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Of the Unique Lineage RAW novel - Chapter 466
51. 부스터
뇌전 능력을 깨닫고 처음 행했던 짓, 뇌의 능력을 일깨운 거다.
순간 암기력과 연산 능력이 뻥튀기되는 걸 느꼈었다.
이후, 뇌안으로 보는 방식을 수차례 바꾸며 생각했다.
‘나 사실 능력 활용도가 형편없는 수준 아닐까?’
염동탄은 전대 영웅의 것을 가져와 개량했고.
이후 염동 능력의 태반은 동기의 것을 보고 습득했다.
신속은 몸을 빠르게 해 주는 것 외에 아무런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고.
비행 능력은 최근에 얻었기에 활용 가능성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뇌안도 쓰면서 계속 보는 단위와 범위를 바꿨다.
그럼 내가 가진 건 뭔가.월광이 남는다.
그런데 월광도 가진 에너지를 쏟아붓고 그저 날리는 게 전부 아닌가.
에너지 총량으로 밀어붙이는 게 핵심인 거다.
그렇게 보면 난 능력 활용이 개판이란 소리였다.
초능은 활용도에 따라 천차만별로 변하는바.
그 생각 이후 내가 가진 능력을 몇 번이고 파헤쳤다.
이 능력으로 무엇을 할 수 있나.
그렇게 만든 초능 발현법이다.
뇌전 부스터.
내 안에 뇌전을 쏟아 넣는다. 그 상태 그대로 전신에 기어를 올린다.
기술명, 뇌전 부스터 육체 모드.
염동 방패로 적의 공격을 막고 염동 나선탄을 쏘아 내고.
그 모든 게 몇 초 내외의 일이었다.
그 상태에서 부스터를 발동했고, 그대로 신속을 발동.
“죽여라!”
눈앞, 추방자로 추정되는 이들의 외침을 무시한 채, 놈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바람이 귓가를 스친다. 변신족의 움직임이 이러했을 것이다.
땅을 찬 순간, 모든 게 내 뒤로 밀려나 내장까지도 뒤쪽에 놓고 온 느낌이 들었다.
몸이 쭉 늘어나는 기분도 들었고.
늘어난 몸이 먼저 움직인 내 몸과 합치되는 순간, 난 적들의 한가운데에 들어설 수 있었다.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으나 크리쳐와 함께 움직이는 이들이다.
용암으로 이뤄진 노란 등급의 크리쳐와 하나가 된 놈들.
추방자일 것이다.
어떻게 같이 다니는가는, 당장 상관할 바가 아니기에 무시.
적들의 중심에서 능력을 터트렸다.
파지지지직.
몸 안에 넣어 둔 뇌전 일부를 터트린다.
방전.
내 몸을 중심으로 뇌전의 폭풍이 원을 그리며 퍼졌다.
파지지지지직! 꽈르르릉!
벼락이 치듯 사방에 뻗어 나가는 뇌전 줄기가 크리쳐의 몸통을 뚫고 추방자의 슈트를 달군다.
방화복이 아무리 대단해도 뇌전을 가로막을 수 있을까.
꽈르르르릉.
여운처럼 천둥소리가 흐르고.
“끄르륵, 괴물.”
거품을 문 추방자 하나가 말한다. 난 놈의 머리통을 걷어찼다.
뻑! 우득.
목뼈가 부러지고 벼락에 두들겨 맞은 용암 괴물 크리쳐 놈들을 뇌안으로 훑었다.
용암 괴물의 특징, 핵이라 불리는 약점이 있다는 거다.
보고 쏜다. 손가락을 들어 이미지를 구현 그대로 냅다 갈겼다.
소리도 없다. 보이지도 않는다. 무형의 탄환이 적의 내부를 헤집는 관통력으로 현현해 핵을 찌르니.
염동 나선탄이 움직이는 용암 괴물의 핵을 깨트렸다.
이 모든 일이 겨우 30초 내에서 끝났고.
그제야 뒤에서 따라 나온 하운드의 목소리가 들렸다.
“뇌전 방출?”
“먼저 간다.”
여전히 마음이 급했기에 그렇게 말한 뒤, 기지의 벽을 향해 뛰었다.
이미 용암 괴물로 인해 녹고 부서진 상태였다.
그쪽으로 거침없이 몸을 날렸다.
