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Takes Medicine RAW novel - chapter 51
“…..지금 누가 궁지에 몰렸는지 모르는것 같은데. 폴 아커만은 이미 죽였으니, 다른 팀원들과 함께 당신 하나만 죽이면 끝날 일이야.”
가면여자가 이를 악물고 기세를 회복하기 위해 쏘아붙였지만, 주드는 아무런 대답없이 컨테이너 아래쪽을 가리켰다.
아까 그녀가 쏘아냈던 레이저에 같이 휩쓸렸던 폴 아커만이, 멀쩡한 안색으로 그들을 올려다보며 비웃고 있었다.
그의 몸 주변을 감싸고 있는 희미한 원형의 실드.
반쯤 부서져서 너덜거리지만, 적어도 여자의 공격을 한번은 확실하게 막아낸 셈이다.
그리고 폴 아커만에게는 고작 그것만으로도 충분해보였다.
“…..!!”
“이봐, 거기 여자. 설마 내가 오늘 밤 찾아올 불청객들에 대해서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했을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이건 말도….”
“나도 다 생각이 있고, 나름대로 준비도 하고 왔다고. 그리고 오늘 이 자리를 위해서 또 다른 손님을 초대하기도 했지. 한번 얼굴을 확인해볼까?”
따악!
폴이 그렇게 말하면서 손가락을 튕기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컨테이너로 가려진 어둠속에서 누군가가 걸어나왔다.
저벅, 저벅.
그와 함께 무언가가 질질 끌리는 소리.
“아, 아…..”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돌이킬 수 없는 충격을 받은 듯 여자가 심하게 비틀거렸다.
폴의 말을 듣고 걸어나온 새로운 손님의 손에, 그녀와 같은 가면을 쓰고 있던 남자의 목이 들려있었던 것이다.
반쯤 부서진 가면 속에는 고통으로 일그러진 젊은 남자의 얼굴이 보이고, 비틀려 뽑힌 목에서는 핏줄과 전선이 덜렁거린다.
그리고 그 기괴하면서도 흉악한 시체를 들고 나타난 것은, 바로 한시간 전까지 그들의 팀원이었던 산적같은 풍채의 남자였다.
남자가 히죽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오랜만이지?”
차례
“하하하하하!!”
폴 아커만이 괴상한 웃음을 터트리면서 산적 남자의 어깨를 두드렸다.
“멍청한 새끼들. 내가 역으로 고용된 다른 이들을 섭외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은 전혀 안해봤나?”
그는 당당한 걸음으로 가면 여자가 서 있는 컨테이너쪽으로 다가가면서 계속 시끄럽게 떠들었다.
“일처리가 너무 어설퍼서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야. 적당한 돈만 있다면 이 바닥에서 안되는 일이 없다는 걸 알았어야지.”
철컥.
“걱정하지 마. 곱게 죽여주지는 않을테니까. 일단 기계로 가득 차 있는 네 머리통을 열어서 정보를 싹 빼내고, 감히 내게 칼을 틀이민 그쪽 고객님께도 친히 엿을 먹여…..”
폴이 한창 열변을 토해내던 바로 그 순간.
부적의 효과로 바로 옆에 숨어있던 레녹이 힘껏 방아쇠를 당겼다.
타아아앙!!
바로 옆에서 강렬한 총성이 울려퍼진다.
너덜너덜한 실드가 단번에 박살나고, 극히 지근거리에서 쏘아진 샷건의 화력은 그 너머에 있던 무방비한 살점을 그대로 잡아뜯었다.
폴이 더 이상 말을 이어나가는 일은 없었다. 아니, 폴이라는 사람은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았다.
상반신이 통채로 사라진 채 허공을 휘젓던 하반신이 부들부들 떨다가 아래로 픽 쓰러진다.
레녹은 그 모습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천천히 아래로 내렸다.
그의 손에는 아까의 리볼버와는 전혀 다른, 길쭉하고 두꺼운 샷건 한자루가 들려있었다.
레녹은 오늘 이 자리를 위해서 건앤배럴에서 직접 샷건 한자루를 공수해 가죽가방에 매고 왔던 것이다.
직접 들고 움직이며 전투를 벌이기에는 부적합하지만, 드루이드의 부적과 결합한다면 반드시 한번쯤은 써먹을 기회가 있을것이다ㅡ
그리고 그 생각은 아주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폴 아커만은 그 보잘것 없는 자랑을 다 끝내지도 못하고 요단강을 건너버렸으니.
“!!!!!”
산적남자와 주드 러셀의 안색이 순식간에 돌변한다.
“으워어어어!!”
잡고 있던 가면남자의 시체를 내팽개친 산적남자가 그대로 레녹을 향해 양 팔을 번쩍 치켜들고 온 몸을 날려온다.
