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Takes Medicine RAW novel - Chapter 423
약먹는 천재마법사 423화
새로운 마법체계(3)
콰아아아!!
목표와 주인을 잃은 군령들이 천천히 걸음을 멈추다 소멸해 사라지고, 장대한 위령탑의 풍경도 무너져 내린다.
한 사람의 정신과 기억을 통째로 동결시켜 심상을 무너뜨리는 처절하기 그지없는 붕괴.
부분전개를 통해 심상 밖으로 뛰쳐나온 빙결영역의 중심에서, 위령탑의 잔해와 함께 얼어붙은 마드리치만이 남아 절규하고 있을 뿐.
그가 전력으로 내뻗은 힘의 기반 사이에서 떠오른 만화경의 모습. 그 안에서 터져 나온 거대한 빙결영역의 존재.
극위능력자에 어울리는 강력한 직관을 가진 마드리치는 그것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기적인지 깨닫고 말았다.
[이게, 이게 도대체 무엇이냐…… 어떻게 그것이…… 살아 있는 인간의 마음이란 말이냐……!!]과거와 현재가 아니라, 돌아오지 않는 미래를 담보하는 분기점의 만화경. 그 대답이 전하는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기에.
그 정경이 결코 인간의 마음 안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기적임을 알고 있었기에 더 부정했을 뿐.
평생을 올바른 대답이라 믿고 따라왔던 그 확신이 잠깐이라도 흔들렸다면, 이미 그 순간 마드리치 오니온의 여행은 끝난 것이 아닐까.
[그건 대답이 아니야!! 그건 우리의 결말을 위한 대답이 아니란 말이다……!! 넌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수십 갈래 얼음기둥에 꿰뚫린 채로, 어린아이처럼 흐느끼며 울부짖는 마드리치의 모습은 실로 처절하기 그지없다.
레녹은 그런 그의 추태를 응시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지도 모르지.”
[뭐……?]“하지만 그건 다른 사람이 정해주는게 아니라, 나 자신이 찾아가야 할 대답일 뿐이다.”
일대 바다를 가득 메운 빙결신전을 향해 손을 들어 올린 레녹이 중얼거렸다.
“적어도 난 아직 할 수 있어……. 시간이 남아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소박쇄 : 빙옥]다섯 손가락을 부드럽게 휘어 쥐는 것과 동시에, 거대한 얼음으로 구축된 소행성이 수축되기 시작했다.
공간째로 우그러들어 그 범위를 좁히고, 그 안에 꿰뚫어 고정시켰던 마드리치의 존재까지 강하게 짓누른다.
[다른 이들이 널 가만두지 않을 거다……. 시의회는 결코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야!!!]“그건 네가 걱정할 일이 아니야.”
반경 수백 미터를 망라하는 규모로 펼쳐졌던 거대한 빙결영역이, 통째로 우그러들어 수축해 주먹만 한 크기로 변한다.
우드드드드득!!!
레녹의 손 안에서 느릿하게 부유하는 자그마한 얼음의 구체.
하지만 이 안에 레녹이 고정시켜둔 존재는 무려 8레벨의 극위능력자, 마드리치 오니온 그 자체다.
쉴 새 없이 진동하면서 덜덜거리던 얼음의 구체가, 천천히 레녹의 손바닥 위로 가라앉는 것과 동시에 고요해지고.
동시에 차갑게 얼어붙었던 일대 해역이 원래대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쏴아아아아!!!
“후우…….”
무너진 해군기지의 철문에 기댄 채로 몰아치는 바닷바람을 맞는다.
손 안에서 얼어붙은 얼음구체를 움켜쥔 레녹이 힘없이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힘겨운 싸움이 하나 더 끝났고, 아직 레녹은 길을 잃지 않았다.
전직 대법원장이자 8레벨의 극위 군령술사. 원래라면 이 시점에서 상대해서는 안 될 거물이었기에, 그 대가 역시 가혹했다.
술식병장의 허점을 이용한 점멸 술식의 연속 사용과 계속해서 미뤄두었던 새로운 마법체계의 구축.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내지 못했다면 레녹 역시 승산을 계산하기는 어려웠겠지.
지금처럼 마드리치 오니온을 사로잡기는 커녕, 오히려 살아남는 것도 장담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풀썩!!
자성영역의 만화경도, 마법체계의 나선도 빛을 잃고 사라진 해안가에서, 그 모든 부상의 여파를 뒤집어쓴 레녹이 모래사장에 머리를 처박았다.
품 안에서 꼬물꼬물 기어 나온 새끼여우가 조심스럽게 레녹을 불렀다.
[마스터…….]“……아직 나오지 말라고 했잖아.”
쓴웃음을 지으며 다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레녹 자신보다도 영을 완벽하게 다루는 군령술사 앞에서 함부로 정령을 꺼내들었다가는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다.
