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Beyond Fantasy Smartphones RAW novel - Chapter 128
죽음의 지배자 (2)
눈앞의 수배범을 마주하는 반의 눈동자가 날카로워졌다.
에델라는 클라우드에서도 악명 높은 흑마법사였다.
손속마저 무척이나 잔인하기로 유명한 탓에, 그녀에게 패배한 클라우드의 수사관들은 흉측한 언데드가 되어 돌아와야만 했다.
클라우드에게 있어서는 무척이나 달갑지 않은 상대인 셈이었다.
“설마 우리를 잡겠다고 여기까지 찾아온거야?”
“그래. 혹시 잘못을 뉘우칠 마음이 조금 들었나?”
“고작해야 여덟명으로? 우리 어비스를 너무 얕보는거 아니야?”
에델라는 진심어린 눈으로 반과 수사관들을 비웃고 있는 모습이었다.
오만하다. 그리고 무지하다.
그녀가 아무리 대단한 흑마법사라고 하더라도, 반이 이 자리에 도달한 이상 모든 것이 의미없는 셈이었다.
반 크라이트.
그는 클라우드 내에서 정점으로 여겨지는 특급 수사관 중 하나였다.
“뭘 믿는거지? 너희들이 새롭게 숭배하고 있는 악마인가? 그게 아니라면 네 사령술인가?”
시체골렘을 향해 검을 겨눈 반이 손끝으로 거리를 가늠하며 이야기했다.
저들이 새로운 악마와 계약했다는 사실쯤이야 알고 있었다.
의식을 올리는 제단이 고쳐진 것에서 예상하고 있던 사실이었다.
그녀의 배후를 짐작하는 말에 에델라는 기분이 나쁘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악마? 그분을 겨우 그런 존재와 비교하지마. 아니, 겨우라고 할 것 까지야 아니겠지만······.”
에델라의 이야기를 들은 반의 눈가가 가늘어졌다.
그는 흑마법사를 전담하는 수사관인 만큼, 흑마법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조예가 있는 편이었다.
흑마법은 기본적으로 악마에게 제물과 업을 바치고 음의 마력을 받아오는 마법이었다.
그런 흑마법사들이 더 이상 악마를 숭배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맹렬하게 회전하던 반의 사고가 이내 한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설마 악신에게 직접 공물을 바치고 있는건가.”
시체골렘의 위에서 반을 내려다보던 에델라의 안색이 변했다.
그녀는 반의 이야기가 탐탁지 않은 모양인지, 불만을 표하며 한쪽 손을 들어올렸다.
어두운 빛이 어린 에델라의 손길을 따라 시체골렘이 한쪽 손을 들어올렸다.
“악신이라니··· 위대하신 분이 들으면 서운할 소리를 하고 있잖아.”
“어비스의 흑마법사들이 기어이 교단과 손을 잡은 모양이군.”
“이래서 클라우드의 수사관들은 안된다니까? 지옥에 떨어진 후에 그분 앞에서 울고 빌어봐야 그때는 아무 소용도 없을거야.”
아무래도 반의 추측이 정답인 모양이었다.
에델라의 손에 맺혀있는 마력은 다른 흑마법사들보다도 더 혼탁하고 어두운 모습이었다.
저마다의 이유로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무기를 겨누었다.
누군가는 시간을 끌기 위함이었고, 다른 누군가는 정보를 캐기 위함이었다.
한쪽의 용무가 끝난 이상에야 대화를 더 이어나갈 이유는 없었다.
주먹을 겨눈 시체골렘이 앞쪽으로 걸어나오는 것과 동시에, 반은 매고 있던 망토를 뜯어 앞쪽으로 내던졌다.
“뭐야······!”
펄럭.
내던져진 망토자락이 휘날리며 에델라의 시야를 가렸다.
당황한 에델라의 목소리가 망토 너머에서 울려퍼졌다.
그리고 망토를 앞에 둔 반의 검에 푸른 불꽃이 피어올랐다.
오러를 덧씌운 반이 허공을 향해 큼지막한 궤적을 그렸다.
촤아아아악!
망토가 갈라지며 그 너머를 향해 반월형태의 오러가 쏘아져나갔다.
“배, 배리어!”
에델라는 미리 준비해놓은 배리어로 반의 오러를 막아내려고 시도했다.
두 사람의 사이를 가로막은 반투명한 장벽에 오러가 충돌한다.
콰앙!
폭음과 함께 깨져나간 배리어의 잔류마력이 비산했다.
쏘아져나간 오러는 에델라의 배리어를 완전히 파괴하고서, 그 너머에 있던 시체골렘의 어깨를 일부 베어내었다.
“———.”
배리어가 망가진 틈을 놓치지 않고, 검을 겨누고 있던 반의 몸이 앞으로 쏘아져나갔다.
투웅.
오러를 머금고 있는 반의 신체가 앞으로 도약하는 순간.
에델라의 시체골렘이 한발자국 뒤로 물러나면서, 다가오는 반을 향해 주먹을 휘둘러왔다.
