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Beyond Fantasy Smartphones RAW novel - Chapter 19
– 를 사용했습니다.
스킬의 사용을 알리는 메세지와 함께, 스킬의 범위 안에 있던 캐릭터들이 기절했다.
무려 30의 데미지에 기절효과까지 달려있는 스킬이다.
의 경우 세차례나 사용해야 캐릭터를 쓰러뜨릴 수 있었다면, 는 단순히 두 번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이야기였다.
더군다나 는 광범위한 영역에 피해를 입히는 스킬이다.
스킬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캐릭터들을 정리할 수 있는 것이다.
유테니아에게 받은 마법서의 위력을 실감한 나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광역기가 왜 이렇게 강해?”
데미지도 범위도 완전히 의 상위호환이다.
물론 기존에 사용하던 스킬보다 마력소모가 심하기는 하지만, 그 점을 감안해도 말도 안되는 성능이었다.
10회 뽑기를 돌려서 획득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만한 스킬이었다.
이런 어마무시한 스킬을 무료로 구해오다니.
기대하지도 않았던 수확을 가져온 유테니아에게 감동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아, 이런 맛에 캐릭터를 키우는구나.”
바게트. 스폰지 케이크. 딱딱한 흑빵.
상점에서 뽑아온 각양각색의 빵들을 먹여 유테니아를 키우던게 얼마 전의 일이었다.
그랬던 유테니아가 키워준 은혜를 잊지 않고 나에게 마법서를 가져다주었다.
흔히 각골난망이라고 이야기하던가.
7천원짜리 빵을 맡겨둔 것처럼 요구하고 다니던 유테니아라도, 주인에게 받은 은혜는 잊지 않는 것이었다.
기특한 모습을 보고있자니 유테니아에게 선물이라도 하나 주고 싶어지는 마음이었다.
“일단 얘네들부터 처리하고나서 고민해야겠다.”
물론 그 전에 마을에 남아있는 캐릭터들부터 마무리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나는 를 연타해 계속해서 스킬을 사용했다.
쾅! 콰앙! 콰아아아앙!
스마트폰에서 연달아 터져나오는 진동이 격렬해진 전장의 분위기를 전해왔다.
뇌전의 창을 집어던질 때마다 마을에 무더기처럼 쌓여있던 캐릭터들이 쓰러져간다.
몰려있는 캐릭터들을 사냥하기에는 최적의 스킬이었다.
– 를 사용했습니다.
– 를 사용했습니다.
– 카르마가 7 상승했습니다.
.
.
.
– 를 사용했습니다.
– 카르마가 5 상승했습니다.
연달아 메세지가 떠오르면서 수많은 캐릭터가 카르마로 환원되었다.
파직. 파지직.
바닥에 남은 전격은 근처에 있던 캐릭터들에게도 지속적인 데미지를 입혔다.
상대를 완전히 처리할만한 피해량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도트 데미지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은 메리트였다.
몇차례나 더 를 집어던졌을까.
슬슬 마을에 남아있는 캐릭터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나는, 그제서야 스킬 버튼에서 손가락을 거두었다.
“후……. 화끈해서 좋네.”
으로 하나씩 때리고 다니던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효율이었다.
마력소모가 몇배는 커진 탓에 무한정 사용할 수는 없지만, 이 정도면 마을 하나쯤은 거뜬했다.
당분간은 시원시원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만족스러운 사냥을 마친 나는 화면을 넘겨 유테니아를 찾기 시작했다.
마법서를 선물해준 그녀에게 무언가 보답을 건네기 위함이었다.
“선물을 받았으니… 보답으로 무언가 하나 주는 편이 괜찮겠지?”
유테니아에게는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았다.
지난 밤의 피로가 싹 날아갈만큼의 기분 좋은 선물이었다.
현금으로 비교해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물건이다.
애정이 가는 캐릭터에는 그만한 대우를 해주는 편이 좋을 것이다.
나는 화면을 움직여 어딘가의 산중에 틀어박힌 유테니아를 찾아내었다.
유테니아는 천막에 자리한 채로,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었다.
– “이 마법은… 신기하네요.”
잿빛 머리의 캐릭터가 느긋한 모습으로 페이지를 하나씩 넘기고 있다.