동시에 주드 러셀 역시 이때까지의 여유를 모두 집어던지고 눈앞의 가면여자에게 달려들었다.
최대한 빨리 죽여버리고 레녹을 협공하기 위해서겠지.
모습을 드러낸 순간부터 회피는 불가능하다.
다가올 산적남자의 공격에 대비해서 실드를 최대한도로 끌어올린다.
폴이 아티팩트의 힘을 빌려서 임시방편으로 사용하던 실드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도.
후우우웅!!
하지만 그 순간 산적남자의 양 팔뚝에서 희푸른 무언가가 깃들기 시작한다.
동시에 그의 팔뚝이 족히 두배는 크게 부풀어오르고, 그 속도도 미친듯이 가속하며 한줄기 섬광으로 변해 실드에 때려박혔다.
내리찍힌다.
꽈아아아아앙!!
그가 내려찍은 양 손을 중심으로 지반이 내리찍히고, 사방에 높게 쌓여있던 컨테이너들이 흔들린다.
레녹의 몸이 제자리에서 내려앉는 지반을 타고 깊숙하게 가라앉는다.
그 혼란속에서 레녹은 점차 박살나고 있는 실드의 감각을 확인하고 무심코 식은땀을 흘렸다.
와장창!!
한겹, 두겹, 세겹, 그리고 네겹…!!
단순한 몸통박치기로는 설명할 수 없는 위력.
고작 지반이 내려앉은 여파에 비해서, 실드에 가해지는 충격은 상상이상이다.
산적 남자가 내리찍은 그 타점의 집중력이, 중화기의 화력에 비견된다는 증거나 마찬가지였다.
이건 위험하다.
아래로 파고들어가는 실드를 바라보며 순식간에 머리가 차갑게 변한 레녹이 곧바로 마력을 끌어올렸다.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해결책은 마법이 아니다.
손에 쥐고 있던 샷건을 빠르게 재장전하면서 보조마법을 쌓아올렸다.
[장전가속] [조준보정] [충격강화]3중의 보조마법을 걸어넣고 방아쇠에 손가락을 얹었다.
타아아앙!!
빠르게 장전한 샷건 두발을 그대로 남자의 복부에 때려박아서 잠깐 움직임을 멈춰세운다.
아까 폴 아커만의 상체를 한방에 날려버렸던 탄환은, 어처구니없게도 남자의 몸을 뒤로 쭉 밀어내고 복부의 살점을 패내는데 그친다.
남자 역시 그런 부상따위는 신경쓰지 않고 곧바로 앞으로 뛰어들어 공격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실드를 박살내는 것이 당장의 피해보다 더 큰 이득임을 직감하고 있는것이다.
하지만 그 잠깐의 여유만으로 충분했다.
탄창이 비어버린 샷건을 배에 가져다대고, 한번 더 충격마법을 사용한다.
화력은 작게. 반동은 최대로.
방향은 정확하게, 레녹 자신을 향해.
파아아앙!!
“크읍….!!”
복대삼아서 샷건을 방패로 삼았지만, 자신의 마법이 가져다 주는 충격은 이루 말할수 없을만큼 고통스럽다.
충격을 이기지 못한 샷건의 개머리판이 반으로 뚝 부러지고 레녹의 배가 기묘한 방향을 짓눌린다.
자기 자신을 향해 공격마법을 사용하는 비이성적인 판단.
하지만 그 반동으로 인해 레녹의 몸이 뒤로 휙 밀쳐지면서 빠른 속도로 남자의 공격권에서 빠져나간다.
직후 그대로 땅에 내리찍힌 남자의 두 주먹이 그대로 시멘트 바닥을 아작내버렸다.
콰아아아앙!!
사방으로 파편이 튀어오르면서 흔들리던 컨테이너들이 이리저리 무너져내리고, 한밤의 항만에 새카만 돌가루가 안개처럼 자욱하게 휘날린다.
레녹은 손에 들고 있던 부러진 샷건을 멀리 던져버리고 배를 움켜쥔 채 엉금엉금 움직였다.
“우욱…!!”
각오는 했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에 이마에서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
떨리는 손으로 품안에서 연초를 꺼내 태우고 미친듯이 연기를 들이마시자 그제서야 통증이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다.
“……후우, 후우…!!”
오래 쉬고 있을 틈은 없다.
자기 자신의 배에 마법을 때려박는 미친 짓거리를 했음에도 레녹의 머리는 여전히 차갑게 돌아가고 있었다.
고속이동이나 회피계열 마법은 마력소모가 굉장히 강하고, 그 연산과정도 복잡해서 지금의 레녹으로서는 전투중에 사용하기가 어려웠다.
특히 그 중에서도 전투이동마법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점멸] 마법의 경우에는, WORLD 2.0에서도 성장한계치를 다 채우지 않고서는 쉽사리 사용할 수 없는 마법이다.
