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ost-seeing actor RAW novel - Chapter 464
464화
에미상 (2)
* * *
어젯밤 있었던 일을 두고 상반되게 설명한 두 개의 기사.
각각 인포트리, 스타뉴스에서 발행한 거였는데. 이내 사람들의 여론은 스타뉴스로 쏠렸다.
부형윤의 아내를 마주한 한태주의 증언, 그 상황을 목격한 아파트 주민들의 증거 영상들, 그리고 결정적으로 대화를 녹음한 한태주의 녹취록 때문이었다.
확실한 증거가 있던 스타뉴스의 기사로 인해 사람들은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남편을 대신해 용서를 구하러 왔다던 부형윤의 부인은 악어의 눈물을 흘리는 뻔뻔함을 넘어.
감히 한태주에게 용서를 강요하는 잔인무도한 짓을 벌였다는 걸.
-인포트리는 부형윤 측에서 뇌물이라도 받아먹었나? 어쩜 기사를 써도 저렇게 쓰냐.
-한태주도 작정하고 녹취한 것 같네요. 솔직히 부형윤 부인이 찾아왔을 때부터 뭔가 직감했을 듯.
-자기 부모님이 당한 교통사고가 인재라는 것을 알게 된 이상. 한태주가 돌아버리지 않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
-아무튼 한태주 떳떳하게 활동 잘하면 좋을 듯. 국민배우인데 응원합니다!
기사를 보던 장진혁은 로비에서 공연 중인 태주를 바라보았다.
환하게 웃으며 풍선을 불어서 어린 환우들에게 강아지 모양으로 만들어 주고 있는 그.
마찬가지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병원장이 쓱, 고개를 기울여 속삭였다.
“대견하고 뿌듯합니다. 역시 신념이 곧으니 주변의 간계에도 쉬이 흔들리지 않네요.”
“백번 맞는 말씀입니다.”
장진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핸드폰으로 찰칵, 찍은 사진에는 환히 웃는 태주의 모습이 담겼다.
그 어떤 난관에도 흔들리지 않는 배우 태주가.
“배우로서도 좋아하지만, 사람으로서는 더 좋아합니다. 그래서 매니저 일이 날로 즐겁고요.”
그런 그를 보던 이중협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예전의 용석이를 보는 것 같네. 꼭 저랬었는데.]흐뭇한 미소를 짓던 이중협이 고개를 끄덕였다.
행사가 끝으로 흘러가는 이때.
수많은 환우와 보호자들, 일반인들로 가득 찬 로비를 훑던 이중협의 시선에 한 사람이 걸렸다.
깔끔한 외모에 유독 짙은 눈썹이 인상 깊은 노년의 남자.
[어, 저 사람… 낯이 익은데?]어디서 봤을까, 한참을 생각하던 이중협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기 병원에서 봤던 것 같기도 하고….]* * *
행사가 끝난 후.
간단하게 열린 팬사인회까지 마친 태주는 병원장실에서 간단한 티타임을 가졌다.
“오늘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병원장이 태주에게 진한 녹차를 따라주며 싱긋 웃었다.
“태주 씨 공연 덕분에 환우들이 정말 기뻐하는 게 눈에 보였어요. 백번의 치료보다도 한 번의 웃음이 최고의 명약이라는 말을, 오늘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제가 더 행복했는걸요.”
“오늘 기사 때문에 태주 씨, 마음도 번잡했을 텐데, 행사에 열심히 참여해줘서 고맙습니다.”
“아, 그 기사요.”
태주가 말없이 차를 호록 마셨다.
침착해 보이지만 그의 눈은 알 수 없는 차가운 분노로 일렁이고 있었다.
“공과 사는 구분할 줄 아는 나이니까요.”
잠시 묘한 침묵이 흘렀다.
다들 각자만의 생각에 빠져 있는 그때, 태주는 벽에 걸려 있던 여러 사진을 발견했다.
역대 병원장들을 담은 듯한 자그마한 사진들이 일렬로 정렬되어 있었다.
가장 오른쪽 끝에는 현 병원장의 사진이 보였는데, 유독 눈에 띄는 포인트가 있었으니.