주변에 특이하게 생긴 도구들이 있는걸 봐서는, 아무래도 마법공부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열심히 공부중인 유테니아를 위해 인벤토리를 열어 아이템을 확인해보았다.
그녀에게 어울리는 선물을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인벤토리에는 적당한 물건이 없고… 오랜만에 뽑기나 돌려봐야겠다.”
현재 인벤토리에 남아있는 아이템은 몇자루의 철검 뿐이었다.
그렇다고 마법을 배우는 유테니아에게 다짜고짜 철검을 선물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남아있는 수단은 역시 뽑기밖에 없었다.
마침 얼마 전에 통장에 월급이 들어온 상황이다.
오랜만에 뽑기를 돌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기에, 나는 우측 상단에 있는 상점버튼을 터치했다.
– 현재 이 점검중입니다.
“슬슬 쓰다듬에도 적응했겠지.”
그리고는 곧장 손가락을 유턴해 유테니아의 머리를 터치했다.
뽑기를 할 수 없다면 내가 줄 수 있는 건 쓰다듬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스윽.
재빠른 터치가 유테니아의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그에 책을 읽던 유테니아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 “어라……?”
쿵.
쓰다듬을 받은 유테니아가 바닥에 쓰러졌다.
애석하게도 아직까지는 쓰다듬에 적응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나는 쓰러진 유테니아를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화면을 끈 스마트폰을 침대 위로 집어던졌다.
아침이라 정신이 개운하지 않다.
아무래도 욕실에 들어가 샤워라도 하고 나오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 * * * * *
“확실히… 수상한 점이 많이 있군.”
에반 알레미어.
성지, 크로스브릿지 소속의 이단심문관은 사람이 없는 마을을 훑어보면서 입을 열었다.
에반의 시선에 들어온 마을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사람들이 사용했던 식기나 빨래같은 흔적은 남아있지만, 막상 사람의 모습은 마을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습격이라도 당했으면 핏자국이 남아있을 법도 하건만, 에반의 눈에 비치는 것은 발자국과 기괴한 그림뿐이었다.
기괴한 그림.
반쯤 지워져있는 그림의 일부만이 이 자리에서 에반의 시선을 끌고 있는 유일한 흔적이었다.
에반의 옆에서 바닥의 문양을 살펴보던 허스가 자신의 형제를 바라보며 물었다.
“형님은 무슨 그림인지 아시겠습니까?”
“그려진지 얼마 되지 않은 문양이다. 남아있는 가능성은 아마도 하나밖에 없겠지.”
“…….”
“제단을 형상화한 것처럼 보이는 문양과,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고대문자가 보이는군. 아마도 이 그림의 정체는…….”
의식을 치르기 위한 제단.
에반이 마지막에 말끝을 흐렸음에도, 허스가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은 없었다.
지금에 이르러서 고대문자를 사용하는 곳은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은 편이다.
고작해야 크로스브릿지의 여섯 신전이나, 고대 유적지를 탐구하는 마법사들이나 다룰만한 문자였다.
그런 고대문자를 섞어가며 기하학적인 형태로 정형해놓은 제단이라.
성지의 신전에서 쓰이는 양식이 아닌만큼, 에반이 추측할 수 있는 사실은 하나뿐이었다.
“……제단이군요.”
“그것도 악신을 위해 준비된 제단이다.”
이단. 여섯 신전의 규율을 거부하는 사악한 신들의 숭배자들.
그들이 악신과의 거래를 위해 만들어낸 제단이었다.
성지에서 의식을 위해 사용하는 제단의 양식과는 확연한 차이점이 존재하고 있었다.
다른 이들이라면 구별하기 힘든 내용이지만, 성지의 이단심문관인 에반의 눈에는 선명하게 보이고 있었다.
자세를 낮추어 바닥의 문양을 살펴보던 에반의 입에서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이곳은 이미 한차례 의식을 끝마친 제단이었다.
악신을 섬기는 사교도의 무리가 제단을 완벽하게 복원하는데 성공했다는 이야기였다.
‘악신의 제단에 대한 기록은 이전에 벌어졌던 전쟁으로 완전히 소멸했을텐데.’
