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Of the Unique Lineage RAW novel - Chapter 71
17. 불멸특수대의 신입이 가장 애용하는 종류다.
난 달리며 놈에게 나이프를 던졌다.
나이프가 노린 건 놈의 오른 손목.
피하지 않으면 잘린다.
놈은 한쪽 사격은 포기한 대신 내 머리에 삼연사를 갈겼다.
타다당!
더럽게 빠른 사격이었고 더럽게 정확한 사격이었다.
난 양팔로 머리를 감싸 탄을 막았다.
퍼버벅!
할로우 포인트 탄은 중공탄이라고도 불렀다.
그 특징은 탄두가 우묵하거나 비어 있어서, 목표에 맞으면 탄두가 꽃송이 피듯 벌어지는 원리다.
즉, 관통력이 아니라 충격과 저지력에 중점을 둔 탄이고.
지금 내 양팔에 구멍을 만든 탄은 불멸특수대 전용 탄으로 맞는 순간, 여덟 개의 다리를 뻗듯이 펼쳐져 근육과 신경 다발을 끊고 부순 뒤, 재생하지 못하게 막는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옥토퍼스 불릿, 문어탄이다.
문어탄은 반출 불가다.
즉, 눈앞의 상대는 불멸특수대.
그것도 익숙한 목소리의 주인이며.
“무릎 꿇어라.”
건방지게도 초면인 상대에게 굴욕을 선사하고자 하는 맹랑한 개나리, 정기남이었다.
이 새끼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묻고 싶지만, 물을 순 없었다. 지금 난 유광익이 아니라 불감가학병에 걸린 쓴 미친 불멸자니까.
그런데 기남아.
“혼자 왔어?”
기남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대답을 들을 필요는 없었다.
기남이는 혼자 왔다.
* * *
외부 보안 1팀은 화림 내 머릿수가 제일 많았다.
그중에서도 정기남은 꽤 주목받는 신예였다.
순혈이었고 능력이 뛰어났으며,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어디서든 주목받는 게 그에게 일상이었다.
광익에게 살벌하게 터지기 전까지는 그랬다.
“피만 물려받았지. 영.”
“신입은 신입이지.”
“원래 첫 끗발이 개 끗발이여. 알잖아? 첫 패가 좋다고 끝까지 그 판이 좋다는 법은 없는 것이라고.”
들려오는 말에 자존심이 상한다. 하지만 자존심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그걸 위해서 잠깐 고개를 숙이는 일 정도야 할 수 있었다.
‘공적이 쌓이면 돼.’
그럼 다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테스트 이후, 광익이 펄펄 날아다닌다는 말이 들렸다.
무시했다. 의도적인 무시라고 해도 좋았다.
그런 와중이었다.
“기남아, 지원 나간다.”
“네.”
“머니 & 세이브 본사에 강도다.”
그 말을 듣고 도착한 현장이었다.
지원 병력의 숫자는 불멸특수대 요원 셋이었다.
“……강도 맞습니까?”
이건 숫제 테러를 당한 것 같지 않나.
테러 단체가 테러를 당하다니.
아이러니였다.
함께 온 요원의 질문에 임시 대장을 맡은 보안 1팀 과장이 말했다.
“상황 파악부터.”
기남이 나서진 않았다. 애초에 기남에게 그런 걸 바라는 게 잘못이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치 최악의 기남에게 시킬 일이 아니다.
과장 바로 밑 1급 사원이 나섰고, 그는 곧 몇 가지 사실을 알렸다.
“불감가학이라는데요? 프로 수준의 싸움꾼이고 힘도 좋다는데…… 차에 손가락을 박아서 밀었다나.”
“뭘 박아?”
“그러니까 이렇게, 손가락을 꽂아서 밀었답니다.”
“불멸자라며?”
“네.”
이건 무슨 소리인가 싶다.
1급 사원이 말을 덧붙였다.
“불멸자는 확실하답니다. 흰나비를 먹었다고 하니까.”
흰나비는 재생력을 배가해 주는 약이다.
“흰나비 한 알로 이런 짓을 한다고?”
과장이 물었다.
“모르겠습니다.”
결과를 보면 원인을 유추하는 건 어렵지 않다.
특히나 무슨 할아버지 명예를 걸고 해결할 밀실 살인 사건도 아니다.
PWAT 대원 전체가 단체로 미친 게 아니라면, 이곳에 정말 그와 비슷한 일이 일어났을 것이다.
“진입한다.”
불멸특수대 요원 셋이 작전 지역에 근접하자.
“누구 허락받고 오셨는지?”
잔뜩 화가 나 있는 PWAT 대장이 나섰다.
“이 일대 치안에 문제가 있다는 보고로 파견 나왔습니다.”
불멸특수대 요원은 이름값이 다르다. 필요하다면, 특수한 상황이라면 이 일대 작전 지휘권도 가져갈 이들이다.