후우우우웅!
파공성과 함께 쇄도해오는 시체골렘의 주먹.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주먹을 마주한 반이 검을 비스듬히 기울였다.
“말도 안 돼······!”
서걱.
오러가 서린 검끝이 시체골렘의 주먹을 양단하면서 앞으로 전진했다.
진동하는 오러와 결합한 반의 검술은 시체골렘의 육체를 종이장마냥 잘라내었다.
골렘의 팔을 베어내는 반의 모습에, 에델라의 얼굴이 굳어졌다.
반의 검격에 의해 절단당한 시체골렘의 단면 역시 소름끼치는 비명을 토해내었다.
망자의 사념이 내지르는 비명이 동굴 전체에 메아리쳤다.
– 끼아아아아악!
“시끄럽다.”
비명을 지르는 단면마저 베어낸 반이 시체골렘을 밟으며 머리쪽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촤악. 촤아악.
반의 검이 닿는 장소마다 시체골렘의 신형이 무너져내리는 모습이었다.
경지에 다다른 검술은 검에 닿는 모든 것들을 가르고 베어냈다.
매섭게 시체골렘을 분쇄하며 올라오는 반의 모습에, 에델라는 당황하며 마법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시체골렘 역시 스스로 수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그보다는 반의 검이 움직이는 편이 빨랐다.
“파이어 애로우! 파, 파이어 애로우!”
“의미없는 발악일 뿐이다.”
콰앙!
오러와 맞닿은 파이어 애로우가 폭발을 일으키며 터져나간다.
허나 반의 검술은 폭발의 여파마저도 옆으로 흘려내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푸욱. 푹.
골렘의 안쪽에서 뻗어나온 가느다란 손아귀 역시 반을 저지하려고 노력했지만, 검을 휘두르는 반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자신을 가로막는 모든 것들을 베어나간 반의 몸이 순식간에 시체골렘의 정상에 다다랐다.
그제서야 반과 눈높이를 맞추게 된 에델라가 마력을 두른 손아귀를 반을 향해 뻗어왔다.
“이, 이렇게는······!”
“죽어라, 마녀.”
오러가 덧씌워진 검은 에델라의 마지막 저항까지 분쇄해버렸다.
에델라의 손에 맺힌 마력장까지 찢어발긴 반이 한 발 더 앞으로 파고든 것이다.
푸욱.
골렘의 정상에 다다른 반은 망설임없이 에델라의 가슴팍에 검을 꽂아넣었다.
검을 내지른 반의 뺨에 검은색 피가 튀었다.
에델라의 가슴팍에서 흘러나오는 피는 붉은색이 아닌 검은색이었다.
“쿠, 쿨럭······!”
검에 찔린 에델라가 비통한 얼굴로 반을 노려보았다.
그녀의 입가에서는 칼에 찔린 부위와 마찬가지로 검은 피가 흘러내리는 중이었다.
툭. 투둑.
입가에서 떨어지는 피가 침묵한 시체골렘의 위로 떨어진다.
에델라는 자신을 꿰뚫고 있는 검을 붙잡고서 입을 열었다.
“저주할, 거야······!”
“······.”
“너는··· 죽어서도, 결코, 편하게 있을 수 없을······!”
그녀의 입에서 연달아 쏟아져나오는 것은 저주의 말이었다.
그녀 자신을 죽인 반을 저주한다는 이야기였다.
더 듣고 있기도 쉽지 않은 이야기였기에, 반은 들고 있던 검을 강하게 비틀었다.
이전보다 선명해진 오러의 불길에 에델라의 몸이 부르르 떨었다.
에델라의 입에서 쏟아지던 저주 역시도 조금 잦아든 기분이었다.
“이제야 좀 조용해졌군.”
저주라고 해봤자 패배자의 발악에 불과한 것이었다.
길게 듣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를 향해 저주를 쏟아내던 에델라의 입가가 잠잠해진 이후.
반은 한숨을 내쉬며 검을 뽑아들었다.
에델라의 몸에서 뽑혀나온 검에는 먹물과도 같은 어두운 피가 묻어있었다.
그렇게 검을 뽑아낸 반이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려는 찰나.
– “누가 나의 인형을 건드렸는가?”
퍼어엉!
자상을 입은 에델라가 터져나갔다.
* * * * * *
“푸읍······.”
짙은 어둠.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어둠의 영역.
정신을 차린 반 크라이트가 처음으로 마주한 것은 그러한 어둠이었다.
형체조차 구분할 수 없는 어둠속에서, 강한 통증만이 오른팔에서 전해져오고 있었다.
통증이 느껴지는 오른팔을 어루만지던 반이 터져나오는 신음을 억눌렀다.
“윽······.”
반의 손아귀에 닿은 어깨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묻어나오고 있었다.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끈적한 감각에 반이 손가락 하나를 들어올렸다.
화르륵.
손가락 끝에서 오러가 피어오르며 푸른 광원이 반의 시야를 밝혔다.