[체내 신진대사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어요. 지금 당장 응급처치를 하지 않으면, 마스터의 회복력을 생각할 때 너무 위험해요.]“그렇겠지…….”
이미 손가락 끝으로는 감각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옆구리를 태우는 듯한 고통 역시 사라지고 뻐근한 피로만이 남았을 뿐.
고통조차 느껴지지 않을 때가 정말 위험한 순간이라 했던가.
그 말대로라면 지금 레녹의 상태는 결코 웃어넘길 수 있는 수준은 아닌 셈이었다.
[지금 당장 브로커에게 연락할게요. 아니면 용병단을 부르는 게 나을까요?]이만큼이나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된 것도 오랜만이다.
그가 빚어내 함께 키워온 전뇌정령이 보기 드물게 당황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재밌는 일이었지만, 마냥 이렇게 찬바람을 맞으며 쓰러져 있을 수는 없었다.
“괜찮아……. 거래를, 했다……. 신호만 하면, 바로 달려 올거다……. 연락만…… 그녀에게…….”
덜덜 떨리는 손으로 품안에서 휴대폰을 꺼내든 레녹이 다비의 앞에 툭 내려놓았다.
약효가 다 떨어져 기절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아직 남아 있었다.
* * *
서대륙 최외곽.
오랜 전쟁으로 폐허가 되어버린 파라기니 공화국.
마약왕이라 불리는 도미닉 카바로가 실권을 장악했었고, 알 수 없는 혼수상태에 빠지며 다시 혼란스러워진 무법지대.
질서와 법이라고는 없이, 총과 마력을 무기처럼 들고 다니는 강도들만이 설치는 문명의 잔해 위로.
거미의 몸통을 지닌 여성 한 명이 허공에 걸친 거미줄 사이를 노닐고 있었다.
“응, 도미닉의 상태는 여전해. 앞으로도 깨어날 가능성은 낮아 보여.”
판데모니엄의 일원, 아그네타.
고대종의 후예로서 거미줄을 이용한 조작계열 술식에 능하며, 허수차원을 마음대로 노니는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대륙 전역을 관통하는 전령역할을 맡고 있다.
“슬슬 박사한테 넘길 시기를 고민해 보는 게 좋겠어. 중앙전선에 이목이 집중되기 전에 처리하는 걸 추천할게.”
누군가와 대화를 하듯이 계속해서 중얼거리지만, 옆에서 보기에는 정작 허공에 대고 혼잣말을 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난 이제 남대륙 밀림 쪽으로 가보려고. 계백이 움직이는 방향이 심상치 않아. 일단 확인하고 따로 단장한테 보고를-”
쿠과과과과!!!
그 순간 먹구름 낀 파라기니 공화국의 하늘이 양쪽으로 갈라지고, 그 사이로 새파랗게 개인 창공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무런 전조없이 탁 트인 하늘의 모습을 바라보던 아그네타가 다리를 움직이던 방향을 홱 돌렸다.
“일단 나중에 이야기할게.”
다다다닥!!
거미줄을 타고 하늘이 두쪽으로 갈라진 피격 중심부로 향한다.
개발 도중에 버려진 숲과 폐허, 공장지대와 공터를 지나 버려진 군사물자들이 잔뜩 쌓여 있는 고철들의 산 한가운데.
지평선 끝까지 한가득 낡은 고철들로 가득 채워진 벌판의 끝에서,
온 몸에서 연기를 풀풀 흘리는 거대한 거인의 모습이 보였다.
쿠오오오오……!!
그 육중한 전신에 묵색의 비늘이 돋아 있고, 철근처럼 두꺼운 꼬리가 무게추처럼 단단하게 중심을 잡고 있다.
한눈에 상대의 모습을 알아본 아그네타가 표정을 찌푸렸다.
“으엑…… 하필 여기서…….”
복마전에 자리한 무수한 강자들 중에서도, 궤를 달리하는 힘과 규격을 갖춘 극소수의 괴물들 중 하나.
그와 대등한 입장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존재는 판데모니엄 안에서 다섯 명도 되지 않는다.
두 눈으로 보이는 범위 안에 들어온 이상 물러설수도 없는 상황.
아그네타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조심스럽게 악어거인, 크로켄 아실러스의 수백 미터 뒤쪽에 내려앉았다.
“거미였군.”
뒤를 돌아보지도 않은 크로켄이 말했다.
비늘 사이로 뭉개뭉개 뿜어져 나오는 증기는 마치 살아 있는 엔진기관처럼 거인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여기는 무슨 일이냐.”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아실러스.”
아그네타가 슬쩍 시선을 돌리면서 말했다.
“단장의 부탁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 자체는 상관없지만, 이런 식으로 눈에 띄는 건 곤란해.”
