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Takes Medicine RAW novel - Chapter 308
약먹는 천재마법사 308화
톱니바퀴(1)
드레이와 웨이안. 키델과 아이크. 매드 맨슨, 수련과 아스이. 다이크에서 찾아온 파노아와 킬리안, 혈법사 라얀 아이터의 얼굴까지.
이 자리에 모인 전원이 6레벨에 준하는 군위능력자, 혹은 그에 밀리지 않는 특기분야 적성을 보유한 이들이다.
메이어의 호출로 모인 이들과 손발을 맞추느니, 차라리 이들을 데려가서 이번 일에 협조하는 것이 훨씬 편할 터.
특히 이번 일에 과거의 전우들이 얽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드레이의 표정은 상당히 복잡해 보였다.
하지만 레녹은 그것을 뻔히 짐작하면서도 고개를 내저었다.
“작전이 시작되면 외곽구역 사이 혼란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회사 내부에 여유 전력을 남겨두는 게 좋겠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에이전트와 메이어 의원 측에서도 이번 작전을 위해 따로 프리랜서를 고용했어. 그쪽에서 작전을 구상하고 어울리는 멤버들을 뽑았다면, 굳이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철컥, 철컥!!
바의 테이블 위에 분해된 충전식 샷건을 올려놓고 빠르게 조립해나가면서 레녹이 말했다.
레녹의 저열하기 그지없는 손재주라면 진작 부품 십수 개를 잃어버려도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마력사로 고정하고 샷건을 조립해나가는 일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순식간에 분해되었다 재조립된 샷건을 보며 레녹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제니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반 네가 내린 결정에 뭐라 토를 달고 싶지는 않지만……. 하아, 이번 일은 나도 모르겠네.”
그녀는 곱슬진 머리칼을 뒤로 휙 쓸어넘기면서 미간을 팍 찌푸렸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기어사이드와 근처 복마전 멤버들의 정보를 모아주는 것뿐이야. 별다른 일없이 잘 마무리된다면 좋겠지만……”
“그거면 충분해.”
차르륵!!
샷건에 다시금 축소마법을 걸고, 순식간에 손가락만 한 크기로 줄어든 샷건을 코트 소매 안쪽에 걸어 넣는다.
마지막 남은 장비까지 점검을 마친 레녹이 곧바로 바에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안타레스 사무소 측도 이번 일을 위해 따로 움직이기 시작할 거다. 그쪽 전력들까지 생각하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다른 이들의 배웅을 받으며 술집 밖으로 나서자 새벽의 차가운 공기가 레녹을 반겼다.
입가 사이로 새어 나오는 입김을 바라보며 품 안에서 연초 한대를 꺼내 들었다.
바 뒤쪽 공터에 세워둔 바이크에 걸터앉은 레녹이 곧바로 불씨를 당기고, 스로틀을 움켜쥐었다.
우우우우웅!!
뱃가죽을 떨리게 하는 강렬한 엔진소리.
새벽공기를 타고 울려 퍼지는 소음을 그대로 들이키며 레녹이 천천히 자세를 숙였다.
다비가 레녹의 품 안에서 꼬리를 흔드는 것과 동시에, AI 인터페이스가 활성화되며 지도를 그려내고.
부아아아앙!!
바이크의 신형이 한줄기 섬광으로 변해 그대로 도로 바깥쪽으로 쏘아져 나갔다.
* * *
도시 안쪽으로 숨어든 방위군 특수부대원들을 소탕하기 위한 작전.
히나를 비롯한 에이전트 작전팀이 의원 비서실과 머리를 맞대고 고안해낸 작전은 간단했다.
그동안 있었던 전투를 통해 확보한 방위군 군복 섬유질의 구성성분을 분석, 그중 외곽구역에서 쉽게 사용되지 않는 고급 재질만을 따로 분류한다.
그렇게 분류한 섬유질을 매개체로 삼아 대규모 주술을 발동.