뇌전 부스터는 평소 내가 가진 능력, 모든 것을 업그레이드한다.
끝나고 나면 몸살 좀 앓긴 하겠지만.
지금 그걸 걱정할 때는 아니었다.
“야, 너!”
뒤에서 하운드가 날 붙들려는지 뭐라 말을 했지만, 무시한 채 신속과 비행 능력을 조합했다.
둥.몸이 허공에 뜨고 그대로 공기를 가로지르기 시작.
하운드의 마지막 말이 아스라이 멀어지며 귓가에 닿았다.
“너, 왜애애, 바아안 마아아알 이이이 냐아아아.”
그게 중요한 거였냐?
성격 참 별나.
난 날았다. 공중으로 꺾어 솟으며 밑에 보이는 용암 괴물 몇을 향해 손가락을 휘저었다.
월광이 가슴 속에서부터 튕겨 나와 부드럽게 땅을 휘저었다.
퍼버버벅!
이미 월광에 에너지를 한껏 투입했기에.
가로막는 건 없었다. 눈에 보이는 용암 괴물 십수 마리를 단숨에 죽인 뒤다.
뒤처리는 알아서 하겠거니 생각하며 난 그대로 날았다.
신속과 비행의 조합은 초고속 비행을 가능케 하고.
그걸 견디기 위해서는 염동으로 몸 주변을 둘러싸야 했다.
고로 초고속 비행을 하려면 신속, 염동, 비행 세 가지 능력을 써야 하며.
세밀한 염동력 조절이 필수였다.
그걸 못 하면 흉내도 못 내는 기예가 염동 갑옷인데, 그게 고작 초고속 비행을 위한 보조 능력으로 전락했다.
그만한 가치는 있었다.
위에서 넓게, 뇌안으로 사방을 본다.
에너지가 뭉친 곳, 아니, 에너지가 널뛰는 곳, 전투가 벌어지는 곳, 그런 곳을 찾았다.
그러면서도 가장 위험한 곳을.
시야가 트이며 넓은 땅을 훑는다. 그사이 터지는 에너지 형태를 잡는 건 나한테는 너무 쉬운 일이었다.
찾은 뒤, 초고속 비행으로 허공을 가로지르자.
삐이이익 하고 귀에 이명이 남았다.
하는 김에 염동력으로 고막도 보호한 뒤, 월광을 쥐고 에너지를 주입하며 날았다.
뇌전 부스터는 제한 시간이 있는 능력이다.
단기 결전용이란 거다.
빠-아아아앙!
공기를 부수고 가로지르며 날아, 도착한 곳.
마그마 드래곤이 머리를 들이민다. 마침 핵이 놈의 머리통에 하나 있었다.
마그마 드래곤은 핵이 셋.
난 월광을 들고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 내뻗었다.
월광은 그대로 위에서 밑으로 은빛을 터트리며 휘어져 마그마 드래곤의 대가리를 뚫고 들어가 몸을 관통했다. 용암의 강을 거슬러 오르는 단검 같았다.
그대로 핵 세 개를 뚫자.
구어어어어.
드래곤이 몸을 눕힌다. 바닥에 주르륵 제 몸을 이룬 용암을 피처럼 흘렸다.
“늦을 뻔했네.”
그제야 중얼거린 내가 땅에 내려서고.
“안 늦었다. 너.”
러시아 친구, 나사로크가 날 반겼다.
저 친구 코드명이 뭐였더라.
기억이 나지 않기에 즉석에서 지어 줬다.
“수고했다. 폴리베어.”
북극곰, 변신체랑도 퍽 잘 어울린다.
“크헝!”
이미 변신한 나사로크가 기쁨의 포효를 내질렀다.
난 대강 주변을 훑어보며 물었다.
“죽은 사람은?”
“없다!”
이 자식, 괜찮은 리더다.
일단 판단력에서 백 점을 줄 수 있을 듯했다.
오면서 보지 않았나.
이미 안전지대와 본부 쪽은 누군가가 점령한 것처럼 보였다.
죽은 시신도 꽤 봤다.
그럼 이쪽은?
용암 괴물에게 한껏 몰린 상태에서 힘겨운 싸움을 이어 가는 중이었다.
그런데도 죽은 사람이 없다.
이게 최고의 선택이 아니면 뭐겠나.
말하면서도 내 월광은 열심히 노닐었다.