PWAT 대장은 분통이 터졌지만, 이들을 물릴 권한이 없다는 것도 알았다.
“안쪽에서 기척 죽이고 버티는 중입니다. 아무리 봐도 제대로 훈련받은 놈인데 그쪽 출신 아닙니까?”
대장이 말했다.
권한이 없다고 해서 비아냥거리지 말란 법은 없다.
과장은 가뿐하게 무시했다.
“우리가 들어가서 확인해 보죠.”
그도 궁금했다. 과연 어떤 놈인지.
과장이 들어가며 수신호를 보냈고 기남은 감각을 날카롭게 세웠다.
이미지를 연상하고 넓게 퍼트린다.
기척 죽이기가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순혈의 예민함을 속여 넘길 순 없다.
하물며 이런 밀폐된 공간이라면 더더욱.
한쪽 벽이 터졌지만, 이 안은 제한된 공간이었다.
기남의 감각이 건물 안을 뒤졌다.
“없습니다.”
“없어?”
“네.”
과장은 자리에 멈춰서 팔짱을 낀 채 생각했다.
“그럼 뭐.”
상대가 불멸자란 제보가 있기에 지원을 나왔다.
즉, 전투를 대비하고 온 거다.
그런데 상대가 사라졌다.
“가지.”
과장이 말을 끝맺었다.
더 할 일이 없다면 돌아갈 뿐이다.
그렇게 진입한 셋이 멀쩡하게 나오자, PWAT 대장이 물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튀었습니다.”
“……튀어요?”
대장의 혈압이 높아지는 게 보였다. 이마에 혈관이 솟았다.
기남이 알 바는 아니었다.
그저 아쉬울 뿐.
공적을 세울 기회였는데 날아갔다.
근데 이런 짓을 왜 하는 걸까?
어떤 이득이 있기에 이런 대규모 사고를 친단 말인가.
모르긴 몰라도 이 사건이 알려지면 대한민국이 떠들썩할 것이다.
일반종은 이곳에 프로메테우스가 꾸린 양지의 금고 사업체라는 걸 모르니 당연히 그렇…….
생각이 멈추며 다른 방향으로 물길을 틀었다.
이곳은 금고 사업체다. 중요한 물건을 보관하는 곳이다.
흔히 말하길, 뒤가 구린 작자의 비자금을 숨겨 준다고 한다. 사고 친 놈은 미친 불멸자라고 했다.
불감가학이라고 했나? 그런 정신적 질환이 쉬이 생기나?
기남은 가정했다.
만약 미친놈이 아니라 영리한 놈이라면?
앞에서 전쟁 수준의 테러를 펼친 이유가 있다면?
“뭐 하나만 확인하고 가도 됩니까?”
기남이 물었다.
과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라.”
과장은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치안을 핑계로 여기까지 나와 있지만, 프로메테우스에게 엿 먹인 게 나쁜 기분이 아닐 테니까.
테러 단체가 테러를 당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꽤 즐거운 걸지도 모르고.
다만, 자신은 상황이 달랐다.
당장의 실적이 필요했다.
눈앞에 보이는 상대를 놓치는 것도 싫었고.
기남은 그대로 건물을 끼고 뒤로 돌아갔다.
통제선 너머다.
녹아 흘러내려 굳은 구멍, 그 안에서 걸어 나오는 용의자 두 명을 발견했다.
“거기까지.”
자기도 모르게 말이 먼저 나왔다.
약간의 흥분과 기대감 때문이었다.
‘내가 잡았다.’
기남은 그리 생각했고, 그래서 잠시 잊었다.
저 밖에서 일어난 전쟁 수준의 테러가 한 사람 손으로 만든 거라는 걸.
* * *
기남이가 날 향해 총을 쏜다.
난 몸을 틀어 피했다.
팔 근육이 조각난 기분이다.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것도 양쪽 팔 전부.
건물을 끼고 움직였다.
쾅! 쾅!
문어탄이 연신 벽을 후려쳤다.
무슨 거인이 뒤를 쫓는 기분이네.
덜렁거리는 양팔을 놔두고 뛰니, 마치 슬랩스틱 코미디를 하는 기분이 들었다.
슬쩍 밖으로 나가서 기남 앞으로 휙 뛰었다.
기남은 곧바로 사격하는 대신 날 따라 움직였다.
그동안 훈련 열심히 했구나.
너희 기남이 다릿심이 전보다 튼튼해졌다.
그런데 이거 안 웃기냐?
탁, 탁, 탁, 탁.
내가 뛰는 템포에 맞춰 팔꿈치 밑이 제멋대로 움직이며 내 몸뚱이를 때렸다.
피도 눈물도 없는 기남은 웃는 대신 예측 사격에 집중했다.
난 다시 숨었다. 숨바꼭질이다.
그렇게 적당히 시간을 끈 뒤에, 생각했다.
이쯤이면 됐다고.