거대도시 내부에서 연락이 닿는 주술사들을 모조리 불러모아 외곽구역에 주술로 만들어진 인위적인 링크를 이어버렸던 것이다.
고작 이것만으로 광활한 4, 50번대 구역 사이에서 개개인의 위치를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주술이 대상과 접촉하면서 발생하는 노이즈 패턴을 관측, 이를 통해 대략적인 행적을 가늠하고 동선을 좁히는 것은 가능하다.
대략 30여 시간을 투자해 방위군 특수부대원들의 종적을 48구역과 52구역 근방까지 좁히는 데 성공.
이번 작전에 참가를 결심한 음지 관계자들을 여러 조로 편성시켜 각 구역을 수색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타타탕!!!
“찾았다!”
“바로 추적해!!”
쿵!!
“놓치지 마!”
첩보부대 입장에서도 본디 데이터 확보 대상자였던 이들이 제 발로 찾아오는 일을 놓칠 리 없다.
자신들을 상대로 작전이 펼쳐졌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대원들은 자연스럽게 전투를 시작하고, 그 즉시 확보된 위치가 몇몇 개개인에게 송신.
“시간 끌어!!”
“조금만 버티면 아무나 올 거다!!”
부아아아앙!!
뒤늦게 이상을 깨달은 대원이 다급하게 전성을 퍼트리기도 전에, 바로 옆에서 튀어나온 바이크의 묵직한 바퀴가 그대로 대원의 신형을 깔아뭉개고 피를 흩뿌린다.
우지지직!!
[끄아아아악!!]그 상황에서도 의식을 놓지 않고 발버둥을 치던 대원이 어떻게든 벗어나 차후를 도모하려 하지만, 바이크 위에서 터져 나온 샷건의 섬광에 그대로 곤죽이 될 뿐.
타아앙!! 타아앙!!
연달아 두 발을 더 쏘아내며 발악하는 다른 대원들까지 침묵시킨 레녹이 그제야 뒤를 돌아보았다.
“도망친 사람은?”
그 살벌한 기세에 묵직한 중화기를 들고 있던 도노반이 곧바로 대답했다.
“발견했을 때는 다섯이었다. 아마 둘이 도주했을 거야.”
“둘이라.”
두두두두두!!
스로틀을 움켜쥐며 레녹이 말했다.
“대충 누군지 짐작이 가는군.”
근처 감각권에서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멀어지는 기척이 둘.
이 긴박한 상황에서도 뭉쳐 있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을 인식한 것인가.
레녹이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바이크를 몰아 비좁은 골목 밖으로 내달렸다.
그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다른 프리랜서들이 허탈한 웃음을 내뱉었다.
“그렇게 격렬하게 발악하던 놈들을 고작 바이크와 샷건 세 발로…….”
“실력에 차이가 있다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방금 그들은 다섯 명이 한 조로 움직이던 첩보부대원들 포착, 추적과정에서 전투에 돌입한 뒤 일진일퇴를 거듭하고 있었다.
단순히 총화기를 다루는 실력뿐만 아니라 접근전에서도 무기술이나 박투술에서 현격한 우위를 보여주던 군인들은, 훈련받은 초인의 고강함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는데.
바로 옆에서 나타난 레녹의 공세 몇 방에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그 목숨을 내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도노반은 놀라는 대신 담담하게 자신의 핸드캐논을 점검하면서 말했다.
“그렇게 말하지 말고 지금 우리 쪽 통신망을 보게.”
“뭐?”
“지금 줄지어 올라오는 성과보고를 확인하면, 이 작전이 처음부터 누구를 중심으로 짜여 있는지 이해할 수 있을 테니.”
그 말을 들은 이들이 곧바로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통신화면을 넘기고 입을 살짝 벌렸다.