“역대 병원장은 14명인데, 13대 병원장 사진이 없네요.”
“네?”
“한 명이 빠진 것 같아서요.”
태주의 시선을 따라간 병원장이 난감한 헛기침을 했다.
“아, 그렇죠. 13대 병원장 사진은 내렸습니다. 임기 시절 민감한 사건이 있어서, 본원 측에서 내려달라고 했거든요.”
“어떤 사건이 있었는데요?”
“강 검사가 말해주지 않았어요? 얼마 전에 여기 방문해서 물어볼 거, 다 물어보고 갔었는데.”
궁금하다는 듯한 태주의 시선에 병원장이 어깨를 으쓱했다.
“뭐, 태주 씨는 이중협 씨 사건에 워낙 관심이 많으니까 말해줘도 괜찮겠죠. 여기 응급실에서 근무하던 의사가 이중협 씨 사망선고를 거짓으로 내렸다는 협의로 구속된 건 아시죠?”
이중협과 눈이 마주친 태주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저는 당시에 이 병원에 없어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정확히 모릅니다만. 이중협 씨가 이 병원에 심정지 상태로 실려 왔을 때, 사망선고를 내린 건 이서관일지라도. 그 일을 덮은 건 다른 사람일 거라 추측하고 있습니다.”
[뭐? 조력자가 있었다고? 검찰이 잘 조사하고 있겠지? 게다가 이서관은 피터의 아빠잖아, 설마?]흥분한 듯 쏟아지는 이중협의 질문.
태주는 서둘러 병원장에게 질문을 옮겼다.
“그럼 이서관의 그런 범죄를 감춰준 게 전임 병원장이라는 건가요?”
“강 검사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솔직히 그분이 가장 의심스러운 게 사실이죠.”
병원장이 조심스레 자신의 의견을 덧댔다.
“응급실 과장으로 일했던 이서관이 병원을 그만둔 이후, 그분도 사표를 쓰고 돌연히 떠나셨거든요. 아마 강 검사, 지금 그분을 엄청나게 찾고 있을 겁니다.”
* * *
동 시각, 강승민의 사무실.
수사관과 머리를 맞대고 있던 강승민이 한숨을 쉬었다.
“백산 병원 전임 병원장인 손형수 씨의 행적을 찾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네요.”
“거의 한국에서 증발하다시피 한 수준입니다.”
“어쩜 행적이 이서관과 이렇게 비슷할 수가 있을까요. 퇴사, 한국에서 흔적 지우기.”
“그래도 마지막까지 물고 늘어지면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저희가 이서관 흔적 끝까지 파헤쳐서 결국 구속까지 시켰잖습니까.”
7년 전, 억울하게 죽은 이가 있는 ‘이중협 살인사건’의 진실이 하나둘씩 밝혀지고 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물을 흐리는 사람 역시 있었지만.
“그런데 부형윤 부인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일까요? 왜 태주를 찾아가서 그 분탕을 친 건지.”
“부형윤이 한태주 교통사고의 원인 제공자라고 우형균 측에서 언플을 했고. 한태주 씨가 그게 사실이라고 인정했죠. 그래서 그 화가 점차 부형윤한테 향하자, 변호사 측에서 부형윤 부인을 설득한 모양입니다. 한태주한테 용서를 비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라고. 그럼 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그렇다고 바뀔 판도가 아닐 텐데요.”
강승민이 어이가 없다는 듯 이를 악물었다.
술렁인 여론은 쉽게 고요해질 생각이 없는 듯했다.
한태주가 아역배우 시절 당한 교통사고가, 사실은 전부인을 제거하기 위한 부형윤의 간계라는 충격적인 소식도 모자라서.
간밤에 한태주를 찾아가 악어의 눈물을 흘린 부형윤 부인의 행동은 자충수가 되었다.
즉, 여론을 이용하려던 부형윤 측 계략은 실패로 돌아간 것.
“최악의 수를 둔 셈이군요, 부형윤 전 검사장은. 구속도 됐는데 이런 식으로 여론을 반전시키려 했다는 것 자체가 정말 최악입니다.”
미안한 기색이 역력한 강승민이 책상 위 태주의 사진을 바라봤다.
