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Takes Medicine RAW novel - Chapter 422
약먹는 천재마법사 422화
새로운 마법체계(2)
8레벨 극위.
자기개변의 일곱가지 단계를 뛰어넘어 진정으로 위계를 초월하고 도달할 수 있는 힘의 끝.
이 시점에 도달한 마법사들은 대마법사라는 간단하면서도 명료한 칭호로 불리며 경외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이미 완성된 위계를 넘어서 다음으로 나아가는 것은 진정으로 완벽에 가까워지는 길일까?
초인으로서 정해진 일곱 가지 위계를 완성한 다음의 모습이, 더 나은 완성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뚝, 뚝……!
마법체계를 온전히 전개하고 군령들의 힘을 흡수했음에도, 몸에서 흘러 떨어지는 핏물은 멈추지 않는다.
어딘가 멍해진 표정으로 옆구리를 움켜쥔 마법사의 몰골은 실로 초라하기 그지없다.
마드리치는 그런 레녹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말했다.
[하지만 위대한 힘에는 합당한 대가가 따르는 법. 네 재능이 진정으로 하늘에 닿아 있더라도, 모든 것을 바치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는 힘이다.]“…….”
[완벽을 추구하지만 결코 도달할 수는 없는 모순을 품었구나. 그 이름 자체가 합리에 어긋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느냐?]천천히 위령탑의 상층부에서 힘을 잃고 떨어져 내리는 레녹을 보며 마드리치가 말했다.
[너 역시 한계에 가까워졌을 터. 피차 여유를 부릴 수 있는 형편은 아니구나.]쿠웅!!
레녹의 몸이 모래사장 한복판에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먼지가 나풀거렸다.
파열된 내장과 뼈, 그리고 관절들. 머릿속을 쉴 새 없이 쑤시는 뜨거운 격통.
하지만 온갖 약으로 도배된 레녹의 몸을 짓누르는 것은 격렬한 전투의 여파보다도, 등 뒤에 떠오른 나선의 헤일로 때문이다.
마드리치의 말은 틀리지 않다.
마법체계 우로보로스.
존재하는 모든 동력원을 분석하고 이해해서 치환하는 영구기관을 표방하고 있지만, 그만한 힘에는 합당한 대가가 따르는 법.
마법체계를 작동시켜서 그만한 힘과 심상을 흡수하고 강탈할 때마다, 그에 걸맞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리샤가 사용하던 주술의 트리거를 사용해 마법체계를 증폭구현한 지금, 레녹에게 요구되는 대가는 바로 혈액.
레녹은 네 명의 군령이 지닌 심상을 손에 쥐는 것과 동시에, 마법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그만큼의 혈액을 빼앗기고 있었던 것이다.
우로보로스는 결코 스스로 완전하게 순환하며 무한을 향해 나아가는 힘이 아니다.
단지 그 갈망과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과 타인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갈취하는, 무수한 힘과 심상이 수렴하는 결과물일 뿐.
이것을 정녕 완벽에 가까운 힘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레녹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위계를 완성한 것은 그 자체로 초인으로서 완성되는 일.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는 것을 극복이라 부를 수는 있어도, 어떤 의미로는 다시 불완전한 모습으로 돌아서는 것이다.
살아 숨 쉬는 인간의 굴레를 짊어지고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완벽에 가까운 상태를 버리고, 다시 불완전한 길 위로 발을 내뻗는 것.
하지만 그것을 알면서도 레녹은 이것이 결코 틀리지 않은 대답이라 믿었다.
그가 이 세계에서 마주쳤던 무수한 승천자들 역시, 결코 완전하거나 완성된 존재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극위의 경지조차 초월해 승천에 도전할 자격을 손에 넣은 인세의 거두들조차, 생의 마지막까지 미련을 놓지 못하는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완성된 위계를 뛰어넘는 일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위이이이잉……!!
레녹의 몸이 만신창이로 변하고 피를 빼앗긴 안색이 창백하게 변하지만, 반대로 그의 몸에서 회전하는 마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져만 갔다.
항하사미궁에서 진둔의 잔여마력을 흡수해 도달했던 극한의 고양상태를, 몸을 갈아 넣는 것으로 완성해 냈다.
