게 미친 훈련 강도로 애들을 키웠다. 그러니 지금의 결과는 당연했다.
“컨셉질 하는 팀이 아니네?”
우리는 여기서도 주목받았다.
가면 쓰고 다니는 컨셉질이나 하는 놈들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게 보이자 눈빛이 변했다.
오색의 땅에는 다른 팀도 꽤 많았다.
이쪽은 자원의 보고니까.
여기 온다고 남기주 아저씨가 뇌물도 많이 썼다고 하던데.
그건 꽤 미안한 일이다.
오색의 땅은 NS가 보유한 이계니까.
어쨌든 주변에 모인 이들은 전부 우리를 이상한 또라이로 봤는데, 이번에 실력을 본 후론 아무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땅의 규칙은 깔끔했다. 자원을 캐려면 웨이브를 막아야 했다.
반나절, 아무리 빨라도 10시간은 이족보행 애니멀 크리쳐를 상대해야 자원을 캘 시간이 주어졌다.
그런데.
“기록이군요.”
6시간 39분.
우리는 모든 웨이브를 부쉈다. 그냥 제자리에서 버틴 게 아니라 전진하며 때렸다. 후려쳤다.
운도 조금 따랐다. 노란 등급 크리쳐가 안 나왔으니까.
어쨌든 이거로 실력은 증명했다.
“오퍼한테 잘 전해 줘요. 토스트.”
오퍼는 기주 아저씨의 코드명이다.
“폴리 수고했다.”
북극곰 변신 러시아 친구는 폴리.
진수는.
“진수야 가자.”
이름을 그냥 썼다.
“내 이름은 흔해, 아무도 의심 못 할걸.”
그 말이 맞았다. 코드명을 이름으로 쓰는데 아무도 의심하지 않더라.
“애초에 주목받는 타입도 아니고.”
그 말이 거듭 맞았다.
로니는 프린세스.
본래는 더 꼬아서 코드명을 지어야겠지만, 이게 상황이 달라졌다.
노 페이스 팀이 하나만 움직일 필요가 없어졌으니까.
“그래서 몇 명이나 합류했다고 했죠?”
이삭 형이 옆에서 물었다. 난 푸르스름한 흙이 신기해 발로 툭툭 차며 답했다.
이 흙이 곧 보라색이 된다는 거지?
“뭐, 한 열 명?”
요리의 신 강유신 선생께서 하도 맛있는 걸 많이 만들어서 애들이 내 방에 좀 많이 오긴 했다.
사실 동기 전부와 선배까지 오는 판이었다.
“열 명 맞죠?”
이삭 형이 물었다.
난 양심이 콕 찔렸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는걸.
전부 다 알게 되면, 기주 아저씨랑 이삭 형은 목덜미에 손을 올리고 쓰러지게 되는걸.
내 눈에 그게 너무 뻔히 보이는걸.
“네.”
그래서 양심을 팔기로 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도로 사면 되는 거 아닌가.
양심 따위.
대신 속으로는 솔직히 답했다.
특수종 사관 학교 1학년 생도의 총 숫자는 150명.
이중 버티지 못하고 자퇴하는 애들이 매년 20~30명이다.
하지만 올해는 그런 일이 있어선 안 된다.
왜냐고?
난 이미 150명 모두와 친구가 되었고.
친구 사이에 비밀 따위 무슨 필요냐고 전부 까발렸기 때문이다.
술이 문제다. 술이.
“진짜죠?”
“……네.”
왜 자꾸 되묻지?
“후, 믿습니다.”
이삭 형이 말했지만, 더는 찔리지 않았다. 양심을 팔았기 때문이었다.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