날아가 찢고 뚫고 부쉈다.
핵만 부수면 쉬운 상대다. 다만 이게 쉬워지려면, 일단 마그마의 몸을 뚫을 정도로 강력한 기어가 기반이 되어야 하지만.
일반 총탄은 놈들의 몸에 맞는 순간 휘어지고 꺾여 핵에 다다르지 못한다. 놈들은 총탄을 삼켜 녹여 내는 몸뚱이를 가진 셈이다.
일정 이상의 질량과 부피를 가진 물건이 아니면 놈들의 몸을 관통하는 건 요원한 일.
약점이 뻔한데도 놈들이 옐로 등급을 받은 이유다.
인간의 화기를 먹어 삼키며 덩치를 키우는 놈들이기에.
총탄과 기타 인간의 무기는 놈들의 주요 양식이 된다.
물론 나와 월광의 상대는 아니었다.
하물며 지금 뇌전 부스터까지 썼고 그 에너지를 월광에 때려 박기도 했다.
“다들 구경이나 해라.”
팅 하고 날아간 월광이 제 할 일을 끝내는 건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용암 늑대, 거인, 거미, 토끼 등.
다양한 모습을 한 옐로 등급의 크리쳐가 한순간 몰살당한다.
내 눈앞으로 스파크가 연신 튀었다.
누가 나 보면 놀라겠는데.내 눈앞에 이 정도로 새파란 뇌전이 보일 정도면.
“신기하다. 리더, 너 지금 뱀장어 전기다.”
전기 뱀장어겠지, 나사로크 새꺄.
전신에 스파크가 튀고 있을 테니까.
뻐버벙, 뻐벙.
용암 괴물이 연신 터지고 죽어 나갈 때, 내 뇌안에 인간 형체 하나가 보였다.
괴물들의 사이다.
삐죽이 땅을 솟고 오른다. 놈의 전신에 어린 에너지 때문에 눈이 부셨다.
“일개 특수종이 보일 전력이 아닌데, 너.”
솟아오른 놈이 말한다.
레벨 9.
프로 중의 프로 수준이다.
내 사이오닉 에너지 레벨과 비견된다.
“정부에서 키운 새로운 개냐? 헌터란 놈들을 잡았을 때마다 사지를 찢어 죽였지, 너 또한 그리될 것이다.”
말투가 고풍스러운 놈이다. 오랫동안 현실과 동떨어져 살아온 놈 같았다.
물론 내가 알 바는 아니었다.
“추방자?”
그래서 상큼하게 물으니.
“그래. 내가 바로 이터의 기둥 중 하나이자, 크리쳐를 선도하는 괴물 양치기인…….”
말 드럽게 많네.
훅, 파지직, 꽈르르릉!
뇌성 벼락이 울린다. 곧 상대의 가슴에 뻥 하고 거대한 구멍이 생겼다.
꾸르르륵.
피거품을 무는 상대다.
“너, 끄를, 내 얘기, 아직.”
“안 끝났다고? 추방자라며? 싸우러 왔으면 싸울 생각이나 하시지.”
이건 무슨 헛짓거리인지.
상대 레벨이 9지만, 육체 레벨은 그리 높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건 당연한 결과다.
장옥이를 보며 배운 게 있었다.
능력 활용에 꼭 범용성만 통용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후우우우.”
난 긴 한숨을 내쉬며 생각을 정리했다.
범용성이 아닌 위력의 극대화.
염동력과 월광의 결합이, 염동력의 장점인 무형의 껍데기를 포기하는 대신 위력을 높인 거라면.
내 능력도 그렇게 할 수 있었다.
부스터로 머금은 에너지를 일순간 모두 월광에 투입.
한껏 에너지를 머금은 월광의 칼날이 반 뼘쯤 더 길어지고.
은빛을 뿌리는 학살의 도구는 그대로 누구든 죽일 수 있는 신기(神技)가 된다.
구장옥은 자신의 모든 육체 에너지를 근접 전투에 쏟았고.
난 모든 에너지를 월광에 쏟았다.
그 차이다.
구장옥의 재능을 초능에 접합한 결과다.
무엇보다 지금 난 부스터를 머금은 상태 아닌가.
현재 내 사이오닉 에너지 레벨은 추정 20이다. 이 새끼야.
놈은 더 말을 잇지 못하고 죽었고.
난 일행을 이끌고 말했다.