조금이라도 삐끗했다가는 삶과 죽음의 사이에서 균형을 잃고 무너져내릴 것을 알면서도 멈추지 않는다.
바로 이 순간을 위해 무수한 괴물들과 목숨을 걸고 싸우며 어떻게든 그들의 비전과 심상, 소우주 자성영역을 관찰하고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았던가.
몸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아도 좋다. 생각과 마력만이 돌아갈 수 있다면, 이 시간이 끝나기 전에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남아 있었다.
촤르르륵!!
힘없이 쓰러진 레녹의 몸 사이에서 마력사가 뻗어나와, 마치 인형을 붙들고 일으켜 세우듯 몸을 끌어올렸다.
끼이익……!!
하늘을 향해 높이 솟아오른 위령탑이 어느 순간 마드리치를 향해 기울어지고, 그 안에서 절규하던 원념들이 군령술사의 몸 위로 쏟아진다.
“…….”
[…….]축 늘어진 채로 삐딱하게 선 레녹과, 수천 가지 원념을 어깨에 가득 짊어진 마드리치가 서로를 마주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손이 움직였다.
[나뢰살(螺雷殺) : 관천(貫踐)] [육지령(戮指領)] [련공반영聯空反影)]콰아아아앙!!!
레녹의 등 뒤에서 일어선 거대한 마법진 사이로 수십갈래 전격의 포화가 쏟아져나와 밤하늘을 비춘다.
동시에 마드리치가 뻗어내는 영체의 파도와 격돌해서 강렬한 충격파를 터트렸다.
정면에서 쏘아내는 격렬한 화력의 투사 사이로 멈추지 않고 거리를 좁힌 두 명의 술사가 동시에 격돌.
손에 담긴 마력을 휘저으며 의념을 사방으로 뻗어냈다.
명백한 의지가 강대한 동력을 기반으로 현실에 투영되는 이적으로 변한다.
육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두 마법사의 지근거리에서 터져 나오는 수십 갈래의 마법과 술식의 향연.
[태화비창(太花飛蒼)] [귀렴(鬼斂)]두두두두두!!!
허공에서 칼날이 깎여 나가는 듯한 격렬한 소음이 쉴 새 없이 울려 퍼진다.
색이 바란 전격과 마력의 역류. 눈앞에서 수십 번씩 교차하는 섬광이 격전 속에서 튕기고 빗나가 아슬아슬하게 두 술사의 육신을 스쳐 사라졌다.
“후우……!!”
두 다리로 서 앞으로 몸을 기울이는 순간과, 손가락으로 마력을 매만지는 찰나를 단 하나도 빠짐없이 인식하고 실감한다.
매 순간 내지르는 모든 술식과 마력의 갈래에 확실한 근거와 의도가 있고, 하나라도 지나치는 순간 치명상으로 이어지는 격전.
육안으로는 제대로 확인하는 것조차 어려운 화력의 투사 속에서도 모조리 인지하고 받아냈다.
쿠과과과과!!!
두 술사가 전력으로 내뻗은 마법과 군령술이 격돌할때마다 대기가 한계까지 타오르다 플라스마로 변한다.
해안가 곳곳에서 작은 태양처럼 떠오른 열원의 구체가 회전하다 터져나가며 모래와 해수를 싹 밀어내고 증발시킨다.
손짓할 때마다 숨 쉬듯이 터져 나온 충격파가 사방에서 일렬로 도열하며 하늘 위로 솟구쳤다.
쉴 새 없이 휘청이면서 어떻게든 손을 내젓는 마법사와, 그 사이를 거침없이 파고드는 젊은 모습의 군령술사.
[빌어먹을……!!]하지만 거의 대등해 보이는 격렬한 전투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일그러지는 것은 젊디젊은 청년의 얼굴이었다.
한껏 짊어진 원념의 힘을 군령술로 휘두를 때마다, 레녹의 등 뒤에 떠오른 이중의 나선이 회전하며 그대로 그 힘을 통째로 잡아먹는다.
와자자작!!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오히려 술자의 마력을 급격하게 부풀리며, 반대로 자신이 내뻗은 힘이 더 강한 공격으로 돌아오는 말도 안 되는 상황.