“……”
“파라기니 공화국은 아직 계획에 포함되어 있어. 무턱대고 다 부수지는 말았으면 좋겠는걸.”
크로켄은 샛노란 눈동자를 돌려 그녀의 얼굴을 쓱 쳐다보고는 대꾸했다.
“8레벨의 극위능력자가 방금 하나 죽었다.”
“……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말에 아그네타가 눈을 끔벅거리는 사이, 크로켄이 중얼거렸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몸을 짓누르던 고위저주가 하나 사라졌군. 그것 때문에 힘조절에 실패했다.”
“…….”
전쟁용병으로 오랜 시간을 살아온 크로켄 아실러스가 얼마나 많은 괴물들과 은원을 맺어왔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지금까지 거침없이 뿜어내던 그 괴력이, 극위마법사가 직접 선사한 저주를 몸에 달고 해왔던 일이라는 것이 기가 찼을 뿐.
방금 먹구름 낀 하늘을 개어버린 그 힘이, 그 몸을 짓누르던 저주가 하나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말을 누가 믿을 수 있을까.
미친 듯이 돌아가는 신진대사의 영향으로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증기.
자신의 몸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크로켄이 손에 쥐고 있던 것을 툭 놓아버렸다.
인간의 형태를 잃어버린 채 처참하게 죽어버린 청년의 모습.
크로켄은 무신경한 시선으로 그 청년의 시체를 바라보다 몸을 휙 돌렸다.
“혹시나 했지만 가당치도 않군. 결국 눈에 차는 건 그놈 하나뿐인가……. 흑마법사 놈과 같은 결론을 내는건 마음에 들지 않는데…….”
혀를 찬 악어거인이 한발 앞으로 내딛는 것과 동시에, 아무런 기척도 없이 순식간에 아그네타를 스쳐 지나간다.
그 무게만 하더라도 몇톤에 달하는 거대한 육체가, 소리도 없이 수백 미터를 주파해 사라지는 소름 끼치는 모습.
멍하니 서 있는 아그네타의 등 뒤로, 사라진 크로켄의 목소리만이 남아 울려퍼졌다.
“죽은 술사가 누구인지 알아 와라. 밀림에서 기다리고 있지.”
덩그러니 쓰러진 청년의 시체와 함께 남겨진 아그네타가 허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처음부터 다 듣고 있었던 거야?”
* * *
쏴아아아!!
파도소리가 들려오는 고요한 해안가.
천천히 동이 차올라 눈꺼풀을 두들기는 이른 여명의 끝에서, 마드리치가 눈을 떴다.
“여긴……?”
[꿈의 끝이다, 오니온.]그런 그의 의문에 대답하듯, 바로 옆에서 들려온 강력한 전성.
어딘가 강력한 기시감이 느껴지는 여성의 목소리에, 퍼뜩 고개를 돌린 마드리치가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렇군…… 역시 네놈이었나.”
나풀거리는 도포. 길이를 짐작할 수 없을만큼 길게 치렁거리는 머리칼을 땋아올린 행색.
그리고 그 몸에서 흘러나오는 강대하기 그지없는 마력까지.
올리비에라 론 메이즈. 카르텔의 회장이자 8레벨에 이르렀던 극위마법사가 레녹 대신 그의 옆에서 깨어나길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늘상 얼굴을 가리고 있던 베일을 벗고 얼굴을 드러낸 그녀의 두 눈은 눈부신 광채로 번뜩이고 있었다.
마드리치는 그런 그녀의 눈을 보다, 슬쩍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눈의 힘으로 내 상태를 유예시켜 놓았군. 그것이 인과의 결과만을 관측해 고정한다는 칠채보의 마안이냐?”
레녹의 빙결영역에 고정되어 봉인당한 순간 이미 마드리치 오니온이라는 존재는 그 의미를 다한 것이나 다름없다.
살아 있는 존재의 생명뿐만 아니라 그 사고와 심상까지 통째로 묶어서 붕괴시키는 동결의 총체.
평범한 생명은 물론이고, 스스로를 군령의 형태로 만들었던 마드리치 본인이 온전히 그 형태를 유지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
마드리치 본인의 존재를 봉인순간 소멸했어야 할 그 의식이 아직 여기에 남아 있는 것은 순전히 올리비에라의 힘이 아니겠는가.
사라지기 직전에 도달한 마드리치의 영을 그녀의 마안으로 관측해, 억지로 그 존재를 아직 이 현실에 붙들어놓고 있었던 것이다.
[운명을 건드리기에는 턱없이 미약한 힘이지만, 다 죽어가는 노괴 하나를 잠깐 붙잡아 놓기에는 충분하지.]올리비에라는 그렇게 말하며 찬란한 광채를 돌려 마드리치에게 향했다.