에반의 머릿속에 치열했던 전쟁의 역사가 스쳐지나갔다.
과거, 성지는 막대한 피해를 입어가며 악신의 교단을 토벌한 전적이 있었다.
영웅들의 희생과 성기사들의 활약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세상을 어지럽히는 악신의 등장에는 반드시 선택받은 영웅의 출현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아직 다음대의 영웅이 출현하지 않은 만큼, 악신의 세력이 준동하기까지는 시간이 남아있다는게 성지의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그러나 지금 에반의 눈앞에 존재하는 것은, 명실상부한 악신의 제단이었다.
사악한 신은 이미 이 세계에 은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머지않아 여섯 신전에 신탁과 함께 선택받은 영웅이 나타날 것이었다.
“악신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래. 확실하다.”
“여태까지의 추측이 전부 사실이었군요.”
“그런 셈이 되겠지. 생각보다 악신의 징조를 빨리 발견했군.”
에반의 이야기를 들은 허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어렴풋이 내용을 짐작하고 있는 것과,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대륙을 위협할 악신의 등장.
그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부하를 하나 희생했던 허스에게는 무척이나 무거운 이야기였다.
“악신이 대륙에 출현했다는 이야기는…….”
“머지않아 영웅이 나타날거다. 한동안은 성지가 분주해지겠군.”
사악한 악신의 그늘이 이 세계에 드리워지면 필연적으로 영웅이 출현한다.
이것은 결코 변하지 않는 불변의 법칙이었다.
여섯 신전의 신들은 자신들의 규율이 망가지는 것을 좌시하지 않는다.
순서가 조금 뒤바뀌었다고 해도,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나기 마련이었다.
그 상대가 이 세계를 넘보는 악신이라면 더더욱 그러했다.
악신의 증거를 발견했으니 이제는 에반이 성지에 보고를 올릴 차례였다.
철컥.
에반은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고쳐맨 후, 근처에 묶어놓았던 말의 고삐를 잡았다.
“본부로 같이 돌아가시겠습니까? 지부장에게 보고가 끝나면 토벌을 위해 부하들을 데려올 생각입니다.”
“아니. 일단은 보류하도록.”
“예……?”
“괜히 자극했다가 상대가 찾을 수 없는 곳으로 숨어버릴 염려가 있다.”
“설마 형님은 클라우드의 전력을 믿지 못하시는 겁니까?”
클라우드는 제국의 치안을 책임지는 집행기관이다.
제국의 영토 내에서 클라우드에 대한 불신의 의견이 나오자, 허스가 불만이 가득찬 시선을 에반에게 보냈다.
허나 에반은 고개를 저어 허스의 말을 부정했다.
“그런게 아니다. 오히려 이 상황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거다.”
“기회라니, 무슨 말씀입니까.”
“아직 적은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 철저한 준비를 마치면 커다란 피해없이 토벌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신탁이 내려오기도 전에 교단의 흔적을 발견하는데 성공했다.
어떠한 의미에서는 적의 세력이 아직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아직 완전히 성장하지 못한 악신의 교단이다.
혹시라도 운이 좋으면 단번에 싹을 도려낼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어쩌면 영웅이 나타나자마자 교단의 토벌에 성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다.
두번의 기회따위는 결코 고려하지 않는, 무척이나 철저한 준비가 말이다.
“토벌에는 제국의 전력이 함께 움직이겠지. 때가 되면 너도 전투에 참여하게 될거다.”
“그렇다면… 형님의 조언을 듣겠습니다.”
“그래. 당분간은 적들의 동향을 살피는데에만 주력하도록. 이건 형제인 너에게만 전할 수 있는 부탁이다.”
“형님의 뜻이 그렇다면.”
대화를 끝마친 에반이 말에 올라타 고삐를 쥐었다.
히히히히힝—!
주인을 맞이한 에반의 말이 한차례 거센 콧김을 내뿜었다.
악신의 흔적을 발견해버린 이상, 에반이 성지에서 해야할 일이 많이 있었다.
당분간은 휴가를 나오기는 힘들겠다는 생각과 함께, 에반은 타고 있던 말에게 신호를 보냈다.