“돌아갑시다.”
뇌전 부스터 효과가 끝날 때가 다 되어서 전신이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이계에 들어오자마자 적응하는 시간도 없이 날뛰었다.
이런 깡패짓은 흔히 할 수 있는 짓거리가 아니긴 했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새로이 배운 것도 있다.
진짜 숨도 안 쉬고 한계치에 다다를 정도로 능력을 활용하니까.
이계 적응 시간이 훅 줄어드는 것 같았다.
앞으로 이계 진입한 이후 적응 시간 축약을 핑계로 애들을 굴려야겠다는 생각이 함께 들었다.
“우, 우, 우어어어! 살았다!”
“마, 만세!”
“노 페이스 팀 만세!”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끄으으윽, 혜정아!”
“엄마, 엄마, 나 살았어요.”
우리 맹랑한 나사로크께서는 이 와중에도 사람을 지켰다. 채집팀으로 보이는 비전투원이 여럿 있었다.
그들의 눈에 내가 어떤 모습으로 비췄는가, 물어볼 것도 없었다.
그들은 환호했고 울부짖고 엄마와 애인의 이름을 불렀으며.
“노 페이스 팀!”
내가 만든 팀의 이름을 드높였으니.
돌아가는 길은 무난했다.
아마도 아까 죽인 놈이 크리쳐를 조종하는 듯했다.
그러니 이렇게 몰리지.
하운드가 들어왔으니, 본부도 괜찮겠지?
그리 생각하며 돌아가는 중, 부스터는 껐어도 뇌안은 그대로였기에 내 눈에 묘한 광경이 잡혔다.
우수수 많은 숫자의 능력자다.
같이 들어온 구원팀 숫자가 저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의아한 건, 모두 안전지대 한쪽에 모여 있다는 거다.
그에 반해 기지 안쪽에는 사람 숫자가 현저히 적다.
“몰래 들어가는 게 낫겠다.”
순간적인 판단이다.
아직 거리가 있다. 팀원 중 불멸자 하나가 다가왔다.
“리더, 불길한 게 느껴지는데 확인해 보고 와도 될까?”
내가 합류함으로써 팀장은 내가 됐다. 나사로크를 보며 난 고개를 끄덕였다.
“위험한 수준까지는 가지 말고.”
“간신히 구한 목숨이야, 나도 죽고 싶진 않다고.”
불멸자 동기 팀원이 잠깐 자리를 비우고 우리는 천천히 걸었다.
채집팀원을 전부 안고 이동할 게 아니라면 속도를 낼 수 없었다.
안전지대를 두고 빙 돌아서 가며 다가오는 용암 괴물 몇 마리를 처리한 뒤다.
기척을 죽여 상황을 살피러 갔던 동기 불멸자가 돌아왔다.
“안 좋아.”
그리고 불길한 말로 소식을 전했다.
“추방자 무리가 뭉쳐서 기지를 공격 중이다.”
이거 참.
산 하나를 넘으니 또 다른 산 하나가 날 가로막는 기분인데.
“얼마나?”
“많아. 다 셀 수 없었다. 일부는 크리쳐를 부리기도 했다.”
아니, 추방자 무리는 기본적으로 크리쳐를 다루는 게 특기야?
왜 개나 소나 크리쳐랑 친구를 먹고 지랄이지?
홀은 기지 내부에 있다.
안에 들어가야 본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건데.
“지금은 진입 불가능해.”
이계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말이다.
난 내 몸 상태를 확인해 봤다.
생각보다 괜찮다. 비약이나 치료약이 있으면 좋긴 하겠는데.
“네? 그게 무슨.”
기쁨에 들떴던 채집팀 중 일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괴로운 소식의 연속이었기에.
“걱정 안 해도 됩니다.”
솔직한 말이었다. 불멸자 친구에게 숫자를 들어 보니.
굳이 못 뚫고 갈 일도 아니었다.
그래, 솔직히 말해 부스터를 쓰고 제대로 날뛰어 보니까 알겠다.
내가 괴물이었다.
그러니 뚫고 들어가는 거야 일도 아니다.
다만 그 전에 휴식이 필요할 뿐.
“비약 같은 거 있으신 분?”
그 휴식을 위한 조치로 난 내가 구한 사람의 주머니를 노렸다.
일단 내가 회복되어야 뭐라도 할 거 아닌가.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