[네 힘을 빌린 늙은이들이 그토록 원했던 것처럼 말이다.]군령술을 이용해서 시정부 고위 관료들을 현혹시킨 마드리치의 행적을 비꼬는 말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웃었다.
“선천이능을 이용한 인과의 개입이라……. 프로젝트를 도중에 내팽개치고 연구에 몰두할 만했군. 아니, 그때부터 이미 실패를 직감하고 있던 셈인가?”
[…….]대답은 없었다.
두 사람은 한동안 가만히 해안가에 걸터앉아 동이 트는 수평선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시간이 별로 없을텐데.”
마드리치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볼 일이 있으면 진작 마치고 꺼지는게 어떻겠나.”
[서로에게 아직 확인해야 할 것이 남아 있었지.]올리비에라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그래서 견뢰를 통해 따로 부탁을 했다.]그녀의 말에 마드리치가 조소했다.
“그 나이를 먹고 새파랗게 어린놈에게 무력 대행을 시키다니……. 너도 이제 끝물이군.”
[후후……. 틀린 말은 아니구나. 하지만 반을 만나봤다면 너도 알고 있을 텐데?]“…….”
“그건 괴물이다.”
마드리치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 목소리는 더 이상 숨길 수 없을만큼 확연하게 떨리고 있었다.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는 그릇이 아니었다. 살아 있는 사람이 지닐 수 있는 대답의 형태가 아니었어. 단순히 현실이 아니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채 말을 잇지 못한 채 어깨를 떠는 마드리치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올리비에라가 고개를 돌렸다.
[보고도 이해할 수 없을거라 하더니, 정말이었군.]“…….”
올리비에라의 곁에서 수십년간 그녀를 보좌했던 1사장, 파르덴 맥퀸마저도 그 힘에 목숨을 잃지 않았던가.
위계를 초월한 8레벨의 마드리치 오니온까지 이렇게 말할줄은 몰랐지만, 레녹의 심상이 아주 특이한 동력을 기저에 품고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니, 애초에 그 능력과 풍경에 대한 정보가 일체 소문이 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그 정경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반증하는 것일 터.
수십 년을 전쟁터에서 살아온 노괴조차 보고도 이해할 수 없는 불가해의 마경이 그 남자의 마음속에 잠들어 있는 걸까.
담담한 올리비에라의 말에 흔들리던 마드리치의 어깨가 천천히 가라앉는다.
“그래……. 이제와서 이런 말을 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그 모습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버린 순간 이미 끝난 일일지도 모르지.”
[……]“그 남자만이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다음으로 가는 건 내가 아니라 그자가 되어야 할 테니까.”
도대체 어떤 풍경을 마주했기에, 이 오만하기 그지없는 군령술사가 이렇게 변해 버린 걸까.
올리비에라는 마음 한구석에 호기심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끼면서도, 소정의 목적을 잊지 않기 위해 고개를 내저었다.
[아직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 네게도 결말을 바라볼 한 줌의 시간 정도는 남겨줄 수 있지.]“거래를 원하나?”
마드리치가 헛웃음을 내뱉었다.
“이미 내 군문에 소속되어 있던 군령들까지 싹 다 회수해 놓고는, 이제와서 무얼 원하는거지?”
레녹과 마드리치가 격전을 치른 이 버려진 해군기지에 가장 먼저 나타난 것이 올리비에라라면, 이 모든 일이 우연일 리가 없다.
마드리치 오니온이 대법원장에서 물러난 뒤로도 시정부 고위층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이유.
올리베에라는 바로 그가 인질로 쥐고 있던 시정부 고위층의 영육을 회수에 손에 넣기 위해 이 자리에 와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알고 있기에 마드리치는 그녀가 자신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네가 쥐고 있던 영들은 시정부에게 내 접근권한을 돌려받기 위한 교섭재료로 사용할 생각이다.]“그렇겠지.”
[하지만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아직 끝난 것은 아니지.]올리비에라가 마안을 번뜩이며 말했다.
[군령술이 지닌 대부분의 힘을 잃고 스러진 지금이라면, 네게 가해진 금제 역시 그 힘이 바래지 않았겠느냐?]“잠깐, 설마 네놈…….”
그제서야 올리비에라가 무엇을 원하는지 깨달은 마드리치의 두 눈이 크게 뜨였다.
[알카이드가 우리에게 걸었던 금제의 굴레. 그 한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기회지.]파도가 치는 소리가 들린다.
무너진 위령탑. 멈추지 않던 꿈의 끝.
[금제에 묶인 지식을 이 자리에서 내놓는 것을 대가로, 연구실에 남은 예비용 육체를 하나 마련해 주마.]마드리치가 꿈꾸던 모든 것이 무의미해진 풍경의 한 발 앞에서, 올리비에라가 웃고 있었다.
[알카이드에 대한 비밀. 프로젝트의 마지막에 그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견뢰가 정신을 차리면 시작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