[개전(開電) : 외련(外聯)]파지지지직!!!
평소라면 사전영창을 필요로 하는 전격계열의 상위마법조차, 컨디션을 극도로 끌어올린 지금에는 공정을 생략하고 그 위력만을 구현해 때려박는다.
어두운 밤하늘, 새하얀 다리 교각 위로 터져나오는 거대한 전격의 숨결.
콰아아아앙!!!
하지만 마드리치 역시 찰나의 순간 반응해서 어떻게든 급소를 피하고 받아내려 몸을 비튼다.
단순히 반응속도가 빠르다고는 믿을 수 없는, 예지에 가까운 예측과 직관의 영역에서 선택한 회피.
그 어느 때보다 고양된 정신속에서 마드리치의 직관이 확신에 가까운 답을 일러주고, 자연스레 그 입을 통해 흘러나온다.
[죽어라……!!]원념의 존재 자체를 갈아넣은 심상을 동시 발현해 물리법칙의 왜곡을 극한까지 구현.
허공에 떠오른 거대한 영체의 창대 여덟 갈래가 그림자 사이에 스며들듯이 회전해 그대로 레녹의 방벽 사이를 관통하고 비틀었다.
[무령(無靈)]카가가각!!!
하지만 레녹은 그 모습을 보고 부족한 점멸마법의 횟수를 헤아리는 대신, 하늘을 향해 손을 뻗어올렸다.
동시에 등 뒤에서 회전하는 나선의 빛이 한층 더 강해지며, 손끝에 헤아릴 수 없는 마력의 빛을 전달했다.
[뇌인(雷印)]쉽게 사용하지 않는 마법이다.
처음으로 고유마법의 존재를 자각하고 각성상태에서 스스로 깨우쳤던 절기의 일부이기 때문일까.
그만큼 강력하고 많은 코스트를 소모하며, 때로는 레녹의 심상 일부가 담기기도 한다.
방금 전까지 마드리치를 등지고 터져나온 전격의 폭류가, 시간이 되감기는 것처럼 레녹의 손 안으로 다시 모여들어 완전히 다른 형태로 비틀렸다.
빠지지지직……!!
가늘게 손가락을 구부린 손짓 사이로 터져 나오는 새하얀 섬광. 그 사이로 숨길 수 없는 선명한 황금륜이 섞여 빛을 발한다.
레녹의 확고한 의념을 그대로 투사하는 전격계열의 절기가 그대로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눈부신 광채로 변했다.
콰아아아아아!!!
온몸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물질은 물론이고, 정신과 기억, 영까지 모두 함께 열기에 휩쓸려 사라질 것만 같은 열기.
단순히 뜨겁고 무거운 수준을 넘어, 감각을 산산히 조각내고 으스러뜨리는 그 사나움이 의식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절절하게 느껴진다.
[아아아악!!!]제자리에서 거대한 충격파와 함께 뒤로 튕겨 나간 마드리치의 신형이 수십 미터 위로 튕겨 나갔다, 간신히 탑 위에서 쓰러져 멈춰 섰다.
[안 돼…… 이럴 수는 없어……!! 고작 고유마법에, 어떻게 이런……!!]쉴 새 없이 이어지던 공방이 이런 식으로 끝날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마드리치가 힘없이 몸을 비틀었다.
[끝나지 않았다, 아직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어!!!]쾅!!
발악하듯 양손으로 위령탑의 첨탑을 두들긴 그 순간, 등 뒤에 떠오른 거대한 위령탑을 중심으로 밤하늘이 격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마치 시간이 수천 배로 빠르게 흐르는 것처럼, 무수한 별빛이 하늘 위로 거대한 동심원을 그리며 회전한다.
공간이 통째로 왜곡되어 한점으로 수렴해, 보름달을 등지고 선 마드리치의 등 뒤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환각.
탑 내부에 한껏 응축된 모든 군령이 위령비의 정상에 우뚝 선 군령술사의 머리 위로 용솟음쳤다.
파아아앗!!
군령술식 본신절기
쩌렁쩌렁한 전성을 터트린 마드리치가 레녹을 향해 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것과 동시에, 위령탑의 하늘로 솟아오른 수천 명의 원념들이 내려와 그대로 레녹의 사지를 부여잡았다.