[50구역 대원 셋 사살. 둘 추적 : 반] [52구역 대원 다섯 사살. 셋 추적 : 이리야] [49구역 대원 둘 사살. 여덟 추적 : 룬델] [50구역 대원 하나 사살. 하나 추적 : 룬델] [51구역 대원 둘 사살. 넷 추적 : 반] [51구역 대원 둘 사살. 셋 추적 : 반] [51구역 대원 셋 사살. 이동중 : 반] [51구역 대원 하나 사살. 이동중 : 이리야]…….
휴대폰에 쉴 새 없이 올라오는 성과보고의 이름에는 거의 세 사람의 이름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도노반 역시 휴대폰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면서 중얼거렸다.
“압도적인 실력을 보유한 세 사람에게 정보량을 몰아주고, 그 성과를 기대하는 전술이야. 말하자면 우리들은 이번 일에서 그 정보량을 가져다주는 부표라고 할 수 있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치더라도 마법사인 레녹이 육체능력자인 다른 둘의 기동력을 따라잡고 있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
거리를 무시하는 듯한 신들린 바이크 주행실력이 아니고서야 이런 식의 성과보고가 올라올 리가 없다는 것을 도노반은 잘 알고 있었다.
“바, 반이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이리야와 룬델도 대단하군.”
“두 사람 모두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프리랜서 출신이 아닌 건가?”
“그렇지.”
도노반이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히려 이번 작전에서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그거야.”
* * *
51구역. 쓰레기가 잔뜩 버려진 폐건물 빌딩 주차장.
레녹은 바이크 위에 앉아 연초 불을 피워올리고 있었다.
충전식 샷건을 어깨 위에 올려놓은 채 한 손으로는 빠르게 휴대폰 통신망 화면을 밀어넘긴다.
화면에 자동으로 기록되는 성과보고란에 보이는 이름은 레녹을 비롯해 오직 셋뿐.
[이쪽 구역 근방 추적 신호는 전부 소멸했어요. 눈앞에 남은 대원이 마지막이네요.]“생각보다 진행속도가 빨라. 반나절 안에 마무리를 짓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군.”
“으윽……!”
부상을 입은 채 나뒹구는 대원의 모습을 보며 레녹이 샷건의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철컥!
[자동장전] [궤도보정] [급속충전 300%] [산탄집속] [일점사격]위이잉!!
눈 깜짝할 사이에 다섯 가지가 넘는 보조마법을 쌓아 올린 샷건의 총신 사이로 창백한 마력광이 줄줄 흘러나오고.
쓰러진 대원의 머리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려던 그 순간.
“……잠깐.”
레녹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빛났다.
[마스터?]“슈트 어깨에 붙은 견장의 색이 약간 달라. 겉으로 보기에는 큰 차이가 없어도, 어둠 속에서는 알아볼 수 있을 정도군.”
“이익!!”
샷건을 거두고 곧바로 마력사를 뽑아낸다.
“살려서 데려가야겠어. 혹시 다른 정보를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레녹이 마력사로 발버둥을 치는 대원의 몸을 그대로 엮어내려던 그 순간.
쐐애액!!
뒤에서 날아든 고속의 섬광 한줄기가 그대로 대원의 머리에 꽂혔다.
이질적인 광채를 흘리는 창날. 분명히 날붙이의 형상을 하고 있음에도 제대로 그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빠른 속도로 쏘아진 단창이 그대로 대원을 관통하고 격렬하게 진동하며 그 혈흔을 사방에 흩뿌렸다.
파르르르!!
“커억……!!”
“…….”
한계를 넘는 고통에 신음하다 그대로 절명한 대원. 그 모습을 확인한 레녹의 눈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마력사를 사용하는 잠깐의 틈을 노린 그 눈썰미와 손속도 손속이지만, 대원이 죽어간 모습 역시 평범하지 않다.
이미 던져넣은 단창 자체가 격렬하게 진동하면서, 아예 피격자의 내부장기를 통째로 망가뜨리는 모습.
마력을 사용한 무술이나 기예를 넘어서, 장비 자체를 통째로 개조하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이다.
푸슉!