당장 기동력을 확보할 수 없는 레녹으로서는 다소 극단적인 수를 써서라도 눈앞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밖에.
콰아앙!!
무너진 폐허사이를 들추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남자가 음침한 웃음을 흘리며 레녹을 향해 걸어왔다.
“흐흐, 그냥 병신인 줄 알았더니 의외로 깡이 있는 놈이었군. 좋다. 내 조상들은 그런 용기를 아주 사랑하지.”
그 말과 함께 남자의 널찍한 등 뒤로 떠오르는 희끄무레한 형상.
레녹은 이제 저것이 안그대로 막강한 남자의 신체능력을 비약적으로 높여주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물론 크로켄 아실러스와 대면했을 때처럼 본신의 무력이 초월적인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그 근력 하나만큼은 레녹을 위협하기에 충분하다.
그 말에 대꾸하는 대신 마력을 넓게 펼쳐서 느릿하게 사방을 훑는다.
주드 러셀과 가면여자의 대결이 어떻게 끝났는지 알아야 전투방식을 결정할 수 있을테니.
남자는 그의 으름장에도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는 레녹을 보고 더 짙은 웃음을 지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이 자리에서 널 살려주고 싶군. 네가 폴 아커만의 대갈통을 날려버린 덕분에 내 쪽에서는 일이 너무 편해졌거든.”
“……..”
“흐흐… 양쪽에서 받아먹은 선금만 해도 배가불러 죽을 지경인데, 이렇게 뒤처리까지 말끔하게 해주면 굳이 다이크 쪽과 어깃장을 놓을 필요도 없겠지.”
레녹이 식은땀이 흐르는 이마를 닦으면서 대꾸했다.
“목격자만 없다면 말인가?”
“하하하! …..그래. 목격자만 없다면 말이야.”
남자의 웃음이 더욱 선명하게 변한다.
원래라면 한번 배신을 때린 이상 작정하고 폴 아커만의 카르텔에 붙을 생각이었겠지.
하지만 폴 아커만의 급사와 함께 남자에게 또 다른 기회가 열린 것이다.
이 자리에서 목격자를 모두 없애버릴수만 있다면, 임무에 성공한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다이크와 다시 손을 잡을 수 있을테니.
그 과정에서 폴이 쥐여준 두둑한 선수금을 들고 말이다.
그리고 그 순간, 레녹의 감각권에 이 자리에 없는 두 사람의 결착이 느껴졌다.
가면여자와 주드 러셀의 대결.
그 상황을 곧바로 감지한 레녹이 헛웃음을 내뱉는다.
‘도망쳤나…. 그건 그것대로 대단하군.’
어처구니없게도, 가면여자는 주드 러셀을 상대로 도주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목표물을 놓친 주드 러셀은, 정확하게 반대편으로 방향을 바꿔 이쪽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두 사람을 상대해야 한다면 지금까지의 계획을 전면수정해야겠지.
“후우…..”
지체할 시간은 없다.
레녹은 연기를 한번 깊게 내뿜고는, 그대로 뒤돌아서 달리기 시작했다.
다다다…!!
“….!!”
연초를 물고 약을 흡입하는 동안은 평범한 일반인처럼 움직일 수 있다.
그 점을 감안해서 조금이라도 레녹이 생각하는대로 상대를 유인할 수 있다면 기동력의 부재 역시 해결할 수 있을 터.
하지만 남자 역시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았다.
콰아아앙!!
“어딜 도망가냐, 이 새끼야!!”
양 손으로 컨테이너 하나를 집어들더니 그대로 레녹을 향해 집어던진다.
아무리 근력을 강화해도 컨테이너를 총알처럼 쏘아낼 정도는 아닌 듯 했지만, 밤하늘의 달빛을 그대로 가리면서 포물선으로 날아오는 컨테이너 박스의 위압감 역시 만만치 않았다.
쿠우우웅!!
다행히 제멋대로 집어던진 컨테이너가 레녹을 깔아뭉개는 일은 없었지만, 양 손으로 그 두꺼운 철판을 찢고 레녹을 쫓아오는 모습은 공포스럽기 그지없다.
‘멀리 도망칠 수는 없어. 바로 앞까지만 자리를 옮길수만 있다면….’
샷건을 아랫배에 꽃아넣은 반동으로 복부가 아릿하게 땡겨오기 시작한다.
약의 기운으로 다스리고 있기에 망정이지, 그게 아니라면 격통에 바닥을 구르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겠지.
허약하기 짝이없는 체력과, 부상을 입은 이 몸으로 저 강인한 전사에게서 도망칠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있다.
고작 30초도 되지 않는 짧은 여유.
남자가 들어 내던지는 컨테이너들을 그래비티 바인드로 묶어서 끌어내리고, 뒤로는 리볼버를 몇발 갈기면서 어떻게든 그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을 늘려낸다.
“허억, 허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