중고 형이 몸을 피한 시간 정도는 벌어줬다.
여기서 더 시간을 끌다간 기남이 삼촌, 형, 오빠, 언니가 몰려올 것이다.
불멸특수대 요원이 더 붙는 건 부담스럽다.
그쪽은 진짜 프로 중의 프로니까.
PWAT팀을 상대할 때처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흡.”
일단 팔뚝의 문어탄부터 제거해야 했다.
우득, 뜨드득.
“퉤.”
이가 없다면 잇몸으로 씹는 법.
손이 없기에 입으로 물어뜯었다.
애초에 이런 개인 전술도 염두에 두고 탄알을 막은 거다.
비릿한 피 맛이 입안을 감돌았다.
호랑이 가면 하관부가 적절히 찢어져서 다행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입을 이리 놀릴 수도 없었을 거다.
“불감가학?”
기남이 되물었다.
자식아, 나 안 미쳤다.
“너 왜 혼자 다니냐?”
아직 약효가 남았기에 금세 새 살이 솔솔 돋고, 손가락에 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내 물음에 기남은 대답 대신 총구를 들었다.
미친놈과는 말을 섞지 않겠다는 단호한 태도다.
그래, 나도 지금 너랑 얘기 나누는 건 부담스럽지.
목소리를 아무리 깔아도 내 본래 목소리를 알아채는 순간, 그것도 꽤 귀찮은 일일 테니.
시간은 끌만큼 끌었다.
툭툭, 바닥을 차며 스텝을 밟는다. 사선으로 움직이고 변칙적인 발걸음으로 다가선다. 속도로 완급 조절까지 한다.
“총 맞기 싫지? 그럼 안 맞게 뛰는 법부터 배워야지.”
변신족 과외 선생은 이리 말했었다.
제 몸을 소중히 하라고.
맞을 필요가 없는 탄은 맞지 말라고.
일 대 일이고 상대가 가진 화력이 권총 두 자루가 전부라면, 난 탄을 한 발도 안 맞고 상대의 품 안에 뛰어들 자신이 있었다.
“까꿍.”
조금 찢어졌지만, 아직 가면의 형태는 알아볼 정도는 됐다.
호랑이 형님 오셨다. 기남아.
품 안으로 파고들며 왼발로 놈의 오른발을 찍어 누르듯 밟았다.
기남은 반사적으로 피하며 무릎을 치켜세웠다.
고간 무릎 치기다.
어, 이 장면 어디서 많이 봤는데.
본능이 몸을 지배했다.
사내 테스트에서 기남과 대련하던 중 이와 같은 상황을 맞이한 적이 있었다.
무릎은 손바닥으로 막고 어깨를 붙였다.
동시에 몸을 종회전하며 회전력을 이용한 주먹을 턱에 꽂는다.
푹. 쩡!
목 뒤가 따끔했다.
이 새끼 늘었네.
전에는 그냥 맞고 뻗었는데.
묵직한 타격감과 함께 앞을 바라봤다.
내 주먹에 맞은 기남의 이빨이 다시 허공에 흩날렸다.
흩날려라, 이빨 벚꽃 시즌 투다.
다만, 이번에는 당하지만은 않았다.
기남은 맞으면서 삐죽한 송곳을 뽑아내 목 뒤에 꽂았다.
정확히 연수(延髓)를 노렸다.
연수는 달리 말하면 숨골이다. 불멸자 사냥법 중 하나였다.
초재생력이 있다고 해도 정신과 육신의 연결선을 끊으면 고깃덩이일 뿐이다.
간신히 피했다.
난 때리며 목을 틀었고 송곳은 숨골이 아니라 목 근육을 관통했다.
“쿨럭.”
피가 울컥 솟으며 기침이 나왔다.
난 송곳을 뽑았다.
그냥 놔두면 목 앞으로 삐죽 솟은 빨간 막대가 꽂힌, 어지간한 핼러윈 분장보다 살벌할 듯싶었다.
새끼, 좀 많이 늘었네.
턱뼈가 쪼개지고 바닥을 뒹굴었지만, 기남은 기절하지 않았다.
대신 깨진 페이스 가드 밖으로 맨얼굴이 드러났고.
그 안에 보인 놈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어.”
어가 아니라 너라고 한 것 같았다.
순혈의 예민함은 의심을 확신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더는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다.
또 보자는 인사 대신 달려가서 대차게 머리를 사커 킥으로 후려 찬 다음 그대로 내뺐다.
회사로 복귀할 시간이었다.
아, 물론 몸에 묻은 화약 냄새랑 엉망인 옷가지는 해결한 뒤에 가야겠지.
이 일의 범인이 나라고 홍보할 순 없는 노릇이니.
해가 떨어져 어둠이 드리운다. 오늘은 달빛도 없는 밤이다.
그리고 내일은 징계 위원회가 있는 날이었다.
이제 남은 시간은 12시간이고.
난 그 징계 위원회의 증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