[나의 심판조차 이해하고 삼켜낼 수 있겠느냐!!!]그 직후 위령탑이 향하는 하늘 위에서 공간을 찢어발기듯이 모습을 드러내는 거대한 거인의 모습.
한 손에는 거대한 영체의 낫을 쥔 채로, 지상을 노려보며 창백한 손길을 레녹을 향해 뻗어낸다.
그것은 마드리치 오니온이 수십 년 전 벌어졌던 전쟁시대에 사용하던 군령술식 절기의 하나.
죄인을 심판하고 그 영과 육을 자신의 군령으로 삼아 단신으로 군단을 만들어내던 전성기의 편린.
[불사선고(不思宣告)]도시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마드리치의 대답에 저항하는 반역자에게 내려질 판결은 단 하나. 사형뿐이다.
상대의 영과 육을 강제로 심판하고 그 결실조차 자신의 군령으로 삼아 영원히 대답을 향해 나아가는 것.
마드리치 오니온이 살아온 시간 전부를 관통하는 비전절기를 눈앞에서 직접 마주했음에도 불구하고, 레녹은 고개를 내저었다.
“틀렸다.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군.”
[뭐라고……?]키이이이잉!!!
그 순간 공간이 갈라지고 현실의 이면이 열리는 것처럼, 낫을 쥔 거인의 등 뒤로 황금빛의 만화경이 떠올랐다.
군령술의 형태와 광채와는 확실하게 다른, 이질적인 형태의 풍경.
그제서야 저 황금빛의 고리가 자신의 힘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마드리치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아니, 잠깐……. 이게 아니야……!! 저건 도대체……!!]이 영역 내부에서 떠오르는 힘의 주인이 마드리치가 아니라면, 저 장대한 만화경의 풍경은 대체 누구의 것인가.
대답을 찾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마드리치의 격분에 찬 시선이 순식간에 위령탑 아래쪽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레녹에게로 향했다.
[네 이놈!!!]“상대적으로 전투에 특화되지 않은 자성영역 대신, 당신이 과거에 사용하던 공능을 억지로 구현해낸 건가? 정말 대단하군.”
힘겹게 몸을 일으켜 세운 레녹이 지친 얼굴로 머리를 쓸어넘기며 웃었다.
“하지만 내 마법체계를 간파하고 걱정해서 술식의 힘을 억지로 부풀린 건 실수였어. 그 날카로운 직관이 오히려 독이 됐군.”
[설마, 설마……!! 내 술식에 간섭해 그 방향을 틀어버렸다는 것이냐……!! 고작 성위마법사에 불과한 네놈이 감히!!]마드리치는 레녹이 상대의 힘을 빼앗는 만큼의 대가를 치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 억지로 술식의 규모와 화력을 위령탑을 소모해가면서까지 부풀렸지만,
레녹은 우로보로스를 사용해 억지로 군령술을 빼앗는 대신, 찢겨나간 공간의 이면을 역으로 만화경을 전개할 발판으로 사용해 버렸던 것이다.
이미 네 군령이 지닌 심상을 힘으로 변환해 출력은 충분한 상황.
여지껏 출력이 부족하지 못해서 사용하지 못했던 자성영역의 부분전개가 이 자리에서 온전하게 빚어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럴 수는 없어!! 이럴 수는 없단 말이다……!!]시간을 끌면서 기회를 엿보고 있었던 것이 마드리치 자신 혼자만이 아니었다는 것에서 오는 당황.
새파랗게 어린 마법사의 노림수를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무능과 무지.
하지만 그 무엇보다 마드리치의 머릿속을 뒤덮는 것은, 자신이 완벽하다 생각했던 대답의 풍경이 하릴없이 상대에게 이용당하는 것에서 오는 격분이었다.
인정할 수 없다.
마드리치 오니온 스스로가 가장 강력했던 시절의 술식이, 고작 다른 마법사의 손에 이리도 쉽게 변질되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마드리치가 살아온 방식과 대답을 모조리 부정하고 무너뜨리는 일이나 다름없기에.
눈앞에서 벌어진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는 강력한 독선과 고집, 두 눈이 멀어버린 오만은 오히려 마드리치 오니온을 떠받치는 강력한 힘으로 변한다.