그 순간, 대원의 몸을 관통했던 단창이 그대로 허공 위로 떠올라 순식간에 날아들었던 자리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레녹은 그것을 멍청하게 바라보는 대신, 이미 뻗어낸 마력사를 돌려 순식간에 그 단창을 잡아챘다.
차르르륵!!
“이건…….”
허공에 멈춰 세워놓고 그 모습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 외형이 대충 가늠이 간다.
대략 사람 키의 절반 정도 되는 비정상적으로 길쭉한 창날.
손잡이와 날 받침대 따위는 존재하지 않고, 오직 원격 조작만을 위해서 만들어진 극도로 간단하기 그지없는 외견.
마력사로 붙잡은 지금에도 단창 자체가 격렬하게 진동하면서 자신이 만들어낸 파괴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순식간에 날붙이를 스캔한 다비가 데이터베이스에서 해답을 꺼내 들었다.
[단분자 커팅과 초진동 절단기술을 조합해서 만들어낸 원격조작 특화 스피어입니다. 내구성이 좋은 희귀금속 여러 개를 배합해 마력전도율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물건이군요.]“초진동 절단이라…….”
[공방의 기술이 닿았음을 가정하더라도 굉장히 퀄리티가 높은 물건입니다. 인위적으로 제작해낸 아티팩트라기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정성을 들여 만들어진 장비군요. 어지간한 마력사용자는 컨트롤조차 불가능할 것처럼 보입니다.]단순히 술식보다는 마도공학의 기술력이 농도짙게 집약된 물건.
그에 비례하듯 다비의 설명도 끝을 모르고 이어진다.
카가가각!!
마력사에 묶인 채 격렬하게 반항하던 스피어가 그대로 레녹의 속박을 끊어냈다.
육안으로는 셀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진동을 통해 절삭력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린 결과. 부상을 입은 부대원 하나를 사로잡기 위해 뽑아낸 마력사 몇 가닥으로 잡아두기에는 부족했던 것이다.
그렇게 주차장 사이를 질주한 스피어가 순식간에 건물 내벽 위를 날아올라, 주인의 곁으로 돌아간다.
자연스럽게 레녹의 시선도 그를 따라서 위로 움직였다.
건물의 울퉁불퉁한 내벽 위. 십수미터는 되어 보이는 수직높이에 거미처럼 매달려 이쪽을 내려다보는 여성 한 명.
이상한 광택을 내뿜는 머리칼을 아래쪽으로 늘어뜨린 채, 벽에 달라붙은 그 모습은 같은 인간처럼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이질적이었다.
얼굴 표정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바이저를 뒤집어쓴 채로 이쪽을 내려다보는 그녀의 등 뒤로, 똑같은 형태의 스피어 다섯 자루가 부유하고 있었다.
“…….”
벽에 매달린 그녀와 레녹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마주친다.
굳이 말을 나누지 않아도 서로가 누구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사이브리드 에코 소속, 이리야.
방금전까지 레녹과 함께 성과보고창을 독점하면서 방위군 대원들을 사살해 온 장본인이, 레녹의 앞에 나타났던 것이다.
레녹에게 이번 일의 보상을 모두 몰아주려던 도노반의 바람잡이를 저지하고, 역으로 회의장의 분위기를 바꿔버린 당사자.
그리고 이번 작전에서 메이어가 아닌 다른 의원의 사주를 받고 있을 거라 의심받는 주요 인사이기도 했다.
“특이사항은 사살하는 대신 살려서 보고하기로 결정을 내렸을 텐데.”
레녹은 벽에서 뛰어내려 사뿐히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이리야를 보며 말했다.
십수 미터 높이에서 낙하했음에도 그녀의 몸짓은 깃털처럼 가벼워 보였다.
“미리 합의된 사항을 지키지 않을 생각이라면, 작전이 무슨 의미가 있지?”
“사살해도 큰 문제가 없을 안건이라 판단했기에 수행한 것뿐입니다.”
