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riter in the Corner of the Room RAW novel - Chapter 107
107. 우당탕탕 김시우. (1).
이해수와 일식집으로 들어간 김시우는 자연스럽게 세트 메뉴를 주문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저요? 그냥…. 일….”
“아….”
김시우는 순간 자신이 질문을 해놓고 멍청하다고 생각했다.
이해수가 휴무 없이 매일 일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생각 없이 물어봤다.
“에잇. 오늘 밥 먹고 놀러 갑시다.”
“네?”
식사를 마친 김시우는 이해수를 차에 태워 어디론가 이동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인천의 바닷가였다.
“우와…. 바다다.”
“바다도 오랜만이죠?”
“네…. 10살 때 가족여행 갔을 때 이후로 처음이에요.”
“….”
안타까운 그녀의 사정에 김시우는 서둘러 해변으로 데리고 갔다.
“온 김에 물에 발이라도 담가봐요.”
“아…. 그게 신발 안 가져와서….”
“슬리퍼 사드릴게요.”
“아!”
슬리퍼를 사면 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는지, 놀라워하며 신발을 주섬주섬 벗는 이해수였다.
가끔 그녀를 보면 어떻게 변호사가 되었는지 김시우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이후 이해수와 김시우는 해변을 걷고, 바닷물에 발을 적시기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카페에 들러 음식을 먹고 드라이브를 하다 보니 어느새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다.
“조개구이 어때요?”
“좋아요!”
이해수는 정말 거절이라는 것을 몰랐다.
그저 하자는 대로 따라갈 뿐이었다.
물론 집 앞으로 데리러 간다고 했을 때 거절한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이해수를 데리고 바다가 보이는 가게에서 조개구이를 먹으며 김시우는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해수 씨. 집에는 다녀오셨어요?”
“아뇨. 제가 가봐야 집이 더 북적거리기만 해서….”
“그래도 한 번 다녀오는 게 어때요? 동생들이 많이 보고 싶어 할 텐데요.”
“그럴까요?”
이해수는 내심 자신을 반겨줄 가족들을 생각하니 본가에 가보고 싶었지만, 얼굴을 안 본 지 벌써 몇 년이 지나 어색할 것을 생각하니 쉬이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었다.
“정 그렇게 망설여지면 같이 가드릴까요?”
“아…. 아니에요! 고작 집 가는 일인데요….”
망설이는 이해수를 보고서 동행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하는 김시우였다.
“그래도 나중에 혹시나 정말 필요하시면 말씀해주세요. 같이 가드릴게요.”
“네…. 감사합니다.”
“얼른 드세요. 이거 다 익었어요.”
“그런데 시우 씨는 어떻게 이런 것도 잘해요? 저는 공부만 해서…. 고기 굽는 것도 잘….”
“그냥 눈치껏 하는 거죠. 오히려 해수 씨가 본격적으로 고기도 굽고 하면 저보다 훨씬 잘 구우실걸요.”
“에이, 아니에요.”
그렇게 조개구이를 먹은 지 3시간 뒤….
현재 김시우는 눈앞에 기분이 아주 좋아 보이는 이해수를 상대하고 있었다.
“만취했네….”
“헤헤…. 작가님! 고마워요.”
“아닙니다.”
“저 누군가랑 이렇게 놀아본 적이 처음이에요. 저 술 더 마셔도 돼요?”
“아뇨. 이제 그만 드세요.”
“히잉…. 딱 한 잔만요. 네? 한 잔만 마시면 안 돼요? 어차피 내일도 휴무란 말이에요.”
“그래요, 그럼. 딱 한 잔만 더 마시고 갑시다.”
결국 김시우는 취한 그녀를 업어 차에 눕혔다.
어느새 잠든 이해수는 새근새근 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진상은 아니지. 그보다 집 위치를 잘 모르는데….”
김시우는 여러 가지 방법을 떠올렸다.
첫 번째 방법으로 근처 모텔이나 호텔에 방을 잡는다.
두 번째 방법은 이해수의 신분증을 보고 집에 데려다준다.
세 번째는 차에서 자는 방법이었다.
“셋 다 별로긴 하네….”
지이이잉.
한참을 고민하던 그 순간 김시우의 핸드폰에 진동이 울렸다.
“이 시간에 누구지?”
밤 10시에 전화할 사람은 생각보다 많았다.
“수연이?”
수많은 사람 중 전화를 건 사람은 바로 홍수연이었다.
“여보세요?”
-오빠! 어디예요?
“지금? 인천.”
-네? 왜요?
“어….”
김시우는 순간 이해수와 조개구이를 먹었다고 말하려다 술에 취해 자는 이해수를 보자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냥 친구하고 술 좀 마셨어.”
물론 김시우는 마시지 않았다.
이해수가 마시는 것을 구경만 했을 뿐.
-그래요? 그럼 저도 지금 가도 돼요?