[아아아아아!!!]밤하늘 위로 떠오른 낫을 든 거대한 거인의 영체가, 두 손으로 길쭉한 낫을 움켜쥐고 그대로 휘둘렀다.
한 사람이, 한 존재가, 하나의 영이 감당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막대하고 무거운 영체의 파도.
실재하는 물리력을 뛰어넘어 존재 자체를 말소하려 드는 강력한 소멸의 파동을 그대로 레녹을 향해 후려갈긴 그 순간.
쩌저저저적!!!
크기를 짐작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얼음기둥이 마드리치의 눈앞을 가로막았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이상. 무엇도 침범할 수 없는 낙원. 당신이 무엇을 꿈꾸고 바라는지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야.”
레녹이 고개를 들어 마드리치를 올려다본다.
정확하게는, 그의 뒤에 떠오른 눈부신 황금빛 만화경의 풍경을.
인식하고 이해한 순간, 이미 그것은 레녹의 손 안에 잡힐듯이 가까워져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대답을 찾기 위해 나는 여기에 있다.”
7레벨에 오르기 위해 손에 넣은 것이 무한한 가능성의 분기점을 발산하는 만화경이었다면.
8레벨에 오르기 위해 필요한 것은 그 모든 가능성을 한 점에 수렴하는 나선의 정경.
그 막대한 출력을 온전히 자신의 손에 쥐었기에 가능한 이적이 지금 이 자리에서 만화경을 뚫고 온 사방으로 퍼져나온다.
[자성영역 전개 : 분기점 관측] [부분전개 현실개변] [연원위계 심상구현] [제허궤빙적(帝虛櫃氷積)]쩌저저적!!!
마드리치가 띄워 올린 수천 리터의 바닷물이 통째로 얼어붙기 시작한다.
끝을 짐작할 수 없을정도로 막대한 해수를 품은 바다. 이 별에 존재하는 가장 광대하고도 강력한 수원을 매개체로 잡은 빙결영역 부분전개.
두두두두두두!!!
레녹의 손짓에 따라 회전하듯 일어난 막대한 바닷물이 그대로 얼어붙는다.
하나같이 거대한 위령탑을 에워싸듯, 비스듬히 기울어진 채 순식간에 솟아오른 거대한 얼음의 고리들.
단 하나도 그 궤적이 겹치지 않은 채 맹렬하게 회전하며 합일. 광대한 얼음의 소행성을 이 자리에 구현했다.
쿠과과과과!!!!
바다를 통째로 들어 끼얹어 얼려낸듯한 거대한 얼음의 감옥.
그 사이로 뻗어오른 차가운 얼음기둥이 마드리치의 사지 곳곳을 꿰뚫고 그대로 허공에 고정시킨다.
퍼버버벅!!
[카학……!!]위령탑을 둘러싼 장대하고도 웅장한 형태는 마치 하나의 신전을 연상시킬 만큼 유려했다.
일대 바다를 통째로 얼리고, 그 위로 쌓아 올리듯이 거대한 빙결신전의 중심.
그 가운데 공간째로 천천히 얼어붙기 시작한 위령탑의 중심에서, 모든 것이 의미를 잃었다는 것을 깨달은 마드리치가 절규했다.
[안 돼……. 안 돼……!!]천천히 멈춰선다.
영역 내부에서 새롭게 수육했던 자신의 육신도.
끝을 모르고 위령탑을 기어올라 그 높이를 올라가던 자신의 비원도.
온몸에 용솟음치던 막대한 영력과 그런 그의 주위를 배회하던 소우주의 힘도.
단 한 번도 그 열기를 잃지 않았던 강력한 소망과 그를 기억하고 되새기는 인지능력과 정신까지도.
그 모든 것이 얼어붙어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잊혀져 간다.
움직이고 어지러워진다는 세상의 순리를 역행하여, 마드리치 오니온이라는 존재가 지니고 있던 모든 열원과 힘을 빼앗고 스며드는 냉기.
그 싸늘한 숨결이 자신뿐만 아니라, 그가 이 해군기지에 모아두었던 모든 소망과 비원까지 함께 빼앗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