지잉!
바이저를 들어 올린 이리야의 얼굴에는 한 줌의 동요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동안 마주친 대원들 중에서는 한번도 보지 못한 케이스다. 팀 리더거나 사령부와 직통라인을 쥐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어.”
레녹이 힐끗 절명한 대원의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그쪽이 시체를 곤죽으로 만들어놓은 탓에, 소지품을 뒤져도 뭘 찾아내기도 힘들겠군.”
“…….”
“작전 수행보다는 오히려 증거 인멸에 가까워 보일 정도야.”
두 사람의 시선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순식간에 근방의 공기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방금 레녹의 발언은, 이리야가 이번 작전에 참가하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한 의심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언뜻 보기에는 과격하기 그지없는 발언. 하지만 작전에 들어가기 앞서 사전에 미리 언질이 되어 있는 일이었다.
팔라드와 히나 역시, 다른 의원의 사주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이들의 이상행동에 대해서는 단호한 대처를 요구했던 것이다.
만약 이리야가 다른 시의원의 사주를 받아서 이번 작전을 방해할 생각이라면, 요새 탈취 작전이 시작되기 전에 여기서 잘라내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대답하지 않는 이리야의 얼굴을 레녹이 날카롭게 주시한다.
‘초진동 스피어 다섯 자루. 그 모두를 원격조작하는 전투스타일을 생각하면 의외로 영거리 전투에는 취약할 가능성이 있지.’
이미 머릿속에서는 그녀가 가진 무기와 전력을 가늠하고 어떤 식으로 선공을 잡아야 할지 계산이 선 뒤였다.
‘코앞에서 고화력을 때려 박고 반응을 보면서 후수를 결정한다. 사용하는 무기를 생각했을 때 주차장 깊숙한 곳으로 끌어들여 운신의 폭을 좁히는 경우도 생각해야…….’
자유자재로 벽에 달라붙는 기동력이나, 기이할 정도로 강력한 절삭력, 정교한 스피어 조작능력을 생각한다면 공간의 여유가 있을 때 최적의 효율을 발휘하는 스타일일 터.
물론 환경을 조금 바꾼다고 전투능력이 확 내려앉지는 않겠지만, 이 정도 실력 언저리에서 사소한 변수와 심리적인 요인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레녹이 머릿속으로 이 자리에서 상대를 때려눕힐 방법들을 짜내고 있는 사이, 그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이리야가 나직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방금 제가 죽인 방위군 첩보부대원. 심문해 봤자 큰 의미가 있는 정보를 얻지는 못했을 겁니다.”
“무슨 의미지?”
“야간에만 확인이 가능한 견장을 차고 있다는 것은, 밤이 되면 약해지는 거대도시의 자기폭풍을 뚫고 데이터를 송신하는 것을 전담하는 정보병이라는 의미……. 단순히 확보한 데이터를 사령부 측으로 보내기만 하는 송신병에게서 유의미한 성과를 얻어내기는 불가능했을 테니까요.”
“…….”
“조금이라도 빨리 죽이는 것이 전투 데이터 수집을 막는 방법입니다.”
지나칠 정도로 구체적인 설명. 방위군의 목적과 방식에 대해 알고 있지 않다면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방위군 사령부 뒤에 숨어 있는 이번 일의 배후에 대해서.
레녹의 시선이 깊게 가라앉았다.
“방위군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데이터를 수집하는지 알고 있는 건가?”
“어느 정도 짐작은 갑니다. 기계도시의 최전선, 생체공학의 정점에 선 이들이 한때 시도하고, 또 실패했던 방식이니까요.”
“…….”
“기어사이드……. 기계도시 마키나에서 갈라져 나온 이단의 기술이 잘못된 방향으로 사용되는 일은 막아야겠죠.”
이리야는 흔들리지 않는 시선으로 레녹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것이 승천문의 설계도를 나눠 받은 저희 사이브리드 에코에게 주어진 의무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