“어? 아니…. 네가 불편하지 않을까?”
-아니에요. 오빠 친구분만 괜찮으시다면 저는 상관없어요.
“그런데 내 친구가 좀 많이 취해서.”
-아…. 알겠어요. 대신 내일은 저랑 같이 밥 먹어요. 할머니랑 동생도 오빠랑 밥 먹고 싶다고 해서요.
“그래, 그럼 내일 저녁에 보자.”
-네, 오빠. 술 조금만 드세요.
홍수연과 통화를 마친 김시우는 이제 자고 있는 이해수를 보며 결정을 해야 했다.
“어휴…. 근처에 호텔이 있나?”
김시우는 스마트폰으로 근처 호텔을 찾아 예약한 다음 액셀을 밟아 호텔로 향했다.
호텔 입구에 도착한 김시우는 이해수를 등에 업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호텔직원이 의심스러운 눈으로 김시우를 바라보았다.
“저…. 그런 이상한 사람 아니고요. 해수 씨. 정신 차려봐요.”
“마자여! 저희 이상한 사이 아니에요. 히잉….”
이해수의 혀 꼬인 대답에 호텔직원이 믿음직스럽지 못한 눈으로 예약한 방의 카드 키를 건네주었다.
“감사합니다.”
카드 키를 받은 김시우는 서둘러 방으로 향했다.
“후우…. 다 왔다.”
“우욱….”
“어…. 자…. 잠시만요.”
“우웨에에엑.”
김시우의 등에 업혀있던 이해수가 방에 도착하자마자 속에 있던 것들을 게워냈다.
“아….”
다행히 김시우가 화장실 안으로 들어오긴 했지만, 토사물은 김시우의 어깨를 타고 흘러내렸다.
“젠장…. 조금만 더 참지….”
이내 비릿한 냄새까지 올라오자 김시우는 서둘러 이해수를 내려두고 정리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어깨에 얼굴을 걸치고 있던 이해수의 옷은 더러워지지 않았다.
“작가님…. 저 속이 안 좋아요….”
“잠시만요.”
김시우는 호텔에 들어오기 전 편의점에서 산 숙취해소제를 하나 건네준 뒤 마저 화장실의 토사물을 치웠다.
“옷도 갈아입어야겠네….”
김시우는 토가 뭍은 부분을 닦아낸 뒤 숙취 해소제를 다 마시고 누워있는 이해수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어후….”
김시우는 휴지에 물을 묻혀 이해수의 입가를 닦은 다음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
“피곤하다…. 피곤해.”
이해수가 잘 자고 있는 사이 김시우는 밖으로 나와 옷을 사러 갔고, 편의점에서 파는 반소매 티를 구매한 뒤 돌아왔다.
***
다음 날 아침 아픈 머리를 만지며 이해수가 눈을 떴다.
그리고 3초 뒤.
“꺄아아아악!”
이해수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일어났어요?”
“자…. 작가님. 정말 죄송해요. 제가 미쳤었나 봐요.”
어제 있었던 모든 일들이 기억나는지 이해수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술 마시면 그럴 수 있죠. 속은 괜찮아요?”
“네…. 머리가 조금 지끈거리는 것 빼고는 괜찮아요. 아니, 그게 아니라…. 제가 작가님 옷에….”
“오늘 아침은 변호사님이 사는 거로 합시다.”
“네! 제가 살게요.”
이후 간단한 세면 후 두 사람은 밖으로 나와 국밥집으로 향했다.
“정말 국밥으로 괜찮으시겠어요? 비싼 음식 드셔도 되는데….”
“아뇨, 국밥에 고기 추가할 건데요.”
“네….”
김시우는 국밥에 고기를 2번이나 추가해 정말 고기 반 국물 반인 고기 국밥을 먹었고, 이해수는 순대국밥을 먹었다.
“그…. 어제 일은 죄송….”
“괜찮아요. 술 마시면 그럴 수 있죠. 그 정도는 괜찮은 편이에요.”
“그래도….”
“얼른 해장해요. 뭐 좋은 경험 했다고 생각해요.”
김시우는 정말로 기분이 나쁘거나 하지 않았다.
술을 마시고 토를 하는 건 일상다반사였고, 애초에 토를 하거나 잠이 드는 것은 김시우가 별로 기분 나빠하는 행동이 아니었다.
그리고 다년간 여러 사람의 주사를 봐왔던 김시우로서는 이해수 정도면 양반이었다.
“아무튼 사과는 이제 그만하고 정 미안하시면 다음에 옷이나 한 벌 사주세요.”
“네!”
옷을 사달라고 이야기하자 그제야 표정이 풀리는 이해수였다.
이후 식사를 마친 김시우는 이해수를 집까지 데려다준 뒤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
“후우…. 조금 있다가 또 약속이네. 그런데 왜 이렇게 피곤하냐….”