오러를 일으킨 반이 손가락을 움직여 통증이 느껴지는 어깨에 가져다대었다.
푸른 빛이 감도는 주변에서 피부가 무너져내린 어깨의 모습이 드러났다.
“에델라의 시체가 터지면서 다친건가.”
처참하게 변한 어깨의 상태를 확인한 반이 입술을 깨물었다.
상처를 확인하니 통증이 한결 더 강해진 기분이었다.
허나 지금은 이런 상처따위에 집중해서야 곤란한 상황이었다.
반은 손가락에 피어오르던 오러의 빛을 한층 더 강하게 퍼뜨렸다.
반의 주먹이 오러에 휘감기며 주변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반 자신의 다리였다.
그의 다리는 칠흑의 어둠속에 잠겨있었다.
바닥을 가득 채운 어둠은 고여버린 물과도 같이 파문을 일으키며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다리를 확인한 반이 고개를 돌리면, 이번에는 그를 따라오던 수사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에델라가 일으켰던 폭발에 휘말려버린 것일까.
수사관은 몸의 절반을 잃어버린 채로, 눈을 부릅뜨고 죽어있는 모습이었다.
반은 그 모습을 발견하기 무섭게, 죽어있는 수사관을 향해 발걸음을 움직였다.
“고생했다.”
스윽.
그는 손바닥으로 수사관의 눈을 감겨주었다.
눈을 감은 수사관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져있는 모습이었다.
흑마법사와의 싸움은 대개 이런식이었다.
추잡하고 추악하면서도 결말은 추레하다.
싸움에서 승리하더라도 좋지않은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수사관의 눈을 감겨준 반은 다시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피를 흘리며 몸을 일으킨 그의 입에서는 절로 한숨이 새어나왔다.
“후우······.”
자리에서 일어난 반의 시선이 발을 담그고 있는 어둠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보아도 예의 그 동굴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에델라가 폭발하던 장소와는 완전히 다른 곳에 와버린 셈이다.
게다가 주변에서 그를 노리고 있을 어비스의 흑마법사들 역시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인세의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낯선 풍경에 반이 혼자서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동굴은 아닌 것 같은데··· 대체 여기는 어디지?”
태양이 존재하지 않는 장소.
그리고 바닥에 짙은 어둠이 꿈틀거리는 장소.
그로서는 그 편린조차도 이해하지 못할 장소였다.
그렇게 오러를 불태우며 처음으로 마주한 낯선 장소를 둘러보던 도중.
반의 귓가에 스산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 “여기가 어디인지 궁금한가?”
낮으면서도 높고, 웅장하면서도 가볍다.
모순되는 감각을 전해오는 목소리에 반의 입이 다물어졌다.
수많은 목소리가 뒤섞인 것처럼 만들어진 기이한 소리.
그럼에도 그것은 소리가 아닌 것처럼, 반의 뇌리속에 직접 파고들어오는 모습이었다.
피잇—.
반의 주먹에 일렁이던 푸른 오러가 맥없이 사그라들었다.
뼈가 삐걱이는 소리와 함께 반의 고개가 어느 방향을 향해 움직였다.
– “갑자기 조용해졌군.”
“······.”
– “아니면 너무 어두워서 겁을 집어먹은 것인지도 모를테고.”
스산한 목소리는 반이 입을 다물었음에도 계속해서 울려퍼졌다.
들려오는 목소리에 긴장한 반이 허리춤에 매여있을 검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그곳에는 비어있는 검집이 매여있을 뿐.
반의 손바닥에 검이 잡히는 일은 없었다.
꿀꺽.
무기가 없는 현실을 자각한 반이 목울대를 움직이며 침을 삼켰다.
– “모르겠다면 내가 직접 여기가 어디인지 알려주도록 하지.”
화르륵.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불꽃이 피어오른다.
나란히 한 쌍을 이루는 불꽃들이 피어오르며, 어둠속에 서있는 반의 시야를 환하게 밝혀주었다.
간격을 두고 피어오른 불꽃들은 길을 만들어내듯이 반의 앞쪽으로 쭉 이어져있는 모습이었다.
반의 시선이 불꽃의 길을 따라 앞으로 천천히 움직였다.
그리고는 그 끝에 존재하는 무언가를 발견하고서 그곳에 멈추어섰다.
– “빛을 허락받지 못한 생명들이 태어나며, 그곳에서 서로를 잡아먹는 약육강식의 세계.”
작열하는 불꽃의 끝에 서있는 것은 단 하나.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는 거대한 죽음이었다.
죽음.
그런 단어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존재가 눈앞에 존재하고 있었다.
두터운 로브 안에 숨어있던 죽음은 머나먼 허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와 동시에 바닥에 있던 어둠들이 하늘을 향해 솟아올랐다.
하늘을 향해 뻗어나가는 어둠의 기둥속에서 죽음이 입을 열었다.
– “이곳은 심연이다.”
기괴한 목소리가 다시 한 번 반의 귓가에 파고들었다.
그에게 이곳이 어디인지 확실하게 새겨주려는 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