“무엇보다 태주를 이번 사태에 이용한 것 같아 미안하네요. 태주 이름은 최대한 안 드러내려 했었는데….”
“그래도 태주 씨가 영리하게 잘 대처하지 않았습니까. 아니, 오히려 상황을 이용해서 지금 자기가 촬영하는 영화 홍보도 겸해서 한 것 같던데요.”
수사관이 재밌다는 듯 입가를 씰룩였다.
“솔직히 태주 씨에게 그런 깡 있을 줄 몰랐어요. 부형윤 사태 관련해서 인터뷰 온 기자들한테, 자기가 출연하는 영화 홍보를 부탁하다니. 보통은 당황하지, 그런 생각 하지도 못했을걸요.”
“보통내기가 아닌 걸 보면…….”
강승민이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태주도 우리 강 씨 핏줄이에요. 철두철미한 구석이 있는 것도 그렇고.”
* * *
동 시각, 미국.
LA의 거리 곳곳에 한태주와 디에고 크루즈가 찍은 영화 ‘나의 미래’ 포스터가 걸린 가운데.
해당 영화 제작사인 선플라워 프로덕션에서는 여러 관계자가 모여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 한태주가 한창 뜨거운 것 같던데요.”
“베일릭스에서 제작했던 드라마가 에미상에 노미네이트 됐더라고요. 아무래도 수상까지 갈 것 같습니다.”
핸드폰으로 인터넷 기사를 살피던 그렉이 눈썹을 씰룩였다.
“이야, 이거 기세가 만만치 않네요.”
맞은편에 앉았던 하퍼 크로츠도 동의의 미소를 씩 지었다.
“진흙 속 진주는 세상이 알아본다고 하잖습니까.”
“그런데 수상 가능성은 얼마나 보십니까? 동양인 주연에다 작품이 한국어 중심이라 수상은 좀 어렵다는 의견도 있던데요.”
“그렉,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데요?”
하퍼의 말에 그렉이 어깨를 으쓱했다.
“저는 솔직히 데스 게임의 이름값을 에미 쪽에서 빌렸다고 생각합니다. 그쪽에서 동양인 주연의 드라마에 상을 줄 리가 없잖아요. 더욱이 방송사도 아니고 베일릭스 제작 작품인데.”
“하지만 에미 쪽에서도 OTT의 장악력이나 인기를 생각하면, 쉽게 ‘데스 게임’을 외면하지는 못할걸요.”
“하긴, 솔직히 올해 초에 데스 게임이 전 세계를 그렇게 휩쓸었는데, 무시하기란 어려운 일이죠.”
그렉의 말을 듣던 하퍼 크로츠가 재밌다는 듯 눈을 반짝였다.
“확실히 흐름이 한태주 쪽으로 넘어온 건 사실입니다. 그 말인즉슨, 우리한테도 수상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거죠.”
선플라워 프로덕션과 손을 잡은 신생 배급사 ‘레디’.
신생 배급사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할리우드에 굳건히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홍보에 들어간 영화들이 모두 작품성, 대중성을 인정받았기 때문.
유수의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으며, ‘나의 미래’ 직전에 만든 영화는 무려 골든글로브 작품상 유력 후보에까지 거론되었다.
물론, 이렇게 수상권에 들게 된 건 배급사 측의 철저한 밑 작업 덕분이지만.
“우리도 슬슬 여론 만들기에 들어가야죠.”
하퍼가 주변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요즘 누가 작품의 힘으로만 오롯이 상을 받길 기대합니까. 그 유명한 피셔 감독도 말한 적 있습니다. 상은 작품성에 적절한 푸쉬가 더해져야 받을 수 있는 합작품이라고. 안 그래요, 데보라?”
배급사 ‘레디’의 대표이자 하퍼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인 데보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작품이 아무리 좋아도 심사위원들한테 각인이 되지 않는다면 소용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곧 ‘나의 미래 대세 만들기 프로젝트’에 착수할 겁니다.”
데보라가 제작사 직원들을 보며 씩 웃었다.
“‘나의 미래’가 대중들에게 각인됐다면, 이제는 심사위원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들자고요. 한번 판도를 흔들어 봅시다, 우리!”
귀신 보는 배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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