침대에 누워 잠이 든 김시우.
계속해서 울리는 그의 스마트폰.
이미 홍수연과 약속한 시각이 지났다.
“오빠! 일어나!!!”
결국 김시우를 깨운 건 홍수연이었다.
전화를 계속 받지 않자 홍수연은 김시우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밖에 놀러 나왔다는 이야기에 홍수연이 직접 김시우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긴 것이었다.
“어! 맞다!”
“아니, 오늘 나랑 같이 저녁 먹기로 해놓고 자고 있으면 어떻게 해!”
“미…. 미안. 깜빡 잠들었네. 금방 준비할게.”
김시우는 비틀거리며 화장실로 가서 머리를 감고 세면을 빠르게 마친 뒤 나왔다.
“가자.”
“벌써 끝났어?”
“어.”
김시우의 준비가 굉장히 빠르게 끝난 것을 보며 놀라는 홍수연이었다.
“역시 남자랑 여자랑 다르구나….”
홍수연을 따라 그녀의 집에 도착하자 음식으로 가득 찬 식탁과 이제는 산책을 해도 괜찮은 정도로 건강을 회복한 홍수연의 할머니와 더욱 장난기가 가득한 얼굴이 된 홍수연의 동생이 기다리고 있었다.
“형! 왜 이렇게 늦게 와!”
“꼬맹아, 미안하다. 다음엔 선물이라도 사 오마.”
“아싸! 그럼 야구 글러브로 부탁드립니다. 작가님.”
“김 작가님. 얼른 앉으시죠. 고기가 맛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자리에 앉은 김시우는 홍수연의 할머니가 먼저 수저를 드는 것을 보고 이어서 음식을 맛보기 시작했다.
“맛있네요.”
“이거 다 우리 수연이가 했습니다. 작가님. 이제 시집가도 되겠어요.”
“아이, 참 할머니도…. 무슨 시집이야.”
“어머머. 나 때는 네 나이에 벌써 애를 낳았어.”
홍수연과 할머니의 대화에 김시우는 묵묵히 식사를 이어갔다.
“그보다 오빠.”
“어?”
“차기작 준비하는 거 있어요?”
“왜?”
“왜긴요. 가능하면 오빠 작품에 들어가고 싶으니까요.”
김시우는 차기작에 관한 질문에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너튜브도 거의 두 배로 확장했고, 현재 자신의 드라마가 CBS에서 나오고 있었다.
또 일본에서도 자신이 쓴 영화가 한창 촬영 중이었다.
하나를 더 하기엔 너무 벌여 놓은 느낌이 없지 않았다.
“아직은 고민 중이야. 이참에 다른 사람 작품에 나가보는 건 어때? 나랑만 작업하면 오히려 시야가 좁아질 수도 있잖아.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그런가요? 그럼 오빠가 골라주시면 안 돼요?”
“내일 사무실 가서 같이 보자.”
“네!”
이어서 식사를 마치고 과일로 후식을 먹는 와중 홍수연의 작전이 시작되었다.
바로 할머니의 도움 받기.
“김 작가님. 여자친구는 있으십니까?”
“네? 아…. 아뇨. 없습니다.”
과일을 먹다 당황한 김시우가 먹으려고 집었던 과일을 다시 내려놓자 더욱 당황스러운 질문이 날아왔다.
“제 손녀는 어떻습니까?”
홍수연 할머니의 돌직구에 김시우가 당황하며 홍수연을 바라보았지만, 홍수연은 김시우의 시선을 외면했다.
김시우는 대놓고 거절할 수는 없기에 미소를 지으며 에둘러 대답했다.
여자친구로서 어떠냐고 물었지만, 김시우는 다르게 해석하여 대답했다.
“수연이요? 착하죠. 예쁘고. 오늘 보니까 요리도 잘하고요.”
“그렇죠? 심지어 어리기도 하니 신붓감으로 얼마나 좋습니까.”
물론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이는 홍수연의 할머니였다.
계속해서 창과 방패의 대결이 이어졌다.
“호호. 이 할미는 수연이가 결혼. 아니, 남자친구만 데려와도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아.”
이제는 하다 하다 목숨까지 걸고 이야기하니 김시우의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다행히 홍수연이 아슬아슬할 때 끼어들어 더 이상 홍수연 할머니의 공격은 멈추었지만, 어째서인지 홍수연과 그녀의 할머니는 서로 만족스럽다는 눈빛을 주고받았다.
홍수연의 할머니가 가만히 있자 이번엔 홍수연이 기대가 담긴 은은한 눈빛으로 김시우를 바라보았다.
어느 쪽이든 부담스러웠던 김시우는 서둘러 과일을 먹고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 먹고 갑니다.”
“오빠. 조심히 가요. 그리고 내일 출근할 때 전화해요.”
“그래. 너도 푹 쉬어.”
홍수연의 집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김시우는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내일도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기분은 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